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비행(품행장애)의 의학적 관점
청소년 비행 (품행장애)의 의학적 관점
I. 질병으로서의 청소년 비행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는 1955년 국제 질병 분류체계 제7판(ICD-7)에서 청소년 비행(juvenile delinquency)을 소아기에 나타나는 행동장애의 하나로 간주하고 질병으로 분류하기 시작하였다. 1992년의 국제 질병 분류 체계 제10판(ICD-10)에서 품행장애(conduct disorder)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서는 1968년에 발간된 정신장애 진단분류편람(DSM-II)에서 품행의 장애(disorders of conduct)라는 이름으로 환경에 대한 하나의 반응(reaction)이라는 관점에서 청소년 비행을 질병분류에 포함시켰다. 1980년의 제 3판 정신장애 진단분류편람(DSM-III)에서 품행장애(conduct disorder)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기 시작하여 현재(DSM-IV)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배경 아래 의학 영역에서는 청소년 비행을 여러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하나의 질환으로 간주하여 품행장애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품행장애 진단기준)
II. 청소년 비행(품행장애)의 의학적 측면
과다 행동과 공격성을 보이는 품행장애를 가진 소아들은 외상에 의한 신체적 손상을 입을 확률이 매우 높다. 픔행장애를 가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추적 연구 결과는 사고, 살인, 자살 등으로 인한 사망의 가능성이 정상 대조군에 비해 37배나 높다고 나타났다. 두부(뇌)손상은 품행장애의 결과로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원인적 인자로서의 기여를 한다고 본다. 간질 자체와 품행장애의 직접적 연관성은 없지만, 비행청소년에서 경련과 뇌파 검사상의 이상이 정상 대조군보다 흔하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우울증이나 정신병과 같은 정신과적인 질환이 있는 경우, 외상성 뇌손상,정신지체와 같은 중추신경계의 이상과 연관된 질환이 있는 경우, 그리고 다양한 인격발달의 장애를 가진 경우에서도 소아기와 청소년기에 비행 행동을 나타낼 수 있다. 아래에서는 주제를 순수한 품행장애에 국한시켜 품행장애의 여러 가지 의학적 측면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III. 품행장애의 의학적 원인
1. 유전적 요인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지거나 알코올과 같은 물질을 남용하는 부모의 자녀에게서 품행장애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 그리고, 품행장애 아동의 가족에서 반사회적 성격, 물질남용, 기분장애, 정신분열증, 학습장애와 기타 행동문제가 많다고 보고 되고 있다. 특히 품행장애를 가진 청소년의 아버지나 남자 친척에서 반사회적 행동의 빈도가 높다고 한다. 이러한 소견들은 품행장애가 가족적인 혹은 유전적인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 쌍생아 연구에서도 일란성 쌍둥이에서 이란성 쌍둥이보다 품행장애가 같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고 보고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유전만으로 품행장애의 원인을 설명할 수 없으며 환경적 요인과 기타 생물학적 원인들이 동시에 작용한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2. 신경학적 이상
특히 공격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보이는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에서 신경학적 이상이 그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된다. 품행장애 아동과 청소년은 정상에 비해 신경학적 증세, 신경심리학적 결함(특히 부주의)과 경련성 질환을 가지는 경우가 많이 보고 된다. 공격적 행동의 정도는 신체적 학대의 과거력, 두부 및 안면 손상, 신경학적 이상소견,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출산 시의 문제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난폭한 아동의 경우, 심각한 학습과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으며, 약 20%에서 간질을 가지고 있고(정상인은 1%이하), 60%에서는 정신병적 증세를 가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3. 말초 생물학적 지표(Peripheral Biological Marker)
