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약을 바르고 계시나요?

피부과를 찾아오시는 환자분들 중에는, 피부에 이상이 생긴 즉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오기보다는,

자가처방으로 집에 있는 약을 바르거나,

나름대로 또는 주위사람의 얘기를 듣고 민간처방을 하거나,

약국에 들러서 약사가 권하는 약을 사서 바르거나,

바르는 약을 스스로 선택해서 구매하거나,

한번 처방받았던 약을 계속해서 반복구입해서 사용하거나,

한의원을 들러서 침을 맞거나, 한약 처방을 받거나,

가까운 의원에서 치료받거나,

심지어는 남이 처방받은 약을 먹거나, 바르거나 하다가

낫지 않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때서야 피부과를 찾아서 오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어떤 치료를 받았었느냐, 그 치료에 대한 반응이 어떠했느냐 하는 것은 피부병의 진단에 매우 중요한 기초 단서가 되기에 피부과 의사들은

"여태까지 어떤 치료를 받으셨느냐?"고 질문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의 경우 피부에 뭐가 나면 먹는 약을 먹기보다는 바르는 약부터 일단 발라보고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질문은 "무슨 약을 바르다가 오셨느냐?"는 질문과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질문에 대하여 정확한 대답을 바로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그냥 피부약을 발랐다거나 연고를 발랐다거나 습진약을 발랐다거나 종합피부약을 발랐다거나, 모 약국의 조제약(조제 연고)을 발랐다거나 하는 정도의 대답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피부약이라는 말은 "피부에 바르는 약"이라는 뜻이니 하나마나 한 대답입니다. 연고라는 말도 (연고와 크림, 물약이나 로션 등 바르는 약의 형태도 여러가지이지만, 환자분들이 연고를 바른다고 할 때는 그런 것을 구별해서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설혹 구별해서 말한다 하더라도 약의 성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니) 도움이 되지 않는 대답인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조제약이니 조제연고니 하는 말은 어떤 특정 약국에서 만들어 주는 연고 종류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말인데, 미보 약국이니 피보약국이니 하는 상호를 사용하는 등 마치 피부를 전문으로 하는 것처럼 이미지를 풍기면서, 마치 그 약국에서 특별한 피부약을 만들어 파는 것으로 착각하게 하지만, 실제로는 제약회사에서 구입한 연고를 포장만 다르게 해서 팔거나 두세가지 연고를 혼합해서 판매하거나 하는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을 마치 그 약국에서 개발한 특별한 약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약 하나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조제약이라고만 하면 도대체 무슨 성분의 약인지 알 수가 없는데, 의약분업 이후에는 조제약을 바르다 오는 사람은 많이 감소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보다 조금 나은 경우가 무좀약을 발랐다거나 항생제를 발랐다거나, 상처에 바르는 약을 발랐다거나, 습진약을 발랐다거나 종합피부약을 발랐다고 대답하는 경우입니다. 치료 목적에 따른 분류로 대충 어림짐작을 할 수는 있지만, 과연 그 목적에 맞는 약을 사용한 것인지 여부는 (약 이름이 확인되기 전에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광고 덕에 널리 알려진 약들

(아시클로버,

캄비손,

쎄레스톤지,

더마톱,

더모베이트,

후시딘,

복합마데카솔,

로푸록스,

후시딘,

PM, 등)의 경우는 약 이름을 기억하는 분들이 제법 많지만, 기타 대부분의 경우에는 집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해서 약이름을 확인해보거나, 다음에 병원에 올 때 가지고 오시게 해서 확인하기 전에는 약이름을 확인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의약분업을 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환자의 알 권리를 주창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의약분업 이후에는 처방전에 약 이름이 다 써있으므로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내가 어느 병원에서 무슨 약을 처방받았느냐 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는 경우 약이름이 다 적혀있는 포장상태로 판매를 하기에 먹는 약이건 바르는 약이건 약 이름 정도는 조금만 주의하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주의깊게 읽어보고 메모를 했다가 다음 병원을 찾을 때 제시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매우 드문 경우에 해당합니다.

반면에 외국인 환자들의 경우는 전혀 다릅니다. 이들은 자기가 사용하는 약물의 이름은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진료를 받으러 올 때 아예 자기가 사용하던 약을 직접 가지고 오거나, 그렇지 않으면 약의 이름이나 성분을 적어서 오거나 하는 등 정확한 정보를 의사에게 제공하는 것이 습관이 된 듯합니다. 그것은 정확한 정보를 의사에게 제공하는 것이, 의사의 판단과 처방에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자기에게 이득이라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논리에 의한 것일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환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 병원에서 처방전을 두장을 발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종이 한 장과 잉크가 추가로 드는 부분에 대해서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 하는 문제는 아예 거론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선진 외국의 환자들이 자기의 알 권리를 찾는 것은 스스로의 건강관리를 위해 자기에게 투약되는 약물에 관심을 갖고 꼼꼼히 정보를 기록하고 다니는 사고 및 행동에 의한 것이지 처방전을 두 장씩 받아서가 아닙니다. 의사의 처방전대로 약국에서 제대로 약을 지어줬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제확인서를 발행하는 예는 많지만, 의사에게 처방전을 두 장씩 발행하라고 강요하는 예는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환자가 스스로 알 권리를 스스로 찾기 전에는 처방전을 두 장이 아니라 10장씩을 주더라도 자원의 낭비일 뿐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잘못된 피부질환 치료 사례

* 출처: 무슨 약을 바르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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