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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좋은 의사를 만나려면

몸에 병이 생기게 되면 누구나 의사(혹은 한의사)를 찾게 된다. 이때 누구나 실력 있는 의사, 좋은 의사, 허준 같은 명의를 만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의사를 고르려면 먼저 의사들의 세계를 알아야 할 것이다.

의대에는 어떤 학생들이 가게 되는가? 병들고 불쌍한 가난한 환자들을 치료하려는 박애심 투철한 학생들인가? 천만에. 전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학생들이 간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얌전한 모범생들이 많다는 말이다). 그들이 의대를 지망하는 이유는 대부분 의사라는 직업이 돈도 잘 버는 직업일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부러워하고 사회적으로도 신분이 비교적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수행하고자 의대에 가거나 혹은 제2의 슈바이처가 되고자 하는 학생은 정말 정말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하여서는 결코 안된다. 의사 역시 사람들이 먹고 사는 수단으로 택하는 수많은 직업들 중 하나를 택한 생활인이기 때문이다.)

자, 그런 학생들이 의사 면허증을 받고자 치루는 의사고시는 어떤 내용일까? 모두 이론이다. 의대 졸업반 학생들은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예상문제 공략을 꾀하기도 한다. 실습은 대학 시절에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의사고시에 합격한 뒤 거치게 되는 인턴, 레지던트 기간 동안에 이루어지게 된다. 이때 돈은 얼마나 받게 될까. 의학 공부를 한지 10년째에 해당되는 전공의 4년차일 경우 연봉은 2천만원 수준이며 야간 당직 수당은 2만원 선이다. 수련의 기간은 육체적으로 너무나도 힘든 과정이기에 제대로 책을 볼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다.

수련의 과정을 마친 응급실 야간 당직의사의 월급은 많아야 3~4백만원 선이다. 인기 진료 과목이라고 할 수 있는 안과, 성형외과, 피부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등에서 전문의 자격을 딴 30대 초, 중반의 의사는 봉급의사(봉직의)로 일할 경우“아주아주 잘 풀리면” (재단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연봉 1억도 받지만 실상은 그 이하를 받는 경우가 더 많다. 한편 이러한 진료과목들의 특징은 노동 강도가 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24시간 대기할 필요도 없고 1주일에 하루 정도는 눈치 안보고 놀 수도 있다.

그러나 월급을 주어야 하는 운영자가 볼 때 나이가 든 의사는 젊은 의사 보다 부담스럽기 때문에 오래 있을수록 갈등이 발생할 요지가 크다. 하지만 이런 진료과목들은 다른 과목에 비하여 개업이 손쉽다. 때문에 의대 졸업자들은 너도나도 인기 진료과목들의 수련의 과정을 지원하게 되지만 자리는 한정되어 있기에 경쟁은 치열하다(때문에 그런 인턴 자리를 얻으려면 실력 이외의 여러 가지 지저분한 것들을 동원하여야 될 수도 있다).

인기 진료과목의 전문의들의 인건비는 다른 과목들에 비해 높게 형성되게 되는데 보수가 넉넉하지 않으면 개원을 하고자 병원을 그만두어 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 대출 금리가 쌀 때는 누구나 개업의 유혹을 느끼게 되기에 인건비가 상승한다. 반면에 외과 같은 경우는 노동 강도가 심하고 지원자도 많지 않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른다면 그 어느 과목 보다도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있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개인 독립하기가 어려운 과목이기 때문이며 50대 유명 외과과장의 연봉은 최대 1~2억 수준이다. (독립한 외과 의사들 절반 이상은 수술이 비교적 손쉬운 항문과 직장을 진료과목으로 내세운다. )

의사가 개원을 하는 데는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진료과목에 따라서는 의료 장비의 가격이 만만치 않고 입지 조건이 좋은 곳들은 임대료가 상당할 뿐 아니라 선배 의사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뚫고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개원시 필요한 인테리어나 부동산 구입 혹은 임대에 필요한 지식도 약하다. 더군다나 의사라고 하는 직업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품위유지라는 명목으로 소비생활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적지 않다. 반면에 의사가 되기 위하여 경제적 시간적 정신적 투자를 남들보다 더 많이 하였다고 생각하기에 기대 수익은 높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의사들은 수련의 단계에서 이미 상당한 빚을 지는 경우도 있게 되고 연봉이 많아도 여전히 빚에 시달리기도 하며 개원을 하면서 엄청난 빚을 지기도 한다. 결국 그런 의사들은 그 빚을 한시라도 빨리 갚으려고 하다 보니 자연히 환자들로부터 돈이 많이 나오도록 하는 방법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그 결과 약을 한번에 주어도 될 것을 진료비 수입을 늘리고자 매일 같이 오라고 하게 되기도 하고(그래서 나는“죄송합니다만 출장을 가야 하는데 1주일치 약을 처방해 주시면 안될까요?”하고 말한다)“하지 않아도 될 것을 예방적 차원에서 권유하는”별의별 것들이 나올 수도 있게 된다. 결국 우리나라 제왕절개 수술 비율은 전세계 1위에 오르게 되고, 서울 강남 어느 산부인과의 응급차는 싸이렌 소리가“씨쌕 씨쌕”울린다고 소문이 나게 되고(제왕절개수술을 씨저리안 쌕션, Caesarean section 이라고 하는데 의료계에서는 그 첫 글자만 따서 씨색이라고 흔히 부른다), 제약회사로부터 뒷돈을 받거나 건강보험공단에 거짓 청구서를 보내거나 의료장비를 리스회사를 끼고 구입한 뒤 다시 팔아먹는 의사들 까지 생기게 된다. (그러나 거짓 청구서를 보내는 의사들 중에는 아주 일부이기는 하지만 선한 사마리아인들도 있다. 보험적용 일수가 초과되는 가난한 환자를 위해 그 가족들 명의로 분산시켜 서류를 꾸며주었다가 나중에 비리 의사로 낙인찍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을“의사 선생님”으로 무조건 믿고 따르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의사들은 자기들이 설사 잘못을 하여 환자가 죽더라도“고의가 아니기 때문에 민형사상 어떠한 손해배상도 요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수술 전에 요구한다.(불량품을 주더라도 고의는 아니고 최선을 다했으므로 불만 갖지 말고 돈은 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의사 선생님”을 만나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우선은 현행 의료제도의 문제를 생각하여야 한다. 의료법인은 영리법인이 될 수 없다는 웃기는 법 때문에 자본가들은 병원을 세우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종합병원의 수는 늘지 않으나 동네 의원이나 종합 병원의 의료수가는 동일하고, 능력 있는 의사가 진찰하는 비용이나 초보 의사가 진찰하는 비용이나 보험 청구액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 보니 사람들은 유명 종합 병원으로 몰린다. 그리고 종합병원에서 의사의 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몰려드는 환자는 많다 보니 1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3분 진료를 받는 것이 보편화되어 버렸다. 모든 국민은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사회주의적 복지 정책이 결국은 동일한 3분 진료라는 형편없는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때문에 중병이 아니라면 종합병원 보다는 개인의원 혹은 개인병원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그렇다면 개업의를 제대로 고르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첫째, 무엇보다도 먼저 건물 자체를 보아야 한다. 자체 건물이건 임대 건물이건 간에 나는 시설이 화려한 곳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실내에 수입 대리석이 붙어 있는 병원들은 건축비를 적정 이상으로 사용하였으면서도 적자가 난다고 징징 우는 곳들이거나 건축비를 빌미로 뭔가 구린내 나는 짓거리를 한 곳일 수도 있다(나는 특히 대학병원들 중 건축을 화려하게 한 곳들은 일단 구린 냄새가 나는 곳으로 의심한다).

내 아이들이 태어날 때 내가 택한 개인 산부인과는 처갓집에서 소개한 곳이었는데 아주 마음에 들었다. 십칠팔년 전의 이야기 이지만 건물은 낡았고 입원실은 3류 여인숙 정도 밖에는 안되며 바닥 난방이 연탄을 피우는 새마을 온돌 시스템이었다. 병원 시설이 호화롭다면 당연히 의사는 병원을 꾸미는데 돈을 쳐 발랐다는 뜻이고(대부분 인테리어 비용에서 와장창 바가지를 쓴다) 그 돈을 메꾸기 위해 환자의 건강과 재정 상태 보다는 자기 호주머니 사정을 진료에 더 반영할 것이다. 화려한 병원일수록 수술을 권한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 내가 택한 산부인과 의사는 자연분만을 권장하는 분이었다.

오래 전 목 디스크(추간판돌출증)로 내가 고생을 하였을 때의 일이다. 당시 그 분야에서 권위자라고 하는 어느 병원의 원장이 여러 중앙지에 글을 쓰고 자주 소개되었기에 일단은 그 병원을 찾아갔다. 명심해라. 어떤 의사의 글이 언론에 자주 나온다는 것은 그 병원 측에서 보도자료를 돌리거나 기자들과의 친분을 이런 저런 방법으로 유지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어쨌든 그 병원에서는 즉시 수술을 권하였다. 하지만 그 병원의 건물 가격을 얼추 계산하여 보고 고용된 의사들의 수를 반영시켜보니 그런 건물을 지으려면 수술을 엄청나게 해야만 했다. 나는 그 병원의 권유를 무시하였다. 다른 병원의 정형외과 의사들을 만나보니 그 병원은 완전 상업적(장사속이라는 말이다) 수술로 알려져 있는 곳이었다.

결국 나는 국내에 나와 있는 관련 서적 4권을 구입하여 읽어 보고 물리치료에 대해 알기 위하여 물리치료학 교과서도 구입하였다(그리고 의사들이 디스크에 대해 이론적으로 배우는 내용이 몇 페이지도 안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TENS 라고 하는 저주파 치료기와 디스크의 압력을 감소시켜주는 목 보호대, 목을 당겨주는 기구가 부착된 침대 등을 종로 5가 의료기 상점에서 구입하여 자가 치료를 꾸준히 하였다. 그리고 병을 고쳤다.(질병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는 말: 그 병과 친구가 되어라. 그 병에 대하여 속속들이 알아내라.)

둘째로 고려하여야 할 것은 의사 개인의 소비 취향이다. 의사가 차고 있는 시계나 장신구가 호화롭다면 그는 돈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다. 나는 그런 의사는 피한다. 그런 의사들은 여러 가지를 설명하면서 이른바“예방적 차원에서의 갖가지 방법들”을 권유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성균관대학교 정문앞에 민 내과라고 있었다. 그 분은 웬만하면 약을 주지도 않는 분이었다. 진찰실에 있던 의자는 수십년은 되어 보였고 의료 기기들 역시 골동품 수준에 가까웠다. 나는 이런 의사를 생활인으로서의 의사가 아닌 의료인으로서의 의사로 존경한다.

셋째로 의사의 나이를 보아야 한다. 젊은 의사를 나는 별로 신임하지 않는다. 의사는 기본적으로 임상 경험이 많아야 하는데 당신이 만난 의사는 수련 기간 동안에 당신과 똑 같은 질병을 가진 환자를 한번도 경험하여 보지 못했던 의사일 수도 있다. 요즘 웬만한 안과들에서 너도 나도 라식이나 라섹 수술 전문임을 표방하는 것을 볼 때 도대체 나는 레이저 수술기기를 누구를 상대로 얼마나 실습하였기에 그렇게 자신 있게들 덤벼드는지가 궁금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나이가 많다면 새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한계가 있음도 고려하라. 적지 않은 의사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라.

넷째, 의사 앞에서는 말을 많이 하고 많이 물어 보아라. 의사들 중에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학교 모범생 타입이 꽤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라. 불친절하게 비쳐지는 의사들 중에는 정말 실력은 있지만 성격상의 이유로 인해 사회적으로 다정다감한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권위적으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외향적인 면이 없기 때문에 그런 인상을 줄 뿐이다. 그런 의사들에게는 환자가 먼저 말을 많이 걸고 많이 물어 보아야 한다. 즉 의사가 답변을 하면서 말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라는 말이다.

다섯째, 자기만의 비법이 있다는 말을 하는 의사는 양의이건 한의이건 모두 절반은 도둑이라고 생각하라. 어느 한 의사만 알고 있는 비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예전에 용하다고 알려진 어느 한의사가 있었는데 환자들이 바글바글 댔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웬만한 한약재 마다 스테로이드제를 섞어 주었기에 반짝 치료 효과만 있었고 부작용이 상당하였다.

여섯째, 중병일 경우 절대 절대 어느 한 의사의 말만 듣지는 말아라. 그 의사가 유명 대학병원 고참 의사라고 할지라도 그렇다. 반드시 두 군데 이상의 비슷한 임상 경험을 가진 다른 의사들의 의견을 들어라. 어떤 병원에서는 당장 수술을 하여야 한다고 엄포를 놓는 병이 다른 병원에서는 전혀 다른 진단 결과가 나온 예를 나는 여러 번 보았다. 반대로 몸에 특별히 이상한 곳이 없다는 소견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갑자기 죽어버리는 경우조차 하나 둘이 아니지 않는가. 물론 의사들은 환자들이 의사 쇼핑을 다니는 것을 싫어하지만 그래도 다른 의사의 말도 들어 보아라. 전혀 다른 진단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으니까 말이다.

일곱째, 첨단 검사 시설이니 뭐니 하는 것도 좋지만 한의사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시도하라. 둘째 딸아이가 초등학교 학생시절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잠을 자다가도 머리가 아프다고 울면서 호소하곤 했다. 그리고 한달동안 종합병원들을 다니면서 갖가지 검사를 지겹도록 다 받았다. 결론은 육체적으로는 이상이 없으니 소아정신과로 가라는 것. 그래서 혹시나 해서 동대문 근처에 있는 한의원을 찾아갔다(평소에 다니던 곳인데 건물이 거의 쓰러져 가는 수준이다). 거기서 한의사가 딸아이를 이리저리 10분 정도 만져보고 내린 진단 결과는 칼슘 부족. 딸아이는 얼마 후 웃음을 찾았다. 그러나 양의가 고칠 수 있는 병을 한의에게만 매달리는 바람에 병이 커진 경우도 나는 많이 보았다. 양의와 한의의 세계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스스로 균형을 잡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덟째, 자격증을 구분할 줄 알아라. 전문의는 말 그대로 어느 한 진료 과목을 전공으로 한 사람이며 별도의 자격증을 획득한 사람이다. 일반의는 일반적 진료과목을 골고루 다 진료하는 의사이지만 일반의도 성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내 걸 수 있다. 그러다보니 성형외과 전문의가 수술하는 성형외과도 있고 일반의가 수술하는 성형외과도 있게 된다. 그것을 구분할 줄 알아라. 그리고 의학 박사들은 수없이 많은 질병들 중 어느 특정한 병 하나를 연구해서 (어떤 이는“연구한 척 해서”) 학위를 받은 것이다. 그 병이 아닌 다른 병들에 대해서는 전혀 박사가 아니라는 말인데도 사람들은 의학박사를 무슨 신통방통 허준으로 믿는다.

아홉째,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도 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들과 다정하게 손잡고 보험회사를 등쳐먹으며 병원을 운영하는 곳들이 있다. 이런 곳에 당신이 다른 이유로 인해 가게 된다면? 멀쩡한 사람도 환자로 둔갑시키는데 당신 같은 환자 호주머니를 안 털어 내려고 할 리 있겠는가(이런 의사들 중에는 상해진단서를 당신에게 유리하게 발부해 주는 고마운 의사가 있을 수도 있다). 한의사들 중에도 이런 경우가 있는데 주로 값비싼 보약을 계속 먹으라고 유도한다. 열번째, 가족 중 누군가가 특이한 병에 걸렸지만 당신이 만난 의사는 그 병에 대해 교과서에서 한 페이지 정도 배운 것이 갖고 있는 지식의 전부일 수도 있다. 그 정도 지식은 당신 역시 찾아 볼 수 있는 것임을 믿어라. 그러므로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찾아보고 필요하다면 의학서적도 살펴보아라. 영어실력이 있다면 같은 병을 앓았던 사람들의 경험담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미국의 유명 대학병원들을 찾아보아라). 병이 희귀한 것이라면 반드시 유명 종합병원으로 가라. 그래야 그 병에 대해 치료한 경험이 있는 의사를 만날 수 있다.

열한번째, 특수 클리닉 간판에 지나친 신뢰는 갖지 마라. 미국에서 클리닉이란 그저 외래진료소라는 의미일 뿐이지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한국에서도 클리닉이라는 말이 어떤 세분화된 분야에서 특별한 면허를 획득한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곳은 결코 아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에서의 클리닉들 중 일부는 그 분야의 환자들에게 과도한 기대치를 불어 넣고 고가의 진료비를 받아 낸다. 다른 의사들도 비슷한 치료를 충분히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환자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특별한 분야에서의 클리닉은 그런 상업성이 배제되어 있음도 알고 있으라.

끝으로 부모님이 중병에 걸렸을 때는 반드시 역할 분담을 해라. 모든 자식들이 우르르 다니는 것은 전혀 현명하지 못하다. 제 아무리 효자라고 할지라도 조만간 모두 지치고 만다. 참! 중국여행을 하게 되면 반드시 들리게 되는 곳이 무료진료를 내세운 병원들인데 여러 가지 한약재를 판다. 그 한약재들은 같은 가격으로 한국에서 훨씬 질 좋은 재료로 구할 수 있음도 알아 두어라(내가 한번 당한 경험이 있다).

좋은 변호사를 만나려면

솔직히, 변호사가 필요한 경우는 가능한 없는 것이 좋겠지만 세상사가 우리 뜻대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제 아무리 법 없이도 살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일지라도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변호사가 필요할 때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개 같은 경우”가 발생하였을 때 당면하게 되는 문제는 이른 바“좋은 변호사”를 어떻게 하여야 만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음식점 같은 곳이야 한 두 번 가보고 나서 맛이 없거나 불친절하면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미 그곳을 이용한 적 있는 사람들의 평가를 참고로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변호사 개개인의 역량은 사전 평가가 상당히 어렵고 기껏해야 과거의 약력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을 의뢰하였던 의뢰인들의 평가를 들을 수 있는 길도 막혀 있다. 게다가 변호사는 불성실한 혹은 무능력한 변호를 제공하여도 돈을 되돌려 주지 않는다. 당신이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기 전 까지는 말이다.

변호사를 제대로 선택하려면 우선 그들의 세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판사, 검사, 변호사 같은 실무 법률가가 되려면 우선은 사법고시에 합격하여야 하며 사법시험은 5회 이상은 응시할 수 없다. 사법고시 합격자는 2년간의 사법연수원 교육을 수료하여야 하는데 연수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 과정을 마치게 되면 비로써 판사, 검사,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평균적으로 말해서 5년 정도의 준비 끝에 합격하게 되는 사법고시는 응시자들에게 솔로몬과 같은 판단력이 어느 정도나 있는지 가늠하는 법률가 자격시험이 절대 아니며 기계적으로 외워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암기력과 끈기가 강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험이다. 1차 시험에서는 응시자는 많은데 소수만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탈락자를 만들기 위한 아리송한 문제들이 많고 2차 시험에서 보는 논문은 몇 명 되지도 않는 채점자가 수천명의 답안지를 검토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약하다.

내가 고시 제도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사법고시 합격자들을 법에 통달한 무슨 “도사”로 오해하지는 말라는 말이다.(참고: 일제시대의 고등문관 시험에서 비롯된 고시제도는 돈 없고 빽 없어도 과거시험 한번 잘 보면 암행어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계층간 신분 격차를 없앨 수도 있는 긍정적 일면도 갖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이런 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며 일본조차 이 제도를 없앴다.)

한편, 고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왜 그 시험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하는 것일까?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억울한 사정을 벗겨주고 정의 사회를 구현하려고? 농담하나? 그런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절대 다수는 명예와 경제적으로 넉넉한 삶을 기대하면서 사법고시에 도전한다.“돈 없고 빽 없지만 출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고시가 최선의 길”이라고 믿기도 하고“언제 잘릴지 모르는 직장에 다니느니 몇 년 투자해서 대박 터트려 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사시 합격자들을 사위로 맞이하고 싶은 딸 가진 부모들이 있다 보니 결혼할 때 처가의 경제적 보조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사법고시합격자는 공무원이 될 수도 있는데 판, 검사 임용자는 부이사관의 직위를 받는다. 일반9급 공무원이 사무관까지 승진 하는데 평균 25년, 사무관에서 부이사관이 되려면 보통 10년 정도 걸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35년의 승진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니 암기 열심히 해서 얻을 수 있는 대우치고는 보통 파격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니 고시 열풍이 가라 앉겠는가.

여기서 짚고 넘어 갈 것이 하나 있다. 35년의 승진 사다리를 단번에 뛰어 넘어 부이사관이 되면 도대체 월급을 얼마나 받게 되는 것일까? 공무원 서열을 보면 차관보가 1급, 중앙부서국장급인 이사관은 2급, 부이사관이 3급이다. 2004년 현재 3급 공무원 1호봉은 140만원선이고 장기 근무한 15호봉은 230만원선이다. 그 금액에 약 28을 곱하면 연봉을 대략 알 수 있는데 연봉 약 4,000만원선부터 출발하여 6,400만원선이 최고액이 된다.(참고로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합격자는 5급부터 출발하며 당연히 연봉은 3급 보다 낮다.)

물론 공무원에게는 신분보장과 연금혜택이 크기 때문에 연봉액수만 갖고서 뭐라고 할 수는 없으나 어쨌든 퇴직 이전 까지는 그 정도의 월급을 받고 생활하여야 한다. 물론 돈 봉투를 챙긴다면야 월급의 몇 배를 챙길 수 있을 것이다. ( 만일 당신 아버지가 공무원이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도 없는데 당신 집이 잘살고 있다면 당신 아버지는 겉으로 제아무리 점잖고 인품있고 온화하게 보여도 틀림없는 도둑놈 새끼이고 당신은 그 도둑놈 새끼의 자식이다. 당신이 그 아버지 덕분에 누리게 된 것이 그 무엇이든지 간에 그 아버지를 부끄러워 하여라! 뇌물로 들어온 갈비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따위의 도둑놈 기도는 절대 하지 마라. 가증스럽다. )

판사나 검사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검사나 판사의 월급은 그 신분이 공무원이나 다름없기에 법으로 정한 봉급표를 기준으로 하며 그 월급이 부자가 될 정도는 전혀 아니다. 그들의 봉급은 예비단계인 10호봉부터 시작하여 1호봉까지 있는데 정식 법관이나 검사로 일하게 되면 봉급 150만원선인 9호봉부터 시작하게 되고 호봉 한 단계가 높아지려면 약 1년9개월 이상 근무하였어야 하는데 15년 이상 근무하면 최고 단계인 1호봉이 될 수 있고 봉급은 270만원선이 된다. 따라서 연봉은 4,200만원에서 최고 7,500만원선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금액은 각종 세금을 공제하기 전 금액이며 승진을 하면 약간 더 오른다.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때문에 고시생들 중에서 지금은 가난하지만 혹시라도 판사나 검사가 되어 깨끗한 부자가 되겠다 혹은 고시에 합격하여 대박을 터트리겠다고 생각한다면 좀 허황된 것이며, 취직하기 힘든 세상에 잘릴 염려 없는 공직을 얻겠다, 혹은 돈은 좀 못 벌어도 명예를 얻겠다, 혹은 가난에서 탈출하여 절약하며 중산층 정도로는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만일 여전히 고시에 합격하여 대박을 터트리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곧 부잣집 배우자를 얻어 신분 상승을 얻겠다는 생각이거나, 권력을 이용하여 돈봉투를 받으면서“판새” 혹은“검새”가 되겠다는 말이다.( 판새-부패한 판사 새끼, 검새-부패한 검사 새끼, 재판으로 망한 나의 아버지가 즐겨 썼던 단어들이다. 판사나 검사만큼은 돈이 없어도 보람과 사명감과 명예로 살겠다는 사람이 지원하기를 바란다. 돈과 명예가 함께 추구되면 언제나 똥개새끼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어쨌든 당신 주변에 있는 검사나 판사가 잘 산다면, 다른 공직자들과 마찬가지로, 부모가 물려준 재산이 있거나, 이른 바 열쇠 몇 개를 줄 수 있는 집안의 배우자를 맞이하고 매월 생활비를 추가 지급 받거나, 절약을 통한 재테크에 귀신이거나, 맞벌이 이거나, 돈 봉투를 누군가로부터 받는다는 뜻으로 보면 틀림없다. (적지 않은 검사나 판사의 취미가 등산이나 바둑 같이 돈 안드는 것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좌우지간 고시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부자가 되고자 고시를 준비하는 것은 아주 더러운 생각이다. 그 노력으로 장사나 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고 확률도 더 크다. 월급 많이 주는 대기업에 들어가 노력하면 그 이상의 봉급을 얼마든지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기를 남들 보다 “훨씬 더 잘하여 왔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경우, 그리고 부자가 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안정된 지위를 갖고 싶다면, 고시는 해볼 만한 게임이다. 그러나 3-4년을 넘기지는 말아라. 10년씩 준비한다면 그 기간 동안 잃어버리게 되는 삶이 너무 안타깝다. 그러다가 실패하면 자신이 실패자라는 생각에 평생, 나이 70이 될 때 까지도, 그늘이 지워지므로 신중히 생각해라.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여럿 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서 변호사에 대하여 다시 이야기 하여보자. 변호사가 되어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어떨까? 변호사가 되어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변호사의 세계 역시 경쟁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변호사 자격증이 고소득을 자동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른 모든 전문직들처럼 변호사라는 직업은, 가난에서 탈출할 수는 있어도 40대 이전에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왜 그럴까?

변호사의 세계를 좀 더 살펴보자. 변호사가 개업을 하는 형태는 단독개업과 공동개업 혹은 기존 로펌이나 법무법인에 참여하는 경우 등으로 나뉘는데 전문화를 표방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독개업이 아닌 경우는 사무실 운영경비를 공동부담하려는 목적도 있고 개인소득세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고“큰 곳이 좋은 곳”이라는 의뢰자들의 막연한 기대치 때문에 그렇게 하기도 한다. 변호사가 되는 길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2년간의 사법연수원 교육을 수료하고 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실무 경험이 전혀 없기에 법무팀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나 법무법인에 들어가 경력을 쌓게 되며 월급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수준 보다 상당히 낮은데, “잘 풀리면” 초봉 4~6천만원 이상도 받지만 능력이 없음이 입증되면 쫓겨나기도 한다.

