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사성어

행백리자 반구십(行百里者 半九十)

行:갈 행. 百:일백 백. 里:리 리. 者:놈 자. 半:절반 반

백리를 가는 것은 구십리가 절반이다. 무슨 일이든 마무리 단계가 중요하다.

전국(戰國) 시대의 일이다. 서쪽의 강국 진(秦)나라가 점차 그 우위를 확보하자 진나라 무왕(武王)은 안심하고 자만하는 기색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를 걱정한 신하 한 사람이 왕에게 충고했다.

"지금 대왕께서 위(魏)와 조(趙)를 얻으신 것에 만족하시고 제(齊)를 잃은 것을 가벼이 생각하고 계시는 듯하옵니다. 《시경》에 '미불유초 선극유종(靡不有初 鮮克有終:처음은 누구나 잘하지만 끝을 좋게 여물이는 사람은 드물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왕께서는 모두 처음과 끝을 다같이 존중하여 대성하셨습니다. 이에 반해 처음을 잘하고도 끝을 완성하지 않은 경우가 역사상에 많이 있습니다. 대왕께서 천하통일의 대업을 착실히 추진하시어 유종의 미를 거두신다면, 천하의 삼왕에 대왕을 더해 사왕(四王)이라 찬양할 수도 있으며, 춘추오패에 대왕을 넣어 육패(六覇)라 해도 우습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대왕께서 끝을 마무리짓지 못하신다면, 사람들은 대왕을 오(吳)왕 부차나 진(晉)의 지백(智伯)과 같이 비참한 말로를 본 자들과 동일시할 게 틀림없습니다.

《시경》또 '행백리자 반구십(行百里者 半九十)'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것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얼마나 곤란한가를 말해 주는 것입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자만하고 계십니다. 각국은 호시탐탐 틈만 있으면 다른 나라를 엿보고, 어제의 우리편이 내일은 적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증이 없는 난세입니다. 참으로 위급 존망의 때니만큼, 자만하고 태평스레 굴고 있을 때가 아닌 줄로 아옵니다."

[출전]《戰國策》《진책(秦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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