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빠진 아이 같이 즐겨보자

발상전환 어때요

방학이다. 조금 여유가 있으면 과외나 학원 공부에 시달리느라 골치가 아프고, 극빈층 자녀들은 부모가 모두 집을 비운 상태에 방치되는 위험한 때이기도 하다. 특히 인터넷이나 게임에 집착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예전에 아이들 놀기 좋았던 시절에는 산으로 들로 하루 종일 뛰어 다녀도 그게 다 운동이고 인생 공부였지만, 요즘 아이들 놀이는 오래 하면 할수록 몸도 마음도 쉽게 상하기 쉽다.

하루에 몇시간만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상벌을 뚜렷하게 해서 아이들이 시간 조절을 할 수 있게 훈육하는 것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잘못하면 쓸데없이 아이들과 실랑이만 하다 근원적인 문제점을 파악 못할 수가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통계로는 한국의 청소년 중 20% 이상이 인터넷 중독이라고도 하는데, 같은 중독이라도 그 원인에 따라 대처방법이 다르다.

우선, 현실에서 따돌림을 받거나 적응을 하지 못해 가상현실로 숨는 경우가 있다. 현실세계에서는 불행하지만 가상세계에서는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 아이가 현실세계에서 왜 불행한지 먼저 파악을 해야 할 것이다. 왕따를 당하고 있거나 문제 부모와의 갈등이 심각한 건 아닌지도 점검해 보자. 두번째로는 과잉행동장애, 우울증, 불안증 등 때문에 공부에는 집중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자극적이고 흡인력 있는 게임에는 상대적으로 집중을 잘 할 수가 있기 때문에 가상세계로 도망가는 경향이 있다. 셋째, 인터넷이나 게임 자체가 갖는 강한 흡인력이 실생활의 지루함이나 어려움을 보상해 주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익명성의 보장, 무한한 지적 호기심의 충족, 다양한 자아 정체성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와 그에 따른 자아 팽창감 등을 경험할 수 있기에 평소 열등감이나 자기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면 중독에 쉽게 빠진다.

일단 원인이 파악되면 그에 따른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겠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떤 게임을 하는지, 또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서 놀고 있는지도 빨리 파악해야 한다. 아주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지만 않다면 그 위해성을 일방적으로 설득하려고만 말고 오히려 아이들과 게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 예컨대 유행하는 메이플스토리,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리니지 등의 캐릭터, 그래픽, 게임 방법 등을 물어보면 신나는 대화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신화나 소설에서 따온 캐릭터도 적지 않고, 그래픽도 예술적인 경우가 많아 나름대로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또 게임 잡지나 웹디자인책, 게임캐릭터가 나오는 소설 등을 같이 골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활자 매체로 넘어가게끔 유도하거나, 외국어로 게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외국어에 재미있게 노출되는 것도 좋다. 게임 용어인 UNIT(단위), INT(지능) STR(힘) 등의 영어 약자가 원래 무슨 뜻인지 물어보라.

무엇보다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멍청한 게임 소비자가 아닌 그 게임을 만들어내는 비판적이고도 능동적인 생산자로서의 비전을 갖게 하자. 게임 소프트웨어 하나가 나오려면 스토리 만들기, 그래픽 디자인, 프로그래밍, 마케팅 등의 여러 단계가 있고, 소니나 마이크로 소프트 같은 다국적 기업에서 일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일깨워 주면, 아이들은 빌게이츠 같은 창조적 지도자로서의 꿈을 지닐 수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특히 돈에 민감해서, 게임만 하다 인생의 실패자로 전락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평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창의적 사고를 하는 아이일수록, 반복적인 게임에 싫증을 내고 활자매체로 돌아가지만 주입식 교육을 강제적으로 참아 내야 하는 아이일수록, 독창적 사고가 필요 없는 단순한 게임을 즐긴다. 특히 한국에 인터넷과 게임중독이 많은 까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