둘째, 사법고시 대신 군법무관 임용시험과 실무고시에 합격한 뒤 군법무관으로 10년 이상 복무하고 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이들 역시 민간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분쟁 처리에 대한 실무 경험은 약하기 때문에 별도의 경력을 쌓아야 한다.

셋째,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교육을 수료하고 판사나 검사 생활을 하다가 변호사로 전업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실무를 이미 경험한 자들이지만 검사로서의 경험과 판사로서의 경험은 아주 판이하다.

의사들 중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대학병원 같은 곳에서 과장급으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린 뒤에 개업한 의사들인 것처럼, 단언하건대 변호사들 중에서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 역시 검사나 판사 생활을 약15~20년 정도 이상 하다가 나온 변호사들이다 (보통 40대 중반 이상이다). 물론 수임료도 이들이 가장 비싸다. 예를 들어 부장 판사나 부장 검사직에 오래 있다가 개업한지 1-2년이 안 된 변호사라면 크지 않은 민사 사건이라도 천만원대 이상의 수임료가 보통이며, 커다란 형사사건이라면 성공사례비를 포함하여 억대 이상이 되기도 한다.

변호사의 호주머니를 살찌게 하는 사건들은 민사 소송 보다는 형사 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민사 소송이야 그냥 서로 네가 옳으냐 내가 옳으냐를 따지면서 세월 보내는 것이지만, 형사 소송은 감옥에 가느냐 마느냐, 혹은 징역을 몇 년이나 살게 되느냐 등을 검찰과 다투는 것이기에 대부분 구치소에 갇혀 있는 피의자들로서는 애가 타기 마련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여 줄 수 있는, 또는 자신의 죄를 가볍게 보이게 할 수 있는, 또는 자신이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밝혀 줄 수 있는, 또는 자신이 죄를 짓기는 했지만 모르고 그런 것이었음을 증명하여 줄 수 있는, 또는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도의 관용을 끌어 낼 수 있는, 그런 변호사를 찾게 되며 당연히 성공 확률이 높아 보이는 변호사를 찾게 된다.

이때, 검찰이나 법원에서 오래 있다가 최근에 나온 변호사들은 당연히 검사들이나 판사들과 친분이 있을 것이므로 하다못해 검사나 판사에게 말이라도 잘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피의자들은 하게 된다. 고참 검사나 고참 판사 출신의 변호사라면 현직 검사나 현직 판사도 무시할 수 없을 테니(이것을 전관예우라고 한다)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결국 돈 많은 피의자들은 모두 그런 변호사들에게 몰릴 수밖에 없게 되며 그들이 다른 변호사를 찾아갈 확률은 거의 0% 이다. 이렇게 하여 결국 이긴 자가 전부 갖는 승자 독점 시장이 생겨나게 된다.

이런 변호사들은 고액 수임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몰려 들기 때문에 상당히 바쁘다. 게다가 변호사로서의 경력을 막 시작한 시기이기 때문에 당사자들 역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경향도 있다. 의뢰인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자연히 수임료는 올라간다.

명심해라. 떼돈을 벌 수 있는 변호사들은 40대 중반 이상의 오직 그런 사람들뿐이며 그것조차도 길어야 2~3년을 못 간다. 왜냐하면 새로 변호사가 되고자 법원이나 검찰을 떠나오는 사람들이 매년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부류의 변호사가 아닌 변호사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적은 수입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사무실 운영비도 건지지 못하는 예가 부지기수이다. 결국 상당수는 해외유학도 다녀오면서 좀 더 몸값을 높이고자 한 분야에 집중하게 되면서 자신을 특화 시키고 대부분 민사 소송에 치중한다. 하지만 수입이 적은 변호사들 중 어떤 이는 의뢰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기도 하고, 마피아와 결탁한 Chicago lawyer 의 전형을 따라 탈주범을 도와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40대 중반에 부장판사나 부장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었을 경우 도대체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지명도에 따라서는 개업 후 첫 1년 동안에 10억원 아니 그이상도 벌 수 있다. 그 이후에는 수입이 감소하게 되는데 투자를 잘 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재산증식은 잘하지 못하지만 50대 말 정도가 되면 수십 억원 정도의 재산은 갖게 된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변호사들 중 한명은 부장검사 출신인데 나이 60에 70억원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으며 세금은 별로 내지 않았다.

전관예우의 이점을 크게 부각시키는 사람들은 주로 그런 변호사들 밑에서 일하는 사무장들이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사무장을 둔다. 사무장들은 주로 수사기관 같은 곳에서 일했거나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며 변호사를 대신하여 의뢰인과 일차적 상담을 수행하면서 사건 혹은 분쟁의 기초 자료를 만드는 것이 주된 역할이지만 에린 브로코비치 같은 사무장은 만나기 힘들다.

수임료는 주로 사무장이 이야기 하게 된다. 요즘 변호사들 중에는 사무장 없이 스스로 수임료를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떻게“지저분한 돈 이야기”를 입에 올리느냐고 생각하는 변호사들도 꽤 많다.“돈을 초월한 선비가 되려는”그런 변호사들이라고 해서 수임료를 안 챙기는 것은 결코 아니며 사무장을 통해서 뒤에서 모든 것을 조정하고 수임료가 적으면 오히려 “자기 명예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변호사가 수임료를 까놓고 말하는 쪽을 더 신뢰하는 편이다.)

변호사들이 볼 때 능력을 인정받는 사무장은 어떠한 사람일까? 당연히 비싼 수임료를 내는 의뢰인들을 끌어 들이는 것이다.“지저분한 돈 이야기”를 굳이 입에 올리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챙겨주는 사무장은 적지 않은 변호사들의 총애를 받는다. 때문에 사무장은“변호사님의 몸값”을 올려야 하며“불가능한 일이지만 변호사님의 영향력 덕분에 가능하게 되는 일이 많다”고 과대 포장하기도 한다.(물론 그런 사무장을 오히려 멀리하는 변호사도 있음을 나는 안다.)

어떤 변호사들은 전문적인 사건 브로커들과 결탁하여 수임료의 20~30 %를 그 브로커들에게 지불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50%를 주기도 한다. 사건 브로커들은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이나 실장 등으로 행세하면서 자기와 수임료를 나눠 먹는 변호사를“검찰 고위층과도 매일 술먹고 부장 판사들하고도 아주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법조계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한 높으신 분”으로 치켜 올리면서 사건 당사자들이나 그 가족들을 현혹시킨다. 때로는‘사바사바’를 하려면 비용이 더 들게 된다고 말하면서 비공식적인 로비 자금을 챙기는 악덕 사무장도 있다.

형사 사건에서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담당자들이 은밀히 소개하는 변호사는 그들에게 사례비를 지급하는 변호사들이고 바가지 수임료가 빈번하다. 때로는 검찰, 경찰, 법원, 교도소 등의 직원이 브로커 노릇을 하면서 변호사를 소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보통 수임료의 20% 이상을 가져간다. 굳이 변호사가 없어도 풀려날 만한 사건을 반드시 특정 변호사를 선임하여야 풀려난다고 겁을 주는 경우도 있는데“자연뽕”이라고 한다. 특정 변호사를 선임하면 집행유예를 받는다고 하여 선임하였지만 결과는 엉뚱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항의하여 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이 모든 것이 실은 전관예우와“사바사바”를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믿기 때문에 일어난다.

자. 당신이 검사나 판사 생활을 오래 한 변호사라고 치자. 당신이라면 매일같이 예전 동료들이었던 검사나 판사를 만나“이 사건 좀 잘 좀 부탁한다”고 이야기 할 것 같은가? 당신이 담당한 사건이 무슨 정치적으로 꼬인 국가전복 음모 사건도 아니고 수많은 민, 형사 사건 중 하나일 뿐인데도? 창피해서라도 그렇게는 하지 못한다. 전관예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맹신하지는 말라는 말이다.

특히 아무리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믿음이 팽배한 세상이라고 할지라도 판사들의 세계를 그런 통속적 시야로만 보면 안 된다. 판사들 중에는 정치 판사도 있을 수 있고 변호사와 만나 술한잔 진하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양심과 법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는 명예를 누구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자기 동료였던 변호사가 가져온 사건이라고 해서 한쪽 눈을 질끈 감아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변호사를 선택할 때 법을 초월하여“사바사바”를 잘한다는 변호사는 반 도둑이라고 생각하라.

변호사는 사건의 진상을 의뢰인에게 듣고 상대방과 잘 싸워주는 것이 그 역할이다.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 열변을 토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연상하지는 말아라. 꿈 깨라. 그건 배심원 제도를 택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드라마나 한국영화에서 변호사가 열변을 토하는 장면들은 어떻게 된 거냐고? 우리나라의 재판에서 변호사는 모든 것을 서류로 제출한다. 그런데 이것을 드라마나 영화에 그대로 반영하자니 재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가상적으로 변호사가 열변을 토하는 것으로 장면을 구성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그런 일이 정말 극히 드물다.(시간을 내서 법원에 가서 여러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진행과정을 직접 참관하라. 데이트를 그런 곳에서 해 보는 것도 좋다.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서류 기록을 통해 재판이 이루어지므로 당신은 우선 사건의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변호사에게 설명하여야 한다. 변호사가 신이 아닌 이상 당신이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다. 명심해라. 당신이 휘말린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오직 당신 자신뿐이다. 때문에 우선은 당신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적어나가야 한다. 논리는 무시하여도 된다. 투박한 문체라도 상관없다. 그리고 그 내용을 변호사에게 전하면서 설명하라.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변호사도 인간이다. 당신이 변호사에게 조차 거짓말을 늘어놓는 뻔히 나쁜 놈인데도 수임료 때문에 당신을 무죄라고 변호할 뻔뻔스러운 변호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자신의 사건 내용을 변호사에게 글로 써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변호사는 당신을 대신하여 정확한 내용을 설명한 서류를 재판부에 내고 판사는 서류에 쓰인 내용과 증거들을 기초로 판결을 내리기 때문이다. 변호사를 자주 만나 말로 이야기 하면 안될까? 글쎄다. 말로 설명을 하다 보면 빠진 내용도 있고 정리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생각하여 보자. 그가 맡은 사건은 하나 둘이 아니다. 최소 시간에 최대 변론을 하면서 가능한 많은 사건을 맡아야 사무실도 유지하고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있으며 품위유지 비용도 마련하고 생활비도 가져 갈 수 있다. 때문에 변호사가 사건 내용을 파악하는데 사용하는 시간을 가급적 줄여주는 것이 당신에게 유리하다.

제출된 서류들을 통해 모든 것을 판가름하는 기록 재판에서는 판사가 고려하여야 할 사항들을 서류에서 많이 제시한 쪽이 당연히 유리하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대부분“신이 내 억울한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신다”내지는“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순박한 생각으로 판사가 고려하여야 할 사실들을 제대로 설명조차 안 하는 경우들도 많다. 여기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현상이 생겨난다. 돈이 있으면 사건에 대한 설명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변호사를“살 수 있으나”(이런 표현을 변호사들은 아주 싫어한다) 돈이 없으면 그 설명이 어설프게 되어 억울한 사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돈이 있으면 뇌물을 주고 죄를 면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였지만 억울하다면 문장력이 형편없어도 그 내용을 상세히 적어 재판부에 제출하여야 한다.

어쨌든 당신이 사건의 상황을 변호사에게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할지라도“개 같은 변호사”를 만나면 그것조차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런 일이 도대체 왜 일어난다는 말인가.

첫째, 사무장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변호사들이 그런 실수를 한다. 제출 서류를 사무장이 다 꾸미고 변호사가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뭔가 빼먹고 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허수아비 변호사 한명을 내세워 놓고 일은 사무장이 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변호사의 나이는 젊거나 아주 많다.

둘째, 변호사가 자만심에 가득 찬 경우 그런 일이 일어난다. 자기가 명석한 두뇌로 사건의 상황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의뢰인의 설명을 건성건성 들으면서 그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변호사와의 처음 면담에서 사건 내용을 제대로 들어 보지도 않고 믿고 맡기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변호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셋째, 변호사들 중에는 뜻밖에도 법 논리 싸움에 약한 사람들이 있다. 글 쓰는 솜씨가 형편없는 사람도 있다. 암기 실력만 뛰어나고 지혜를 갖추지는 못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설명을 할 때 법적 논리성이 매우 빈약하다. 기록재판이라고 함은 법을 뼈대로 한 논리 싸움을 의미하는데 이 싸움에 약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변호사의 논리력을 사전에 감지할 정도가 되려면 나처럼 변호사들을 열 댓명은 골고루 겪어 보아야 할 것이다.)

넷째, 바빠서 신경을 쓰지 못해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사건 수임이 밀려들 때 많이 벌어두어야 하는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아무래도 수임료가 많은 큰 사건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므로 당신이 찾아간 변호사 사무실 칠판에 뭔가가 빽빽히 써 있는 경우 진행 사건이 많다는 뜻이므로 그런 변호사는 수임 계약을 하여도 만나기조차 힘들 수도 있다.(주변에서 재판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라. 돈 주고 변호사를 샀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얼굴 보기가 어려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나의 경험. 아주 오래 전 상당히 유명한 변호사에게 행정소송을 위임하였다. 그는 판검사 출신은 아니었으나 그의 개업 사실을 거의 모든 언론에서 보도하였을 정도니 그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내가 직접 전해 준 자료들은 수백 페이지에 달했고 심지어 참고하여야 할 서적들 까지 전달하여 주었다. 하지만 100% 승소할 수 있는 사건이었음에도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절반의 승리만 거두었던 것이다. 판결이 나온 뒤 변호사가 그 동안 어떻게 변론 서류들을 작성하였는지를 받아다가 검토하여 보니 내가 제시한 핵심 내용들조차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분노하였고 그 변호사를 만나 하나씩 따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얼굴까지 시뻘개 지면서 최선을 다하였다고 주장하던 그 변호사는 내가 조목조목 잘못을 지적하며 불성실 변론으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하자 비로서“죄송하다. 바빠서 미처 챙기지 못했다”고 열심히 사과하였다. 그는 아무런 추가 보수도 받지 않겠으며 선임료도 되돌려 주겠노라고 했지만 내가 그에게 뱉은 말은“18새끼”였다. 나는 그 일을 경험한 뒤부터는 변호사들이 어떤 내용을 재판부에 제출하였는지를 반드시 챙긴다.

수임료는 자유 경쟁이고 지명도에 따라 편차가 매우 심하며 협상이 가능하다. 나는 수천만원 달라는 것을 오백만원에 정한 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소한 민사 소송이라면 3백만원에서 5백만원 정도면 판사나 검사 출신으로 개업한지 수 년 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변호사와 계약할 때는 착수금은 최소로 주고 나머지는 성공 사례비조로 나중에 주는 것이 좋은데 이것을 좋아하는 변호사는 별로 없다. 왜냐하면 성공사례비를 안주고 떼어 먹는 의뢰인들도 많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건 진행 중에 수임료를 더 달라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고 예상외로 결과가 좋은 경우 계약서에서 명시한 금액 이상을 보너스조로 더 달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돈들은 주지 않아도 된다.

사업을 할 때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대형 로펌이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미국식으로 시간당 비용을 청구하는데 한번은 외국인 투자를 수행하면서 문제될 사항들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였더니 풋내기 변호사로부터 청구서가 이렇게 날라 왔다.“외국인 투자법 검토 몇 시간 얼마 …관련 법규 검토 몇 시간 얼마… 등등.” 나는 즉각 대표 변호사에게 전화를 하였다.“이거 누가 보낸 겁니까?”“아무개 변호사입니다.”“ 그 친구 좀 바꿔주세요.”“왜 그러시지요?””투자법 읽고 검토하는 것은 내 직원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뭘 조심해야 하는지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투자법도 처음 읽어 보고 관련 법규도 처음 찾아 본 새파란 변호사가 뭘 안다고 내게 조언을 한다고 덤벼들면서 비용 청구를 하는 건가요? 이 친구가 말하는 내용에 대해 얼마나 책임질 수 있지요?”“……죄송합니다. 그 청구서는 폐기 시켜주십시오. 없었던 것으로 해 주십시오.”

사업상 법적 조언이 필요한 경우 내 경험으로는 변호사 보다는 담당 공무원을 찾아내서 그의 조언을 듣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였다. 그 어느 경우에서건 간에 기억해라. 변호사라고 해서 모든 법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흔한 민, 형사 사건이 아니라면 그들 역시 새로 공부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때로는 법무사의 도움을 받아도 되는 사건도 있고 형사사건일 경우에는 경찰직에 오래 있다가 행정서사를 하는 사람들의 도움이 유용할 때도 있다는 것도 기억하여라. 한편 이른 바 국제 변호사라는 자격은 없다. 국제 변호사는 다른 나라의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다는 말일 뿐이며 이 경우 한국 내에서 변호사로서 활동하면 불법이다.(국내의 미국 변호사들은 한국 변호사들의 자문 역할을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변호사 없이 홀로 소송하는 방법도 여기저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어느 중국집 배달원은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서 인터넷 여기저기를 뒤져가며 변호사 없이 서류를 작성하였고 결국 승소하였다. 혼자서도 웬만한 사건은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변호사들을 선임하였던 이유는 그렇게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건 혼자서 소송을 진행하건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비슷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들이다. 대법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과거의 판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해당 법조문들도 명시되어 있어 매우 편리하다.(법원 정보화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법원 홈페이지를 보면 그 내용을 국민의 입장에서 채워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에 참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고 싶다.) 법제처 홈페이지 역시 계속 개선되면서 잘 만들어져 있는데 주제어만 입력하면 관련법들이 모두 나오고 한자투성이인 법규들이 클릭 한번으로 한글로 변환되고 인쇄 역시 손쉽게 되어 있어서 아주 편리하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법을 찾아서 읽어 보아라. 이 세상에서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무인도에서 사는 사람뿐이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부처는 잡아함경(雜阿含經)에서 세상의 이치를 아는 길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첫째, 미루어 아는 것(比知비지), 둘째, 그대로 아는것(現知현지), 셋째, 가르침에 의지하여 아는 것(約敎而知약교이지)이 그것이다. 여기서 가장 높은 단계의 길이“약교이지”이며 그 가르침을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원천이 바로 책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그래서 진리이다.

나는 어떤 때는 1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바쁜 와중에 어떻게 그렇게 많이 읽을 수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비밀이 있다. 나는 100권의 소설을 그렇게 읽은 것이 아니다. 나는 부자, 성공, 경제, 투자, 일 ,경영 등에 대한 책들을 우선 읽으며 이런 책들에서는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읽는 시간이 단축된다. 물론 독서를 많이 한다고 해서 반드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자가 되는데 도움을 주는 책들을 제대로 골라 많이 읽고 스스로를 변화시켰다면 부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나는 믿는다. 당신 역시 그런 책들을 읽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독서 습관을 가져라.

1. 최대로 쉽게 되어 있는 책부터 읽어라. 예컨대 주식에 대해 배우려고 한다면 만화로 쉽게 되어 있는 책을 먼저 읽는 것이 좋다. 어려운 말만 늘어놓거나 이론적인 내용이 많은 책들은 멀리하라. 저자가 자신은 한번도 직접 실행한 경험도 없이 자기가 옛날에 배웠던 것들을 앵무새처럼 다시 풀어 놓으면서 자기 지식을 자랑하는 책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2. 실전을 다룬 책들을 먼저 읽어라. 예컨대 당신이 무역에 관심이 많다고 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경우 무역학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역의 역사, 개념, 분류, 의의부터 시작해서 별 걸 다 배우게 되는데 실용성이 약한 지식이나 이론은, 학자가 될 생각이 없다면,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 좋다. 사냥꾼에게 필요한 지식은 사냥의 역사나 의미, 종류 같은 것이 전혀 아니다. 동물 생태와 총 잘 쏘는 법 아니겠는가.

3. 같은 부류의 비슷한 책을 여러 권 읽어라. 이 세상에 완전한 책은 없다. 빠진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 빠진 부분은 다른 저자가 쓴 책에서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점이 필요하지 않는 한, 대학교과서 같은 것은 읽지 마라. 대부분 그런 교과서 같은 책들은 가격도 비싸고 제목도 무슨 무슨 론(論), 무슨 무슨 학(學)으로 되어 있다. 그것을 쓴 사람들은 대개 실물경제 근처도 안가본 사람들이다.

4. 아는 내용은 넘어가라. 나는 웬만한 책들은 대단히 빨리 본다. 많은 부분이 이미 다른 책에서 보았기에 알고 있거나 실천하여 온 내용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원고지 매수를 늘리려고 늘어놓는 이야기나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과감하게 건너 뛰어도 된다. 나는 속독법을 배운 적이 없지만 독서 속도가 매우 느린 사람은 그것을 배워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5. 외우려고 하지 말라. 이해하는데 만 신경을 써라. 시험을 치루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 어떤 박사라고 하여도 그가 외우고 있는 지식은 시디롬 한 장의 절반 분량도 훨씬 안 된다. 암기가 되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실전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그 책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 적용만 시키면 된다. 정보라는 것은 당신이 원하는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6. 책을 깨끗하게 다루지 말라. 중고 책으로 팔아먹을 생각이 없는 한, 책은 지저분하게 읽어라. 중요한 부분은 줄을 치고 읽어나가면서 생각나는 것들이 있으면 낙서도 하라. 그래야 나중에 필요할 때 쉽게 찾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색깔의 포스트잇이나 색인지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므로 종종 줄 친 부분들만 훑어보아라. 핵심정리가 다시 된다. 별도로 노트 정리를 하는 것은“내가 열심히 살고 있구나”하는 흐뭇한 심정을 줄 수는 있어도 내 경험으로는 전혀 도움이 안되었다.

7. 반드시 의자에 앉아서 읽어라. 내가 읽으라는 책들은 재미가 별로 없는 딱딱한 내용들이 많으므로 누워서 읽게 되면 곧 잠이 솔솔 온다. 정 드러누워 읽고 싶다면 밥을 굶은 채로 그렇게 해라. 신문이나 잡지를 볼 때는 종종 일어나서 읽어라. 기사들 중 큰 글자들만 보기 위함인데 내일이면 잊어버릴 시시콜콜한 내용들은 전혀 읽을 필요가 없다. 책상에 앉아 책을 읽을 때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TV, 심심해하며 같이 놀자고 조르는 애인, 배우자, 친구들이다.

8. 짧은 기간에 한 분야에 대한 책들을 몰아서 읽어라. 교과서가 아닌 이상 무슨 책이든 2-3일 안에 끝장을 내야 전체 맥락이 잡히는 법이다. 예를 들어 경매에 대하여 공부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5권 정도를 단기간에 읽어나가야 경매가 뭔지를 알 수 있다. 그 2-3일 기간 동안에는 잠도 좀 줄이고 만사를 젖혀라. 외출도 하지 말라. 오직 그 책들에 집중하라. 시간이 없어서 6개월 동안에 찔끔 찔끔 나누어 하겠다고? 가장 미련한 독서법이다. 6개월 후 당신은 여전히 아마츄어로 남아 있을 것이다.

9. 틈나는 대로 읽어라. 별도로 독서 시간을 정해 놓기 보다는 시간이 생길 때 마다 책을 펼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버스나 지하철 속에서 멍하니 앉아 있거나 휴대폰을 두드리며 게임에 몰두하지 말고 항상 책을 갖고 다녀라. 책이 없으면 차라리 잠이나 자라. 프랑스나 이탈리아 패션쇼에서 분장실을 가보면 모델들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책을 읽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글쎄다. 화장실에도 책 몇 권은 갖다 놓고 하다못해 뒤적거리기라도 해라. 하루 5분을 뒤적이면 1년이면 30시간이나 된다.

10. 경제적 성공을 원한다면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끊어라. 나는 정치기사가 많은 잡지는 정기 구독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기껏해야 여행 중에 비행기 안에서 그런 잡지를 가끔 읽게 되는데 주간지는 5분, 월간지는 10분 정도만 본다. 제목이나 훑어 본다는 말이다. 나는 정치비사가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하여 준다거나 교양있게 만들어 준다고는 단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으며 그런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중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도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 11. 일 잘하는 법에 대한 책들을 최우선적으로 찾아 내 반드시 읽어라. 수많은 사람들이 전화 받는 방법도 제대로 모른다. 이미 알고 있다고? 조직 내에서의 전화 응대법에 대한 내용을 읽게 되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나는 수많은 e 메일들을 받는데 제대로 예의를 갖춰 쓴 것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편지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문서 하나 제대로 꾸밀 수 있겠는가. 당신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를 검증해 줄 만한 책들을 계속 찾아 읽고, 당신이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기초적인 것들부터 다시 배워라. 당신의 나이나 지위와 상관없이 당장 ‘신입사원’(조용문,박윤영)이나 ‘입사 1년 이내에 일류 사원이 되자’(사카가와사키오) 같은 책을 읽어라. 내가 책을 읽어 온 이유는“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물어 볼만한 사부가 주변에 없었기 때문이다.

12. 고전을 너무 믿지는 말라. 옛날 것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효율을 중시하라는 말이다. 삼국지를 읽는 시간이면 다른 실용적인 책 10권을 더 볼 수 있다. 게다가 옛날 이야기들은 현실 적용이 상당히 어렵다. 동양 고전들을 억지로 현대의 상황에 끌어다가 이야기 하는 책들이 많은데(주로 번역서들이다) 내 경험으로는 연설을 할 때 인용할 만한 재료는 나오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큰 도움이 안되었다. 실용성 있는 현대적 내용들에 관심을 가져라.

13. 청소년이 아니라면 역사 속 인물들의 위인전은 나중에 봐라.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 같은 것도 나는 나중에 읽으라고 한다. 왜 그럴까? 위인들의 상황이 당신과 틀리기 때문이다. 감동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 감동은 한 달도 못 가며 실전에서 써먹을 기회가 별로 없다. 누구누구라면 어떻게 하였을까 라는 식의 책들 역시 대부분 숭고한 이상들만 나열하고 있기에 별로 도움을 못 받는다.

14. 화끈한 책은 멀리 해라. 어느 대학교 도서관이건 막론하고 도서 대출 10위권에서 절대다수는 환타지 소설이거나 무협지가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책은 당신이 그런 책을 쓰는 유명 작가를 꿈꾸거나 게임 스토리 작가가 아닌 이상 세상을 살아가는데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직원을 면접할 때 그런 책들에 대해 넌지시 물어보고 그 쪽 분야의 독서 경험이 많으면 모조리 탈락시킨다. 정작 자기가 해야 할 것들은 등한시하였음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책들이 상상력을 증대시켜 준다고? 아니다. 중고생이 아니라면 망상력만 늘려준다).