1) 피부 전기전도성(Skin Conductance)
땀을 흘리는 것은 자율신경계의 영향을 주로 받으므로 피부의 전기전도성을 측정하는 것이 교감신경계의 활성을 알아보는 지표의 하나로 사용된다. 비사회화된 공격적인 품행장애 환자의 경우 평상시의 피부 전기전도성이 낮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의 전도성도 정상대조군에 비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피부전도성이 뇌자기공명 영상진단(brain MRI)에서의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의 양과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도 있다.결론적으로 지속적이고 심각한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품행장애는 피부전도성의 이상과 연관이 있고 이 피부전도성의 이상은 충동조절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전전두엽(prefrontal) 구조와 관련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2) 심장박동수와 혈압
심장박동과 혈압은 부분적으로 교감신경계에 의해 조절된다는 관점에서 품행장애의 연구에서 이용된다. 비사회화된 공격적이거나 혹은 감정이 없는 품행장애 청소년에서 대조군에 비해 평상시의 심장박동수와 혈압이 낮다고 한다. 또한 장기간의 추적 연구에서, 평상시의 낮은 심박동수가 이후에 성인기의 난폭한 반사회적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고 보고 되었다. 비사회화된 품행장애에서 대조군에 비해 평상시에 낮은 수축기 혈압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4.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1) 카테콜라민(catecholamine)
교감신경계의 흥분에 의해 방출되는 카테콜라민(노아에피네프린norepinephrine과 에피네프린epinephrine)도 품행장애의 의학적 연구에서 많이 이용된다. Dopamine-beta-hydroxylase(DBH)는 도파민(dopamine)을 노아에피네프린으로 변화시키는 효소인데, 혈액중의 DBH가 비사회화된 공격적인 품행장애에서 대조군과 사회화된 품행장애군에 비해 낮다고 한다. 비사회화된 품행장애 청소년의 24시간동안 배출되는 소변에서의 노아에피네프린이 대조군에 비해 적고, 사회화된 품행장애의 경우에는 많다는 보고가 있다. Monoamine oxidase inhibitor(MAO)와 catecholamine-o-methyltransferase (COMT)는 카테콜라민을 분해하는 효소인데, 이러한 효소의 활성이 사회화된 품행장애와 비사회화된 품행장애군에서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 세로토닌(serotonin)
세로토닌은 충동의 조절과 연관된 것으로 생각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다. 뇌, 뇌척수액, 혈액, 소변 등의 다양한 검사를 통한 연구 결과, 불안을 보이는 경우 뇌의 세로토닌 활성이 높고 공격적 행동, 적대적 행동, 자살 등의 경우에 세로토닌 활성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
5. 남성호르몬(testosterone)
품행장애가 남자에게서 많다는 관점에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청소년의 난폭행동과 연관된다고 여겨진다. 스웨덴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언어나 신체적인 공격적 행동을 많이 보이는 학생들에서 혈중의 테스토스테론 수준이 대조군에 비해 높다고 보고 되었다. 소년원의 비행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대조군에 비해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높다고 한다.
6. 뇌파(EEG) 및 사건관련 유발전위(Event-Related Potentials)
품행장애를 가진 아동과 청소년에서 이상 뇌파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정보처리를 반영하는 지표의 하나인 사건관련 유발전위의 결과가 정상대조군과 다르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이상과 같이 여러 가지 의학적 이상 소견이 품행장애의 원인적 인자로 생각되지만, 이러한 생물학적 소견만으로 품행장애를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으므로 심리사회적 인자도 매우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본다.
