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가기 싫어하는 아이들
유치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가는 것은 부모나 아이 입장에서 즐겁고 매력적인 경험이다.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유치원을 가기 싫어한다. 이런 문제로 상담실과 병원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기에, 관련된 내용을 알아보기로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례들
(필자의 홈페이지 상담실에 올라온 글을 인용한다. 전체적인 의미 전달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도에서 일부 내용을 가감하였다.)
[사례 1] 7살된 아이이다. 아기때부터 많이 아파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 기회가 없었고 5살 때부터는 제가 일을 갖게 되어 바로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그동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요즘은 특히 심하여 유치원을 쉬고 있는 상태이다. 왜 가기 싫어하냐고 물으면 친구들이 자기와 놀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동네에서 노는걸 지켜보면 아이가 그네들과 어울리지를 못해요. 지식 습득 능력은 오히려 주변의 아이보다 빠른데 유독 대소변은 오래 참아서 실수를 가끔씩 하구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이나 생각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혼자 노는게 더 좋다고 하구요. 내년이면 학교에 가야 할텐데 걱정이 많이 된다. 어떻게 해야 아이가 친구들과 잘 놀수 있을까.
[사례 2] 만으로 40개월 된 남아이다.유치원에 다닌지는 한달 보름쯤 되었어요. 유치원에서는 원생들하고 잘 노는 편인데…. 자기 장난감을 다른 원생이 가져갔을때는 그냥 어쩌지를 못하고 의기소침해 하며 엄마랑 헤어질때는 울며 유치원에 가기 싫어서 울며 갔다 와서는 늘 유치원에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는것 같다. 잠결에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잠꼬대를 하기도 한다. 늘 유치원에 가지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점점 더 심하게 유치원에 가는것을 거부하니… 계속하여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지..아니면 등원을 그만 시켜야 할지…고민이 큽니다.
유치원 가기 싫어하는 이유들
- 낯가림 또는 외인불안 (stranger anxiety) : 낯선 사람이나 장소에 대한 공포는 유아기부터 시작한다. 대개 만 3세가 지나면 이런 모습이 없어지지만, 낯선 장소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아이들은 유치원 가기를 거부한다. 낯선 버스나 낯선 화장실도 아이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 이별 불안 (격리불안 또는 분리불안 separation anxiety) : 애착이 생겨나면서 애착의 대상인 엄마와 헤어지는데 대한 두려움, 즉 이별불안이 출현하는 시기는 대개 8-12개월 무렵이다. 15개월 무렵 가장 심하다가 대개 만 3세 이후에는 사라진다. 엄마가 존재하고 있다는 아이들의 믿음을 위협하는 환경은 아이들의 이별불안을 증가시킨다. 엄마에게 안정되게 애착될수록 이별불안이 적게 나타나는 이유는, 스스로의 경험에 비추어 엄마가 곧 돌아올 것으로 쉽게 믿기 때문이다.
- 사회성의 부족 : 또래들과 어울리고 유치원 교사와 사귀는 것,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는 개인차가 있다. 이 사회성의 부족이 유치원 가는 것을 싫어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유치원은 적어도 아이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단체생활이다. 어린 시절부터 다른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은 아이들은 온종일 집에만 있는 아이들보다 더 일찍 사교적이 된다.
- 부끄러움, 수줍음 : 지나치게 부끄럼을 타는 경우도 유치원가기를 싫어한다. 심한 정도의 부끄러움은 사회적 상황에서 경험하는 성인의 "사회공포증"에 가깝다고 본다. 일부 아이들에서는 집에서는 말을 잘하는데 유치원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선택적 함구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 과잉 보호 : 어려서부터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도록 격려하는 양육이 이루어지지 못해서 유치원에 다니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발성이나 자율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유치원 가기를 싫어한다.
- 까다로운 기질 : 순한 아이들은 낯선 사람이나 환경에 잘 적응하지만 까다롭고 반응이 더딘 아이들은 환경변화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기질)
- 발달 장애 :언어,지능이나 사회성 등의 발달에 문제가 있으면 유치원 적응이 어렵다.