15. 서평을 읽을 때 주의하라. 서평에는 애들(대학생 포함)이 한 서평, 일반 성인들이 한 서평, 전문가가 한 서평, 기자가 한 서평, 경험자가 한 서평 등이 있다. 인터넷 서점의 서평란에서 경영에 대하여 아무것도 직접 경험한 바 없는 대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어떤 경영 서적에 대하여 왈가왈부한 것을 보고 나는 실소를 금치 못한 적도 많다. 신문을 통해 접하게 되는 기자들의 서평은 주로 인문계 서적들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돈에 대한 책들은 오직 부자들만이 정확히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으며 경영이나 사업에 대한 책들 역시 경영자들과 사업가들만이 그 가치를 평할 수 있다. 그들만이 경험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부자들과 경영자들, 그리고 사업가들은 자기 일이 바쁘다 보니까 귀찮아서, 혹은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음도 기억하라. 나 자신만 하더라도 귀찮아서 인터넷에 서평을 올린 적이 단 한번도 없다.

16. 출판사의 농간에 속지 말아라. 수많은 출판사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책을 많이 팔려고 별 짓을 다한다. 먼저 제목을 엉뚱하게 붙여 놓고 제목으로 독자들을 현혹시키기도 한다. 때문에 번역서라면 반드시 원어 제목부터 확인하라. 번역자가 유명인일 경우 그 사람 이름만 빌린 것일 수도 있다(그렇게 이름만 빌려주고 자기 유명세를 늘리려는 놈들은 다 돼져 버려라). 추천사는 책 내용하고는 상관없이 돈 주고 얻는 수도 있고 출판사와 아는 처지여서 좋게 써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은 못 된다. 국내 저술인 경우에는 전문 편집자들이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내놓는 알맹이 없는 책들도 적지 않다. 저자로 표기된 사람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대필 작가나 윤문 작가가 손을 많이 본 책들도 많다. 결국 쓰레기 같은 책들도 읽어나가면서 독자 스스로 안목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17. 자주 책방에 들러라. 읽고 싶은 책이 나타나면 읽을 시간이 당장은 없어도 우선은 구입하라. 한국에서는 책이 몇 만 권만 팔려 나가도 베스트셀러 축에 들어간다. 그러나 지독히도 책을 안 읽는 풍토 때문에 수많은 좋은 책들이 초판 3천부도 안 팔린 상태에서 사라져 간다. 자, 당신이 그렇게 사라지게 될 책의 3 천 권 중 한 권을 입수하여 읽었다고 치자. 그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가? 대한민국 4천7백만 인구 중 3천명 가운데 한명이 되었다는 것이며 나머지 4천6백9십만 7천명과는 차별화 되었다는 말이다. 차별화는 경제 게임에서 최고의 선취점을 얻는 무기임을 명심하라.

18. 때로는 돈 버는데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책들도 읽어라. 시집도 읽고 소설도 읽어라. 그래야 삶을 통찰하는 눈이 깊어진다. 인생은돈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욕 좀 하자. 나는 한 달에 한번 꼴로 대형서점에 간다. 그때마다 나를 짜증나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진열된 책들 위에 책을 펼쳐 놓고 읽는 연놈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투시안을 갖고 있지 않는 한 그곳에 무슨 책이 있는지 보일 리가 없다. 친구들끼리 아예 1미터 이상 진열대를 넓게 가로 막고 있는 잡년들도 있고(이런 경우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좀 비켜라 이 18년들아”라고 말하자) 몸을 ㄱ자 형태로 하고 턱까지 고이고 읽는 개새끼도 있다(이런 경우 그 새끼의 다리를 아주 기분 나쁘게 발로 툭툭 치면서 부드러운 음성으로“아예 똥을 싸라 18놈아”라고 말하자).

자기 소지품을 진열된 다른 책들 위에 턱 하니 올려놓고 읽는 18놈의 새끼들과 18년들도 부지기수이다(이런 경우 작은 소리이기는 하지만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들릴 정도의 따듯한 음성으로 “에이 18 좆같은 것들”이라고 말하면서 그 소지품을 손으로 거칠게 옆으로 밀어 버리자.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는 연놈들일 경우에는 친절한 손길로 한쪽 이어폰을 툭 빼내고 속삭여주는 세심함도 보여주자). 전문서적 코너에서는 책장을 가로 막은 채 편안히 앉아서 책을 읽는 웃기는 잡놈들과 잡년들도 하나 둘이 아니다(이런 경우 온화하고 친절한 음성으로“닭대가리 좀 치워라”고 속삭이면서 상대의 머리를 아주 기분 나쁘게 밀어 내자). 구걸을 해도 턱주가리가 떨어져서 빌어먹지도 못할 이 닭대가리들아. 너희들이 책방을 전세 냈냐? 제발 서점에서 책은 손에 들고 서서 읽고 오래 읽을 것 같으면 책 진열대에서 30센티미터 이상 떨어져서 읽어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중 교보문고에서 누군가로부터 아주 몰상식한 욕을 얻어먹은 개 같은 경험이 있던 사람들에게 한 마디 더 해주마. 타인에 대해 그렇게 신경이 무딘 18연놈들이 도대체 책은 읽어 무엇하랴. 너희 같은 18연놈들이 꼭 교양인 행세는 도맡아 한다는 게 나는 웃긴다.)

이상은 2001년 4월 동아일보에 실린 컬럼의 오리지널 원고이다. 그리고 5개월 후 일본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의‘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접하였다. 경제 분야 하고는 거리가 아주 먼 그가 소개하는 독서법이 있다. 괄호 속은 나의 의견이다.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맞다. 하지만 돈이 없다면 도서관에 가라) 2. 같은 테마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어라(맞다) 3. 책 선택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맞다) 4. 수준에 맞지 않으면 무리해서 읽지 말라 (맞다) 5. 중도에 그만둔 책이라도 일단 끝까지 훑어 보라(책에 따라 다르다)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속독법을 알면 좋다) 7.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반대한다) 8. 책 안내서에 현혹되지 말라 (맞다)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글쎄다) 10. 읽으면서 끊임없이 의심하라(책에 따라 다르다) 11. 새로운 정보는 꼼꼼히 체크하라(맞다) 12. 의문이 생기면 원본 자료로 확인하라 (뭐, 이 정도까지야..) 13. 번역서가 난해하다면 오역을 의심하라(맞다)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맞다)

그의 조언 중에서 특히“책 선택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조언을 새겨들어라. 나에게 독자들이 묻는 질문들 중 종종“부동산 경매에 대하여 배우려는데 책방에 가보니 너무 많은 책이 있어서 고르지 못하겠습니다”고 하면서“책을 추천하여 달라”는 내용이 있다. 나 역시 그들에게“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에는 좋은 책인 줄 알고 구입하였지만 읽어보니 내용이 부실한 것을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 구입 자체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그런 실패를 겪어야 비로써 책을 고를 줄 아는 능력이 생겨난다.

고전이 좋은 책이라는 통념을 부정하는 것도 아주 내 마음에 든다. 칸트, 헤겔, 뉴튼, 사르트르 등은 다치바나에 따르면 고전도 아닐 뿐더러 이미 시효가 다했다. 전문 연구자 외에는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인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철학자인 척, 유식한 척”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의 조언들 중 메모를 하지 말라는 7번 항목에 대해서는 반대하며 주석에 대한 9번 항목, 의심하라는 10번, 원본자료를 확인하라는 12번은 학문적 관련자들 이외에는 불필요할 것 같다.

(사족 1.책값을 아끼고 다양한 지식을 갖추려고 20여년전 나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회사에 엽서를 보내 귀사의 고객인데 사보를 받고 싶으니 보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하여 화장품회사, 제약회사, 은행, 화재보험협회 등등 100개가 넘는 사보를 무료로 받았었다. 내가 사보를 받고 싶어 한 이유는 각 회사에서 적어도 한두 사람이 월급을 받으며 사보를 만들고자 애를 쓸 터이므로 적어도 한 두 페이지는 값진 지식이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며 오만가지 지식들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인터넷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2.이진 기자의‘부자아빠의 진실게임’에서 출판사가 저자의 핵심 내용은 무시하고 표지띠에서 세이노의 원고만 강조하여 독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 것을 나는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협상 능력을 길러라.

책을 추천하여 달라고 하면“나는 이런 것도 읽을 정도로 유식하다”고 자랑하려는 듯한 책을 소개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나는 그런 흉내는 내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에게 책을 추천해 달라면 주저 없이 권하는 책이 있다. 명사회자 래리 킹의 절친한 친구 허브 코헨( Herb Cohen )의 <협상의 비결>( You can negotiate anything)이다.

이 책은 어느 나라에서든지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른다. 미국에서도 한때 베스트셀러 반열에 속했으나 뉴욕 같은 곳에서만 그랬다. 왜 그럴까? 책 중에는 남들에게 감추고 싶은 비밀스러운 책들이 있다. 읽고 나서 혼자서만 알고 있기를 바라는 심리가 생기는 책들 말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당연히 별로 소문이 나지 않는다. 어느 주한 대사관의 상무관에게 이 책의 원서를 선물했더니“첫날은 그대로 읽었으나 그 다음날에는 책의 표지를 씌웠다”고 했다. 국내에서 이 책은 90년대초에는‘협상의 비결’이라는 제목으로, 90년대 중기에는‘협상’이라는 제목으로, 90년대 말기에는‘협상만으로도 세상을 얻을 수 있다’는 제목으로 제각기 다른 출판사들에 의하여 출간 되었으나 출판사가 계속 바뀔 정도로 잘 팔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동아일보에서 이 책을 소개하고 난 뒤 어느 출판사에서“협상의 비결”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을 하였는데 오해하지 말라. 나는 그 출판사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이며 그들은 내 글이 신문에 나오기 수개월 전에 판권계약을 이미 했었다고 한다(내가 출판사와 짜고 책을 소개했다고 생각하는 웃기는 독자들도 있다. )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은 김병국 변호사의“비즈니스 협상론”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이 책 역시 훌륭한 책이다. (협상에 대한 책들 중 뜬구름 잡듯 두리 뭉실한 책들은 읽지 말아라.)

협상을 잘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2001년 1월 독일 지멘스 그룹의 하인리히 폰 피레 회장은 상하이와 인근 공항을 연결하는 자기부상열차 사업 수주를 위한 협상에서 주룽지 중국 총리에게 빈 양복 주머니를 뒤집어 내보인 뒤 일어나 두 팔을 벌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는 지멘스로서는 더 이상 양보하기가 어렵다는 뜻이었다. 그는 약 2분간 주머니를 뒤집어 보인 채 서 있었고 주 총리는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악수를 청했다. 1조원이 넘는 계약이 하인리히 회장의 기가 막힌 협상력에 의하여 그렇게 체결된 것이다. 피레 회장은“당시 협상에 진전이 없어 묘안을 짜내야 했다”면서“빈 주머니를 내보이기로 작심하고 미리 주머니를 비워 두었다”고 한다.

나는 비행기를 10시간 이상 타고 외국에 가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미나 아프리카인 경우에는 비행기만 24시간 이상 타게 되는데 일등석이라고 해도 정신이 흐리멍텅한 상태로 도착하게 된다. 이런 경우 나는 현지 도착 후 적어도 10시간은 지난 뒤에야 사람들을 만났다. 이때 상대방이 내가 도착한 즉시 미팅을 하자고 고집할 경우에는 상당한 경계심을 갖는다. 나의 흐리멍텅해진 정신 상태를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려는 의도이기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잘못하면 엄청난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나는 나 나름대로 직원들에게 협상에 대한 세 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고 가르쳤었다. 하나는 오리엔탈식 스타일인데 유교적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합리적으로 논리를 전개 시켜 나가는 웨스턴 스타일이다. 마지막 하나는 막무가내식의 형태인데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갱스터(조폭) 스타일이다.“배째라”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오리엔탈 스타일의 대표적인 접근 방식은 주로 연장자들이 사용하는 방식인데“네 나이가 몇 살이냐, 너는 윗사람도 없느냐, 말투가 그게 뭐냐, 학교도 안 다녔냐, 부모도 안 계시느냐, 젊은 사람이 그게 뭐냐,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느냐”등등의 말이 그 범주에 속한다. 이렇게 말하는 상대가 다시는 만나지 않을 상대라면 갱스터 스타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A 18, 내가 나이 좆같이 말아 쳐 먹어 오는 데 18놈(년) 뭐 보태 준거 있냐?”“ 그래, 나 18 놈의 좆같은 호로새끼로 자랐다. 그래서 18, 네 에미 10같이 뭐가 어떻다는 거야.”혹은“ 네미 18, 나 못 배우고 가방 가벼워서 무식한데, 그래 좆나게 유식한 당신 , 18.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거냐?”(나는 누구나 뻔히 다 아는 말을 x 자로 표시하면서 고고한 척 점잔 빼는 법을 모르므로 양해하라. 참, 나이 든 사람에게 욕을 할 때 주의사항이 있으므로“개새끼들에게는 욕을 하자”항목을 참조하라. 잘못하면 콩밥 먹는다.)

이런 대응 방법은 오리엔탈식 논리의 근저가 되는 유교적 사고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기에 상대방은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을 즉각 깨닫게 된다. 이런 대응법은 주로 다시는 안 볼 사람을 상대로 할 때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나는 정부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서류를 어떻게 하여오라는 설명은 없이 그저 서류가 잘못되었다고 트집 잡으며 몇 번씩 헛걸음치게 하는 공무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써 먹은 적도 몇 번 있다(공무원들을 상대하는 방법은 따로 이야기 할 것이다.)

이런 갱스터 스타일은 아주 예전에 내가 버스를 타고 다녔던 시절에 배운 것이다. 만원 버스 안에서 문 앞으로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려면 여간 힘들지 않았다.“실례합니다. 잠시 좀 비켜주세요.”라고 정중히 말하면 사람들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에이 18, 맨날 좆같네, 좀 나갑시다!”라고 말하면 금방 공간이 생겼다.“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사람들의 믿음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다는 말이다(주의: 막가파 수준의 애들에게는 그런 믿음이 없으므로 주의할 것).– 그런데 하나 좀 물어 보자. 당신은 길거리에서 만나는 똥 같은 인간들이 진짜 더러워서 피하는가? 사실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고??

오리엔탈 스타일에 똑 같은 스타일로 대응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방법은 주로 얼굴을 자주 대면하여야 할 상대에게 사용하게 된다. 이를테면 이렇게 말한다.“제가 나이가 어려서 철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르신께서 지도 편달하여 주십시오. 제가 머리가 부족하여 말씀하신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을 뿐이지 웃어른을 공경하는 법도 배우지 못한 막 자란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어쩌구 저쩌구..”일단은 상대방의 논리에 동조한 뒤 기회를 노리라는 말이다.

오리엔탈 스타일에 웨스턴 스타일로 접근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비즈니스 협상 중에 상대방이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는 오리엔탈 스타일인 경우가 있다.“회사에서의 제 입장이 현재 이러 저러합니다. 인간적으로 저를 좀 제발 도와주십시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이런 상대를 만나게 되면 나는 직원들에게 웨스턴 스타일로 대응하라고 했다. 단, 조건이 있다. 우리 측이 문서나 계약 내용으로 보아 유리한 경우에만 그렇다.“저도 물론 당신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라 이것입니다. 이 문제 자체에 초점을 두고 생각하여 보세요. 잘못된 것은 분명하고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리엔탈 스타일에 대처하는 또 다른 방법은 상대방과 마찬가지로 오리엔탈 스타일을 취하되 좀 더 높은 유교적 가치에 호소하는 것이다.“저라고 뭐 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다 같이 봉급쟁이 아닙니까. 홀아비 사정 과부가 안다고 저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지난 달 잘못을 범해 시말서를 썼습니다. 저도 부양하여야 할 가족이 있습니다. 제 아내는 지금 임신 8개월이고 저의 부모님은 연로하신데 제가 부양하여야 합니다. 제가 시말서를 한번 더 쓰게 되면 그땐 회사를 그만두어야 합니다. 저희사장새끼, 악질이라는 거 다 아시지 않습니까. 제발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저보다 못한 상황에서 사시는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쩌구 저쩌구…..” 즉 상대방이 회사 내에서의 어려움을 인간적으로 호소한다면 가정 내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더 나아가 부모 부양 문제 까지 언급을 하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효도는 전통 가치 중 최고로 인식되는 것이기에 아무도 그것 보다 더 높은 가치를 끌어 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은 우리측에도 잘못이 있을 때 사용된다.

상대의 논리가 오리엔탈과 웨스턴이 섞인 복합 스타일일 경우에는 우선은 말꼬리를 트집 잡아 낚아 채야 한다. 이를테면 상대가 연장자라면 “말씀하시는 내용이야 충분히 이해가 되고 선생님 입장이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저야 입장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입장 차이를 떠나 아까부터 제가 상당히 기분 나쁜 게 있는 데 도대체 내가 선생님 아들도 아닌데 어째서 반말을 하십니까? 말이라는 것이 아 다르고 어 다른 법 아닌가요?” 어차피 당신은 속으로는 논리 싸움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터이니 엉뚱하게도 상대의 말투로 시비를 잡는 것이다. 왜냐하면 예의를 갖추어 서로 존대를 해야 한다는 것도 오리엔탈 스타일에 사용되는 논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엉뚱한 것으로 초점이 옮겨지는 효과를 갖게 된다.

웨스턴 스타일에 반드시 웨스턴 스타일로 대응하여야 하는 경우는 계약서 작성을 할 때 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서 당신이 상대방으로부터 돈을 받는 입장이라면 뭔가 하나라도 잘못될 경우 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수도 있고 상대가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면서 대금 지불을 거절할 수도 있으므로 오리엔탈 스타일을 적절히 섞어나가는 것이, 즉 두리뭉실한 것이 유리하다. 이를테면 “이런 문구가 들어가게 되면 저는 우리 회사 악발이 사장에게 맞아 죽어요. 그러니 제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 굳이 문서로 적어 넣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당신이 상대방에게 돈을 주는 입장이라면 상대방이 해야 할 모든 것을 정확하게 모든 것을 표기하라. (명심해라. 돈을 주는 입장이건 받는 입장이건 간에 아무리 문서로 철저하게 계약을 하고 도장 꽉꽉 눌러 찍었어도 계약 사항을 무시하고 배째라는 식의 갱스터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나는 한국인 직원들에게는 우리가 불리하면 오리엔탈 스타일로 접근하고, 우리에게 유리하면 웨스턴스타일로 접근하라고 했다. 즉 어떤 계약 내용을 지키지 못하였다면 여러 가지 인간적인 면들을 유교적 가치와 뒤섞어 상대에게 접근하여야 상대방의 양보와 이해를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면 당연히 웨스턴 스타일로 끌고 가야 상대방이 항복하게 된다. 나는 양쪽 모두가 이기는 윈 윈 게임이라는 것도 실제로 해 본 경험은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협상은 실제로는 우리가 이기고 상대방은 자기가 이긴 것으로 믿게끔 착각을 안겨 주는 협상이다.

한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당신이 불리하게 될 때 재협상할 구멍은 남겨 두는 것이 좋다. 특히 봉급생활자들은 협상에 임할 때 반드시 당신에게 90%의 결정권은 있지만 남은 10% 결정권은 다른 사람의 허락을 받아야 함을 상대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당신이 보지 못했던 것을 윗사람이 지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그 어느 협상을 하건 간에 내가 공통적으로 주문한 말: “너희는 언제나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악역은 내게 맡기고 필요하다면 상대방에게 너희들 사장인 나를 개새끼로 욕을 해라. 너희는 상대방이 제시하는 조건을 다 들어 주고 싶은데 쌍놈의 사장 새끼가 결재를 안 해준다고 말해라. 그래야 너희들은 선량하고 마음씨 좋은 사람으로 남게 되는 법이다. 그래야 너희들에게 유리하다.”

한편, 협상을 할 때 상대방이 악악 소리 지르면서 윽박지르면 금방 기가 죽는 사람들이 있다. 협상 서적들에서 나왔던 주옥같은 사례들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고 아무 말도 못하게 되는 경우 말이다. 이런 경우를 당하지 않으려면 직원들끼리 역할분담을 하여 여러 가지 상황을 설정하고 연습게임을 자주 해 보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우리측에서 잘못해서 고객이 대단히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고 있을 때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잘못을 했으니 빠져 나갈 방법이 없지 않은가. 이런 경우 절대 변명하려고 애쓰지 말아라. 효과적인 방법은 잘못을 저지른 직원을 그의 상급자가 고객이 있는 앞에서 서류판 같은 것으로 머리를 때리며 고객보다 더 크게 소리지르며 개새끼 소새끼 하면서 야단을 고래고래치고 당장 사표를 쓰라고 소리지르는 것이다. 이때 그 직원이 여자라면 그 자리에서 눈물을 짜는 것도 효과적이다. 남자라면 그저 한 없이 슬픈 표정을 지어라. 이렇게 한 뒤 상급자가 그 고객을 조용한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면 대부분 그 고객은 오히려 담당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고 문제는 해결되게 된다. 이런 시나리오들을 많이 만들어 놓고 미리 연습해 보라는 말이다.

나는 학연, 지연, 혈연, 배경 없이 홀로서기를 하면서 무릎이 수없이 깨지는 가운데 협상력을 길렀다. 사람들 사이의 수많은 일들이 사실 모두 협상에 의한 것이다. 결국 인간에 대한 여러 간접 경험이 필요한데 나에게는 내가 존경하는 작가 최인훈의 관념적 소설들이 인간 군상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음도 알린다.

아울러 협상에 대한 여러 가지 책들을 모두 읽었다고 해서 협상의 모든 것을 알았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말라. 그 속성상 공개할 수 없기에 그 어떤 책에서도 언급되지 않는, 나 역시도 공개하기 어려운, 협상법들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 저축은 목돈을 만들 때 까지만 해라.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누군가로부터 여러 가지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 말들에 은연 중 세뇌되어 살아간다. 나는 어릴 때 국산품을 사용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사회에 나와서 느낀 것은 내가 국산품을 사용하는 것과 내가 부자가 될 가능성과는 전혀 무관하였고 정작 부자가 되는 것은 그 국산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전혀 몰랐고 내가 굶어 죽어도 그들에게 나는 언제나 타인이었다.

은행에 저축을 하여야 개인도 잘 살고 국가도 부강하여진다는 것 역시 우리에게 그렇게 세뇌되어 있는 말이다. 정말 그럴까? 언젠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내게 “학교 숙제인데 집에 있는 은행통장의 종류에 대하여 자세히 알려달라”고 한 적이 있다. 학교에서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내 준 숙제였다. 내가 보통예금통장 두개뿐이라고 하였더니 아이는, “우리 집은 목돈마련도 없고 정기예금도 없느냐”고 이상한 듯 물었다. 사실 나에게 은행은 생활비를 잠시 맡기거나 자동이체를 위한 곳에 불과하다.

70년대 초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부잣집 친구들의 아버지는 은행 고위층 사람이거나(아마도 그 중 상당수는 대출 커미션을 받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돈을 빌려 사업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았다. 은행에 저축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나는 내가 저축을 한 돈을 갖고 다른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싫었고 지금도 싫어한다. 처음부터 나는 은행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말이다.

20대에 내가 처음으로 만들었던 천만원은 아줌마들과 함께 한 낙찰계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계는 위험하므로 정말 믿을만한 계가 아니라면 꼬박꼬박 은행에 저축할 것을 권유한다. 단 목돈을 만들 때까지 만이다. 목돈을 오백만원이라도 만들면 그 돈은 수익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한푼이라도 이자를 더 많이 주는 곳을 찾아다니라는 말이다.

은행에 저금을 많이 하여 저축상을 받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나는 그 많은 돈을 왜 은행에 계속 넣어둘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 원금이 보호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종금사나 신용금고, 조합 등과 같은 제 2금융권에 분산시켜 놓고 이자는 매월 은행으로 자동이체 시키면 어떨까? 그런 곳은 불안하고 찾아다니기도 불편하고 시간이 소요된다고? 뭐가 불안하다는 말인가? 원금이 날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그렇다면 5천만원 원금이 보장되는 한도 내에서 하면 될 것 아닌가. 그래도 돈을 맡긴 곳이 문을 닫으면 몇 개월간 그 돈을 찾지 못하지 않느냐고? 그럴 수 있다. 몇 개월 이자를 손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 봤자 몇 %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정도는 날릴 각오를 하고 나는 언제나 고금리만 따라 다닌다. 하지만 원칙이 있다. 법으로 보장이 되는 한도 금액으로 여러 곳에 쪼개 놓는다는 것과 이자는 매월 자동 이체로 수령한다는 것, 갑자기 돈이 필요하게 될 때를 대비하여 일정액은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곳에 예치한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나의 좁은 생각인지는 몰라도 어느 나라에서든지 은행들이 부실해지면 정부에서 쓰는 수법이 예금 보장 한도액 제도인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비 맞은 참새처럼 불안감에 떨면서 자금을 제2금융권 보다는 그래도 더 안전하게 보이는 은행으로 옮기게 되고 은행들은 BIS 비율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맞추게 되어 안정화 단계로 들어가기 쉽다. 결국 불안감 조성은 은행을 살리기 위한 심리적 전술일 수도 있지 않을까? 즉 다른 금융 기관들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안정성을 담보로 하여 전략적으로 이자는 조금 줌으로서 예대 마진을 극대화 시켜 그 마진으로 부실을 털어내려는 속셈일는지도 모르지 않는가. 투신사나 은행 중 자기네가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광고하는 곳은 이자를 가장 조금 주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은행은 길 건너 가까이 있는데 제2 금융권 회사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시간도 걸리고 불편하다고? 도대체 당신 시간이 다른 일들에 얼마나 값지게 쓰이고 있기에 시간이 걸린다고 시간을 아까워하는가? 시간은 금이지만 부자가 아니라면 시간이 금이 아닐 경우가 많다. 불편하다고? 편리함은 언제나 당신의 돈을 빼앗아가는 원흉이다. 금융기관과 거래할 때만큼은 불편함을 감수해라. 당신이 불편함을 느낄수록 돈은 쌓이기 마련이며 돈 찾기가 편리할수록 돈은 새나가는 법이다.