IV. 품행장애의 경과와 예후
1. 품행장애의 자연적 경과
전형적인 경우 학교에 입학한 후에무단 결석을 시작하고, 그후 학업에 어려움이 생기고 이후에 알코올 남용을 거쳐 무분별한 성적인 행동이 나타나고 점차 약물 남용, 비행, 학업 중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4세부터 16세 사이의 2,6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Achenbach와 Edelbrock 1983)에서는 어려서 논쟁적이고, 옹고집이며, 떼를 많이 쓰는 아동들이 점차 커 가면서 반항적 행동, 불장난과도벽이 생기고 이후에 무단결석, 파괴 행위와 약물 남용을 하는 경과를 보인다고 보고 되었다. 전체적으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떼쓰기와 싸움은 감소하나,거짓말은 나이가 들더라고 일관되게 나타나고, 훔치기는 10세까지 증가하다가 점차 줄어들며, 무단결석과 약물 남용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품행장애를 보이는 아동의 50%는 성인이 되어 만족할 만한 사회적 적응을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40세 이후에는 반사회적 행동 문제의 숫자가 감소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2. 품행장애와 성인기의 반사회적 행동과의 관계
소아기의 품행장애는 청소년기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많고 성인기의 반사회적 행동을 예측해 주는 중요한 인자가 된다. 특히 정도가 심하고 공격적인 유형의 경우 미래의 반사회적 행동에 대한 위험 인자가 된다. 사춘기 이전의 아동의 경우, 집안에서만 일어나는 공격적 행동은 장래의 범법 행위를 예측해 주지는 않지만, 가정 이외의 상황에서 나타나는 소아기의 공격적 행동은 청소년 비행과 성인 범죄를 예측하게 한다. 한 연구에서는 13세에 극단적인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아이의 50%가 성인이 되어서 범죄 행위를 저질렀고 낮은 정도의 공격성을 보인 아이는 14%만이 성인기에 범죄를 저지르고 그 심각성도 적었다고 보고 되었다. 이러한 공격성(aggressiveness)에 행동과다(hyperactivity)가 더해지는 경우 성인기의 범법 행위를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고 생각된다.
소년원에서 출소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9년간의 추적 연구에서 94%가 성인기에 범법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73%는 난폭한 범죄를 저질렀고 10%만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고 한다. 품행장애로 진단된 9,945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시행된 연구에서는 18세까지 35%가 체포된 경험이 있으며 이중 6%는 반복적인 범죄를 저질렀는데 이 6%가 행한 범죄행위의 숫자가 전체 연구 대상이 행한 비행 행동의 50%를 차지하였다.
최근에 시행된 역학 연구(Robins등 1991) 결과는 소아기의 품행장애가 성인기의 정신장애 즉, 반사회적 인격, 약물 남용, 조증, 정신분열증, 강박장애와 연관성이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 만 6세 이전에 8가지 이상의 품행 문제를 보이는 심한 경우 71%에서, 6-12세 사이에 시작하는 경우에는 53%, 12세 이후에 시작하는 경우 48%에서 성인기의 반사회적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5-7가지의 중등도의 품행 문제를 보이는 경우 6세이전에 시작한 경우는 24%, 6세부터 12세 사이에 시작한 경우는 16%, 12세 이후 시작한 경우는 10%에서 성인기의 반사회적 행동을 보인다고 하며, 3-4가지의 경도의 품행 문제를 보이는 경우에는 6세이전에 시작하면 3.2%, 6-12세 사이 시작하면 1.9%, 12세 이후에 시작하면 0.9%에서 성인기에 반사회적 행동을 보인다.
요약하면, 15세이전에 적어도 3가지의 품행 문제를 나타내는 소아청소년의 1/4이 자라서 성인기에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된다고 생각된다.
3. 후유증
학업실패 및 정학이나 퇴학, 법률적 문제의 유발, 싸움으로 인한 신체손상, 사고, 성병, 십대의 원치 않는 임신, 매춘, 피살, 가족의 포기, 약물중독, 자살이나 타살과 같은 심각한 후유증이 초래된다.
