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바르고 햇볕 쬐면 안 되죠?

피부과에 와서 진료를 받은 후 바르는 약을 처방하면 이렇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약 바르고 햇볕 쬐면 안 되죠?"

이미 "햇볕 쬐면 안 된다"는 것으로 알고, 그것을 확인하고자 하는 질문입니다. 그러면 피부과 전문의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화장품 바르고 햇볕 쬐면 괜챦습니까?"

그러면 대부분은

"그거야 괜챦지요."라고 대답합니다.

그 다음에 피부과 전문의가 하는 말은

"화장품보다는 약이 훨씬 안전합니다."

약을 바르고 햇볕을 쬐면 큰일 나는 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특히 여자분들이) 예상 외로 많습니다. 약 바르고 햇볕 쪼이면 안 된다면 밤에만 약을 발라야 하겠지요? 실제로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의사가 바르는 약을 처방할 때에는 보통 하루에 3번 바르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뭔가를 먹거나 얼굴에 바르고 나서 햇볕을 쪼였을 때 문제가 되는 경우를 광과민성 피부염이라고 하지요. 물론 약을 쓰다가 그런 경우가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약보다는 화장품류가 훨씬 더 그럴 가능성이 많습니다.

간단히 생각해 봅시다. 대개의 경우 바르는 약의 성분은 주치료제 한 가지와 연고기제 한두가지로 극히 제한되어 있는데 반해서, 화장품류는 스킨 로숀 하나만 보더라도 그 안에 포함된 물질이 수십 가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각의 물질에 대해 광과민성 피부염이 일어날 확률이 일정하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어느것이 더 부작용이 생길지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건선과 같이 햇볕이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햇볕을 많이 쪼이게 되면 습진 등의 피부병을 악화시키는 경우는 꽤 있습니다. 자외선의 영향도 있지만, 피부가 열을 받아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약을 발랐기 때문에 무조건 햇볕을 쪼이면 안 된다"는 말은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특수한 예로, 백반증에서 광화학요법을 시행할 때 옥소랄렌 등을 먹거나 바르고 나서 햇볕을 과량 쪼이면 피부에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광독성 물질을 치료에 응용하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이 약으로 섣불리 자가 치료 하다가 화상을 입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그래서 광선치료 (광화학요법)은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지시하에 시행하는 것입니다.

그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피부병의 치료에 쓰이는 바르는 약들을 바르고나서 햇볕을 쪼인다고 해서 피부에 해가 될 일은 없습니다. 피부병이 있을 때 과량의 햇볕을 일부러 쪼여서 좋은 경우는 별로 없지만, 단지 피부약을 발랐다고 해서 어둠 속에서 지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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