은행의 경우 우수고객이라는 말은 은행에 돈을 많이 기증한다는 뜻이다. 지점장실이나 VIP룸으로 안내되어 커피 한잔 마시는 대신 당신은 적어도 제2금융권보다 연2-3% 정도는 손해보고 있음을 기억하라. 가끔 은행에서 공연 티켓도 들어오고 무료건강진단도 받을 수 있기도 하지만 대단한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수수료 면제 역시 큰 도움이 못 된다. 인터넷으로 처리하면 수수료는 절감된다. 어느 은행이건 간에 우수고객이 받는 추가 예금 이율은 잘해야 연 0.5% 정도이다.

은행의 우수고객에게는 대출금리가 최대 연 3% 까지도 감면된다지만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대출 받을 때가 되어 봐야 안다. 특히 예금담보대출은 엄청난 손해이다. 정기예금이자로 연4.5%를 받고 급전이 필요하여 예금담보로 7%로 대출을 한다면 2.5% 더 내는 것이 아니라 4.5%에 대한 세금액 까지도 당신이 부담하여야 한다. 원 세상에나. 신용대출이니 정책자금 대출이니 그럴듯한 것들도 많지만 당신을 뭘 믿고 그냥 빌려주겠는가. 물론 당신이 이름 있는 직장에 다니면서 어느 한 은행을 계속 거래를 하여 왔다면 신용대출로 돈을 빌릴 수도 있겠지만 그 액수가 몇천만원을 넘어가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역으로 생각해 보아라. 당신이 대출담당자라고 치자. 당신 같으면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이 직장이 좋고 거래를 오래 해왔다는 이유만으로 선뜻 몇천만원을 내 주겠는가? 그럴 리 없지 않은가. 당연히 담보를 요구할 것이다. 담보만 있으면 요즘은 어디서나 돈을 빌린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빚을 지지 말라고 외치는 사람임을 기억해라. 당신이 제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빌려 쓴 돈에 대해 지불하는 이자는, 당신이 그 어떤 금융기관에서 굴리고 있는 자금에 붙는 세후 이자 보다 언제나 많은 법이다. 나는 적금은 적금대로 들고 대출금은 대출금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도대체 왜 그 쉬운 산수도 못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외환위기가 있었던 98년 초에 나는 은행에서 돈을 왕창 빌렸다. 나는 그 돈을 상호신용금고에 넣고 높은 이자를 받았는데 은행 대출 이자를 갚고도 돈이 남았다. 그때 이후로는 그런 재미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았다).

기억해라. 그 어떤 금융기관이건 간에 그들이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주기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는 자원 봉사자들은 절대 아니다. 금융기관의 정확한 표현은 금융회사이며 당신의 돈을 이용하여 스스로 부자가 되고자 애쓰는 영리 목적의 법인이다. 영리 목적으로 돈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으면 어떻게 될까? 나는 금융기관의 창구 직원은 물론 금융기관에 소속된 재테크 상담가의 말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은행에서는 자기들 상품에 가입하라고 하고 보험회사에서는 보험을 권유하고 증권회사는 자기들 상품을 권유할 것 아닌가.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이 “저희한테 돈을 맡기지 마시고 이러 저러한 곳에 가셔서 이렇게 하시면 이자를 이만큼 더 받으실 수 있습니다”라고 당신에게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다행히도 요즘은 인터넷 상에서 금융 상품들을 비교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여러 곳이 있다. 그런 사이트들을 수시로 방문하여 금리 변동 상황을 객관적으로 비교하여 스스로 판단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라. 당신이 모르면 모르는 만큼 호구가 되어 버리는 것이 머니 게임이다.

( 당신이 금융기관이나 재테크의 “기본 조차 모르고 있다면” 전직 은행원 출신의 일본인 요코다 하마오의 ‘부자는 20대에 결정된다’를 나이와 상관없이 읽어라. 하지만 이 책의 내용 중 부자들의 특성으로 나오는“배냇저고리, 아기수첩, 초등학교 성적표 등을 간직해 둔다”는 것은 일본의 부자들에게 물어보니 보편적인 특성 같지는 않으며 저자가 가난뱅이가 되는 지름길로 말하는 것들 중 상당수는 적용이 잘못되었음을 염두에 두어라.

이상건 기자의 ‘돈 버는 사람은 분명 따로 있다’도 읽어라. 이 책은 재테크의 기초 원리를 다루고 있기에 내가 난생 처음 추천사라는 것을 써준 책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의 원고를 읽었을 때 “아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심하게도 도대체 이런 기초적인 것도 모른단 말인가?”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저자의 말은 “대다수가 그렇다”는 것이었다. 쯧쯧 )

운명적 사랑을 믿지 말아라.

혹시 우연히 만난 생면부지의 이성에게서 가슴이 갑자기 아릴 정도로 시려지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고 난 뒤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아니 가슴이 내려앉는 듯한 그런 느낌말이다. 그런 느낌을 받았을 때 나는 이 세상 살기가 만만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젠장. 단 하룻밤만이라도 함께 지낼 수 있다면 모든 걸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대상.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흔들리고 마는 영혼. 이른 바 휠(feel)이 꽂히는 것이다.

사랑에 대해 내가 뭘 알겠냐 만은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 같으며 운명적 만남으로 찬미하는 것 같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Eyes Wide Shut 에서 그러한 감정은 현실을 위협하는 위험한 욕망으로 표현된다. 성공한 의사 빌 하퍼드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앨리스는 친구가 여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한다. 그날 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이성으로부터 강한 성적 유혹을 받는다. 다음날 앨리스는 빌에게 숨겨왔던 비밀을 고백한다. 여름휴가 때 우연히 한 해군장교와 마주쳤는데 그에게 너무나도 강한 성적 충동을 느껴 그와 하루 밤만 보낼 수 있다면 남편과 딸 모두를 포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고 말이다.

영화는 우리의 두근거리는 마음 뒤편에 은밀히 숨어 있는 것이 성적 욕구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것을 우리는 본능이라고 부른다. 성욕을 일으키는 유전적 DNA 가 우리에게 본능으로 있다는 말이다. 그 DNA의 역할은 종족 보존을 위한 교미 충동을 일으키는 것이며 이 유전자로 인하여 수컷은 자기의 씨를 수많은 암컷에게 뿌리려고 하고 암컷은 우성 인자를 받으려는 목적에서 더 나은 수컷을 선택하게 된다.

고귀한 사랑의 감정을 프로이드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성적 본능으로만 조명할 수 있느냐고? 당신이 아무리 플라토닉 러브의 신봉자라고 할지라도 어떤 이성을 좋아한다면 그 사실 자체가 이미 성적 본능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는 것이 실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성적 DNA가 가져온 은밀한 충동이다. 이른 바 전기가 흐르는듯한 짜릿한 운명적 만남이라는 것이 사실은 종족 보존 DNA가 요구하는 최적의 교미 상대를 만났을 뿐이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랑이라는 무대 위에 오르게 되면 우리의 행동과 마음을 그렇게 성적 유전자가 지배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말라. 이것은 2000년 2월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의 신디아 하잔 교수팀이 2년간 남녀 5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여서도 입증된다. 연구팀은 가슴 뛰는 사랑은 18~30개월이면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랑의 감정은 뇌의 화학작용”이며 “남녀가 만나 2년 정도 지나면 대뇌에 항체가 생겨 더 이상 사랑의 화학물질이 생성되지 않는다”.

미시간대 로버트 프라이어 교수 역시 비슷한 주장을 하는데, 사랑에 빠지면 분비되는 세로토닌 등은 상대의 결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해 사람을 눈멀게 만들지만 유효기간은 2년 정도라고 했다. 성적 호기심이 일단 채워지면 더 이상 화학 물질이 처음처럼 분비되지 않으며 연인에 대한 뜨거운 감정이 실은 유전자가 분비 시킨 화학물질이 가져온 결과라는 말이다.

본능에 의해 지배되어 시작되는 사랑은 그 원시적 속성으로 인하여 우선은 외모 같은 육체적 조건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 첫눈에 반하거나 첫인상이 좋아서 호감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사랑은 그런 첫 단추 하나로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본능에 의하여 그렇게 지배된 사랑은 그 원시적 속성으로 인하여 결코 오래 갈 수가 없다. 칠순이 다 된 영원한 은막의 여왕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8번의 결혼과 17번에 걸친 연애행각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매번 결혼을 할 때마다 “이제야 내 진정한 사랑을 찾았어요”라고 말하곤 했지만 그 사랑은 모두 깨져 버렸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본능에 의해 지배된 만남을 진정한 사랑으로 믿었기 때문 아닐까?

수많은 나라들에서 신혼 부부 3쌍 중 한 쌍 이상이 이혼을 하는 이유도 본능에 의해 치장된 감정을 진정한 사랑으로 오해하고 결혼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부부들이라 할지라도 상당수는 이미 마음이 식어버린 채 살아간다. 국정홍보처가 전국 20세 이상 남녀 4,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다시 태어나면 현 배우자와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47.8%나 됐다. 두 쌍 중 한 쌍은 이미 깨져 있다는 말이다. 어느 부부는 남자가 여자를 만난 순간부터 너 아니면 못산다고 농약까지 마시며 자살 소동까지 벌이면서 결혼하였다. 헌데 1년도 안가서 남편은 폭력을 휘두르고 다른 여자와 살림까지 차렸다. 이런 경우가 어디 하나 둘인가.

이혼 경력이 있는 기혼자였던 미국인 심슨 부인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두근거림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은 그녀와 결혼하고자 영국 왕위를 내 놓았던 에드워드 8세의 경우는 어떠할까? 당시 그는 왕위에 오른지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렇게 고백하였다.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는 무거운 책임을 이행해 나가기가 나로서는 불가능함을 깨달았다.”(I have found it impossible to carry the heavy burden of responsibility… without the help and support of the woman I love.) 그날 밤 에드워드는 호주로 건너가 몇 개월을 있으면서 심슨 부인이 이혼 수속을 마칠 때 까지 기다렸고 드디어 프랑스에서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

모든 사람의 심금을 울려 온 이 사랑 이야기는 아마도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꿈꾸는 러브 스토리 일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그들은 나중에 어떻게 살았을까? 그 두 사람은“성격차이로 인하여”별거하였다. 새겨들어라. 성격차이라는 말은 갖가지 이유들로 인해 대단히 많이 싸웠다는 것을 부드럽게 표현하는 외교적 언어라는 것을. 기억하라. “왕자와 공주는 만나자 마자 서로를 사랑하게 되어 결혼하였고 행복하게 평생을 같이 보냈대요.”라는 식의 동화들은 적어도 절반은 거짓이므로 만나자마자 운명적으로 빠져버리는 사랑은 기대하지도 말고 믿지도 말아라. 운명적 만남의 두근거림은 사랑이 아니라 본능적 DNA 가 화학물질을 분비 시켜 당신도 모르게 나타나는 원시적 느낌에 지나지 않는다.

이성과의 만남에서 누구나 외모 혹은 첫인상에 호감을 느껴야 관계를 열어갈 수 있지만 그것이 지속시켜주는 사랑의 시간은 길지 않다. 순간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뜨거운 사랑이 끝까지 지속되는 예는 대부분 그 사랑이 시작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에 영화 타이타닉에서 처럼 죽음이나 사회적 굴레로 인하여 헤어져야 하는 경우에서 주로 나타난다. 즉 사랑의 시간이 지극히 한정되어 있는 경우에 발생하는 것이지 두 사람의 관계가 지속되면서 성적 본능이 이미 충족된 상태가 되면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진정한 인간의 사랑은 육체적 조건에 집착하는 유전적 본능의 지배에서 한 단계 뛰어 넘는다. 그 사랑은 상대방의 인격, 개성, 취미, 습관, 지성, 능력, 가치관 등등의 내면세계에 매력을 느껴야 유지될 수 있다. 시작은 육체적 매력에 사로잡혀 시작되어도 내면의 뒷받침이 없다면 곧 사라질 거품이 된다. 때문에 사랑의 순서를 말한다면 이성(reason)의 교류부터 시작되고 그것이 감성으로, 다시 감성이 감정으로, 그리고 그 감정이 본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결론: 남자는 자신이 어떤 여자를 만지고 싶고 애무하고 싶고 그 여자와 섹스하고 싶다고 해서 그 여자를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섣불리 착각하지 말 것. 여자는 남자와 섹스를 할 때 느끼는 포근함이나 따스함 등등을 자신이 그 남자를 사랑하는 증거로 100% 과신하지 말 것. 남자 여자 모두, 육체적으로 상대에게 길들여져 있고 벗은 몸의 친밀도가 크다고 해서 두 사람의 사랑이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오판하지는 말 것. 만날 때 마다 스킨쉽 혹은 섹스에 탐닉하는 관계라면 당장 그만 둘 것. 가장 중요한 것: 외롭다고 사람을 사귀지는 말 것.

기회는 사람이 준다. 윗사람에게 잘해라.

197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사뮤엘 베케트(Samuel Beckett)는 기성 연극을 부정하는 프랑스 신역극의 선구자이다. 우리에게는 그의 희곡‘고도를 기다리며’가 그 애매모호함(?) 때문에 널리 알려져 있다. 텅 빈 공간에 앙상한 나무 한 그루. 등장인물들 에게는 시간관념이 없다. 과거도 미래도 없다. 언제나 현재다. 그곳에서 부랑자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대화가 축을 이루는 이 연극에서 두 사람은‘고도’를 기다리면서‘고도’가 오지 않으면 목을 매 죽어버리자고 한다. 블라디미르는 이렇게 말한다.“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단 하나 확실한 게 있지. 그건 고도가 오기를 우린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에스트라공이“만일 고도가 온다면?”하고 묻자 블라디미르는“우리는 구원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 난해한 연극을 이해하여 보자는 것은 아니다.‘고도’가 신을 의미하는 말이건 무의미의 의미이건 뭐건 간에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누구에게나 일생 동안 기회가 3번은 온다고 하지 않는가.“해와 달은 누구에게나 빛을 준다(日月無私照)”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 기회는 어디서 언제 나타나는 것일까? 혹시나 ‘고도’처럼 오는지 안 오는지 불확실한 가운데 세월만 잡아먹는 것은 아닐까. 당신이 명심하여야 할 사실은 그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며 당신 주변의 누군가에 의하여 주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돈이 그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고 학벌이 주는 것도 아니다. 기회 수여의 결정권자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보자. 학생운동가 출신인 이명박은 1965년 현대건설 경리사원으로 입사하였으나 불과 12년 만에 36살의 나이로 사장직에 올라 샐러리맨들의 우상이 되었다. 열정과 담력, 저돌성이 정주영 명예회장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현대건설 회장직을 던지고 정치인이 되었다. 비록 그는 자서전에서“오너는 결코 전문경영인을 믿지 않는다”며“한국에서 전문경영인은 사장이 아니라‘사장급 직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지만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은 현대건설이라는 조직이 아니라 지금은 고인이 된 정주영 회장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정주영 회장이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그는 어쩌면 평생 경리 업무만 보았을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명박은 기회를 붙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렇게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언젠가는 누군가가 그를 눈 여겨 보다가 기회를 제시한다. 이것이 기회의 법칙이다. 왜 그럴까? 이미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바쁘다. 이미 부자가 된 사업가들 중에는 돈에 대하여 동물적 후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의 몸은 우리들처럼 하나뿐이다. 혼자서는 일을 다 처리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만난 여러 나라의 성공한 사업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필요하기는 한데 믿고 일을 맡길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실업률이 제아무리 높아도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는 말이 수많은 경영자들 입에서 나오지 않는가.

기회를 주고 싶은데도 기회를 받아먹을 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것은 사업가들과 부자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당신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그런 사람들에 의하여 주어지며 그들은 대개 당신보다 한 세대 앞에서 기득권을 이미 획득한 사람들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말라.

빌 게이츠가 오늘의 성공을 갖게 된 것도 마이크로 소프트의 초창기에 IBM의 어느 이사가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당시 IBM 에서는 PC 에서 사용할 소프트웨어(disk operating system)를 찾고 있었고 이미 다른 유명한 소프트웨어 회사와 접촉한 바 있었다. 그러나 거대한 IBM 의 이사가 방문하였음에도 소프트웨어 회사 사장은 건방지게도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에 분노한 IBM의 이사는 이름도 없는 마이크로 소프트를 찾아갔고 그곳에서“정장 차림으로 예의를 갖추고 기다리던”빌 게이츠를 만났던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크고 성공적인 벤처 캐피탈 회사로 헴브리크 & 퀴스트(Hembrecht & Quist) 라는 곳이 있다. 이 회사에는 하루에도 수십 통 씩 벤처 기업가들로부터 돈을 투자하여 달라는 애절한 투자 요청서가 들어온다. 하지만 그 요청서들은 대부분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그렇다면 투자심의를 할 때 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일까? 기술이나 연구비 비중, 혹은 시장 점유율일까? 아니다. 창업자 자신의 소질과 자질이다. 그것이핵심이다. 그러나 그러한 내용은 투자 요청서나 사업 계획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때문에 그들은 우선은 믿을만한 인맥을 통해 소개를 받은 기업가들을 우선 면접한다. 한때 주식 시가 총액이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능가해 관심을 모았던 인터넷 접속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스 역시 직원 중 60% 가량을 내부 핵심인력의 추천에 의해 채용한다. 이러한 여러 사례에서도 나타나듯이 당신을 기회의 신에게 소개하고 추천하는 것은 이미 이 사회에서 능력이 검증되어 돈과 지위를 획득하는데 성공한 사람들이다.

당신이 제아무리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의 호감을 사지 못하거나 그들의 생각이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있다면 당신에게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따라서 당신에게 능력이 있다면 이제는 옷차림이나 언행에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당신의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을 과연 당신보다 10년 이상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까를 생각해 보라. 친구들에게 쓰는 말투를 그대로 나이든 사람들에게 사용하게 되면 당신은 “예의도 모르는 건방진 놈”으로 인식되게 될 뿐이다.

이것은 외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다국적기업에서 일을 했었을 때의 일이다. 미국에서 남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서 유학생활을 한 일본인 직원이 도쿄(東京)에 있었다. 남미인들의 영어는 일반적으로 거칠고 공손하지 않으며 길거리 소년들 같은 느낌을 주는데 그 역시 비슷하였다. 나는 그가, 나를 포함한 그 어느 외국인 상사들에게도 경칭이나 공손한 표현을 쓰는 것을 한번도 듣지 못했다. 약 1년후 그는 홋카이도(北海道) 지사로 좌천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성공을 원하면서도 자신의 말투나 옷차림에 대하여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이러한 태도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아주 극심하게 나타난다. 그들은 모든 세상 사람들을 자기 친구로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에게 e메일을 보내도 언어 사용이 친구들에게 보내는 식이다. 나에게 독자들이 보내는 메일들을 읽어 보면 채팅 언어들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젊은 친구들이 생각 없이 자기 멋대로 지껄이면서 나를“당신”이라고 부르는 경우들도 부지기수이다. (독자가 보낸 첫 번째 메일을 읽자마자 내 마음이 움직여 독자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하고 상세하게 내 의견을 말해 준 경우는 오직 딱 한 번, 롯데 그룹의 어느 직원뿐이었다. 그가 어떻게 보냈는지는 밝히지 않겠다. 그의 흉내를 낸 메일들이 들어올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행동은 또 어떠한가. 인사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며 윗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커녕 윗사람을 자기와 동급으로 여기는 행동들이 그대로 표출된다. 명심해라. 윗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기는 커녕 예의도 모르고 건방을 떠는 사람으로 일단 비치게 되면 기회는 절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데도 사람들은 연장자들에게 호감을 사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자기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하지만 당신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는 당신의 친구들이 주는 것이 절대 아니다.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친구들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오직 진짜 부자들의 말에만 귀를 기울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폴 앨런이 빌 게이츠의 친구이었음을 보편화시키지는 말라. 당신의 친구가 빌 게이츠가 아닌 이상은 당신 친구가 당신에게 제공하려는 기회의 대다수는 자기가 만드는 제품을 팔아달라는 영업의 기회이거나 당신의 자금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것을 기회로 여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내 말을 윗사람들에게 아부를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당신 보다 나이가 든 사람들의 관점에서 당신 자신을 바라보라는 말이지 그들에게 아부하라는 뜻은 아니다. 또 우리가 흔히 사람 하나 좋다 혹은 착하다고 말하는 그 경우는 사람이 유순하다는 의미이지 능력이 있고 소질과 자질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당신의 윗사람들이 찾는 사람은 능력이 있고 태도도 좋은 사람이지 유순하고 착하며 공손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다. 어쩌면 당신은 그래도 윗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일가친척이 우선이라고 믿을지 모른다. 같은 능력을 가졌다면 일가친척을 우선시할 것이다. 능력도 없는 일가친척을 우선시하는 윗사람은 당신이 던져 버려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외로움을 즐겨라

우리가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노라고 굳게 결심한 이후 우리의 발길을 가장 방해하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부자가 되고자 마음 굳게 먹었음에도 그 굳은 결심을 산산 조각 깨뜨려 버리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그 어떤 목표이든 간에 목표를 달성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수없이 겪었을 통과의례이다.

혼자서 노력하는 과정 중에 창밖에 비치는 찬란한 햇빛, 하얗게 쌓인 눈, 후두둑 떨어지는 소나기, 그런 것들을 배경으로 하여 때 없이 밀려드는 외로움, 보고 싶은 얼굴 등등이 스스로를 외롭게 하고 이어서“내가 도대체 꼭 이렇게 까지 하며 살아야 하나?”하는 회의감마저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안다. 그래서 나는 장담한다. 만일 당신이 어떤 목표를 향하여 정진하는 과정을 이미 시작하였거나 시작하려고 한다면 이제 곧 문득 문득 외로워질 것임을. 아, 하지만 명심해라. 이해인 수녀 마저도 이렇게 시를 읊고 있다는 것을.“누구 하나 내 고독의 술잔에 눈물 한 방울 채워 주지 않거늘. … 매일 아침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거늘, 그래도 외로운거야 욕심이겠지. 그런 외로움도, 그런 쓸쓸함도 없다는 건 내 욕심이겠지.”( “존재 그 쓸쓸한 자리”에서 인용).

그러므로 이제는 고독과 외로움을 친구로 삼아라. 정호승 시인은“외로우니까 사람이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고? 그 기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전혜린(“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처럼 “가끔 몹시도 피곤할 때면, 기대서 울고 위로 받을 한 사람이 갖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당신이 외로움에 징징거리며 질질 짠다면, 적어도 당신이 꿈꾸는 어떤 목표는 이미 물 건너 간 것임을 알아라.

당신이 외롭게 살고자 할 때 제일 방해가 되는 것은 놀랍게도 친구들이다. 친구들은 당신의 옛 생활을 알기에 “새삼스레 너 답지 않게 왜 그러냐” 하면서 발목을 붙잡는다. 부자가 되려면 외로움을 이겨내야 한다. 친구는 당신에게 부자가 될 기회를 주지 못한다. 오히려 웃고 떠들며 이른 바 정을 쌓으면서 부자가 될 시간만 빼앗아간다. 그러므로 몇 년간만이라도 만나지 말고 외롭게 노력하라. 정 친구들이 그리우면 이 메일을 보내라. 글 솜씨도 좋아진다.

외로움은 언제나 고통을 수반한다. 고대 희랍인들은 파테마타 마테마타 pathemata mathemata 라는 말을 하곤 했다는데 고통으로부터 배운다는 뜻이다. 외로움의 고통을 즐겨라. 그 고통 없이 부자가 되는 테크닉을 나는 모른다.

법을 어느 정도나 지켜야 할까? (1)

[ 1. 법이 지켜지지 않게 되는 과정 ]

살아가면서 누구나 법을 지키는 문제와 관련하여 조금씩은 갈등을 하게 된다. “법은 인간 사회의 규범이므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 법을 어겨서는 안 된다.”이것은 초등학교 때 이미 배운 사실이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법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게 되거나 오히려 법을 지킨 사람 보다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법은 지키면 손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보자. 주말에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선은 9인 이상 승용, 승합차량만 다닐 수 있고, 9-12인승 차량에 6인 미만이 승차한 경우는 통행할 수 없다. 그게 법이다. 하지만 일반 승용차나 서너명도 타지 않은 9-12인승 차량이 뻔뻔스럽게 전용차선을 이용하는 경우를 당신이 꽉 막힌 일반 차선에서 보게 되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가. 특히 고속도로에 단속 경찰은 한명도 안 보인다면? 그들이 법을 안 지켰다고 해서 반드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결과적으로는 법을 지키려는 당신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 아닌가. ( 나는 그런 차들을 볼 때 마다, 차량 내부에 몇 명이 승차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초고속 엑스레이 투과기가 부착된 감식 카메라를 만들어 경찰에 팔아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시민 1,1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준법의식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국회의원(78%), 고위관료(75%), 세무공무원(60%), 경찰(54%) 순으로 법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나아가 국민의95%는 “돈이 있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법을 위반해도 처벌 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92.5%는 “요즘 세상에는 법보다는 권력이나 돈의 위력이 더 큰 것 같다”고 답했다. “똑같이 나쁜 일을 해도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이 더 심한 처벌을 받는다 ”는 응답도 91.1%에 달했다.

하지만 그 조사에 참여 하였던 응답자들 자신은 어떨까? 그들은 국회의원이나 고위관료, 세무공무원, 경찰 등이 아니기에 준법정신이 투철하다? 지극히 일부만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실제 생활에서는 법을 어기며 산다. 그들은 “돈있고 권력있는 놈들이 법을 안 지키는데 왜 내가 지켜? 미쳤어?” 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언론은“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논조를 전파하기도 한다. (언론 종사자들은 분명 윗물일 텐데 실제로는 아랫물이나 다름없이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

국민이 법을 어기는 과정을 생활 속에서 생각하여 보자. 먼저 운전 중 신호 위반 벌금이 10만원이라고 가정하고 당신이 적발되었다고 치자. 당신은 잘못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경찰관은 이제 당신에게 10만원 짜리 벌금 고지서를 발부하면 되고 당신은 그 고지 금액대로 벌금을 내면 된다. 끝. –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 투명한 나라가 되게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투명한 나라가 아니다. 불투명한나라에서는 어떤 식으로 법이 집행되는가. 먼저 법규를 위반 하는 자들이 하나 둘이 아니며 단속 인력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적발되는 건수는 전체 위반자에 비해 지극히 미미하다. 그리고 이때 당신이 취할 행동은 아래와 같다.