4. 품행장애의 예후
1) 좋은 경우 * 경한 정도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 * 공존하는 정신병리가 없는 경우 * 정상적인 지능을 가진 경우 * 사회성이 좋고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가진 경우 * 가족 숫자가 작은 경우
2) 나쁜 경우 혹은 만성화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 * 어려서 문제가 시작된 경우 * 많은 증상을 보이는 경우 * 높은 정도의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동반한 경우 * 지능이 낮은 경우 * 어린 나이에 재판을 받은 경우 * 친구들에게서 따돌림을 받는 경우 * 사회성이 없는 경우 * 가족간의 불화가 심한 경우
V. 품행장애의 치료
품행장애 아동 및 청소년의 증상과 심각성의 정도에 따라서, 치료는 법적인 처벌, 가족에 대한 중재, 사회적 지지의 제공, 개인이나 가족의 정신병리에 대한 정신치료, 약물치료 등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치료 장소는 가정, 학교, 병원(외래, 입원, 주간치료센타), 기숙학교, 특수한 비행 프로그램, 교도시설 등 매우 다양하다. 치료적 접근 방법도 다양하여서 개인 혹은 집단치료, 행동치료, 부모교육, 인지치료, 그리고 약물치료 등이 치료하는 사람들이 가진 품행장애에 대한 개념에 따라서 시행되고 있다. 극소수의 품행장애에서는 한가지의 치료 방법이 결정적으로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다양한 치료방법을 동시에 사용하여 치료해야 효과를 볼 수가 있다.
치료의 시작부터 끝까지 꼭 필수적인 사항은 첫째,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억제하고 견제해 주는 구조(틀)를 확고히 하며, 둘째, 안전과 치료 환경을 동시에 제공해 주는 효과적인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가정 안에서의 한계 설정은 부모간의 갈등, 부모의 부재, 일관성 없는 훈육, 애매하거나 낮은 기대, 부모의 우울 등에 의해 방해받는 경우가 많다. 한계를 새로이 수립하거나 고쳐 나가는 것은 부모상담, 부모치료, 가정에서의 지도 관찰, 학교에서의 주기적 감독, 법률 기관의 이용 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우선 해당 아동 및 청소년의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가?" 그리고 "환경적 인자가 얼마나 아이의 품행문제에 기여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우선 아동이나 청소년을 집에서 다니면서 치료를 할 것인가, 아니면 가족으로부터 격리되어서 치료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그 이후에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치료적 접근이 이루어지게 된다.
품행장애의 경우 치료를 시작하는 나이가 매우 중요한데, 이는 비적응적인 행동이 오래되면 될수록 더 견고한 증상이 되어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 소아 청소년에 초점을 둔 치료 방법
1. 약물치료
품행장애에 선택적인 치료효과를 보이는 약물은 아직 없다. 하지만, 품행장애 청소년들 중 충동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으로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험한 경우, 주의력 집중이 안되어 치료에 협조하기가 어려운 경우, 우울증 등 다른 정신장애가 동반되는 경우에 약물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다. 약물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다른 치료 방법이 같이 사용되어져야만 한다. * 중추신경 자극제 : 품행장애 청소년의 경우 과잉행동이나 주의집중력의 장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품행장애 아동과 청소년에서 실제 중추신경 자극제를 사용하게 되면 거짓말, 과다한 요구, 불복종,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트리는 행동과 충동적 행동의 증상이 호전된다고 한다. 과다행동의 과거력이 있고, 충동적인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에 사용이 고려되어야 한다. * 항우울제 : 사춘기 이전의 아동 중 우울증이 시작될 때 품행장애의 증상들이 앞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우울증이 치료되면 대부분의 경우에서 품행장애의 증상들이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우울증이 재발했을 때 품행장애의 증상들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 리튬 : 기분이 들뜨고 흥분 상태와 과대 사고 등을 나타내는 조증에서 보이게 되는 공격적 행동의 조절에 효과적이다. 폭발적인 난폭 행동을 보이는 아동과 청소년에게도 효과적이다. * 항정신병 약물 * 베타차단제 * 항경련제
2. 행동치료
문제 행동을 목표 증상으로 하여 문제 행동들을 직접적으로 교정하고 훈련시킨다. 모델링(modeling), 재강화(reinforcement), 연습(practice), 역할수행(role playing)과 같은 직접적인 수련을 통해 새로운 행동 양식을 습득하게 하는 방법인데, 가정이나 학교와 같은 문제 행동이 실제로 발생하는 상황을 놓고 훈련이 이루어진다. 전통적인 카운슬링에 비해 문제 행동을 줄이는데 2배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는 등 여러 치료 현장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가장 효과적 치료법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부모와 교사의 행동지도 훈련과 가족, 학교, 치료자와의 긴밀한 협조체계가 필요한데, 부모와 교사는 청소년의 행동을 어떻게 관찰하고, 정의하고 기록할 것인가를 배운 후에, 재강화를 통하여 어떻게 긍정적인 행동을 증진시키고, 타임아웃(time-out), 권리의 박탈 등을 통해 부정적인 행동을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가를 배우게 된다. 심한 문제를 보이는 경우에는 입원치료 기관에서의 24시간 행동치료 프로그램이 시행되기도 한다.
