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 / 천재 이야기

영재 / 천재 이야기

한번 정도 자신의 아이가 혹시 영재나 천재가 아닐까?라고 생각해보지 않은 부모가 있을까…

아인슈타인, 에디슨, 프로이드, 피카소, 모차르트, 사라 장, 정명훈, 6,70년대에 떠들썩하게 언론을 장식하던 IQ 200이상의 천재소년 김웅용, 그리고 타이거 우즈. 머리 속에 쉽게 떠오르는 영재, 혹은 천재의 이름들이다. 타이거 우즈는 돌 전인 10개월 때부터 골프채를 휘둘렀다던가? 모차르트는 만 네 살에 독주회를 했고 등등…

최근에는 영재 교육이라는 말이 주변에서 참 많이 들린다. 그 만큼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이리라. 과연 영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리를 한번 정도 해볼 필요성을 느낀다. 영재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독자들에게 주로 "병"과 관련된 말만을 하게되는 필자로서는 약간의 외도를 해보려고 한다.

누가 영재인가?

일반인들은 대개 지능이 우수한 아이들을 영재라고 생각한다. 즉, 지능지수(IQ)가 높으면 영재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능이 우수한 집단이 영재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능 이외에도 인간 발달의 다른 측면을 고려해야 된다. 요즈음에는 창조적인 면을 영재의 특성으로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논란이 많지만, 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다음의 영역 중 한가지나 여러 가지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경우에 영재라고 본다.

* 우수한 지능 수준 : 즉 IQ검사에서 지능수준이 뛰어남 (상위 2-3%로 정의되거나, 그 하한선을 IQ 130 이라고 보기도 한다. 멘사라는 국제적인 영재 조직에서는 상위 2%에 해당하는 IQ 148이상을 회원 가입 자격으로 제한한다) * 특수한 학업 적성 : 특수한 교과영역에서 특출 나게 성적이 우수함 (표준화된 학력 검사에서 100명 중 5등안에 드는 정도) * 창조적 사고: 새롭고 남이 생각해내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창안해내는 탁월한 능력, 수준 높은 상상력과 창의성 * 통솔력: 집단의 공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통솔하는 뛰어난 리더쉽 * 예술성: 연주, 그림, 무용 등에서 뛰어난 능력 * 높은 수준의 과제 집착력 * 뛰어난 정신운동 능력 : 근육운동, 기계조작 기능의 탁월한 재간, 기민성, 순발력, 민첩성 등 * 뛰어난 호기심, 집중력, 기억력

과학분야에 종사하는 영재급의 뛰어난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다고 한다. 영재의 정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자율적, 자발적이며 의지가 강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 * 정서적 안정도가 높고 복잡한 대인관계를 싫어한다. * 지적인 취미활동이 다양하며, 획일적으로 강요받는 것을 싫어한다. * 부지런한 노력형이며, 한가지 일에 오랫동안 열중한다. * 보다 새롭고 창조적인 일에 몰두하기를 좋아한다. * 자기 나름대로 학습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기 만의 진도를 가지고 싶어한다. * 독재식으로 군림하는 교사형을 싫어하며 교사에게 비판적이고 도전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영재는 타고나는 것일까?

모차르트를 예로 든다면,어렸을 때도 물론 예술적인 재능을 발휘했지만, 음악적인 가정분위기에서 부단한 연습과 반복 학습을 하고 난 이후인 10대 후반이 되어서야 그의 천재성이 꽃을 피웠다고 한다. 자신감, 목적 의식, 성취에 대한 동기 등은 분명하게 환경에 의해서 제공되는 것 같다.

하지만 천재성은 타고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는 연구결과가 많다. 지능의 70%는 유전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격의 50%, 개인 취향의 40%를 유전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과 비교한다면, 그 만큼 재능은 타고나는 면이 많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노력이다. 에디슨은 일생 6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았으며, 노벨상 수상식에도 시간이 없다고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스스로가 천재는 99%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했다던가…. 칼은 지속적으로 갈고 닦는 기회를 가져야 명검이 된다.

결론적으로, 타고난 재능, 적절한 환경, 그리고 노력이 삼위일체가 되었을 때 영재, 혹은 천재가 탄생한다고 본다.

영재가 되기 위한 환경

아무리 자질을 타고났다고 하더라도 동기가 우러나는 환경이 제공되지 않으면 그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가족이나 학교에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통해서 흥미나 적극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자극되어야 한다. 본받을 수 있는 동일시의 모델이 제공된다면 더욱 좋겠다. 그리고 그 능력을 닦을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부모와 학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영재는 얼마나 많을까?

영재의 정의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전체 학생의 3-4%라고 본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약 40만의 영재가 있다고 추정한다. 학자에 따라 전체의 15-20%가 영재라고 보기도 한다. 당신도, 혹은 당신의 자녀도 영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재에 대한 오해

영화에서 영재아는 가냘픈 체격에 두꺼운 뿔테 안경을 끼고 책만 보는 책벌레, 그리고 소심하며 겁이 많은 아이인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으면, 만능 스포츠맨이며 성적도 좋고, 인기도 좋고 성격도 활달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소위 슈퍼맨이다. 이 둘 다 영재나 천재를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 아니다. 영재는 전형적으로 이런 저런 사람이라고 정형화 할 수 없다.