1. 잘못을 인정하기에 아무 소리 없이 면허증을 제시하고 경찰은 10만원 짜리 벌금 통지서를 발부한다. 다음부터는 신호를 제대로 지켜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정말? 정말 당신이 이렇게 한다고? 와우! )

2. 당신은 신호를 제대로 보지 못하였음을 사과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으니 선처를 구한다. 경찰관도 상황을 이해하고 다음부터는 교통법규를 잘 지키라고 주의를 준 뒤 그냥 보내준다. 마음씨 좋은 경찰을 만났으니 오늘은 참으로 재수 좋은 날이다. 오 해피 데이! ( 이것은 내가 2003년에 아내와 함께 직접 겪었던 경험인데 그 날 저녁 식탁에서 이 이야기를 하자 작은 딸 아이는 얼굴까지 찌푸리며 그 경찰을 나무랐다. “아빠 차가 최고급인데다가 엄마랑 같이 정장을 입고 운전석과 조수석에 있었으니 기사는 아닌 것 같고 돈은 있어 보이니 빽도 있을 것 같아 그냥 보내준 것인지도 모른다. 법을 일단 어겼으면 당연히 처벌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당시 중2 학년 딸아이의 말이었다. 나는 찍소리도 못했다. )

3. 군소리 없이 잘못을 인정하고 이왕이면 싼 것으로 끊어달라고 부탁한다. 경찰관 역시 “이번 한 번은 싼 것으로 끊어 줄 테니 조심하시오”라고 하면서 3만원 짜리 고지서를 주었다. 고마운 마음으로 당신은 고지서를 받아 든다. 친절한 경찰이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그 경찰관이 발부하는 벌금 고지서가 모두 3만원 짜리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뇌물을 받고 벌금액수를 낮추어 준 것으로 판단하여 그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할지도 모른다. 또는 상납이 없음을 섭섭히 생각한 상사들에 의해 좌천될지도 모른다. )

4. “왜 18 나만 적발하느냐”고 거칠게 항의한다. 당신은 신호를 위반할 수밖에 없는 도로에서 재수 없게도 함정 단속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항의하는 말투 자체에 기분이 나빠진 경찰관은 법규 그대로 벌금을 10만원으로 결정한다. 정말 재수 옴 붙은 날이다. 함정단속은 인권보호를 위해서 빨리 사라져야 하고 우리나라는 인권이 정말 엉망이라고 생각한다. 또는 도로 자체에 문제가 있는데도 그걸 고칠 생각을 안하고 단속만 능사라고 생각하는 경찰을 원망한다. (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을 것 이다.)

5. 최대한 겸손한 말투로 “한번만 봐 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순박한 표정을 짓는다( 당신이 여자라면 최대한 예쁜 표정을 보인다).그래서 경찰관은 당신이 위반한 내용은 젖혀 놓고 대신 벌금이 싼 다른 행위를 위반한 것으로 하여 3만원 짜리 고지서를 발부하거나 그냥 보내준다. 당신은 역시 세이노의 조언대로 협상에 대해 공부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당신의 쌩쇼가 먹혀 들어갔음에 흐뭇해한다.

6.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 나와 무슨 원수진 것도 아닌데 싼 것으로 끊어 달라”고 하면서 슬그머니 2만원을 경찰에게 집어 준다. 그리고 3만원 짜리 고지서를 받는다. 당신은 “역시 경찰에게는 돈을 좀 집어 주어야 일이 된다니까”라고 생각한다.

7. 당신은 “이 험한 세상, 우리 서로 돕고 삽시다” 라고 하면서 3만원을 담뱃값 명목으로 준다. 그리고 경찰은 신호위반을 없던 일로 하고 당신을 그냥 보내 준다. 당신은 “세상은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거야. 벌금 내는 사람들이 나는 이해가 안 간다니까” 라고 생각한다. (또는 경찰이 “이거 왜 이러십니까” 하면서 돈을 되돌려 준다. 액수가 적어서 그런 것 같아 만원 한장을 더 건네주니 “자꾸 이러시면 뇌물공여혐의를 추가 하겠습니다”라는 경고를 받는다. 결국 10만원 짜리 벌금 고지서를 교부 받는다. 당신은 “원 세상에 돈 싫다고 하는 놈 처음 봤네”라고 투덜댄다.)

8. 경찰관은 당신을 세운 즉시 이렇게 말한다. “죄송합니다. 벌금이 원래 10만원 짜리인데 이 자리에서 우리 그냥 3만원에 쇼부 치지요.” 당신도 그 제안이 마음에 들어 3만원을 주고 해결한다. 머리 속에서는 “요즘 경찰들은 다 썩었어” 라고 한탄한다.

9. 경찰관의 동료를 보니 마침 고향 사람이다. 당신을 알아 본 그가 경찰관에게 이렇게 부탁한다. “우리 고향 사람인데 그냥 보내 드려.” 경찰관은 자기도 그 동료에게 같은 부탁을 한 적이 있기에 당신을 그냥 보내준다. 그리고 명절에, 당신은 고향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자기를 도와 준 그 경찰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 경찰은 별것도 아닌 일이라고 하면서 겸손해 한다. 모든 동네 사람들이 그 경찰을 칭찬하고 “나도 걸리면 전화해야지” 라고 생각한다.

10. “신호위반 벌금이 10만원이라는 거 알아요?” 라면서 호통을 치는 소리에 기가 죽어 있는데 경찰관은 벌금 고지서는 발부하지 않는 채 딴 짓 만 한다. 그래서 1만원을 면허증 크기로 접어주었더니 “이번 한번만 용서해 주겠다”고 하며 보내 준다. 당신은 “돈 받기를 원하면 처음부터 까놓고 말하지 뭘 그렇게 배배 꼬기는.. 에이 더러운 세상” 이라고 생각한다. (또는 1만원을 주었더니 장난하느냐는 핀잔과 함께 뇌물제공혐의까지 추가 시켜 파출소로 끌고 간다. 결국 10만원의 벌금에 덧붙여 형사적으로 고발까지 당하고 그 경찰관은 청렴한 경찰로 칭찬을 받는다. 당신은 비상금을 털어 좀 더 많이 주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라고 생각한다. )

11. 당신은 그 경찰관의 소속 경찰서 서장이 고교 동창의 형이라는 사실이 생각나 즉시 동창에게 전화를 하고 동창은 형에게 전화를 하여 “이 일을 없던 일로 해달라”고 부탁한다. 얼마 후 경찰관에게 전화가 오고 경찰관은 똥씹은 얼굴로 당신을 그냥 보내주거나 3만원 짜리 고지서를 준다. “역시 사람은 빽이 있어야 된다”고 당신은 생각한다.

12. 당신은 자신의 나이가 그 경찰관 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고는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빡빡하나, 자네는 아버지도 없나. 나도 자네만한 아들이 있다네.” 하면서 그냥 보내 줄 것을 간청한다.그리고 경찰관은 당신을 “어른 공경하는 마음”으로 그냥 보내준다. 당신은 요즘 젊은 경찰들 중에 예의 바른 사람들이 있음을 기뻐한다. 하지만 그가 법대로 집행하면 “요즘은 도대체 위 아래가 없다니까” 하며 한탄한다.

13. 당신은 자신이 언론사, 방송사, 검찰, 국가정보원, 법원, 청와대 같은 곳에 있음을 말하면서, 혹은 당신 아버지나 형이 검사라고 말하면서, 혹은 당신이 끗발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혹은 이 차가 누구 차인 줄이나 알고서 그러는 거냐고 호통 치면서, 그냥 내 빼려고 한다. 경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당신을 보내 줄 수도 있고 여전히 면허증을 달라고 할 수도 있고, 벌금 10만원을 부과할 수도 있고, 금액을 낮춰 줄 수도 있다.

당신이라면 어느 경우에 속할까? 법이 정한 벌금 액수 보다는 덜 손해 보는 방법을 이리저리 모색하고자 틀림없이 노력할 것이다. (아니라고? ㅋㅋ, 농담하나…). 명심해라. 그렇게 이리저리 모색하는 노력이 바로 이 사회를 부패 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특히 당신이 경찰 계통에 아는 사람이 없는지를 찾아내려는 태도가 바로 초특급 부패의 씨앗이 된다. 그런데도 당신이, 이 사회의 준법정신이 무너졌고 부패가 심각하다고 혀를 끌끌 차? 단언하건대 우리는 돈과 갖가지 인맥과 권력, 심지어 나이 까지 동원하면서 법망을 피할 용의가 “언제라도 준비된” 상태이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한탄해 한다.

[ 2.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위선자는 되지 말자.]

다른 방향에서 이야기 하여 보자. 당신이 봉급생활자라면 자영업자들의 탈세를 철저하게 비난할 것이고 스스로를 모범 납세자로 믿을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에 대한 비난과 스스로를 모범 납세자로 여기는 믿음은 당신이 자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것일 뿐, 언제라도 당신이 자영업을 하게 되면 당신 역시 세금을 빼먹는 방법을 연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비록 당신이 지금은 순박하고 선량한 모범 납세자로 자처하겠지만 그것은 달리 세금을 빼먹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일뿐이다. 당신은 결코 당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모범 납세자가 된 사람이라기보다는, 언제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탈세할 준비가 되어 있는 납세자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탈세 기회의 부재를 납세 정신의 존재로 미화시킨다. 기회가 주어지면 다 같이 똑 같은 짓을 보일 것이면서도 입으로는 자신이 다르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런 현상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아니 그보다 더 웃기는 현상은, 자기도 똑 같은 짓을 하면서도 남들에게는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18년놈 들이다.

예를 들어 보자. 어느 사회지도층 인사가 그 아들로 하여금 미국 시민권을 획득케 하여 병역을 기피케 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통렬히 비난한다. 여기서 그 비난자들의 절대다수는 미국에 갈 기회가 전혀 없었거나 그곳에서 살 기회가 주어 질 리 없는 사람들이다. 만일 그들에게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틀림없이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아들에게 병역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다. 즉 그들 역시 잠재적 동조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마치 자신들이 무슨 국가안보의 초석이라도 되는 양 지껄인다. 그래도 이 정도 까지는 이해할 만하다.

내가 가증스럽게 여기는 놈들은, 자기 아들들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병역을 기피하였으면서도 자신의 경우는 좀 다르다고 박박 우기면서 “어떻게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그럴 수 있느냐”고 통렬히 비난한 한겨레신문의 어느 웃기는 논설주간처럼,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고 사람들에게도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이상한 놈들이다.(이들은 가방 끈이 대체적으로 길고 남들 보기에 나쁘지 않은 직업을 갖고 있는 먹물일 확률이 높다).

우리는 법이나 사회 규범에 대하여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나에게 공부 잘하는 아들이 있고 그 아들이 미국에 체류함으로서 병역을 면제 받는다면 나는 당신들이 뭐라고 하건 간에 틀림없이 그 면제 방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그 아들이 공부를 못한다면 영어라도 배울 수 있게 미국에 남아 있도록 손을 쓸 가능성도 있다.

원정출산은 어떨까? 나에게는 딸이 둘 있는데 그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미국 시민권을 안겨 주고자 원정출산을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꽁수를 사용할 만한 상황이 안되었기 때문이지 만일 그렇게 할 수도 있었다면 굳이 그런 출산 방법을 외면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런 시도를 혹시라도 하고자 하였다면 내 아내가 100% 결사반대 하였을 것이며, 덧붙여 말한다면 나는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으며 내 딸들이 미국에서 공부하여야 인생길이 열린다는 생각도 하지 않아 왔기에 그 흔한 해외연수 한번 보내지 않았고 아직까지는 외국인 과외 강사 한번 붙여 준적도 없다.) - 계속 -

내 딸들아, 이런 놈은 제발 만나지 말아라

사랑하는 내 딸들아. 이런 놈은 제발 만나지 말아라.

나이가 어린 너희도 막연하게나마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한 두 번은 생각하여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너희가 결혼을 반드시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독신으로 살아도 좋다. 하지만 결혼을 하게 된다면, 여자에게 있어 사랑은, 특히나 너희 세대에서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갖추고 있을 때 보다 더 완전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라. 또한, 너희의 결혼 생활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남편이 될 남자보다는 시어머니를 비롯한 시댁 식구들이 어떤 사람이냐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음을 기억하여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발, 마마보이, 효도를 지상 의무로 생각하는 남자, 부모 말에 절대 복종하는 착한 남자, 과묵하고 말없는 남자, 부모 인생을 대신 살아주려는 남자, 가족 보다 친구가 먼저라고 떠들고 다니는 남자, 제사 안 지내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남자 등은 절대적으로 만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기회가 생기면 그런 남자들에 대해서 별도로 자세히 말 해 줄 것이나 나는 그런 남자들은 직원으로 채용하기조차 꺼려 왔다.)

그런 남자들만 아니라면 모두 좋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딸 가진 부모 마음이야 다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너희가 무엇보다도 이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게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이 글은 그렇게 될 싹수가 전혀 없을 뿐 만 아니라 결혼 후에는 너희에게도 조만간 자상함을 보이지 않을, 아니 오히려 너희에게 고칠 점이 많다고 하면서 하나하나 따지고 투덜대기만 할, 그런 남자를 가장 쉽게 골라내는 방법을 너희에게 가르치고자 쓰는 글이다.

장사를 하건 사업을 하건 봉급생활을 하건 간에 부자가 되기에는 애초부터 싹이 노랗다고 내가 단언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을 살아 나가면서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세심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왜 나는 그렇게 생각할까? 부자가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호주머니 속에 있는 돈이 그들의 자발적 의사로 내 호주머니 속으로 건너 와 쌓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를 모른다면 그들이 지갑을 열리가 없지 않겠는가. 때문에 나는 타인에게 무심한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전혀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살아오면서 직접 검증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다.

어떤 남자들은 자기가 섬겨야 하는 윗사람들에게만 세심하다. 이런 사람은 아부에 능하여 출세하는 경우도 많지만 가족으로부터는 섬김을 받고자 원하기 때문에 가부장적 권위의식에 물들어 있어서 남편감으로는 정말 별 볼일 없다. 윗사람에게 보이는 세심함의 반의반도 가족에게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이런 남자들에게 있어 가족은 기본적으로 손아래 집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보통 남자들은 자기가 아는 사람들에게는 세심할 수 있으나 자기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세심하지 않다. 자기가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게 세심하지 못한 남자들을 가장 손쉽게 판가름하는 기준이 있는데 바로, 운전하는 모습이다.

우선, 남자 친구가 너를 태우고 가다가 네가 도중에 내려야 할 때 너에게 가장 편한 곳에서 차를 세운다면 싹이 노란 놈이다. 기억해라. 그런 놈은 너에게만 세심하며 타인에게는 절대적으로 무심한 놈이다. 절대 그것을 너에 대한 배려로 생각하며 고마워하지 말아라. 기사가 운전하는 경우이건, 내가 직접 운전하는 경우이건, 택시를 타고 가는 경우이건 간에 나는 너희에게 “가장 편한 곳에서 내리려는” 태도를 꾸짖어 왔고, “가장 편한 곳에서 내리려고 하지 말고 뒤에서 오는 자동차들에 가장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서 내려 달라고 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여 왔다. 차량통행이 많은 곳에서 비상깜박이를 키고 차를 잠시 정차시키는 행위는 내가 그 어느 경우에서도 전혀 용납하지 않아 왔음을 기억하여라. 만일 남자 친구가 너를 그런 곳에서 기다린다면 이미 싹이 노란 놈이다.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느라고 오히려 너희를 불편하게 하는 녀석이 진짜 물건임을 명심하여라. (물론 너희 역시 그 불편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택시를 탈 경우에도 아무 곳에서나 차를 잡으려는 놈은 싹이 노란 놈이다. 그 택시 뒤에 따라오는 다른 차들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내가 너희와 택시를 탈 때 길거리 아무 곳에서나 택시를 잡으려고 한 적이 있더냐). 그런 놈들일수록 도로가 혼잡한 이유는 택시와 버스 운전사들이 운전을 험악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실은 택시를 아무 곳에서나 타는 닭대가리들과 자가용을 아무 곳에서나 세우고 타는 새대가리들 때문에 차선이 엉망이 되는 것이며 그 결과, 운행 시간에 쫓기는 버스가 제대로 다니지 못하다 보니 도로는 개판이 되는 것일 뿐이다. 즉 택시나 버스가 운전을 엿같이 하도록 만드는 원인 제공자들이 바로 그런 닭대가리들과 새대가리들이라는 말이다.

남자 친구가 너와 함께 어딘가를 운전하며 갈 때 길을 많이 헤맨다면 싹이 노란 놈이다. 길을 떠나기 전에는 미리 지도를 찾아보고 사전에 준비했어야 한다. 회사에서 거래처를 다녀와야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나가는 직원도 있지만, 이미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지도를 보면서 거래처에 전화를 하여 길을 상세히 물어본 뒤 출발하는 직원도 있다. 운전하고 가다 보면 알게 되겠지 하는 놈들은 인생도 그 모양으로 지레짐작으로 살고 있음을 나는 보아왔다. 심지어 길을 헤매는 중에도 절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으려고 하는 이상한 남자들도 꽤 있음을 알아 두어라. 이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자기 똥고집대로만 하려고 한다. 도심지에서 길이 꽉 막혀 있는데 교통방송 조차 듣지 않는다면 더 이상 그런 남자는 만날 필요조차 없다.

깜박이를 언제 켜는지도 눈 여겨 보아라. 자고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계층일수록 깜박이를 켜는데 인색하다는 것을 나는 안다.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는지를 타인에게 사전에 알려줌으로써 혹시나 있을 피해를 줄여주고자 하는 세심함이 타인에게 없는 놈들 치고 잘사는 놈들이 없음을 알아라. (고급차가 그렇게 무심하게 운전한다면 십중팔구 재산이라고는 기껏해야 수십억원 수준에 불과하거나, 물려받은 부동산의 가격이 폭등하여 졸지에 부자가 된 졸부이거나, 그런 집 주부 혹은 그 자식들이거나, 낙하산 인사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 놈들이거나, 학연이나 혈연, 인맥 같은 것에 의지하여 사업을 하는 사장 새끼들이거나, 그런 놈들 밑에서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운전기사이거나, 권력을 좀 갖고 있거나, 그런 권력자나 정치인들에게 빈대 붙어 먹고 사는 놈들이거나 아니면 수입에 걸맞지 않게 차는 좋은 것을 타고 다니려는 놈들이라고 보면 된다. 참, 자동차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부자라고 생각하지는 말아라. 나는 국산 고급대형차에 엘피지 가스통을 단 놈도 보았다. )

어떤 놈들은 좌회전을 하는 순간부터 깜박이를 키는데 이런 놈들 역시 정말 싹이 샛노란 놈들이다. 자기가 해야 할 행동을 1초 전에야 깨닫는 놈들은 살아가면서 실수를 엄청 저지를 놈들이기 때문이다. 직진을 하여야 하는데 좌회전 차선에 들어갔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였을 때 뻔히 옆 차선에 차들이 밀려 있음에도 기를 쓰고 차선을 제대로 회복하려는 녀석 역시 싹이 노랗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수많은 다른 차량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는 자신이 당연히 멀리 돌아가야 한다. 자신의 잘못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 보다는 자신이 입게 될 손해에 대해서만 계산기를 두드리는 놈들은 자기 입장에서만 상황을 보기 때문에 타인의 신뢰를 받기 어려우며 평생 돈 걱정하며 살게 될 놈들임을 기억하여라.

주차하는 모습도 정확히 관찰하여라.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하는 놈이라면 욕이나 바가지 하고 헤어져라. 길거리에서 무단 주차하기를 즐겨 하는 놈이라면 지금은 주차장에 갈 돈을 아끼려는 놈일 수도 있겠지만 미래에는 주차장에 갈 돈이 없게 될 놈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주차장에서 주차를 할 때는 지나칠 정도로 정확히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텅 빈 주차장일지라도 자기 차의 오른쪽과 왼쪽에 차량이 주차될 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차를 어느 한 쪽에 삐딱하게 세우거나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세워놓고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내버려두는 놈, 혹은 잠시 주차할 텐데 별 일 없겠지 생각하는 놈은 일을 할 때도 자신의 입장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아내에게도 그렇게 대하는 놈들이다.

특히, 잠시 몇 분 동안인데 뭐 괜찮겠지 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놈은, 남들이 그의 행동을 몇 분 동안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거의 순간적으로 지나갈 뿐이며 그 짧은 시간에 자신의 행동 전체가 평가된다는 것을 까맣게 모른다. 이런 현상은 여자들에게 더 자주 나타나는데 여자들은 자기 입장에서 세상사를 바라보는 경향이 남자들 보다 더 강하고 자기가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만 세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자가 되기 어려운 것 같다. 여자들에게는 주차가 어렵다고? 장롱 면허를 10년 이상 갖고 있던 네 엄마도 주차만큼은 칼이다. 내가 몇 차례 잔소리하긴 하였지만. ㅎㅎ

담배를 필 때 창밖으로 재를 터는 놈들 역시 싹이 노란 놈들이다. 그 재가 뒤차에 날라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에 무심하기 때문이다. 담배는 피고 싶지만 재떨이는 청소하기 싫고 자기 차는 깨끗이 하고 싶어 하는 놈들은 매사가 그런 식이다. 무슨 일을 하건 자기 편한 쪽으로만 생각한다는 말이다. 이런 놈들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너희에게 잘 대해 줄 것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뒤에 차들이 다닥다닥 붙어 쫓아오고 있음에도 앞 유리창에 워셔액을 뿌려대며 브러쉬로 닦아대는 놈들도 싹이 노란 놈이다. 그 워셔액이 뒤차, 옆차에 까지 튕긴다는 것에 무심하기 때문이다. 속도를 낼 것도 아니면서 1차선을 계속 달리거나 너희가 탄 차를 뒤에서 추월하는 차들이 많다면 네 남자 친구는 전체 차선의 흐름에 무심한 놈이다. 싹이 노라니까 절대 만나지 말아라. 비보호 좌회전에서 반대편 차량 보다 먼저 좌회전하려고 기를 쓰는 녀석도 싹수가 노란 놈이고 몇 백 미터 더 가서 정식으로 유턴을 하면 될 것을 귀찮다고 불법으로 좌회전하려고 하거나 혹은 뒤에서 차들이 밀려와도 노란 중앙선이 없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차선을 막고 좌회전 깜빡이를 키며 기회를 노리는 녀석들도 평생 돈 때문에 허덕대며 살 놈들이다.

또한 우회전 차선에 진입하여 직진을 기다리는 녀석은 닭대가리 수준도 못되는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대갈통들이므로 절대 가까이 하지 말아라. 두 개의 차선이 하나로 줄어드는 진입 차선에서 순서를 차례대로 지키지 않는 꼴통들은 제발 그 친구들 까지 멀리하기 바란다. 그런 놈들은 평생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결혼 후 모든 면에서 너희에게 실망만을 가득 안겨 줄 놈들이다. (못사는 나라일수록 운전을 엉망으로 하는 대갈통들이 득실대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 만큼은 예외였다. 백인통치를 오래 받았기 때문인지 길거리 질서는 한국 보다 훨씬 선진국이다. 신호등이 없는 4거리 혹은 3거리 교차로에는 4 STOP 혹은 3 STOP이라는 표지가 있는데 반드시 정차하여야 하며 순서대로 왼쪽 차 한대가 지나가야 그 다음 도로의 차가 나간다. 우회전 차량을 가로 막고 직진을 기다리는 차? 그런 거 없었다. 왜냐하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게 되기 때문인데 한국에서는 그런 놈들에게 너무나 관대하다. 자기도 그렇게 하기 때문일까?)

운전을 거칠게 하는 놈과 과속을 일삼는 놈들은 당연히 피하여라. 그들은 시간을 절약하고자 속도를 냈다고 말하겠지만 그런 놈이 시간을 아끼고자 지랄 떨며 운전하여 집에 돌아와 하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TV나 켜는 행위라는 것을 명심하여라. 운전 중 양보를 받았을 때 감사의 표시를 하는가도 살펴보아라. 보행자 우선 원칙을 지키는지도 눈 여겨 보아라. 무슨 일이건 간에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이 필요한 법인데 그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실패만 한다.

비단 운전 습관에서만 세심함의 정도를 간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광고에서 나오기도 하였지만 공공장소에서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반드시 뒤를 살펴보고 따라 오는 사람이 있으면 문을 계속 붙잡고 있는가를 살펴라. 또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을 때 멀리 다가오는 사람이 있으면 열림 단추를 누른 채 기다려주는가도 관찰하여라. 네 애인에게 그런 섬세함이 없다면 그 애인은 부자가 될 가능성이 아주 적다는 것을 알아 라. 왜냐하면 부자가 되는 길은 재테크를 잘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타인이 갖고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섬세하게 대처할 줄 아는 능력에 있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바쁜 사람이 지나 갈 공간을 터 주는가도 살펴라. 너와 나란히 같이 손잡고 있고 싶어서 네 옆에 서 있는 바람에 공간을 막고 있다면 그 놈은 너에게 “잠시” 세심한 것이지 절대 그 세심함이 오래 갈 놈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여라. (일행이 몇 명이건 간에 국제공항에서 조차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은 후진국인, 한국인, 중국인이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올 때 나는 공항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웨이에 서 있는 사람의 뒷모습만 보아도 그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를 알아 맞출수 있다. 혼자서 중앙에 서있거나 자기 옆에 가방을 놓음으로써 통로를 막았거나 두 사람 이상이 길을 막고 있거나 하면 틀림없이 한국인이다. 나는 너희와 함께 다닐 때도 반드시 일렬로 서게 하여 왔음을 기억하여라.)

식당이나 기타 공공시설에서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 하지 못하는 남자 역시 싹이 노란 놈이다. 한국의 중년층이 많이 이용하는 신라 호텔 레스토랑들을 내가 가기 싫어하는 이유는 그곳에 오는 손님들이 너도나도 크게 떠들기 때문이다. (내 경험으로 볼 때 공공장소에서 제일 시끄럽게 떠드는 민족은 틀림없이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다. 나는 외국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시끄럽게 떠드는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을 한 두 번 본 것이 아니다. 이런 놈들은 기껏해야 1년에 한번 외국에 나올까 말까 하는 수준 정도 밖에 될 수 없음을 알아라.)