3. 인지행동치료
인지행동치료는 앞에서 언급한 행동치료적 기법과 환자의 자기 조절 및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인지적 훈련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다. 인지행동기법은 분노 조절, 충동 조절 및 의사소통 능력 증진에 효과적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고 지능이 높은 경우에 사용될 수 있다.문제-해결 기술훈련(Problem-Solving Skills Training)은 청소년이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다양한 해결책을 찾아내고 각 해결책의 결과를 예상하여 스트레스 상황을 처리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다.
치료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이 상황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보다는 사고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둘째, 청소년이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단계적으로 다가가도록 가르친다. 문제나 과제의 효과적인 해결에 이르는 방법에 직접적인 주의를 기울이도록 도와준다. 셋째, 게임이나 학습 활동 그리고 이야기 등 조직화된 과제를 사용한다. 그리고 치료 과정에서 배운 문제-해결 기술이 점차 일상에서의 실생활에 적용되게 한다. 넷째, 치료자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인지과정을 배우게 하고 그 결과를 특수한 문제에 적용시키게 하고, 배운 기술의 이용을 촉진하도록 단서를 제공하고 피드백을 해주며, 칭찬을 적극적으로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연습, 역할극, 모델링, 그리고 재강화와 약한 정도의 처벌과 같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시에 실시한다.
4. 개인정신치료
반사회적 행동의 정신적인 바탕이 되는 갈등과 심리적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진다. 치료자와의 새로운 대인관계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행동의 새로운 양식을 탐색함으로써 올바를 감정적 경험을 하게 한다.
5. 집단정신치료
비슷한 문제를 가진 청소년 집단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동료들에 의한 격려와 안심, 피드백이 주어지고, 리더십과 집단 응집력을 경험하며,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의 느낌과 경험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등의 집단에서 생기는 고유한 심리사회적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치료방법이다. 동병상련의 관점에서 서로간에 긍정적인 나눔을 촉진하고 사회적 기술을 증진시키는데 효과적이다.
6. 입원치료
다른 치료법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 가정 등의 환경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경우, 그리고 위험성이 높은 품행 문제를 보이는 경우에 고려할 만하다.
7. 기타 보조 치료 프로그램
수공예, 꽃꽂이, 요리 실습 등 작업 요법을 실시하면 청소년들이 실제 기술을 배우고 자신들이 만든 작품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마음을 잘 열지 않는 청소년들의 경우 그림, 붓글씨, 종이 공작과 같은 미술요법, 음악요법, 심리극 등을 통하여 자신의 숨을 감정을 표현하고 승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레크리에이션과 운동을 통하여 욕구불만을 해소하고 집단에서의 소속감을 증진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B. 가족에 초점을 둔 치료 방법
1. 부모 훈련
부모가 바람직한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비행에 대해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을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자녀는 여러 가지 비행을 저지르게 되고 그 결과 부모의 관심을 얻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부모가 자녀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조장하는 경우에 품행장애나 비행이 생긴다는 이론적 배경하에 부모 훈련이 실시된다. 부모는 자녀가 따를 수 있는 규칙을 정하고, 적합한 행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재강화를 해주며,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가벼운 벌을 주고, 타협을 해 나가는 것을 배우게 된다. 즉, 부모가 가정에서 청소년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훈련을 받는 것이다. 자녀를 다루고 대화하는 기술을 지침서, 비디오를 이용하여 익히게 된다. 실제 부모 훈련은 문제해결 기술 훈련과 같이 이루어지면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 방법은 부모의 동기가 있고 비교적 기능을 잘하는 가족에서 실시된다.
