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우유 문제가 많습니다. 전 6년전에 우유 대리점을 했더랬습니다. 우유 대리점을 막 시작하자마자 빨리 그만두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 워낙 마진이 없는데다
2. 우유는 특성상 쉽게 변질 되며
3. 종류가 많아 배달자체가 헷갈리고 거센 손님의 요구를 다 맞추기가 정말 힘들었으며
4. 약정기한이 다 되지 않은 손님들이 우유를 끊기를 요구할 때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 안되는 것 같지만 우유 하나를 팔아서 몇 십원 몇 백원 남기 때문에 한 집이 떨어져 나가면 상당히 힘이 듭니다. 그런데 그 약정이라는게 참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이죠. 우유를 안 먹는다는데 집어 넣을 수도 없고 멀리 이사나 가버리면 단위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것이라 다른 구역을 가버리는 계약자를 붙잡을 수도 없는 난감한 일이 되버립니다.

무엇보다도 힘든 것은 우유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신선하기라도 하면 자신있게 소비자를 대할 수 있을 텐데. 실상 우유의 신선함을 보장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우유 회사로 부터 냉장 우유 트럭으로 전국의 대리점으로 배달이 시작합니다. -겨울엔 실외 온도 자체가 차갑기 때문에 냉장차 냉장장치 가동하지 않습니다. 겨울이니 뭐 별로 우유가 상하는 일이 없죠. -하지만 여름엔 사정이 달라집니다. 한겨울엔 몰라도 황사가 내리는 때쯤만 하더라도 냉장이 극히 힘들어 집니다. 그래서 여름엔 냉장을 가동하고 오지요. 그러나 햇빛에 잠깐이라도 노출 되기가 십상입니다. 박스채로 냉장차에 실리는데 이때 아무래도 햇빛에 노출이 되는거죠.

냉장 우유 트럭이 전국의 대리점으로 배달이 됩니다. 한 냉장차가 작게는 2~3 대리점 많으면 4~5개의 대리점물량을 배달을 합니다. 이때 약간 햇빛에 노출이 되면서 대리점으로 하차가 되는거죠. 그리곤 대리점 냉장고로 입고 됩니다. 한겨울엔 대리점 냉장고 안은 물론 냉장하지는 않습니다. 여름엔 사정이 달라집니다. 냉장고를 켜야 하지요. 그런데 이때 우유배달의 구조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리점 냉장고에 넣기 전에 이 많은 우유를 배달처에 따라 분류를 해야 합니다.

1000가구가 되는 집을 구역별로 분류를 하는 것이죠. 한 배달처에서 100집 정도 배달을 한다고 하면 열군데 정도로나누는 작업이죠. - 우유 배달처별로 우유를 분배하는 시간이 2~3시간은 걸립니다. 이 때 우유 대리점은 셔터를 내리고 분배를 하죠. 뜨거운 여름 햇빛에 노출을 막는 것이 목적이긴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차단하는 목적이 있다고 볼도 있습니다. 사실 좀 두려웠죠. 누가 볼까봐요. 사실 바깥 온도의 영향을 최소로 받기 위해 최대한 빨리 분배를 합니다. - 그런후에 대리점 냉장고에 보관을 합니다. - 시간을 따져 보면 오후 3~4시쯤 회사차량이 도착하고 다음날 배달처 별 고객들의 형편과 요구에 따라 물량을 조정하고 분배를 시작하면 저녁 6~7시에 분배가 끝납니다. - 그런 후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저녁 11시쯤 대리점 냉장차 배달 기사가 대리점에 도착하죠. 대리점 주인이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힘들어서 기사를 고용합니다.

기사는 우유 대리점에서 우유를 냉장차에 싣고 배달처 별로 우유를 배달하기 시작합니다. 배달처별로 동시에 배달이 될까요/ 아니죠. 10여군데별로 배달하다보면 두 세시간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대리점 냉장기사는 어디다 배달을 할까요? 배달처 냉장고에 배달을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유 배달 아줌마들은 냉장고가 없습니다. 또 우유 배달 아줌마는 보냉장치로 배달을 할까요? 대개 시장 바구니나 시장보러가는 수레만 끌고 배달하러 오지 냉장 가능한 가방이나 박스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낮에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꼭 보냉 수레를 끌고 다니더군요. 내가 본 야간 우유 배달 아줌마는 어떤 우유든 그런걸 본적이 없습니다. 대리점배달 기사는 우유 박스를 아파트 관리소 옆, 지하 주차장 입구, 아파트 계단 입구 등 다양한 곳에 흩어져있는 배달 장소에 우유 박스를 내려놓고 부리나케 또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빨리 배달하지 않으면 두 세시간안에 다 배달을 할 수가 없을 만큼 일이 많거든요. 요즘엔 배달해놓은 아니 하차해 놓은 우유 박스를 포장으로 또는 보냉이 되는 덮개로 덮어놓기도 하더군요. 배달 우유 회사별로 쪼금씩 다르게 할른지는 모릅니다.

우유 배달처(아줌마)로부터 가정으로 배달이 됩니다. -새벽 3~4시쯤 우유 아줌마의 배달이 시작됩니다. 배달 가정이 적은 배달처(아줌마)는 6시 부터 시작하는 곳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시간에 배달은 정말 어렵습니다. 엘이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배달시간이 급격히 늘어나니까요. 그래서 아줌마들은 6시 이전에 끝내려고 합니다. 아주 숨이 가프도록 배달을 합니다. 발바닥이 불이 나도록 땀이 나도록 우유를 배달합니다. 아주머니들 정말 힘들죠. 집집마다 우유종류가 다른데다가 날마다 배달 상황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신규 가입자에다 중지자 휴가자 배탈난 사람 등등 그 많은 변수가 기록된 대달 쪽지를 들고 가정배달을 열심히 하시지만 상온에 최소 몇시간은 노출 되었을 우유를 배달하는지 알고 계실까요?

이제 우유 소비자인 여러분은 언제 우유를 드시나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새벽 6시에 우유를 배달 즉시 우유를 꺼내 먹는 분은 많지 않으실 겁니다. 우유를 꺼내 보는 시간은 7시 8시 쯤 되는 가정이 많겠죠. 해가 비치는 곳이라면 우유가 상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배가 부른 우유 이렇게 해서 탄생하는 겁니다.

지극히 한 대리점에서 일어난 저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또한 현재 우유 대리점을 하신 분들껜 너무나 죄송할 뿐 아니라 우유 배달아줌마 배달기사 또 그들에게 딸린 식구들에겐 죄송합니다. 더 절망적인 것은 현행 배달 시스템으론 대리점 차원에선 해결이 거의 힘들다는 것입니다. 어떤 대리점이 제가 본 문제점을 해결한 가정 배달 대리점이 있으시면 그 방법을 올려주시고 모든 대리점으로 확산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 출처: 다음 아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