심지어 사무실에서조차 큰 소리로 전화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목소리가 원래 크다는 것은 결코 자랑이 아니다. 나는 목소리 큰 부자를 국내에서건 해외에서건 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목소리가 큰 “씩씩한” 남자는 절대 사귀지 말아라.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벨소리를 반드시 진동으로 바꾸지 않는 놈들 역시 싹이 노란 놈이다. 이것은 기본적인 상식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깜박 잊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음악회에서조차 공연 중에 벨이 울린다. 휴대폰을 끄라는 안내가 사전에 있었어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사람이 무슨 일을 할 때는 언제나 실수투성이 이다. 깜박 하기 때문이다. 빌딩 화장실에 붙어 있는 청소 점검표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화장실 청소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조목조목 나열해 놓고 일일이 확인까지 해야 하는지 아는가. 그 간단한 일들 중 하나 두개를 청소 담당자가 깜박하기 때문이다. 휴대폰 소리조차 깜빡하는 놈들은 화장실 청소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점검표가 필요한 놈들임을 알아라. 작은 것 하나 세심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일을 어떻게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너희도 알다시피 나는 내 휴대폰을 언제나 진동으로 하고 다니기에 내 전화기의 벨소리조차 모른다. 너희들 역시 언제나 진동으로 해놓고 다니는 것을 아빠는 흐뭇하게 생각한다.).

지하철과 엘리베이터 같은 공공시설에서 사람이 완전히 내린 후 타는지도 눈여겨보아라. 운전을 할 때 끼어들기가 금지된 곳에서는 절대 끼어들기를 하지 않으며 아무리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어도 순서를 기다리는가도 보아라. 줄이 있는 곳에서는 순서를 철저히 기다리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약삭빨라야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근저에 깔려 있음을 알아라. 그들은 절약과 노력, 자기개발을 통한 부자 되기 같은 것은 믿지 않으며 일확천금을 기다린다. 부자들을 모두 도둑이라고 몰아 부치는 사람도 그들이며 세상이 썩었다고 가장 열변을 토하는 것도 그들이다. 미국 디즈니랜드에서도 줄을 서서 기다릴 때 새치기하는 사람들은 미국 사회의 중류층이나 하류층이라는 것을 너희도 보지 않았느냐.

내가 지금까지 말한 싹이 노란 남자가 너희에게만은 세심할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말아라. 그런 남자들은 너희에게 세심할 리가 없다. 모든 일에서 자기 자신의 입장만 생각할 뿐 이 사회가 남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곳임을 모르는 놈이 무슨 성공을 꿈꾼다는 말이냐. 그런 놈은 식당에서 네 물잔에 물이 비어 있어도 절대 너 대신 물을 주문하지 않을 것이며, 네가 무슨 커피를 어떤 농도로 좋아하는지, 설탕이나 프림을 타는지도 모를 것이며, 결혼 후에는 네가 뭘 좋아하는지를 깡그리 무시하고 오히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만 내세우며 너희에게는 이것저것 잔소리하면서 너희를 변화시키고자 기를 쓸 놈들이다.

만일 네 남자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심하지만 너희에게만은 세심하여 잘 챙겨주어 별 불만이 없다면 그 세심함은, 종족 보존의 유전자들에 의해 분비된 특별한 화학물질이 만들어내는 일시적인 세심함이라고 보면 된다.(“운명적 사랑을 믿지 말아라”는 글을 읽어라). 제 아무리 그가 귀엽고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런 놈은 그 친구들조차 멀리하는 것이 네 인생에 유익함을 잊지 말아라. 아, 참, 내가 말한 세심함은 학벌이나 학력과 전혀 상관없으며, 직업의 종류나 사회적 지위하고도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도 잊지 말거라. 좋은 학교 나와 좋은 직업을 가진 이른 바 인텔리로 간주되는 남자라고 해서 세심할 것 이라는 환상은 절대 갖지 말라는 말이다.

개새끼들에게는 욕을 하자.

[ 경고 : 이 글에는 지독한 쌍욕들이 나온다. 쌍욕에 대하여 앨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자는 이 글을 절대 읽지 말 것. - 이렇게 말하면 꼭 더 읽는다.]

많은 독자들이 쇼크를 먹을지 모르겠다만, 종종 나는 욕하는 것을 즐긴다. 욕하는 법을 연구하기도 했고 새로운 욕을 만들어 외우기도 했다. 물론 내가 언제나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 겉보기에도 나는 전혀 욕이라고는 입에 담지도 않을 사람 같은 인상이라고 한다(믿거나 말거나). 하지만 나는 상대가 여자이건 남자이건 노인이건 젊은이 이건 간에 “행동이 개떡 같다면” (그가 먹고 살기 바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한) 쌍욕을 한다.

아니, 점잖은 체면에 좋은 말로 조용히 잘못을 지적해야지 몰상식하게 쌍욕이냐고? 내가 분명히 아는 것은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다른 사람들이 너그럽게 이해 혹은 용납하여 줄 것으로 믿고 있을 뿐 아니라 전혀 쌍욕을 얻어먹은 적이 없기 때문에 좋은 말로 해서는 행동의 변화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점잖게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고 왜 쌍욕을 하느냐고? 좋다. 길게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는데 중간에 새치기하는 18년/새끼에게 당신이 한번 좋은 말로 타일러 보아라. 그리고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살펴보아라. 백이면 백,“별 미친놈이 지랄이야”라는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보거나 아니면“당신이 무슨 참견이냐”고 대꾸할 것이다.

자, 이제 당신은 무슨 말을 할 것인가?“공중도덕을 지키셔야죠”라고 말할 것인가? “점잖은 분이 새치기하면 되나요”라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여기 있는 사람 모두가 줄을 서서 순서를 지키고 있으니 맨 뒤로 가세요”라고 말할 것인가?“질서는 편하고 아름다운 것이니 우리 다같이 질서를 지킵시다”라고 말할 것인가? 당신의 그 공손한 말에 그 18년/놈이 맨 뒤로 갈 가능성이 도대체 몇 퍼센트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내 경험으로 볼 때 0 % 이다. 그 18년/놈은 여전히 뻔뻔스럽게 그 자리에서 버틸 것이며 당신 말을 “똥개야 짖어라”는 식으로 취급할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내 앞에서 새치기 하는 년/새끼에게 점잖게 말을 했다가“너나 잘 지켜라, 네가 무슨 참견이냐”라는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분통을 터뜨리다가 나중에 잠자리에서 분해서 씩씩대며 잠을 이루지 못한 경험이 몇 번 있었다. 당신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 경험은 아주아주 불쾌한 것이기에“10분간 고민한 뒤”나는 상당히 공격적인 어조로 현장에서 쌍욕을 의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는데, 상대가 누구건 간에 첫마디부터 미리 외워 둔 욕으로 도배를 하였다.

이를테면“야 앞에서 새치기하는 18새끼/놈아. 여기가 네 에미 보지구멍이냐. 아무데나 슬그머니 좆대가리 쳐박게”,“뭘 째려 봐, 18년/새끼야, 이 줄이 아무 좆이나 들락거리는 네 에미 보지 구멍인 줄 아냐? 당장 뒤로 돌아가, 좆같은 새끼/년아”, “너, 귀에 좆물이 부어져 안 들리십니까? 내가 하는 말씀이 네 번데기 자지 같습니까?” 등등이다. 물론 상대방은 당연히 나를 인간 말종으로 알고 나와 시비 붙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니 그 자리에서 불쾌감이 해소될 뿐만 아니라 즐거움마저 생겼는데 그 즐거움은 상대방의 기분을 얼마나 잡치게 만들었느냐는 확신과 비례하였다(하지만 나는 새디스트는 아니다).

어쨋든, 반말을 찍찍하는 버릇을 가진 젊은 의사를 만났을 때는 환자들이 많은데도 그 자리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로 쌍욕을 하기도 했고, KBS 방송국 기자 명함을 운전석 앞에 놓아 두고 자기 멋대로 주차 시키고 가서는 가족들과 식사 중이던 놈에게는 그 가족들 모두에게 완전 기분이 똥이 될 정도로 욕을 한 바가지 선사했다. 기사가 딸린 검정색 고급승용차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들기를 할 때는 그 뒷좌석에 앉아 있는 놈에게 가끔 시비를 거는데 “야 이 좆같은 18새꺄, 기사 새끼 데리고 다니려면 운전 교육부터 똑 바로 시켜 쳐먹어, 여기가 새치기해도 되는 네 에미 보지 구멍인줄 아냐? 18새끼”라고 해야 속이 시원하다.

한번은 여의도에서 그 뒷좌석에 있는 놈이 얼굴이 시뻘개진 채 자기가 국회의원이라고 하면서 명예훼손 어쩌구 개소리를 하길래“같이서 경찰서 가자. 누가 개망신을 당하게 되는지 내가 똑바로 알게 해주마”라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나는 길거리에서 나처럼 돈 있다고 깝죽대거나 권력이 있다고 깝죽대는 그런 새끼들을 골탕먹이는 게 매우 재미있다).

공공장소에서 애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돌아다니는 데도 그 부모가 내버려 둘 경우 나는 처음에는 아주 듣기 좋은 점잖은 말로 이야기 하지만 그 부모가 웬 참견이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면 즉시 “저기 번데기 좆만한 새끼들이 니 보지 구멍에 니 자지가 들어가 빠져 나온 18새끼들이십니까?”라고 말함으로써 그 부모의 기분을 확 잡쳐 버려 놓아야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깡패들에게 대들다가 얻어맞은 적도 네 번 있는데 한번은 마흔 중반이 넘어서도 그런 적이 있다. 나 쪽 팔리고 나 손해라고? 나는 나 보다 강하게 보이는 놈들에게 할 말도 못하는 것 보다는 얻어맞더라도 덤비는 게 더 좋다. 아프기 밖에 더 하겠는가.(참고: 진짜 깡패들은 절대 당신 얼굴을 때리지 않는다. 내가 맞아 봐서 안다.ㅋㅋ). 그런데 당신 정말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야간열차에서 고성 방가하는 녀석들에게 침묵하는 이유가,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고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라고? 정말?

어쨌든 내가 사용하는 욕들은 그 목적이 듣는 사람의 혈압을 크게 끌어 올리고 기분을 잡치게 만드는 데 있으므로 보지, 좆, 자지, 10, 18같은 단어들이 의도적으로 빈번히 사용되며 절대 평범한 욕이 아니다.(욕하는 법도 배워야 잘할 수 있는 엄연한 기술이지만 내가 사용하는 욕을 모두 여기서 가르쳐주게 되면 도서출판 윤리위원회 같은 곳에서 뭐라고 그럴 것 같으므로 스스로 알아서 배워라. 시중에 김열규 라는 사람이 욕에 대해 연구하여 쓴 <욕>이라는 책도 있다.) 욕을 더럽게 하면, 일단은 쌍놈 내지는 못 배운 놈, 인격 파탄자, 불량배 등으로 간주된다. 다행히도(?) 나는 독자들이건 누구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므로 체면 손상 같은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 하지만 딸들과 함께 외출한 경우에는 딸들 입장을 생각해서 눈꼴사나운 모습을 보아도 여간해서는 시비를 걸지 않는다.(어느 호텔 한식당에서 딸들이 보기에도 눈꼴사나운 놈들이어서 딸들이 내게 시비를 걸라고 말한 경우도 있었는데 모 정당 당무위원이라는 10새끼들이었다 ).

좌우지간 나는‘욕하기 운동 국민본부’같은 것이 생겨나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공중도덕을 모르는 18새끼들과 18년들에게 너무나도 관대한 것이 우리 사회이고, 모르는 사람의 잘못을 면전에서 지적하는 것을 꺼려하다 보니 (당신도 아마 침묵을 지키며“참는 게 최고”라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결국 못된 18년, 18새끼들은 계속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그 결과 이 사회는 개판이 되어왔다고 믿기 때문이다.

교통질서만을 예로 들어 보자. 길게 늘어선 진입 차선 앞에서, 버스나 택시나 화물차도 아닌데, 끼어들기 하는 차량에 양보하여 주는 선량한 운전자들이 나는 싫다. 왜 그 얌체들에게 욕을 하지 않는가. 왜 새치기 하는 사람들에게 관대함과 너그러움을 보이는가. 왜 경적조차 울리지 않는가. 왜 차량통행이 빈번한 2차선에서 한 차선을 막은 채 뻔뻔스럽게 비상등을 켠 채로 주차하여 있거나 인도까지 올라와 있는 자가용 차량 운전자들에게 “야 이 10새꺄”라고 말하지 못하는가(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경적조차 울리지 않는다. 그런 18년, 18놈들을 보면 경적을 울려라!). 기사에게 불법 주차 상태로 대기하도록 지시한 사장 새끼들과 여러 종류의 10새끼들이 차 뒷좌석에 탈 때 왜 욕을 퍼붓지 못하는가. 보행자 파란불이 켜졌는데도 차를 횡단보도로 진행시키는 개새끼들과 개잡년들에게 왜 아무도 욕을 안 하는가. 그러니 그 새끼들과 그 잡년들이 더더욱 다른 사람들을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 그러므로 누군가가 그런 잡 10새끼, 18년들에게 욕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사람을 거들어 주면서 다 같이 욕하자. 욕을 할 때는 상대방의 나이를 고려하지 말아라. 나이를 웬만큼 처먹은 한국의 꼰대들은(나도 꼰대다) 학력, 학벌, 지위에 전혀 상관없이, 잘못은 자기가 해 놓고도 오히려 상대방의 말투나 나이 같은 것으로 꼬투리를 잡아 따지고 드는데 아주 익숙하고, 이러한 경우 주변 사람들 역시 나이든 사람의 잘못 보다는 그 잘못에 대해 항의하는 젊은 사람을 무조건 탓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연장자들은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경향을 다분히 보이는데 이게 다 쌍욕을 처먹지 않아서 그렇다(노인공경? 공경할 만한 사람만 골라서 공경하라). 나이가 젊은 사람들도 뭐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말이다.

욕을 하다가 한 대 맞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주먹으로 한 대 맞고 엄살을 좀 부린다면 최하 몇 주 이상의 상해 진단이 나올 것이다. 이빨이 부러졌다면 6주 이상의 진단이 나온다. 한번은 나대신 내 기사(나에게 건축 인테리어를 배워 후에 독립하였다)가 뺨을 한대 맞았던 적이 있는데 2주 진단이 나왔고 게다가 일몰 이후였다. 2001년 까지는 일몰시간 이후에 맞았다면 가해자는 무조건 100% 형사처벌 되었다. 지금은 조금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상대방이 2인 이상일 경우 또는 일몰 시간 이후에 맞았다면 당신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상대방은 반드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전과자가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일몰 시간은 기상청 발표 일몰시간이기에 날이 어두워진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님도 알아 두어라. 여름에는 날이 훤한데도 일몰 이후인 시간이 많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당신이 왼뺨을 맞고도 오른 뺨을 무상으로 내주는 예수가 아니라면 상해진단서를 발부 받아 경찰에 고소하면 된다. (상해진단서의 진단 기일을 생각보다 길게 잡아주는 대단히 고마운 의사들도 있다). 경찰이나 검찰에서 합의를 종용하여도 상대방이 많은 합의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응하지 말아라. 처벌을 원한다고 해라. 상대방이 유일하게 빨리 구속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수백만원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수천만원의 위자료를 당신에게 주고 합의서를 받아야 한다. 최후의 승자는 결국 당신이 된다는 말이다.( 명심해라. 아무리 분통이 터지는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절대 폭력을 행사하지 마라. 현명한 자는 때리기 보다는 상대의 신원을 파악한 뒤 상대가 주먹을 날릴 때 오히려 얼굴을 더 가깝게 대 준다. 그래야 진단 기간이 길게 나오기 때문이다. 단, 차량 번호 같이 상대방의 신원을 추적할 수 있는 정보가 있는 경우에 한한다. 당신이 폭력을 행사하여도 좋은 경우는 어느 때일까? 이걸 말하자니 무슨 폭력교사를 하는 것 같아 좀 켕긴다. 이 글을 자세히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

욕을 할 때도 원칙이 있다.

첫째, 신변을 위협하는 말은 하지 말아라.“네 목아지를 따 버리겠다느니 네 배때기에 사시미 칼이 안들어가는 줄 아느냐”는 식의 조폭식 화법은 절대로 사용하지 말아라. 폭행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신이 그런 욕은“들어 보기는 커녕 알지도 못하고 한 적도 없으며 할 수도 없다”고 정치인들처럼 딱 잡아뗀다면, 그리고 증인도 없다면, 증거불충분이 되겠지만 말이다.

둘째, 먹고 살기 바빠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시비를 걸지 말아라. 길거리에서 택시나 화물차, 버스를 상대로 잘잘못을 따지지는 말라는 말이다. 양보와 용서는 사정이 조금이라도 나은 자가 베풀 줄 알아야 하는 덕목이다. 그러나 돈 있고 권력 있다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놈들(년들도 무지 많다)과 중산층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시비를 걸고 욕을 선사하라.

셋째, 절대 흥분하지 말아라. 욕은 얼음처럼 차가운 마음으로 머리로 하여야 최대 효과를 거둔다. 그래야 싸늘한 맛도 생긴다.

넷째,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상대방의 재산은 절대 훼손시키지 말아라. 그것이 사소한 물건이라도 당신은 형법상 죄인이 되고 만다.

다섯째, 욕을 용두사미식으로 하면 절대 안 된다. 용두용미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욕 레퍼토리를 만들어 놓고 달달 외워라. 그리고 반드시 상대방의 잘못과 연관지어 욕을 하여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유리하다.

여섯째, 욕을 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리게 할 것인지 아니면 상대방에게만 들리도록 할 것인지를 정확히 판단하라. 이것은 법적으로 아주 중요한 문제이므로 되새김질 하여 들어라. 끝으로 당신부터 제대로 해라. 당신부터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들을 거리낌 없이 한다면 욕은 당신이 먼저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추신 : 1. 젊은 친구들은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의 잘못을 탓할 때 우습게 여기고 섣불리 엉기지 말아라.“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는 꼰대들도 있지만 법을 철저히 이용해 적어도 몇 개월은 구치소에 처넣을 수도 있는 꼰대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젊은 사람을 훈육하려는 나이 든 사람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언사를 하면 콩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법원 판례들이다.

2. 보통의 개새끼, 개년들은 욕을 먹게 되면 하나 같이“당신이 나를 언제 봤다고 욕을 하는거야”라는 말로 대항하는데 그 말을 듣는 즉시 퍼부을 수 있는 욕을 생각해 두어라.

3. 내가 뭐라고 하든지 간에 당신 생각에 욕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믿는다면 계속 그렇게 착하게 인내하며 좋은 말만 쓰면서 살아라. 속으로 분통 터트리는 성격만 아니라면 말이다. 진심이다. 나는 단지 신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예의 바른 신사가 되지만, 쌍놈, 쌍년에게는 내가 신사적으로 대하여도 아무 변화가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에 그 보다 더한 쌍놈이 되는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을 뿐이다. )

물건을 잘 사야 잘 산다.

SHOPPING MATH (쇼핑 산수)

A man will pay $2 for a $1 item he needs. (남자는 필요한 $1짜리 물건을 $2에 산다.) A woman will pay $1 for a $2 item that she doesn’t need. (여자는 필요 없는 $2짜리 물건을 $1에 산다.)

당신은 왜 돈을 벌려고 하는가? 돈 자체를 소유하기 위해 돈을 벌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돈으로 무엇인가를 사기 위함이다. 때문에 구매 행위는 돈을 버는 행위만큼 중요한 것이다. 여기 매월 100만원의 월급을 받는 두 사람이 있다. 이번 달 월급을 받았을 때 두 사람 모두가 똑같이 원하는 것은 세탁기를 새로 장만하고 집에 있는 깨진 세면기를 교체하는 것이라고 가정하자. A는 세탁기를 대리점에서 30만원을 주고 샀고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B는 20만원을 주고 샀다. 세면기인 경우에는 A는 가까운 인테리어 업소에 부탁하여 10만원을 주고 교체하였다. B 는 세면기 판매 업소들을 찾아다니며 5만원에 구입하여 스스로 교체하였다. A는 골치 아프게 돌아다닐 필요 없이 편리한 쇼핑을 한 셈이다. B는 시간을 투자하여 세탁기들의 성능에 대하여 비교 검토하면서 공부하였고 세제가 자동 투입되는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기능은 모두 동일한 세탁기를 20만원에 샀다. 또한 세면기 하나 구입하고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발품을 팔았다. 그 결과 A는 40만원을 사용하고 남은 돈이 60만원이 되었지만 B는 25만원을 사용하고 남은 돈이 75만원이 되었다.

이런 경우 나는 B의 봉급은 A 의 입장에서 볼 때 115만원에 상응한다고 계산한다. 왜냐하면 A 가 봉급을 115만원 받아야 세탁기와 세면기를 사고 남은 돈이 B의 75만원과 같아지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물건을 어떻게 사는가에 따라 생활의 수준을 희생시키지 않아도“상대방보다 수입을 가상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부자가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상대적으로 비교하여 볼 때”돈이 많다는 뜻 아닌가.

여기서 무시하여서는 절대 안될 요소가 있다. 시간이다. 만일 A에게 있어서 모든 여유 시간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 A는 시간을 절약하고자 편리한 구매를 택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특별히 다른 할 일도 없으면서도 편리한 구매를 택한다).

예를 들어 동네에서 걸어서 30분 되는 곳에서는 배추를 500원에 팔고 있고 집 바로 옆에서는 비슷한 품질의 배추를 2000원에 팔고 있다면 배추를 싸게 사러 걸어갔다 오는데 소요되는 1 시간의 값은 1500원이 된다. 결국 더 싸게 살 수 있는 길을 불편하지만 찾아 나설 것인지 아니면 편리한 구매를 택할 것인지의 선택 여부는 당신의 시간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와 관련된 문제이다.

이러한 선택은 물건구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을 구입하고 나서 등기를 직접 할 것인가 아니면 법무사에게 의뢰할 것인가 같은 서비스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불친절한 법원 공무원들에게 방법을 물어보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내 힘들게 직접 등기를 할 것인가 아니면 손쉽게 법무사에게 부탁할 것인가 하는 선택에 따라 비용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손쉽게 법무사에게 부탁하였을지라도 채권할인을 법무사에게 부탁할 것인가 아니면 직접 채권을 판매할 것인가에 따라서도 비용 차이가 난다(나는 무슨 채권이건 간에 남에게 할인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게 얼마나 손해를 보는 행동인지 도대체 모른단 말인가.) 당신 스스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시간을 투자해 직접 알아보고 결정한다면 언제나 당신의 지출은, 편리함을 택하는 사람들의 지출 보다 적게 이루어진다.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월급 이외에는 특별히 돈 나올 구멍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자기 계발에 열심이지도 않은 사람들이 돈이 절약되는 불편함 보다는 돈을 더 지출해야 하는 편리함을 택하는 경우들이다. 이러한 태도는 개인이나 가정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 역시 그런 태도를 갖고 있음을 나는 안다.

그러나 기업이건 가정이건 개인이건 간에 돈을 주고 상품이나 용역을 구매하는 행위는 예술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내가 경영자로서 갖고 있는 구매 원칙은,“사장의 친구가 와도 품질과 가격에 경쟁력이 없다면 절대 구매하지 말라”는 단 하나 뿐이다(친구들이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가져오는 경우는 솔직히 거의 없다는 것도 기억해라).“아버지가 파는 떡도 싸야 사 먹고 형이 파는 떡도 맛있어야 사먹겠다”는 정신이 당신에게 없다면 당신은 부자가 되는 길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하여야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자.

1. 직접 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 나가라.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편리하게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 일을 시키는 대신 불편하지만 본인이 직접 하는 법을 배워 나가라. 예를 들어, 자가용 운전자들은 엔진오일을 교환할 때 대부분 정비공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왜 정비공 옆에 서서 지켜보지 않는가? 자기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 부자가 아니라면 엔진오일을 사다가 직접 교환하는 것이 좋다. 그런 식으로 배워놓은 것들이 나중에 장사나 사업을 할 때 엄청난 자양분이 된다는 것도 알아 두어라.

2. 구매시점을 파악하라. 야채나 식품처럼 신선도가 문제가 되는 상품들은 문 닫기 얼마 전이 가장 싸다. 물건을 주욱 늘어놓았다가 문 닫기 직전 정리하여야 하는 물건들 역시 정리 시점이 싸다. 각종 전시회에서 판매되는 물품들 역시 전시 마지막 날이 가장 싸다. 이 정도는 대부분 알 것이다. 보석은 어떨까? 설날이나 추석 직전, 혹은 말일 경이 싸다. 만기가 되어 돌아오는 어음, 종업원 월급, 점포 임대료 등으로 인해 보석 상인이 그 때가 가장 돈이 필요할 때이기 때문이다. 전문인들과 가격 협상을 할 때도 직원들 월급날 하루 전이 유리하다. 어떤 제품들은 12월 말이 1월 초보다 더 유리하다. 12월 말에 연말 실적 합산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3. 가격구조를 파악하라. 단일 상품 구매가 아니라 여러 물품과 용역이 동시에 제공되는 경우는 반드시 세부항목별 단가를 분석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30평 아파트에 도배를 한다고 치자. 사람들은 보통 인테리어 업체에 이걸로 하면 얼마에요 라고 묻는다. 콩나물 사는 식이다. 좋은 구매방법은 이 도배지는 한 롤에 얼마이고 도배사 인건비는 얼마이고 부자재 가격은 얼마냐고 물어보고 다른 곳들의 가격과 품목당 비교를 하고, 남는 도배지는 반품하는 조건으로 하며 도배사 인건비는 별도로 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가격 구조를 파악하라는 말이다. (“견적서 받는 법” 항목을 참조하라.)

4. 유통구조를 파악하라. 위에서 언급한 도배의 경우, 인테리어 업체에서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도배지 회사의 대리점에서 물건을 받아다가 마진을 붙이고 도배공을 연결시켜 주고 다시 마진을 붙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유통 구조를 단순화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전화번호부나 인터넷을 뒤져 벽지 회사 대리점을 찾아내 직접 방문하고 그곳에서 신뢰할 만한 도배공을 소개 받게 되면 비용이 덜 나가게 된다. 언젠가 친구가 판촉용 손목 시계를 내가 경영하던 회사에 납품하고 싶다고 하였을 때 내가 한 말. “네가 시계를 직접 제조하니?”“그건 아니야.”“그런데 왜 내가 널 통해서 사야 되지? 직접 주문하면 될 걸 말이야.”“….그건 그래.”나는 친구에게 구매하지 않았다. 덧붙여 말하자면 나는 방문 판매자나 다단계 판매자에게서 물건을 사본 역사가 거의 없다. 왜? 편리는 하지만 비싸니까. 아니 때로는 너무 비싸니까.