2. 가족 치료
적응에 문제가 있는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한다. 품행장애의 가족들은 가족 구성원끼리 서로 지지적이지 못하고 희생양이 생기거나, 한 구성원이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가족과 비교해서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방어적인 경우가 많고, 주로 처벌을 사용하고 부정적이며, 상호간의 지지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상담의 주 목표는 가족 상호간의 긍정적인 재강화를 촉진시키고 명쾌한 의사소통을 확립하고, 가족들 사이에 서로 원하는 행동을 말(언어화)하는 것을 돕고, 문제발생시에 서로간에 건설적으로 타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품행장애 청소년의 가족을 보면 부모간의 불화가 있거나, 결손가정이거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상담 및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3. 가족 상담
매우 대처하기 힘든 자녀의 까다로운 행동을 적절하게 다루고, 충동적 행동에 대한 효과적인 한계 설정을 할 수 있도록 부모의 의사 결정을 도와주고 조언을 해준다. 부모 자신이 겪는 정서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상담을 시행한다. 기능이 떨어지는 가정의 경우 사회적 기관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C. 학교에서의 중재
행동조절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개인화된 학습 프로그램과 직업교육을 시행하며, 학습과 관련된 문제를 도와주는 것이다. 특히 학습장애를 가진 아동과 청소년에서 조기에 개입이 이루어지면 향후의 품행장애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D. 지역사회에서의 중재
품행장애 청소년의 개인적 자질과 대인관계 능력을 증진시키는 또래와 같이하는 지역사회 프로그램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청소년들로 하여금 실습, 답사와 견학, 야영 수련회, 봉사 활동, 행군, 독서 프로그램, 강연회나 세미나 참석, 심리극 활동과 같은 다양한 정신 건강과 연관된 수련 활동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러한 활동은 친사회적 행동을 증진시키고 반사회적 행동을 감소시켜 준다고 생각된다.
요약한다면, 품행장애의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아동이나 청소년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아 주는 식으로 공감적으로 상대방을 이해해 주고, 청소년 스스로에게 변화를 위한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 환경적으로 일관성 있는 규칙을 정하여 다양한 문제 행동을 조정하도록 해주고, 따뜻한 환경 내에서 적절한 사랑과 관용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제공함으로써 내적 억제력을 향상시키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회복하며, 새로운 적응 기술을 획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VI. 품행장애의 예방
1. 예방의 목표
다음에서 열거하는 품행장애 발생의 위험인자를 줄이고 회복인자를 증진 시켜주는 것이 예방 활동의 초점이 된다. 범죄의 발생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사춘기 이후는 이미 늦다는 점을 명심하고 조기에 중재해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문제행동 아동의 조기발견 중재가 효과적인데 이 시기는 변화의 가능성이 많은 시기이고 비뚤어진 동료의 영향이 적은 연령이기 때문이다.
1) 위험인자 * 부모 : 부의 범죄, 모의 정신병리, 약물 남용, 사회적 고립, 부부 불화 * 가족 환경 : 부적절한 지도감독, 불충분한 훈육, 무관심 혹은 거절, 4명 이상의 많은 형제수 * 학교 : 학업의 어려움, 학교와의 유대결여, 친구로부터의 따돌림, 사회 기술의 부적절한 발달, 빗나간 또래와의 어울림 * 사회 환경 : 빈곤, 무질서한 사회 * 본인 : 심한 주산기 합병증, 발달의 지연, 은근한 문제행동(훔치기,거짓말하기, 불지르기)의 조기 발생, 까다롭고 충동적인 기질, 남자, 장남
2) 회복인자 * 덜 빗나간 친구 집단과 사귀려는 자발적 노력 * 직업 획득 * 사회경제적 환경의 개선 * 부모나 다른 어른과의 긍정적이고 따뜻한 가까운 관계 * 긍정적인 경험 * 효과적 대응전략 * 좋은 학교
2. 예방 프로그램의 종류
1)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예방프로그램 (universal preventive intervention)
모든 아이들에게 소아마비 예방 접종을 시행해서 소아마비를 예방하는 것과 같이 일반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예를 들면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이 해당된다. 품행장애라는 딱지나 낙인이 붙지 않는다는 점과 모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고비용에 비해 효용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2)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표적예방프로그램 (targeted preventive intervention)
동성애자나 마약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에이즈 예방 프로그램과 같이 품행장애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다.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대상군을 잘못 선정할 가능성이 있고 대상 청소년이 참여를 거부하거나, 대상 청소년과 가족에게 낙인이 찍히고, 일반인의 관심이 멀어질 위험성이 있다.