영재 아동의 약점

필자는 직업적 특성 상 대학의 교수나 의사자녀를 진료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대개는 "공부는 잘하는데…. 머리는 좋은데…" 라는 말로 시작해서 "이런 저런 점이 걱정된다"라며 전화가 오는데, 상당수에서 지능지수(IQ) 130 이상의 결과가 나온다. 지능만 가지고 본다면 영재임에 분명하지만, 학교 적응에서, 교사와의 관계에서, 또래와의 어울림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1-2 년전 언론 지상에서 정경훈이라는 IQ 157 아이에 대한 글을 보았다. 수학적인 재능이 뛰어난 아이었는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교사들에게는 엉뚱한 아이, 반항적인 아이로 불렸고 친구들과도 잘 사귀기 못해서 서울에서 전학을 몇 번 한 끝에 지금은 전남의 어떤 시골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내용이었다. 수학, 과학 외의 다른 과목에서는 평범한 성적이었단다. 학교가 영재를 망치고 있다라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영재 아동은 학업성취도가 고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영재 아동들은 독서, 언어, 수추리, 과학, 문학, 예술 등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만, 산수계산, 철자, 역사 및 사회생활과 관련된 지식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성취도를 보인다. 특히 특별한 배려가 없을 경우 학교생활에 권태를 느낄 수 있다.

발달의 관점에서 본다면 영재아동은 일종의 비정상일 수도 있다. 7살 아동이 12세 수준의 높은 지능 수준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말하지만, 정서와 사회성 발달의 수준은 7살이라면, 균형있는 발달을 해 나가지 못하고 소위 말하는 "비 동시적 발달"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주위에서 배려해주어야 한다.

일부 창의적인 영재아들 중에 교과과정이 지루해서, 자신의 지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혹은 대화가 통하는 친구가 없어서…. 괴짜처럼 행동하고, 순종적이지 않고 교사에게 도전하는 경우도 생긴다. 악의를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런 부정적 특성 안에서도 창의적을 면을 살펴보려는 지혜가 부모나 교사에게 필요하다.

영재아를 둔 부모의 역할

영재의 아이들이 특징을 고려해서 양육한다는 자세가 그 핵심이다. 성적이 기대에 못미칠 수도 있다. 지루해서… 너무 스스로가 똑똑하다는 것에 도취되어서…등등의 이유로 동기 유발이 안될 수 있다. 성취에는 적절한 자극과 도전을 꼭 필요로 한다.

어떤 부모는 자신이 가르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로서의 역할에 자신감도 필요하다. 타고난 천부적 능력 외에도 규칙 지키기, 남을 배려하기, 도덕심, 책임감 등 가르칠 것이 많다. 꼭 학교나 영재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이나 박물관 같은 가까운 곳에서도 학습기회를 찾아주어야 한다. 단어 맞추기 게임, 수수께끼, 바둑 자녀에게 자극을 주면서 가족과의 유대감도 촉진시켜 줄 필요가 있다. 또 중요한 것은 유연성과 융통성을 가지고 아이가 부딛치는 문제를 가능한 그때 그때 해결해 주어야 한다.

인터넷과 같은 효과적인 정보탐색의 도구를 충분히 활용해서 부모가 직접 영재교육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스스로 교사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맺는 말

한국사회는 창의력을 죽이는 사회라고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는 학자도 있다. 필자는 부분적으로 이 말에 동의한다. 현대에 이르러 많이 바뀌었지만, "어른 말을 잘 들어라", "어디 가서든 중만 가라", "튀지 말아라", "줄을 잘 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창의적인 영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 사회가 개방적인 풍토로 키워 나가야 한다. 눈치를 보고 체면을 중시하는 것 보다는 자신의 견해와 주관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겠다. 성적 제일주의, 입시 지상주의와 일류 학교에 매달리는 사회분위기도 역시 개혁할 대상이다.

마지막 말…. 당신의 아이가 영재가 아니라고 해서 실망하지는 마실 것. 영재를 키우는 것은 많은 고통이 뒤따른다. 하바드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인생에서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는 말을 명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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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

* 뉴스위크 한국판 특별호 2 미국선 이렇게 가르친다. 중앙일보 1999. * 영재학생 식별편람 김정휘 편저 원미사 1998 * 전경원 (1997) 광주전남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연구회 세미나 강의안 * 주간 조선 1997.8.7. * Freeman J (1995) Annotation: Recent Studies of giftedness in children. J Child Psychol Psychiat 36: 531-547

- 처음 쓴 날 99. 8. 16. -

* 소아청소년정신건강클리닉에서 개인적인 학습목적으로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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