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사성어

백룡어복(白龍魚服)

白:흰 백. 龍:용 룡. 魚:물고기 어. 服:입을 복

흰 용이 물고기의 옷을 입는다는 말로, 신분이 높은 사람이 서민의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고 미행하는 것을 비유함.

오나라 왕이 백성들을 따라 술을 마시려고 했다. 이때 오자서가 간언하여 말했다.

"마셔서는 안됩니다. 옛날에 흰 용이 차가운 연못으로 내려와 물고기로 변한 일이 있습니다. 어부 예저는 그 눈을 쏘아 맞추었습니다. 흰 용은 하늘 위로 올라가 하느님에게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이에 하느님은, '그 당시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흰 용은 대답하기를 '저는 차가운 연못으로 내려가 물고기로 변해 있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하느님이 말하기를, '물고기는 진실로 사람들이 쏘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다면 예저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라고 했습니다. 무릇 흰 용은 하느님의 귀한 가축이고, 예저는 송나라의 미천한 신하입니다. 흰 용이 모습을 바꾸지 않았다면 예저 또한 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만승(萬乘)의 지위를 버리고 포의(布衣)의 선비들을 따라 술을 마시려고 하십니까? 신은 예저의 후환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왕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

또한 이와 유사한 내용이 《장자》 "잡편" '외물'에도 있다.

송나라의 원군이 밤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머리를 풀어 해친 한 남자가 쪽문으로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재로의 못에서 왔습니다. 청강의 사자로 하백에게 가다가 어부 예저에게 사로잡혔습니다."

원군이 꿈에서 깨어나 사람을 시켜 이 꿈을 점치게 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건 신귀입니다."

그래서 원군이 어부 중에 예저라는 자가 있는지 물으니 과연 있었다. 원군은 예저를 조정으로 불러 들여 물었다.

"무슨 고기를 잡았느냐?"

"흰 거북이가 제 그물에 걸렸습니다. 크기가 사방 다섯 자나 됩니다."

원군이 그 거북을 바치라고 했습니다. 어부로부터 받은 거북을 죽여야 할 지 살려 주어야 할 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거북을 가르고 귀갑을 지져 72 번이나 점을 치니 길흉이 모두 들어맞았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신귀는 원군의 꿈에 나타날 수 있었지만, 예저의 그물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의 지력은 72 번의 점에 어긋남이 없을 정도였지만 창자가 도려내지는 재앙을 피할 수는 없었다."

고대 우리나라 임금들도 화려한 곤룡포 대신 평민들의 옷을 갈아 입고 미행을 했었다. 임금의 미행은 무엇보다도 민심을 살펴 정사에 반영하려는 것이었다. 신하들이 보고하는 것만으로써는 백성들이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무엇을 바라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출전]《史記》《오자서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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