5. 판매자의 입장을 살펴라. 백화점 매장에는 백화점 직원과 제조업체에서 파견 나온 직원이 같이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파견 직원은 실적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흥정이 가능한 때가 있다. (나는 여성복 코너에서 그런 흥정을 몇 차례 했었다). 장기 임대매장을 갖고 있지 않고 임시 특별 매장 형태로 들어온 사람들의 경우는 대부분 협상이 가능했다. 그런 경우 파견 사원에게 명함을 달라고 한 뒤 전화하여 어차피 내가 백화점에서 카드를 긁으면 수수료 25프로 내지 30프로를 당신들이 내야 하므로 그 만큼 가격인하를 해 달라고 협상하여 성공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협상이 끝나면 다시 현금으로 줄 테니 3프로 정도 더 깍아 달라고 하기도 했다.

6. 현금을 지불하라.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국세청은 좋아하지만 당신에게는 손해인 경우가 더 많다.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나온 최저가격을 직접 상점 주인에게 제시하면서 현금을 준다고 말해보라. 그 가격보다 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현금지불을 싫어하는 주인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카드나 현금이나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주인이 아니라 월급 받는 점원이다. 주인과 직접 협상하면서 현금으로 지불하라. 카드는 판매 회사의 오너를 만나지 못하는 상품을 살 때나 사용하는 것이다. 어떤 카드는 돈을 돌려준다고? 그래서 현금을 쓰는 것 보다 유리하다고? 도대체 얼마나 돌려주는데?

7. 마켓팅 기법에 속지 말라. 벼룩시장에서는 모든 것이 다 싸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물건을 쌓아놓고 팔거나 흰 종이에 큰 글씨로 파격세일이라고 써 놓았다고 해서 당연히 싸게 파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그게 다 당신 호주머니를 노리는 마케팅 기법이다. 광고 이미지에도 속지 마라. 당신이 어떤 상품을 좋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십중팔구 광고에 세뇌되어 있기 때문 아닌가. 광고가 좋다고 제품도 좋다는 법은 없다. 게다가 광고는 당신의 마음을 어떻게 하여야 움직일 수 있는지만 연구하는 광고 전문가들이 만드는 것이다. 그런 광고에서“우리 회사는 당신의 믿음직한 친구가 되겠다”고 아무리 다정하게 말하여도 그저 광고니까 하고 흘려버려라. 광고와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 말이다. (예컨대 상가 분양광고가 과장된 말로 도배되어 있는 바람에 당신이 속아 넘어갔을지라도 법원의 판결은 절대 당신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라. 약간 과장시켜 말을 한다면, 광고를 그대로 믿는 놈이 바보라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 판매자의 말을 그대로 믿지는 말아라. TV 홈 쇼핑에서 진행자가 하는 말도 섣불리 믿지는 말아라. 지방 출장중 호텔에서 밤에 우연히 CJ39 쇼핑 채널을 보았는데 샤프 50인치 PDP를 팔고 있었다(2002년 4월26일 새벽이었다). 진행자들은 설치 장소가 바닥이건 벽면이건 설치비는 무료라고 거듭 강조했다. PDP는 상당히 무겁기 때문에 벽면 설치시 별도의 브라켓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구입 희망자인양 전화를 했더니 설치비는 무료이지만 벽면 설치시에는 브라켓 값으로 40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개떡 같은 놈들. 방송에서는 벽면이건 어디건 돈 안받고 해준다고 하더니 정정 방송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게 판매자들이다. 나는 복사기나 자동차 같은 기계를 살 때 영업사원의 말을 조금도 믿지 않는다. 오히려 애프터서비스 전담 직원들에게 물어보아야 어떤 것이 튼튼하고 좋은지를 쉽게 알 수 있다.

9. 상품내용을 파악하라. 상당히 어려운 항목이다. 예를 들어 온열치료기나 돌침대를 살펴보자. 도대체 그게 몇백만원씩 할 근거를 나는 전혀 찾지 못한다. 이런 고가 정책 제품들은 건강 관련 제품들이거나 미용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그 종류가 하나 둘이 아니다. 정수기 하나를 놓고 보더라도 도대체 수돗물을 필터로 통과시켜주는 것뿐인데 비쌀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싸게 팔리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다(나는 정수기를 안샀다). 이런 제품들은 본사에서 가격을 철저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대리점에서 싸게 팔게 되면 대리점 계약마저 취소시킬 정도이다.

10. 기본기능에 충실한 상품을 찾아라. TV를 예로 들어 보자. 화면 크기가 같고 화질 차이가 없지만 여러 가지 다른 기능들이 있다면 당연히 비싸다. 그렇다면 각 회사별 또는 모델별로 무슨 기능이 있는지 하나하나 비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전자제품들은 상대회사와 경쟁을 치열하게 하기에 저가품을 내놓고 있으며 고가품과 기본기능은 같은 경우가 많다. 비싼 제품들이 흔히 갖고 있는 부가기능들은 당신이 몇 년에 한번 쓸까 말까 하는 것들일 수가 있다.

11. 평상시에 가격정보에 민감해라. 나는 광고 전단지도 종종 살펴보면서 물건 값을 알아 두려고 한다. 20년전 특별한 기술이나 지식을 갖추지 않은 한 직원이 들어 왔을 때 나는 그에게 이렇게 충고하였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그 가격을 알아 두어라. 휴일이면 남대문 시장과 숭례문 상가, 청계천 등에 정기적으로 가서 물건 값을 확인해라. 밀수품 가격도 알아두고 중고 가격도 알아두어라." 요즘은 인터넷에서 가격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으므로 www.enuri.com 이나 www.omi.co.kr , 혹은 www.auction.co.kr 같은 곳에서 사고자 하는 상품에 대한 가격 정보를 미리 수집하면 된다. 적어도 그런 자료를 뽑아 들고 다닌다면 바가지 쓸 염려는 없다. 특히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나오는 월간 <소비자시대> 라는 잡지 혹은 사이트( www.cpb.or.kr )는 상당히 유익한 정보들을 많이 제공하여 준다.

12. 협상해라.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 저지르는 대표적인 잘못은 가격 협상시에 판매자가 기분 나빠할 것을 염려한다는 것이다. 아니 돈은 당신이 지불하는데 뭐가 미안한가? 정찰제라고? 협회 가격이라고? 남들 다 그렇게 받는다고? 그건 판매자들이 정한 원칙이지 당신과 협의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므로 절대 미안해하지 말고 협상하라.

하지만 나는 노점상의 물건은 절대 깎지 않는다. 물건이 같다면 큰 가게보다는 작고 초라한 가게에서 깎지 않고 산다. 한쪽에서는 멋진 쇼핑백에 넣어주고 한쪽에서는 검은 비닐 봉지에 담아주어도 그렇게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반대로 행동한다. 한가지 더: 내 아내는 백화점에서 식료품 등을 미끼 상품으로 원가 이하 선착순 초특가 한정 세일 하는 곳에서는 줄 서서 기다리지 않는다. 그런 상품들은, 절약을 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구입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접대를 받지 말라

미국투자회사 칼라일 그룹 서울 사무소의 한국계 미국인 직원이 서울에서“왕처럼 살고 있다”고 떠벌리는 메일을 친구들에게 보낸 사건이 2001년 5월에 있었다. 문제의 직원은 미국 국적의 20대로 1999년 7월부터 2001년 4월 까지 미국의 세계적인 증권사 메릴린치에서 일하다 5월에 칼라일 그룹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서울 근무를 해왔다. 서울에 온 지 불과 10여일 만에 그는 미국 친구들에게 한국의 접대문화를 들춰가며 호화판 생활을 자랑하면서“여러 은행의 임직원들로부터 거의 매일 골프와 저녁 술대접 등 향응을 받고 있다”고 메일을 보냈는데, 그 메일은 메릴린치 증권사를 비롯한 뉴욕의 투자회사 직원들로 급속하게 번졌고 결국 칼라일 본사에 까지 알려져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그 기사를 읽었을 때 내게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 “불쌍한 은행 임직원들….”은행에서 접대를 하여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나이가 적어도 40대는 되었을 텐데 새파랗게 젊은 20대를 접대하느라 속이 뒤틀려도 엄청 뒤틀렸을 것 같아서였다.

사업상의 모든 접대는 대화를 통하여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고 나의 의견 및 내가 팔고자 하는 상품이나 용역에 대해 부연 설명하고자 하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업무 중에는 서로 할 일이 있다 보니 일과 후에 만나 식사도 하고 술도 한잔하면서 그런 시간을 마련한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서 대부분의 접대는 상대방과 이른 바“인간적으로 친하게”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여기서“인간적으로 친하게”된다는 말의 의미는 십중팔구, 상대가 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는지 무슨 노래를 좋아하는지를 파악하면서 젊은 여자애들 끼고서 상대방 비위 맞춰가며 술 처먹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접대의 정점은 상대가 여자와 2차를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차라리 그냥 창녀촌으로 가라).

상대방에게 온갖 아부를 다 하면서 포주 노릇을 하는 이런 식의 접대를 관행으로 여기지 않는 집단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종교계 일부를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계는 물론이고 학계(초, 중고등학교와 대학도 물론 포함된다), 예술계(특히 미술계), 언론계(신문 방송 잡지 모두 포함), 의료계, 법조계, 연예계, 금융계, 군인 집단, 공무원 집단, 공기업(정말 기가 막히는 곳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민간 기업(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마찬가지이다) 등, 사회 전 분야에서 그런 접대를 한편으로는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받는다.( 참고로 대한상공회의소가 181개 기업을 상대로 “접대와 매출의 상관관계”를 물었을 때 응답자의 16%는“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했고 68%는“다소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영향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불과 16%에 불과하였다.)

내가 장사, 사업을 하면서 부딪힌 갈등 중 대표적인 것이 이 뒤틀린 접대 관행(접대 문화? 그게 문화냐?)이었다. 내가 파는 물건이나 용역이 가격과 품질에서 남들 것 보다 우수하다면 당연히 상대방이 구입해 줄 것으로 알았는데 세상이 꼭 그렇지 만은 않았다. 가격은 비싸고 품질은 떨어져도 요령만 좋으면 팔아먹을 수 있는 게 이 세상이었고 그 요령이란 것은 다름 아니라 구매 결정자를 이런 저런 방식으로 구워삶는 것이었다.(“구매결정 과정을 파악해라”항목을 참조하라.).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상대방이 내 애인이 아닌 이상,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등을 미리 알아내서 상대로부터 호감을 받아내는 것을 아더메치한(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유치한) 행위라고 단정 짓는“고지식한”(?) 사람이다. 나는 룸싸롱에서 거래 상대방과 술독에 빠진 뒤 젊은 여자와의 섹스를 주선해주는 것을 개지랄 떤다고 생각하여왔지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과정으로 여긴 적이 전혀 없다. 순전히 이해관계로만 만난 사람들 앞에서 친한 척 하면서 나는 좋아하지도 않는 동백아가씨 노래에 손뼉을 치고, 신날 것도 없는데 춤도 같이 추어야 하는 것이 나는 싫다. 그런 사람들과 술잔을 머리 위에 터는 짓도 싫고 부어라 마셔라 하는 짓도 싫다. 내가 그런 접대를 한 것은“술 한잔 사야 되지 않느냐”고 면박을 주는 공직자들 상대였는데 지난 20여 년간 예닐곱 번은 된다. 내가 골프를 안 배운 것도 공무원들 눈치를 보느라 일요일 마다 골프장에 끌려 나갈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내 생애 단 한번도, 정말 단 한번도, 그런 접대를 한 적이 없다.

나는 도대체 그런 식의 지랄을 접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의심스럽다. 자존심도 없고 배알도 없다는 말인가. 당신 자신이 한심한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렇게 지랄 아양 떨면서 돈을 벌어 정승처럼 쓰겠다고? 자~알 해 봐라. 상대에게 고마운 마음에 접대하는 거라고? 영업상 필요하다고? 꼴깝 떨고 있네. 내가 볼 때 그런 지랄 수준의 접대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핑계 김에 같이 즐기려고 하는 자들일 뿐이다. 이런 부류들은 언제나 접대비 규제에 대하여“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목청을 높이거나 별의별 핑계를 다 끌어당기며 반대한다. 그들은 회사 돈으로 골프를 치고 룸싸롱에 다니는 것을 폼 난다고 여기며 출세한 징표로 생각하는 것일까?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접대비로 사용할 금액만큼을 품질을 개선하고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를 높이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내 생각은 이러했다.

내가 파는 물건이 남들에게는 없다면 접대를 할 필요가 없다. 내가 파는 물건이 남들도 파는 물건이라면 품질이 달라야 하며 품질이 다르다면 접대가 필요 없다. 내가 파는 물건과 비슷한 물건을 파는 경쟁자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면 접대가 필요 없다. 술 접대를 멀리하는 분위기가 강한 종교집단에 물건을 판다면 접대가 필요 없다. 내가 제공하는 용역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내가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면 접대가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접대를 해야만 상대가 구매를 해 준다면 나는“더러워서”그런 장사는 하지 않겠다( 차라리 나는“거래”를 하는 게 더 좋다. 얼마를 리베이트로 주겠다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아양에 아부 떠는 것 보다는 그냥 봉투 하나 건네는 게 시간도 절약하고 내 적성에 더 맞는다. 하지만 사업상 이런 거래를 한 적은 없으며 공무원 상대로는 해 본 적이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별도 항목에서 언급할 것이다).

수많은 물품들과 서비스를 팔아 보았지만 단 한번도, 정말 단 한번도, 나는 영업사원에게 할당량이라는 것을 정해 준 적이 없으며 영업사원의 봉급을 판매량에 비례시켜 결정한 적도 없다. 물건이 안 팔린다면 경쟁력이 없다는 뜻이고 그것은 곧 경영자의 책임이지 영업사원의 책임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었다.

내가 영업사원의 자질을 평가하던 기준은 얼마만큼 팔았는가가 아니라 판매대금을 언제 얼마만큼 회수하였으며 평상시에 채권회수 방법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실천해 왔는가, 제품에 대한 지식과 경쟁자들에 대한 지식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가 이었다. 영업사원 개인별로 접대비를 할당한 사례는 단 한번도 없으며 오직 영업부 담당 최고 임원에게만 약간의 영업비를 준 적이 있는데 매출 700억~800억원 당시 그 영업비는 고작 월 100만원 정도 였다. 나는 오로지 식사 접대와 반주 정도 혹은 노래방 수준만 허용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부장급 직원이 룸싸롱 접대를 하였을 때 나는 그 부장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얼마 후 그는 사표를 냈다.

누군가가 내게 접대를 하겠다면 딱 잘라 거절하였다. 어느 지점장에게는 나를 위한 접대비만큼 신용장수수료를 깎으라고 했다. 그러나 어떤 부류들은 가격을 100만원 낮춰달라는 나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200만원을 룸싸롱에서 나에 대한 접대비로 날려 보내는 쪽을 더 좋아하였는데 회사의 규정상 가격인하는 불허하지만 접대비는 별도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한국에는 이런 웃기는 회사들이 하나 둘이 아니며 여기에는 공기업도 포함된다).

불시에 과다 접대를 받게 되면 반드시 계산해 주었다. 접대를 안 받으니 나 자신 혹은 직원들에게 뇌물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오래 전 이런 적이 있었다. 어느 보세창고에서 창고사용 요금을 빨리 지불하여 주어서 고맙다고 경리 책임자에게 200만원을 보내온 것이었다(평소 나는 임직원들이 거래처에서 받는 모든 선물과 상품권을 보고하도록 했다. 추석이건 설날이건 예외가 없었다. 단순한 고마움의 표시라면 우리도 똑같이 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보고 받자마자 나는 담당자들 모두에게 알렸다.“이 멍청한 녀석들아. 우리가 지금 확실하게 바가지 쓰고 있다는 증거니까 즉시 조사해 보아라.”사실이었다. 회사는 이미 적정 요금보다도 1억원이 넘는 돈을 초과하여 지불한 상태였고 그 보세 창고는 전직 고위공무원이“믿을만한 곳”이라고 하여 소개하여 주었던 곳이었다. 즉 그 전직 공무원은 중간에서 적어도 수천만원을 커미션으로 받고 있었던 것이다. 명심해라. 사업상 당신을 접대하고자 애쓰거나 돈 봉투를 건네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판매하는 것의 가격을 더 깎을 수 있거나 품질이 경쟁자들 보다 떨어진다는 뜻이라는 것을.

나는 접대를 하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 나쁘다고 믿는다. 이 사회에서 접대를 받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꽤나 공부도 많이 한 새끼들이고 이른 바 일류대 다닌 새끼들도 엄청 많은데 도대체 당신이 접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을 접대하는 사람이 당신에게 술을 사주고 심지어 2차까지 준비해 주는 이유를 당신은 모른다는 말인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당신하고의 돈독한 관계가 아니라 이득이다. 이득을 얻기 위한 “얼굴 익히기”이다. 그것을 “인간관계의 개발”이라고 미화시키지 말라. 목적이 뻔한 향응을 받는 것이 무슨 인간관계이고 “휴먼 네트워크의 개발”이란 말인가. 술을 좋아한다고? 당신 돈으로 친구들과 소주나 마셔라. 진심어린 접대는 존경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지 이득을 추구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접대를 받는 당신이 공직에 있다면 이권을 팔아먹는 도둑이 된다. 당신이 의료계에 있다면 환자의 주머니를 후리는 것이며 법조계에 있다면 무전유죄를 조장하는 것이고 회사의 임직원이라면 회사 돈을 훔치는 것이며, 언론계에 있다면 스스로 사이비가 되겠다는 뜻이고 교육계에 있다면 위선의 탈을 쓴 것이며 예술계에 있다면 협잡꾼에 지나지 않는다(기업교육전문가 김찬배의‘개인과 회사를 살리는 변화와 혁신의 원칙’을 읽어라).

당신이 죽으면 당신 무덤에 “캭” 하고 가래침을 뱉을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이 개새끼들아, 부끄러운 줄 알아라. (당신 아버지가 접대를 받느라 바쁘다면 그가 당신 아버지라도 부끄러워해라.) 젊었을 때 세상을 더럽다고 욕하고 침 뱉던 당신 자신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

Metallica 의 노래 중 The Unforgiven 에서 이런 가사가 나온다.

….What I"ve felt 내가 느꼈던 모든 것들이 What I"ve known 내가 알았던 모든 것들이 never shined through in what I"ve shown 나의 행동 속에서는 전혀 나타나질 않았다니. never free (나는) 전혀 자유롭지 않다 never me (나는) 전혀 내가 아니다 …. He"s battled constantly 그는 끊임없이 싸워왔지만 This fight he cannot win 이길 수 없는 싸움. A tired man they see no longer cares 지친 몸으로 이제는 싸움을 포기하고 The old man then prepares 그렇게 나이든 채 to die regretfully 후회 속에 죽을 준비만 한다. That old man here is me 그 늙은이가 바로 나 ….

나는 그렇게 살기 싫다. 내가 10대 20대에 제일 싫어한 사람들이 40대 50대의 꼰대(아저씨)들이었다. 내 눈에는 모두 위선자들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내가 그 꼰대 계층에 속한다. 나는 내가 젊었을 때 혐오하였던 능글능글한 꼰대가 되고 싶지 않아 왔다. 내가 싫어했던 꼰대 모습이 싫어서인지 배가 조금만 나와도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나는 내가 20대에 좋아했던 것을 아직도 좋아하고 그 때 싫어한 것들은 여전히 싫어한다.

이 글을 읽는 젊은이들에게: 지금 네가 침 뱉는 대상이 미래의 너의 모습이 되지 않도록 살아가라. 젊었을 때 최루탄 가스를 맡아가며 기성세대에 분노하였던 새끼들도, 4.19 세대들이건 6.29 선언 세대들이건 간에, 세월이 지나 40대, 50대가 되면 똑같이 똥개가 되어 버리기 일쑤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런 똥개 변신에는 그 어떤 학벌이나 학력도 백신 역할을 하지 않는다. 서울대, 연대, 고대 나왔다고, 고시에 합격하였다고 똥개가 안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왜 그렇게 가증스럽게 변하는 것일까? 바로 돈 때문이다. 그러므로 젊었을 때부터 자신의 소비생활을 통제하고 몸값을 높여 나가라. 그 길 만이 네가 지금 혐오하는 대상으로 변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 룸싸롱 아가씨들에게 물어보라. 그곳에서 “제일 좆같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누구냐고. 이 사회에서 이른바 존경 받는다는 직업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다 나올 것이다. 하나 더 물어 보아라. 그곳에서 제일 불쌍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누구냐고. 접대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것이다.

좋은 자리에 있을 때 접대 받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나무는 잘려 넘어져 있을 때가 그 크기를 가장 잘 잴 수 있는 법이다. 당신이 그 자리를 떠나면 개새끼도 당신을 쳐다보지 않는다. 세상은 요령껏 살아야 한다고? 향응을 받고 멀쩡한 사람을 불쌍하게 만드는 것이 당신 요령인가? 접대를 하는 입장에서 뒤돌아서면 무엇을 생각하겠는지 한번 생각해 보아라. 상대방이 고마운 마음에 하는 접대라고? 밥이나 얻어먹고 일찍 헤어져라. 상대방이, 아마도 그 아내와 가족까지도, 평생 고마워할 것이다.

(내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 부자가 된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재벌들이 정치인들에게 굽실거리며 돈 주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돈을 더 벌려고? )

아내들이여, 남편부터 변화시켜라

요즘 젊은 세대들이야 맞벌이가 흔하지만 나이 든 세대에서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와 상관없이 별도의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전업 주부들은 어떻게 해야 부자로 살 수 있을까. 투자 공부를 열심히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우선 남편에게 달려 있다. 제 아무리 학벌이나 직장이나 직업이 좋아도 남편이 술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며 책을 읽는 것과는 담을 쌓았고 텔레비전 앞에 있기를 즐기며 어쩌다 책을 읽어도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고 자기 생활과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며 카드빚도 발생하는 상황이지만 남편 역시 부자로 살게 되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이다. 그 남편의 대갈통 속에 들어 있는 생각과 행동을 바꾸지 못할 것 같다면 가난한 생활과 일찍부터 친해지던지 아니면 일찌감치 헤어져라(내가 대갈통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게 가족을 책임지려는 사내새끼의 머리통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애가 아직 없다면 더더욱 그렇다.

나는 여자들이 싹이 노란 남자들을 왜들 그렇게 끼고 사는지 모르겠다. 나는 내 딸들이 나중에 그런 남자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른 바“그놈의 정 때문에”헤어지지 못한다면 깍두기들(조폭)을 시켜서라도 그 남자 녀석을 사라지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할 정도이다.

특히나 내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남편이 대기업에 들어갔다고 해서 혹은 자격증이나 면허증 소지자라고 해서 혹은 전문직업인이나 기술자라고 해서 자기 부부의 삶은 펴~ㅇ생 안정될 것이라고 믿는 아내들의 아둔함이다. 이 세상이 경쟁사회라는 것을 뻔히 경험하였을 텐데도 일단 이 사회에 발을 들여 놓고 자리를 잡으면 그 위치가 펴~ㅇ생 보장되는 것이므로 알뜰살뜰 절약하는 태도만 가진다면 살아가는데 있어 큰 어려움은 없으려니 생각한다는 말이다. 특히 남편의 학벌이 비교적 괜찮고 직장도 번듯하다면 더더욱 그렇게 믿는 경향이 강하다. 자기계발이라는 것은 학벌이 신통치 않은 남편들이나 하는 것이고 내 남편은 학벌도 나쁘지 않고 직장도 좋으므로 별 걱정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원 세상에나… 자기 남편 주위에 있는 경쟁자들이 모두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좀 알아라. 그러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경제적 압박을 받기 시작하거나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파트 값이라도 크게 오르면 그때서야 정신을 버쩍 차리고는 일단은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부동산이나 주식에 관심을 갖는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나에게 메일을 보내는 30대 후반 이후의 그런 주부들에게는 희망을 갖고 살라는 말도 하지 못한다. 당신 남편이 이 정글 속에서 무능력하게 되어 버린 데에는 그들 책임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젊은 아내들이여. 시댁이나 친정이 부자가 전혀 아니라면 내 말을 믿어라. 부자로 살고 싶다면 남편이 적어도 30대 중반까지는 엄청난 노력을 하면서 능력을 배가 시켜야 한다. 결혼 전 학벌 따위는 몽땅 무시해라. 대학원이고 나발이고 박사 학위고 나발이고 간에 당신 남편이 일하는 곳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 남편과 오십보백보의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임을 기억해라. 쉽게 말해서 100명 모두 쟁쟁한 학벌 소유자일 때 당신 남편이 그들과 비슷한 학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 집단 내에서는 정말 개뿔도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라는 말이다. 게임은 학교를 마치고 나서부터 혹은 자격증이나 면허증을 획득하고 나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왜 이 사실을 모른다는 말인가.

하지만 아내로서 당신이 잘 살고 싶어 하면서도, 일에 미치고 자기 계발에 몰두하는 남편에게“그렇게 일이 좋으면 왜 나랑 결혼했어? 우리 기쁜 젊은 날이라는 데 이 아까운 시간, 사랑할 시간도 없이 그렇게 노력해서 성공하면 뭐가 기쁘겠어? 나한테도 좀 관심을 좀 가져 줘.”라고 계속 툴툴거리는 타입이라면 당신은 남편에게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외치는 셈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나는 신혼부부들에게 이런 충고를 하곤 했다.

“남자는 삼십대 중반까지는 능력을 배가 시켜야 한다. 그때 까지는 아내가 남편을 홀로 내버려 두어야 하는데 대개는 새콤달콤한 결혼 생활을 기대하기에 남편이 혼자 능력계발에만 몰두하게 되면 부부가 같이 있는 시간도 얼마 안되고 대화할 시간도 없으니 이게 사는 거냐고 바가지를 긁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어차피 애를 날 예정이라면 빨리 애를 하나 낳고 3년 정도 터울로 하나 더 낳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5년 동안 아내는 아이 둘을 키우느라고 정신이 없어질 것이다.