3. 해외 품행장애 예방 프로그램의 소개
1) 태아/유아 사업(The Prenatal/ Early Infancy Project 1988)
저체중아와 미숙아의 발생을 예방하고 산모와 유아의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양육 기술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낮은 사회경제적 상태의 젊은 독신 어머니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임신과 육아 기간 동안 간호사의 정기적 가정 방문을 통하여 식이나 위생관리를 도와주고, 음주와 흡연을 금지하며, 아이를 키우는 기술을 교육하였다. 그 결과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집단과 비교해서 유아의 체중이 더 나가고, 소아 학대나 소아 방임이 줄고, 어머니의 흡연이 감소하였다.
2) 휴스턴 부모-아동 발달 센타(The Houston Parent-Child Development Center 1987)
한살된 자녀를 가진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부모를 대상으로 소아 행동의 관리에 관한 교육, 양육에 대한 상담, 개인 상담, 사회적 지지를 2년간 정기적으로 제공한 후 초등학교 2, 3학년 때 아동에 대한 재평가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모의 아동들은 대조집단에 비해 학교에서 공격적 행동을 덜 보이고, 지능이 높았으며, 문제행동과 관련하여 서비스에 의뢰되는 경우가 적었다.
3) 학교 중재 프로그램(Bry등 1980)
훈육에 문제를 보이고 학업성적이 낮은 6, 7학년 학생(우리나라의 경우 초등 6학년,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는데 프로그램은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돕기 위한 교사들의 회의, 아동들 자신의 집단모임, 부모회의가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5년 후에 추적 조사한 결과는 대조집단에 비해 범죄 행동이 적고, 학교에서 문제가 적었으며, 약물 남용이 적고, 취업 상태가 양호했다.
4) 소년원 비행 청소년 연구(Davidson등 1990)
체포된 후 재판 받기 전의 비행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 교육을 받은 대학생이 개입하여 다양한 사회 자원과 연결해 주고 긍정적 사회 활동에 참여를 촉진시키는 중재를 실시하였다. 개입을 시행한 집단에서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재범이 감소하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참고문헌
* 강영자, 박성옥, 양명숙(편역) (1997): 아동의 스트레스, 양서원 * 강문희(역) (1991):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위기 상담, 교문사 * 안동현, 김세실(역) (1997): 말 안 듣는 아이, 하나의학사 * 정옥분(역) (1992): 인간발달 II-청년기, 성인기, 노인기-, 교육과학사 * 정보인 (1992): 행동수정을 통한 어린이 문제행동 지도, 중앙적성출판사 * 조혜정 (1996):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아이를 거부하는 사회, 또 하나의 문화 * 한국청소년개발원 (1995): 청소년 수련거리 -정신건강활동, 인간과 복지 * 홍경자(역) (1996): 십대의 적극적 부모역할 훈련, 한국심리교육센터 출판부 * Kazdin AE (1995): Conduct disorders in childhood and adolescence, Sage Publications, Inc. * Sholevar GP (1995): Conduct disorders in children and adolescents, American Psychiatric Press
* 소아청소년정신건강클리닉에서 개인적인 학습목적으로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