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사성어

무병자구(無病自灸)

無:없을 무. 病:질병 병. 自:스스로 자. 灸:뜸질할 구

질병이 없는데 스스로 뜸질을 한다는 말로, 불필요한 노력을 하여 정력을 낭비하는 것을 뜻함.

공자(孔子)의 친구 유하계(柳夏季)에게는 도척이라는 동생이 있었다. 도척은 천하의 큰 도적이었다. 그는 9천명의 졸개를 거느리고 천하를 마음대로 오가며 제후들의 영토를 침범하여 포학한 짓을 자행하는가 하면, 남의 집에 구멍을 뚫어 문지도리를 떼어낸 뒤 물건을 훔치고 남의 소와 말을 빼앗아가며 부녀자를 납치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이익을 탐하느라고 부모 형제를 돌보지 않고 조상의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그가 지나가면 큰 나라에서는 성을 지키고 작은 나라는 농성하여 난을 피하는 형편이었다.

공자는 도척이 천하의 악당이 되어 잘못을 범하는 것은 그 자신은 물론이고 부모와 나라에 큰죄를 짓는 것이라고 설득하려하자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칼자루를 만지며 공자를 꾸짖는 것이었다. 공자는 도척을 설득하는 말은 하지도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달려 문을 나왔다. 그는 수레에 올랐지만 고삐를 잡으려다 세 번이나 놓쳤고, 눈은 멍하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으며, 얼굴은 꺼진 잿빛 같았다. 수레 앞턱의 가로나무에 기댄 채 고개를 떨구고 숨도 내쉬지 못할 정도 였다.

공자가 노나라의 동문밖에 이르렀을 때 마침 유하계를 만났다. 유하계가 말했다.

"요즘 며칠동안 뵐 수가 없었는데, 거마의 행색으로 보아 혹 도척을 만나러 갔던 게 아닙니까?"

공자는 하늘을 우러르며 한숨을 짓고 대답했다.

"그렇소."

"도척은 아마 제가 전에 말씀 드린 것처럼 그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죠."

공자가 대답했다.

"그렇소. 나는 말하자면 아프지도 않은데 스스로 뜸을 뜬 꼴이오. 부산하게 달려가서 호랑이의 머리를 건드리고 수염을 만지다가 하마터면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뻔했소."

[출전]《장자(莊子)》《잡편-도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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