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닭고기 먹으면 안 되죠?

피부과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의 하나는 음식에 관한 질문입니다. "무슨 음식을 가려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술만 드시지 말고 다 드셔도 됩니다."라고 대답하면

"돼지고기, 닭고기는 먹으면 안 되죠?"

"생선도 먹어도 되요?"

"계란도 먹어도 되요?"

두세번은 다시또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과 피부병에 대한 이러한 사이비 신앙보다 더 깊은 잘못된 믿음이 어디서부터 유래되었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추정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음식문화에 육류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수십년 안의 매우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직도 서구인들의 식단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과거보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육류 소비가 많이 늘어난 편입니다.

먼 과거까지 갈것도 없이 제가 어릴 적만 해도, 고기맛을 보려면 잔칫날이나 제삿날, 명절날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러니 100년전, 아니 그 이전에 살던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은 또 어떠했을까요? 평소에 고기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웠던 시절에, 병들었다고 해서 잘먹으라고 어렵게 구한 고기를 먹이거나 하면 제대로 소화시키기는 커녕 위장에서 어떻게 처리할 줄 몰라서 배탈이 나는 경우가 많았을 것입니다. 즉 몸보신하라고 먹인 고기가 오히려 더 몸을 축나게 하는 셈이죠. 그러니 돼지고기, 닭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얘기가 과거에는 일리가 있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가능성은 어차피 고기는 귀한 것인데, 먹으면 더 안 좋다는 속설로 위안을 삼았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요새 세상에 고기맛을 못보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군인들만 하더라도 과거와 달리 하루에 한 끼니 이상 고기나 생선을 먹게 됩니다. 그러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고기를 먹어서 탈이 날 이유가 없습니다. 사람은 원래 잡식성이라 무슨 음식이든 먹어 버릇하면 잘 먹을 수 있는 동물이니까요.

대부분의 피부병 환자에서 음식으로 인하여 증상이 악화된다고 의학적으로 확인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심리적인 요인으로 그런 경우는 다소 있겠지만… 소아의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는 경우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지나지 않습니다.

음식물에 의하여 피부증상이 나빠진다는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그 음식을 먹으면 먹을 때마다 같은 증상이 생기는지 그 음식을 끊고 한달쯤 지내면 치료를 하지않고도 증상이 없어지는지 그 후에 다시 그 음식을 먹으면 증상이 다시 재발하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입니다. 급성 두드러기의 경우에 음식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이미 섭취된 음식은 분해 흡수되고 불필요한 찌꺼기는 몸밖으로 배출이 되기에 무엇을 먹었느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원인되는 음식이 무엇인지 확인이 되기도 전에 증상은 이미 좋아져 있을 것입니다.

내과적인 질병 (고혈압, 당뇨, 신장 질환 )이 있을 때는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전신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단지 피부병때문에 일상적인 음식을 가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가려야 할 것이 있다면 술(알코올) 뿐입니다. 술이 일상적인 음식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거의 안 계시겠지요?

출처: 돼지고기, 닭고기 먹으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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