Space Shuttle

이번 달 28일로 예정된 STS-135 임무를 끝으로 미국의 우주왕복선이 30년간의 역사적인 활동에 종지부를 찍는다.

그동안 우주라는 단어와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로 느껴질 만큼 미국의 우주개발, 더 나아가 인류 우주탐사의 주역으로 맹활약해온 우주왕복선. 그 역사적인 퇴역을 앞두고 우주왕복선의 가치와 업적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이들을 대신해 우주탐사에 나서게 될 차세대 주자들을 미리 만나본다.

5월 16일 오전 8시 56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미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우주센터. 미국 우주 왕복선 엔데버호가 STS-134로 명명된 임무를 위해 발사됐다.

2주로 예정된 이 임무를 마치고 6월 1일 귀환이 완료 되면 6월 28일 아틀란티스호가 바통을 넘겨받아 STS-135 임무를 띠고 발사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왕복선의 발사 소식을 듣게 될 일은 영원히 없다.

1981년 4월 12일 컬럼비아호가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성공적인 발사를 거둔 이래 지금까지 30 년간 미국의 유인 우주왕복선들은 무수한 업적을 남기며 인류 우주탐사와 우주개발의 전형으로 자리매김했다. 바로 그 훌륭한 준마(駿馬)들이 이제 모든 활동을 끝내고 안식을 취하게 된 것이다.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개념

우주왕복선은 거대한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아폴로나 소유즈 등과 달리 외관에서부터 확연히 폼 나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실제로 다른 형태의 우주선들은 발사 과정에서 로켓과 분리되며 작고 볼품없는(?) 캡슐만 낙하산에 매달려 지구로 귀환한다.

반면 우주왕복선은 여객기처럼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않는 멋들어진 모습으로 지구에 귀환 신고를 한다. 많은 자료에서는 이러한 우주왕복선의 등장 이유를 덩치 큰 기존 우주발사체의 낭비적 구조 때문이라 설명한다.

궤도선과 부스터의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왕복선과 달리 기존 로켓식 발사체는 재사용이 불가하다는 점에서 그리 틀린 발언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경제적 문제 때문에 우주왕복선이 개발됐다고 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 심하다.

우주왕복선의 디자인을 가만히 뜯어보면 기존 우주선에 비해 추진체의 비중은 작고 인원과 화물이 탑재되는 궤도선의 비중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정도 추진체로는 달 같이 멀리 떨어진 천체에는 갈 수 없지만 저궤도나 정지궤도, 극궤도 등 지구에 근접한 우주공간으로 가기에는 충분하다.

그리고 궤도선의 넓은 공간은 기존 우주선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긴 임무 기간과 난이도 높은 임무 수행을 가능케 해준다. 게다가 궤도선 전체가 귀환하는 방식이어서 우주에 무언가를 가져갈 수도, 우주의 무언가를 지구로 가져올 수도 있 다는 점도 큰 메리트다.

극단적으로 말해 '사람실은 깡통'에 불과한 기존 우주선과 비교해 한층 다재다능한 임무 수행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우주왕복선은 비교적 첨단의 스타 크래프트라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그 개념은 놀랄 만큼 오래전부터 구상돼 왔다.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하기 30여 년 전인 1930년대 독일의 항공공학자 오이겐 젱거 박사가 오늘날의 우주왕복선과 유사한 준궤도 비행체 개념을 제시한 것. 당시 기술수준 등에 의해 결국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미국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이후 미국은 무수한 실험을 거쳐 이의 타당성을 검증했고 1968년 NASA에 의해 현 우주왕복선의 선조 격인 통합형 발사 및 재돌입 발사체(ILRV)의 설계를 시작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임시절 우주왕복선 개발 계획이 공식 발표됐다.

이렇게 1979년 최초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건조돼 케네디우주센터에 인도됐으며 컬럼비아호의 첫 비행 이 후 1982년 챌린저호, 1983년 디스커버리호, 1985년 아틀란티스호, 1991년 엔데버호 등 총 5대의 우주왕복선이 잇달아 제작되어 NASA에 전달됐다.

발사에서 착륙까지

우주왕복선의 발사에서 착륙에 이르는 대략의 과정은 초등 학생, 심지어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책에서도 다루고 있다. 이 과정의 세부로 들어가면 우주왕복선의 실체를 알 수 있는 재미있는 구석이 의외로 많다. 일례로 모든 우주왕복선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만 발사됐다.

또한 발사 날짜는 강수, 기온, 운량, 낙뢰, 풍량, 습도 등 기상상황을 감안해 결정하며 악천후 중에서도 낙뢰의 가능성이 있을 때는 무조건 발사가 취소된다. 우주왕복선은 발사 중 지상까지 연결되는 긴 연기 꼬리를 남기는데 이 연기는 전기가 통하는 도체(導體)여서 피뢰침처럼 낙뢰를 끌어들여 우주왕복선을 감전시켜 버릴 수 있는 탓이다.