물론 그 기간 동안 남편은 아내에게 꽃이나 향수나 손수건이라도 종종 선물하고 생일이나 각종 기념일은 칼 같이 챙기면서 카드도 자주 보내고 틈나는 대로 스킨쉽을 하면서 사랑의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할 것이다.”이 방법은 아내가 직업을 갖지 않는 경우 유용한데 내가 사용한 방법도 그와 비슷하다.

젊은 아내들이여. 당신이 부자로 살고 싶다면, 아니 적어도 경제적으로 돈 걱정 만큼은 안 하면서 살고 싶다면, 아이들에게 남들 하는 것만큼은 해주고 싶다면, 신혼 초부터 바가지를 긁어야 하는 것은 남편의 나태함이고 안이함이며 게으름이다. 당신과 같이 있는 시간과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라는 요구가 아니라는 말이다. 무조건 공부를 시켜라. 당신 혼자 제 아무리 새벽에 일어나 자기계발과 주식, 부동산, 경매 등을 배운다 할지라도 남편이 변화하지 않고 남편의 도움 없이 아내 혼자서 돈을 만들기는 한국적 상황에서 쉬운 것이 아니다.

나는 평등주의가 싫다

지난 번 대통령 선거에서“모두가 평등하게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 마다 나는 딸들에게“저건 완전 기만이다. 인류 역사상 그 어떤 제도나 그 어떤 정치도 그런 나라는 만들지 못했다”라고 했다.“노동자와 농민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권영길 후보가 외칠 때는 “나는 저 양반이 당선되면 이민을 가겠다”고 가족과 친구들, 직원들에게 까지 말하곤 했다. 진심이다. 나는 노동자와 농민이 게으르건 아니건 간에 모두 평등하게 잘사는 나라는 끔찍하게 싫다. 나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만 잘 사는 나라가 좋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나타난 바베우프(Gracchus Babeuf)는 평민선언(Plebian Manifesto)을 내걸고“모두가 생산한 것을 다같이 평등하게 똑같이 분배하자”고 외치면서 정부 전복을 기도하다 결국은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그가 내건 구호는“태양은 모두에게 똑같이 비친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당신도 그의 사회주의적 구호가 아주 마음에 들 것이다. 하지만“태양은 모두에게 똑같이 비치지만 그 빛 아래에서 씨를 뿌리고 땀을 흘리지 않았으면서도 열매는 나누어 가져야 한다고 외친다면 강도나 거지이다.”- 이건 내가 하는 말이다.

노력은 멀리한 채 즐길 것 다 즐기고 쓸 것 다 쓰며 살아온 사람들이 가장 즐겨 쓰는 말이 무엇인지 아는가? 인간은 평등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과 부자들은 위화감 조성하지 말라는 것과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말들이다. 나는 내 딸들이 그런 남자를 만날까 봐 걱정이다.

1979년 마거릿 대처는 총리 취임사에서“이제 사회주의와 인연을 끊자”고 하면서 자신의 적을 사회주의라고 단언하였다. 더불어“기회의 평등은 보장돼야 하지만 결과의 평등을 필요 이상 추구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였고 “노력과 재능으로 성공한 사람이 이 사회를 견인하는 원동력이다. 그런 사람들이 소득이 높다는 이유로 그들을 악덕처럼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녀의 주장에 물론 수많은 노조들이“가진 자들을 편든다”는 이유로 물론 반대하였다. 어느 나라든지 가진 자들을 떫게 보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삶의 결과가 평등하여야 함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능력에 따른 연봉제구조조정을 끔찍이도 반대한다. 그리고 그들 대다수는 당연히 일 못하는 사람들이거나 경쟁 없이 편안히 일하고 싶은 사람들, 혹은 일 이외의 다른 것들로 출세하려는 사람들이다. 노조는 노조 자체의 집단적 성격이 약해지기 때문에 언제나 결사반대 한다(질문: 노조 간부들 중에서 직장을 다니며 자기 몸값을 높이고자 외국어나 컴퓨터라도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있거나 일에 있어서 장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있다면, 특히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의 간부들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내게 소개 좀 하여 다오. )

나도 봉급생활을 해 본 적이 있다. 정말 열심히 하였지만 성이 유씨였던 부장이 한다는 말은“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데 월급을 더 받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었고 그 말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6개월 만에 그 아부 잘하던 부장과 싸운 뒤 그만두었다. 열심히 하여도 대가가 늘어나지 않고 아부에 능하여야 한다면 도대체 그런 일을 내가 왜 하여야 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임금 시대에는 근로자의 최저 생활보장을 위해서라도 동일임금 제도가 필요하였지만 고임금시대인 지금은 당연히 생산성이 높은 사람에게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적게 지불하는 시스템이 될 수밖에 없다. 평등이란 있을 수 없다. 당신이 만일 부자로 잘 살고 싶다면 이제 삶의 결과까지 평등하여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당신이 부자가 되는 길은 연공서열이나 균등 임금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능력별 연봉제에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당신이 노력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나는 육신이 멀쩡한 노숙자들을 돕는 어떤 활동도 싫어한다. 일말의 동정심도 없다. 일거리가 없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돈 많이 받고 편안한 일자리가 없을 뿐이다. 3D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수십만 명인 상황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휴머니즘 가득한 눈길로 그들을 이 경쟁 사회의 희생자라고 말한다. 정말 골 때린다. 절대 그들을 굶겨 죽여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도대체 돈 많이 받고 편안한 일만 찾는 놈들을 이 사회가 돌보아 주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태양과 달이 아무리 찬란하게 빛을 비추어도 엎어놓은 항아리 속을 밝게 하지는 못한다.”–강태공이 한 말이다.

물론 경쟁에서 탈락한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관심과 정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게으름이나 나태함으로 인하여 약자가 된 처지라면 그에 대한 징벌은 당연히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 되어야 한다. 결과의 불평등을 인정하고 소득격차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것을 알아라. 기회의 평등에 대한 말이 나올 때 나오는 반박 중 하나는, 부자집 자녀로 태어나 비싼 과외 받아가며 일류 대학도 들어가고 해외유학도 다녀와 출세한 경우와 가난한 집 자녀로 태어나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하여 사회 밑바닥에 있게 된 경우를 어떻게 기회의 평등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첫째, 모든 부잣집 자녀들이 일류대학을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과외를 아무리 시킨다고 해도 스스로 열심히 공부한 자녀들만 일류대학에 들어간다. 둘째, 가난한 집 자녀들 모두가 일류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죽어라고 열심히 공부한 아이들은 과외를 받지 않아도 들어간다. 셋째, 좋은 학벌도 없는 가난한 집 자녀가 학벌이 좋은 부잣집 자녀와 똑 같은 방식으로 기회를 찾고자 한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다. 어느 나라에서건 기득권 사회는 학벌로 그 문이 열리는 사회인데 왜 그 문 앞에서 서성거리냐는 말이다. 기회는 다른 곳에 있다. 그리고 그 다른 기회를 찾느냐 못 찾느냐의 문제는 순전히 자기 자신의 생각에 의해 결정되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문제이다.

이런 반박도 있다. 부자집 자녀는 사회에서 출발할 때 이미 부모의 경제적 사회적 보조를 받는다. 가난한 집 자녀는 그런 것이 없다. 이게 무슨 기회의 평등이란 말이냐. 내 대답: 맞다. 그러니까 자신의 분수를 알고 남들 놀 때 놀지 말고 남들 잘 때 자지 말고 노력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자신의 처지는 가난한 집 자녀인데 노는 것은 부자집 자녀처럼 놀려고 한다면 자신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결과의 평등을 신봉하는 것이다. 부자는 가난한 환경에서 더 많이 배출되어 왔다는 것도 알지 않는가. 한가지 당신이 모르는 사실을 알려주마. 재벌 가문이 아닌 이상 웬만한 부자집 재산은 그 부모가 나이가 들면 자녀들에게 재산이 쪼개지게 된다. 상속세증여세도 웬만큼은 내게 된다. 결국 자녀 1인당 재산 규모는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궁핍을 모르고 자랐기에 쉽게 돈을 쓴다. 그 결과 그 부자집 자녀들이 40대 초반이 되면 과반수 이상이 돈에 쪼들리는 생활을 한다. 당신 노력 여하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바뀌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내가 살아오면서 직접 목격하여 온 사실이다. )

나의 어린 시절과 아버지

나의 아버지는 북한이 고향인 의사로서 6.25 때 남하하였다. 아버지의 원적 때문에 나는 공군에 입대한 당일, 신원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귀향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지금도 북한에는 얼굴도 모르고 생사도 모르는 형들과 누나들이 있지만 남한에서는 내가 나이 어린 장남이었고 친척도 없었다.

살림집이 딸려 있던 병원에는 의사 3, 4 명과 간호사 7, 8명이 있었고, 코흘리개 시절부터 나의 놀이터는 골목이나 운동장이 아니라 병원 대합실과 치료실(칸막이가 쳐 있지 않았다)이었다. 1960년대 국민학교 시절 까지는“비교적”잘 살았던 것 같으나 의사라는 직업을 부자가 되는 도구로는 사용하지 않았던 아버지였기에 절대로 부자는 아니었다. 그나마 국민학교 시절에 이미 아버지가 엄청난 사기를 당하면서 집안은 재판에 휘말렸고 빨간색 차압 딱지가 은수저에 까지 세 번 붙더니 중3때, 말 그대로 길거리로 내쫓겼는데 가재도구가 손수레 하나도 안되었다. 우리 집은 그렇게 몰락하였고 나는 환갑이 다된 아버지의 눈물과 한숨을 처음으로 보았다.

왕진 가방마저 압류 당했던 연로한 아버지는 약간의 정치적 연줄을 갖고 있던 덕분에 무의촌 보건소장이 되었으나 결국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월셋방 한 칸과 빚만 남았다. 구멍가게를 하면 가장이 세상을 떠나도 유가족이 생계를 꾸려 갈 수 있으나 전문직인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가족은 빚까지 있었으니 정말 쩔쩔 맸다. (어릴 때 있었던 그 파산의 영향으로 나는 현금 20억원을 모을 때 까지 돈을 쓰지 않았는데 그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비를 피할 수 있는 튼튼한 우산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식들에게 아무 것도 남기지 않은 아버지를 나는 철없던 시절, 원망도 많이 하였지만 세상을 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어릴 때 받은 가르침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가 망치를 가져오라고 했을 때 망치만 가져가면 꾸중을 들었다. 뭘 하시려는지 눈으로 보고 못까지 크기별로 챙겨가야 했다. 담배를 사오라고 하여 담배를 사다 드리면 꾸중을 맞았다. 재떨이와 성냥, 물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겨울 그렇게 모든 것을 준비하여 갖다 드렸음에도 아버지는 혀를 쯧쯧 찼다. 영문을 모르는 내게 떨어진 말, “사내새끼가 머리가 그것 밖에 안 돌아가면 어디에 쓰겠냐. 담배를 피면 연기가 나오지?”창문을 조금 열어 놓으라는 뜻이었다.

한번은 무릎에 상처가 났는데 머큐로크롬을 직접 발라보라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대강 바르는 것을 보더니 “사내새끼가 약 바르는 것을 수없이 보았을 텐데 눈뜬 장님이었다”고 꾸중하였다. 그리고 간호사를 한명 부르더니 약을 발라주라고 하였다. 치료가 끝나고 나가려는 데 아버지가“뭘 보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을 못했기에 야단을 또 맞았고 또다시 약이 발라졌다. 비로써 나는 약솜이 상처 위에 놓인 뒤 원을 그리며 밖으로 나감을 알았다. 그래야 세균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만 나는 불과 6살인가 7살이었다. 그런 교육이 모두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에 수없이 이루어졌다. 아버지가 내게 심어주려고 한 것이 어떤 일 전체의 뼈대를 보는 능력이었고 일을 하는데 있어서의 세부적인 것을 놓치지 않는 방법론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이 세상을 홀로 살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내가 남들보다 일을 더 잘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장난이 매우 심했었다. 국민학교 시절, 한번은 카바이트 불이 신기해서 1리터 짜리 링겔 병에 카바이트를 담아 놓고 불을 붙였다가“뻥”하는 소리를 내며 고무마개가 튀어나가면서 폭발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링겔 병속의 굵은 유리관을 카바이트 개스 토출관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불길이 병 안으로 역류되어 일어난 폭발이었다. 원래 카바이트 개스 토출구는 바늘 구멍 크기가 되어야 하는데도 나는 토출관이 굵으면 불꽃도 엄청 클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또 한번은 병에 실을 감고 석유를 실위에 뿌리고 불을 붙인 뒤 뜨거워졌을 때 찬물에 넣으면 병이 쩍 갈라지는 것이 재미있어서 몇 차례 장난을 하다가 석유 대신 라이터 기름을 뿌린 것이 원인이 되어 집에 불을 냈었다. 흰색 양잿물 덩어리를 박하 사탕인줄로 알고 먹었다가 위를 세척하는 등의 소동이 일어난 적도 있다. 암실 문을 열어 놓은 채로 엑스레이 필름통을 여는 바람에 필름을 못 쓰게 만든 적도 있었는데, 엑스레이 담당자는 기계고장으로 알고 난리를 쳤었다. 중학 1년 당시에는 딱총 화약을 전부 까서 가루로 만들기 위해 두 손으로 비비다가 그만 마찰열 때문에 화약이 폭발하여 열 손가락 모두에 화상을 입은 적도 있다. 내가 어릴 때 저지른 장난은 끝이 없다. (나이 50이 된 지금도 나는 종종 가족들에게 장난을 친다).

자상함은 전혀 없었던 아버지였지만 신기하게도 내가 저지른 장난에 대하여서는 결코 야단을 치지 않았다. 그저“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말아라”는 정도였다. 그러나 내가 같은 장난을 또 하게 되면 엄청난 꾸중을 들었다. 자식들에게 매를 드는 분은 아니었으나 당신이 하나를 말하면 내가 열을 알기를 바랬기에 아버지는 어린 나에게는 두렵기도 했고 언제나 나를 가르칠 때 마다 빠지지 않은 서두는“사내새끼가…”였다. 지금도 내 귀에는 아버지의 강한 북한 사투리가 생생하다.“사내새끼가 머리가 그것밖에 안 돌아가면 어디에 쓰겠냐?”

아버지와 대화다운 대화는 나눠보지 못하였다. 워낙 성격이 무뚝뚝하기도 하였지만 대화라는 것을 하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고 아버지는 너무 연로하였다.

국민학교 시절, 나는“땡이”가 등장하는 만화를 대단히 좋아했으며 어른들이 물었을 때의 꿈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지긋지긋하게 과외에 매달렸지만 일류 중학교 입시에서 낙방한 뒤 중간 정도의 중학교에 들어갔고 동계진학으로 같은 고교까지 가게 된다. 중고교 시절 내내 나는 공부를 등한시하였지만 아버지에게서 야단 한번 맞지 않았다. 고등학교에서 문과와 이과로 나누어질 때 어느 것이 좋겠냐고 여쭙자 답변은 그저“기술자가 되라”는 것 뿐이었다. 기술자만이 세상이 바뀌어도 살아남는다는 것이었고 의사도 기술자라는 것이었다. 영화‘쉰들러 리스트’에서 독일 나치군이 유대인 기술자들은 살려주는 장면을 보았을 때 나는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가 내게 해 준 또 다른 말은“돈을 벌려고 의사나 변호사가 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지금의 내 생각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아버지는 자신이 의사이면서도 다른 의사들(그 중에는 내 친구의 아버지도 있었다)을“의새”라고 부르고 변호사를“변호새”라고 부르곤 했는데 여기서“새”는 새끼의 준말이었다. 같은 의사였던 내 친구의 아버지가 병원 건물을 수리하고 간판을 네온사인으로 달고 대기실을 화려하게 만든 것을 보고 내가 아버지에게 우리는 왜 그렇게 안하느냐고 물었을 때 아버지는“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지 여관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병원이 화려하면 결국 환자들에게 손해가 된다는 것을 내게 가르쳤다.

의사라는 직업을 돈 버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인지 아버지는 별도의 돈 버는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수술할 때 조명 역할을 하는 무형등을 제조하여 다른 병원들에 판매하기도 하였고 간척지 사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기로는 성공한 것은 별로 없었던 것 같고 사기만 잔뜩 당할 뿐이었다.

아버지가 또 내게 해 준 말은“많이 배워 높은 사람이 되면 세상이 바뀌면 죽는다”는 것이었다. 일제시대, 공산치하, 6.25, 4.19, 5.16 등을 거치며 세상이 여러 번 뒤집히는 것을 체험하면서 고위관리들이 고초를 겪는 것을 보고 내리신 결론이었다. 그래서인지 공부 열심히 하여 높은 사람이 되라는 말은 한번도 듣지 못했다. 재판에 휘말리며 고생을 하였지만 검사나 변호사가 되라는 말도 없었고 단 한번도 당신의 직업인 의사가 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병원 대합실에서 노는 것을 허락하고 수많은 수술 장면들을 보여주었을 뿐인데“의사가 뭘 하는지 잘 보아라”정도 였지, 단 한번도 내게 느낌 같은 것도 묻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여 보면 중학교 2학년이었던 나에게 출산 장면을 보여 주거나 수술 도중 환자의 창자에서 꿈틀대는 기생충들을 보여준 것,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내게 음독자살을 시도하여 혼수상태에 빠진 아름다운 20세 처녀의 음부에 요도파이프를 끼어 넣는 장면이나 물에 퉁퉁 불어 반쯤 썩은 시체의 뱃속을 보여준 것 등등은 좀 심했다 싶지만 아마도 인간 육체의 실상을 빨리 직시하라는 뜻이 강하였으려니 생각한다. 심지어 성병에 걸려 절단한 성기를 포르말린 병에 집어넣고 내게 구경 시키며 성교육을 시킨 사람도 아버지였고 매독균이 최장 10년 이상 잠복기를 갖는다는 것도 나는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하지만 병원 놀이터에서 육체의 실상만 알게 된 것은 아니었다. 나는 60년대 그곳에서 학교에서 배운 많은 것들이“쌩 구라”라는 것도 알게 된다.

국민학교 교과서에서, 늙은 할머니가 길을 안전하게 건너가도록 도와주는 민중의 지팡이로 묘사된 경찰은 교통사고를 당해 피를 흘리는 환자를 병원에 데리고 왔지만 돈봉투를 받지 못하면 다른 병원으로 데려가는 모습도 내게 보여 주었다. 교사들은 지극히 고마운 분들로 교과서에는 묘사되어 있었으나 육성회 회장이던 아버지에게 찾아 온 그들의 모습은 전혀 딴판이었다. 문관의 제왕으로 교과서에 나오던 기자들은 병원에서 환자 한명이 죽으면 벌떼 같이 모여들어 돈봉투를 받아가던 사람들이기도 하였다. 법과 정의를 지킨다는 검사와 변호사와 판사들을 어머니나 아버지가 재판 문제로 만나러 갈 때는 언제나 그 명칭 뒤에“새끼”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고 보자기에는 현금다발이 가득 담겨 있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온 의사 부부 중 여의사는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 의사는 자신의 신분과는 전혀 맞지 않는 여자와 외도를 하고 이혼을 하였다. 키스는 아름다운 사랑의 표식이라지만 키스 하면서 남자에게 혀를 물려 잘려진 혀를 들고 입 주변에 온통 피를 흘리며 온 창녀도 있었다.

아버지는 나이 어린 나에게 이러한 인간의 짓거리들을 직, 간접적으로 모조리 보여 주었다. 돌이켜 보면 이런 모든 것들을 국민학교 시절에 보면서 나는 삶의 더러운 실상과 인간의 사랑과 증오마저도 조금은 엿보았던 것 같다. 벽에 난 구멍을 통해 옆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제로 엿보았던 주인공이 바로 그런 내용을 상상하여 소설로 발표한 소설가에게“당신의 소설은 실상과 틀리다”고 면박을 주는 앙리 바르비스의 소설‘지옥’은 그래서 내게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배뱅이굿을 즐겨 들었던 아버지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전에 부탁을 하였었는지 제사를 지내기는 하면서도 내게는 그 의미를 축소시켜“나 죽으면 이런 짓 절대 하지 말아라”고 강요하였다. 급한 환자가 오면 제사를 완전 취소하기도 하고 다른 날 지내기도 했으며 술 대신 사이다를 사용하기도 하였고 제사상에 음식을 올려놓는 원칙조차“편한 대로 하면 되지 무슨 격식이냐”고 하였던 분이다. 격식을 싫어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는 사업을 하면서 단 한번도, 정말 단 한번도 시무식이니 종무식이니 개업식이니 같은 것을 해 본 적이 없으며 제사도 지내지 않는다.

“쌀밥을 먹으면 비타민이 부족하다”고 아버지가 내게 어릴 때부터 하루에 한 알 강제로 먹였던 비타민 삐콤을 아직도 내가 매일 아침 한 알씩 먹듯이(지금은‘삐콤씨’이다) 나는 아직도 아버지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공인중개사에 대하여 (온라인 상태에서 간단히 쓰는 글)

부동산 중개업이란 물건을 사려는 사람과 팔고자 하는 사람을 연결시키는 것이고 이 두 사람 각각의 중개인을 업계에서는 A, B 라는 말로 표현한다. 공인중개사가 A, B 모두의 역할을 하게 되면 복비를 양쪽에서 모두 받으므로 운이 좋은 경우에 해당된다.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A, B 어느 한 쪽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때문에 다른 중개업자들과의 정보 교환은 절대적으로 필수적이다. 당신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획득하여 가게를 열었을 때 인근에 있던 기존 중개업소들에서 당신과 즐거운 마음으로 정보 교환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정말 당신은 세상 고생 좀 더 해봐야 될 사람이다.

기존 중개업소들은 대부분 그들의 점포 중 하나를 당신이 막대한 권리금을 주고 샀을 경우에만 정보를 교환한다. 당신이 뭐 이쁘다고 그냥 친절하게 정보 교환을 한다는 말이냐. 권리금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당신이 짐작하는 금액 이상이 될 것이다.

때문에 당신이 들어 갈 곳은 오로지 새로 생길 신도시 , 즉 기존 점포가 없었던 곳이어야 될 확율이 대단히 높은 데 점포 마련하는데 상당한 돈이 필요할 것이다. 일부(?) 부자 공인중개사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돈을 벌어 왔다.

  1. 구매자에게 판매자가 실제로 부른 가격 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구입하게 한 뒤 차액을 갖는다.
  2. 구매자에게 자기도 투자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구매자에게 된통 바가지를 씌우고 자기는 아주 조금만 투자하지만 등기 서류에서는 상당한 지분을 갖는다.
  3. 엉터리 분양 대행을 하면서 건설사로부터 플러스 알파를 듬뿍 받는다.
  4. 미등기 전매.
  5. 특정 지역의 특정 물건 소유자가 주변 중개업소들과 단체 단합을 하여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게임에 참여하고 뒷돈을 받는다(오피스텔 몇 동 정도의 가격을 뒤에서 조정하는 것은 큰손들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라).
  6. 지역 개발 정보를 상세히 알게 되어 선 투자하여 세월을 기다린 뒤 열매를 얻는다.

위의 방법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밝히겠지만, 당신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만사 젖혀 두고 있다면, 그 자격증을 갖고서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만명에 달하는 내막을 좀 더 알아 두어야 할 것이다. (나는 부자가 되려면 부동산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말은 했었어도 공인중개사가 되라는 말은 한 적이 없는데 왜들 그렇게 그 자격증을 따려고 만사 젖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공대에 관하여 (온라인 상태에서 간단히 쓰는 글)

최첨단 보다는 로우테크(Low Tech) 분야가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기서 로우테크라는 것은 사무실이나 연구실 보다는 현장에서 더 뛰어야 하는 분야들을 의미한다.

하이테크는 경쟁자가 너무 많고 투자비용도 많이 들어서 대기업의 부품화 되기 십상이고 들어갈 만한 회사들 숫자도 얼마 되지 않는다.

로우테크는 경쟁자가 많기는 하여도, 이론까지 겸비하고 최신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는 공대 출신자들은 그 분야에 뜻밖에도 적다. 공대 출신자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아날로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라.

공대 출신자가 넥타이메고 앉아 있으려고 하는 순간 그의 앞날은 어두워진다는 것도 알아두어라.

10분 이상 고민하지 말라

어니 J 젤린스키의‘느리게 사는 즐거움(Dont Hurry, Be Happy)’에 이런 말이 나온다.“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는 사소한 사건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들이다.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즉 96%의 걱정거리가 쓸데없는 것이다.”

나는 고민거리를 오직 두 가지로 나눈다. 내가 걱정해 해결할 수 있는 고민과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이다. 내일 비가 오면 어떻게 하나? 우산을 준비하면 된다. 비를 멈추게 하는 것은 당신 능력의 한계를 벗어난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신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는 신에게 맡겨라. 그리고 오직 당신이 걱정해 풀 수 있는 문제들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라.

나는 낙관론자도 아니고 비관론자도 아니다. 그저 고민의 핵심을 정확히 스스로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노력하는 쪽이다. 당신에게 어떤 고민이 있다고 치자. 머리를 싸매고 며칠 누워 있으면서 걱정을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조용한 바닷가로 가서 며칠을 쉬면 방법이 생각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떤 문제에 대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도 안된다. 무슨 걱정거리가 있건 그것을 종이에 적어보라. 틀림없이 서너 줄에 지나지 않는다. 그 몇 줄 안되는 문제에 대해 10분 안에 해답이 나오지 않으면 그것은 당신으로서는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 10분을 당신은 질질 고무줄처럼 늘려가면서 하루를 허비하고 한달을 죽이며 1년을 망쳐 버린다. 머리가 복잡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사실은 해결방안도 알고 있으면서 행동에 옮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직을 당한 친구가 있었다.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몇 개월을 고민하고 술에 취해 있는 모습을 보았다. 고민의 핵심은 간단하다. 취직이 안된다는 것이다. 왜 안될까? 경제가 어려워서? 천만의 말씀이다. 핑계를 외부에서 찾지말라. 채용할 만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이 나온다. 채용할 만한 사람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앤드루 매터스는‘마음가는 대로 해라’에서 이렇게 말한다.“새벽에 일어나서 운동도 하고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사귀면서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있는데도 인생에서 좋은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여태껏 본 적이 없다.”나는 올빼미 체질이어서 늦게 자기에 새벽에 일어나지는 않지만 그의 말을 믿는다. 고민이 많다고 해서 한숨 쉬지 마라. 고민은 당신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 그대로 실행하라.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면 무시하라. 고민하나 안하나 결과는 똑같지 않은가. 그러므로 고민은 10분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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