- 부모의 불안 : 품안의 자식이 부모를 처음 떠나는 경험은 부모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 부모의 불안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련 칼럼)
- 성장 환경 : 어려서부터 주변의 여러 어른들과 접촉하면서 길러진 아이들은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적다. 그러므로 성장 과정에서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은 유치원에 간다는 환경변화에 더 불안을 경험하기 쉽다.
유치원에 갈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한 예비 질문들
아이가 유치원을 가기 싫어한다면 다음의 질문을 부모가 스스로 해보아야 한다.
- 아이가 자발적으로 엄마와 집을 떠날 수 있는가?
- 혼자서 낯선 환경에서 지낼 수 있을 만큼 신체적으로 건강한가?
- 달리고, 뛰고, 기어 오르고, 그림 그리고, 가위로 자르는 등 운동 능력은 충분한가?
- 사회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신감이 생겼는가?
- 유치원 생활에 필요한 호기심, 끈기, 자발성이 있고 남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 있는가?
- 대인관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언어 능력이 있는가?
-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정도의 일반적인 지식은 갖추었는가?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가정 안에서 이런 능력을 키워준 후에 유치원을 보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유치원에 간다는 것 자체가 아이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되는 경험이므로, 처음의 적응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일시적인 어린 행동(퇴행)이 나타날 수 있음을 부모가 미리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대책
- 너무 일찍 보내지 않는다. 적어도 아이가걸음마기의 발달과제를 나름대로 성취한 뒤에 보내는 것이 좋다. 유치원에 언제 보내는가는 결코 또래와 경주하는 것이 아니다.
- 몰래 떼어놓지 않는다. 아이를 유치원에 놔두고 엄마 몰래 와 버리는 것은 기본적인 신뢰감을 해치고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더 이별불안을 강화하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헤어질 때는 반드시 아이에게 알린다. 이 과정에서 엄마와 아이가 손 바닥을 마주치는 식으로 특정한 이별 의식(ceremony)을 하는 것도 좋다.
- 약속을 잘 지킨다. 약속된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가지 않거나 아이가 돌아왔을 때 엄마가 없다면 아이들은 매우 불안하므로, 나중에 유치원 가기를 꺼려하게 된다.
- 너무 일찍 보내는 것과 연관이 있다면 얼마 동안 쉬었다가 다시 보낸다.
- 미리 마음의 준비를 시킨다. 유치원에 다녀서 좋은 점들을 말로 설명해준다. 유치원 다니는 것과 관련된 그림책이나 동화를 이용하는 것도 요령이다. 다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견학하고 선생님의 얼굴을 읽히는 것이 좋다.
- 이별불안 때문이라면 대개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불안이 줄어든다. 안심시켜주면서 일관성있게 유치원에 보낸다. 유치원에 가서 "혼자 잘 지냈다"는 것을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랑스럽다는 표현을 아끼지 말아라.
- 처음에 교실에 엄마와 함께 있다가 복도에서 지켜보는 식으로 점차 멀리 떨어지는 것도 요령이다. 이 과정에서 엄마와 아이와의 상호작용이 최소화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치원에 있는 시간을 서서히 늘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 유치원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 아이들이 가기 싫어하는 것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환경이나 선생님의 지도방식과 연관된 것이라면 필요에 따라서는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 병적으로 심한 경우는 이별불안장애(진단기준)일 가능성을 생각해본다.관련된 지침을 참고해서 지도해보되, 부모나 교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부가 계속된다면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가 꼭 필요하다.
참고문헌
- 인간발달 I : 박성연 역. 교육과학사. 1991
- Your Child - What every parent needs to know : American Academy of Child & Adolescent Psychiatry. Harper Collins Publishers 1998
- Behavioral and Developmental Pediatrics : Parker S, Zuckerman B. Little, Brown and Company. 1995
학교가기 싫어하는 어린이 청소년의 등교거부
- 소아청소년정신건강클리닉에서 개인적인 학습목적으로 인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