우주왕복선은 또 대개 해를 넘기는 임무, 다시 말해 12 월에 발사돼 이듬해 1월에 착륙하는 임무에는 투입되지 않았다.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가 1970년대에 만들어진 골동품이라 매년초 컴퓨터를 리셋 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문제는 2007년 비행제어 컴퓨터를 개량하면서 가뿐히 해결됐다.

발사의 최종준비는 발사 9분 전 시작되며 31초 전 카운트다운 권한이 우주왕복선의 선내 컴퓨터에 인계돼 자동 발사 절차가 진행된다. 발사 16초 전에는 물 분사식 소음 억제시스템이 작동, 발사플랫폼과 고체연료 부스터에 물을 뿌린다. 그 양은 무려 130만ℓ에 달한다. 발사 시 우주왕복선은 주엔진이 점화된 후에야 부스터가 점화된다.

이는 두 엔진의 작동방식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다. 액체로켓 엔진인 주 엔진은 언제든 끌 수 있지만 부스터는 고체로켓 엔진이라 일단 점화되면 연료가 모두 소모될 때까지 엔진 정지가 불가능한 것. 즉 만약의 경우 발사 취소를 용이하게 하고자 이 같은 방식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외부연료탱크의 색상이 여타 구성품들과 달리 적갈색인 것도 다 사연이 있다. 액체산소와 액체수소의 초저온 유지를 위해 외부연료탱크 외벽에는 노란색 단열재를 발라주는 데 이것이 자외선을 받아 적갈색으로 변색된 것이다.

임무 완수 후 귀환할 때 우주왕복선은 대기권 재돌입을 위해 3분간 역분사를 실시, 속도를 시속 322㎞로 낮추고 지구 중력에 이끌려 지면으로 떨어지도록 한다. 지상 120㎞에 이르면 속도가 마하 25(시속 3만㎞)까지 상승한다. 최종 착륙 속도는 시속 346㎞. 여객기의 착륙 속도가 시속 260㎞임을 감안하면 꽤 빠른 편이다.

따라서 착지 후 속도를 줄여주는 감속 낙하산이 많이 사용된다. 착륙 후에도 선체 냉각을 위해 몇 분간 활주로에 멈춰서 있으며 45~60분에 걸쳐 연료배관과 화물칸의 유독가스를 제거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전문의가 승선해 승무원들의 건강검진을 실시한 후에야 승무원들은 땅을 밟을 수 있다.

만일 우주왕복선이 케네디 우주센터가 아닌 다른 곳에 착륙했을 경우에는 보잉 747을 개조한 특수 수송기가 이를 케네디 우주센터로 가져간다. 이처럼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우주왕복선이 다음 임무에 재투입되려면 정비 등의 이유로 한 달 이상이 걸린다.

777명 싣고 8억 2,654만㎞ 비행

5대의 우주왕복선은 30년의 운용기간 동안 향후 예정된 2 회를 포함하면 총 135회의 출격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여기에 대동한 우주비행사만 777명에 이르며 총 비행거리는 8억 2,654만㎞나 된다. 이는 지구에서 목성까지의 거리 6억 2,863만㎞보다도 월등히 긴 것이다. 그동안 이룩한 업적은 실로 엄청나다.

단적인 예로 금성 탐사선 마젤란, 목성탐사선 갈릴레오, 허블우주망원경에 이르기까지 인류 우주탐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역사적 존재들 대부분이 우주왕복선을 통해 발사됐다.

인공위성 발사 대수는 100여대가 넘는다. 특히 이들 인공위성과 허블 망원경의 유지 보수는 우주왕복선이 도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건설과 수리, 업그레이드는 우주왕복선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최대 24.4톤의 화물을 지구저궤도로 운송할 수 있는 우주왕복선의 뛰 어난 화물적재능력은 417톤의 몸집을 자랑하는 ISS의 존재에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당초 올 2월 수행된 STS-133 임무로 종결될 예정이었던 우주왕복선 프로젝트가 STS-134 로 두 차례 연장되며 은퇴가 4개월이나 늦춰진 이유 역시 ISS의 건설을 끝까지 돕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주왕복선의 운용에도 그림자는 있었다.

1986 년 1월 28일 챌린저호가 발사 73초만에 공중 폭발, 승무원 7명이 전원 사망한 사고가 대표적. 조사 결과, 오른쪽 고체 연료 부스터의 O링이 부식되면서 연료가 누출돼 발화됐고 이것이 외부연료탱크에 옮겨 붙은 것이 원인이었다. 2003 년 2월 1일에도 7명이 탄 컬럼비아호가 대기권 재돌입 과정에서 공중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원인을 떠나 14명 이라는 인명의 희생은 우주개발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고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이들 사고는 그렇지 않아도 우주왕복선 계획을 비난하던 회의론자들의 목소리에 많은 힘을 실어줬다. 이들의 주된 논거는 애초의 예상과 달리 비용과 유용성, 설계, 관리, 안전성에서 단점이 크다는 것이었다.

사실 우주왕복선은 우주발사 비용 절감에 실패했다. 우주왕복선 계획이 발표될 당시 NASA가 약속한 단위 중량당 발사비용은 1파운드(454g)당 118달러로 현재의 물가를 감안하면 1㎏당 약 1,400달러 선이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증 분원가(增分原價)가 너무 커져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로켓형 발사체의 그것을 능가해버렸다.

61억 달러짜리 과학 전시물

2011년 현재 지구저궤도로 물자를 나르는 우주왕복선의 비 행당 증분원가는 무려 4억 5,000만 달러. kg당 1만 8,000달러 꼴이다. 여기에 그동안 투입된 설계비·정비비를 모두 포함한 우주왕복선 프로젝트의 총 비용을 임무 횟수로 나누고 이를 다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조정한 결과, 임무당 비용은 15억 달러(㎏당 6만 달러)에 이른다.

반면 러시아의 1회성 발사체인 프로톤 로켓은 1965년 수준의 설계와 기술에 기반해 만들어졌음에도 임무당 비용이 1억 1,000만 달러, ㎏당 5,000달러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주 왕복선이 NASA 예산을 독식하는 탓에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NASA의 지구저궤도 유인발사 프로젝트가 씨가 말랐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저런 문제로 결국 NASA는 2010년까지 우주왕복선을 완전 퇴역시키고 우주왕복선 계획도 종료키로 했다. 그리고 ISS의 건설과 보급을 위해 그 시기가 올해 6월로 연기된 것은 앞서 말한 바와 같다. 숨가쁜 여정을 마친 3대의 우주왕복선은 교육시설이나 박물관에서 여생을 보내게 된다.

NASA 발표에 따르면 아틀란티스호는 케네디 우주센터의 방문자 센터, 디스커버리 호는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 우드바르 헤이지 센터, 엔데버호는 캘리포니아 과학센터에 전시될 예정이다.

이들 우주왕복선의 제조단가는 대당 약 2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현 시세로 환산하면 약 61억 달러, 한화로 6조6,000억 원이다. 결국 앞서 언급한 세 곳의 과학관들은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전시물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NASA는 또 교육기관들에 한해 우주왕복선 에 채용되는 방열 타일을 1장당 23.4달러에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민간우주왕복선 시대 개화

우주왕복선 퇴역 후 미국의 우주개발 계획은 어떻게 될까. 현재 NASA는 우주왕복선의 뒤를 이을 차기주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때문에 미 의회에서 우주왕복선의 완전 퇴역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들은 우주왕복선의 뒤를 이을 유인우주선을 개발하려면 최소 5년이 걸리므로 그 기간만이라도 우주왕복선을 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우주왕복선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과 보잉의 조인트벤처기업인 USA는 우주왕복선의 상업적 운용에 필요한 비용 산출을 위해 6개월간의 연구를 제안하기도 했다.

두 기업이 구상 중인 상용 우주 수송시스템 계획은 엔데버호와 아틀란티스호를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두 번의 임무에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제안의 통과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STS-135를 끝으로 우주왕복선의 퇴역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NASA는 당분간 우주개발을 포기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임대 혹은 구매해 사용할까. 둘 다 아니다. NASA는 민간기업들의 상업용 우주선을 확보, 우주왕복선의 공백을 메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2008년 12월 스페이스 X와 오비털사이언스를 주 계약자로 선정했다.

두 회사는 향후 각각 팰콘 9 발사체와 드래곤 우주선, 토러스 II 발사체와 시그너스 우주선을 사용해 NASA의 ISS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NASA는 또 우주왕복선의 뒤를 이을 새로운 우주선의 자체 개발에 한창이다.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오리 온 우주선이다.

달 탐사 및 달기지 건설을 위한 '콘스텔레이션(Constellation) 프로젝트'(2010년에 취소)의 일환으로 2005년부터 록히드 마틴에 의해 추진돼 온 오리온 우주선은 최대 4명의 인원이 탑승할 수 있다. 시험발사는 2013년, 첫 유인발사는 2016년 예정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서는 SSTO(1단식 궤도 발사체)도 유력 한 대안으로 지목된다.

100% 재사용이 가능한 선체와 1단 식 추진체를 특징으로 하는 SSTO는 NASA에서 한때 진지 하게 연구한 적이 있었다. 개발 난이도와 비용, 각종 기술적 문제 때문에 결국 취소되고 말았지만 록히드 마틴이 NASA의 지원이 끊어진 후에도 자체적으로 연구를 계속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어 장래에 SSTO가 우주왕복선의 대안으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한 세대를 주름잡았던 우주왕복선의 퇴역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주왕복선은 분명 기존의 소모성 발사체로는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웠던 많은 일들을 하게 해 준 인류 우주개발의 일등공신이다. 이제 우주왕복선에 이어 우리의 눈과 귀를 더욱 깜짝 놀라게 해 줄 참신하고 뛰어난 우주선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http://economy.hankooki.com/lpage/it/201106/e20110621212711117800.htm

* 출처: Space Shu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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