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화장과 피부염.
피부가 당기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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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피부염(습진)이 생겨서 오시는 분들에게 처방을 하면서 잊지 않고 당부하는 것 중의 하나는 "화장하지 마세요"입니다.
그러면 "여자가 화장 안 하고 어떻게 다녀요?" 또는 "화장 안하면 출근을 못하는데요…"라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스킨이나 로션 정도는 발라도 되지요?"라고 물어봅니다.
"스킨이나 로션도 가급적 안 바르시는 게 좋습니다." 라고 대답하면 그 즉시
"얼굴이 땡기는데요?" 라는 질문이 튀어나옵니다. 대개는 볼맨 소리로…
"얼굴에 주름살 잡히면 어떡해요?", "쭈글쭈글해지는데요…", "아무것도 안 바르고 어떻게 살아요?" 라고 불만을 터뜨리는 분도 많습니다.
여성에게 화장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선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얼굴에 습진이 생겨서 피부과를 찾아오는 사람은 십중팔구 여자입니다. 여자:남자의 비율이 10:1 또는 그 이상 될 것입니다. 왜 그런 차이가 날까요?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더 스트레스를 받아서? 남자보다 여자가 저항력이 약해서? 그게 아닙니다. 여자가 남자보다는 얼굴에 바르고 다니는 것(다시 말해 화장품)이 훨씬 종류가 많고, 더 열심히 바른다는 사실이지요. 그것만 보더라도 화장품을 바르고 안 바르는 것이 피부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 능히 짐작이 가지 않습니까?
얼굴의 피부가 어떤 이유로든 병이 들면 피부에 염증이 생깁니다. 그 결과 피부가 빨개지고, 건조해지고, 각질이 일어나며, 뻣뻣하게 느껴지고, 잔주름이 눈에 띄어 쭈글쭈글하게 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이 잔주름을 빨리 없애지 않아서 진짜 주름 (깊은 주름)이 생긴다고 얘기하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피부는 외부의 여러가지 자극인자로부터 신체 내부를 보호하는 장벽의 기능이 있는데, 피부에 습진 등으로 병이 들면 이 보호기능이 약화됩니다. 피부장벽이 손상된 상태에서는 어떤 물질을 피부에 발랐을 때, 흡수율이 평상시보다 100배 이상 증가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에는 발라도 아무 지장이 없었던 화장품일지라도, 습진으로 병든 피부에 바르면 이상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피부가 당긴다고, 잔주름을 없앤다고, 화장품으로 피부를 보호한다고, 이것저것 얼굴에 바르는 것이 피부에 더욱 손상을 일으키고, 습진을 악화시키고, 피부에 흡수율을 높이고, 그래서 또 화장품을 바르고, 바르는 화장품이 피부를 더욱 자극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물론 습진이 생긴 상태에서도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 화장품을 잘 선택해서 바른다면 괜챦을 수도 있지만, 평소보다 흡수율이 높은 상태이기에 아무리 저자극성 화장품을 바른다 하더라도 흡수가 많이 되어 자극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병든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치료에 꼭 필요한 약품 외에는 일체 바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화장품보다는 약이 훨씬 안전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약품도 자극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그럴 때는 차라리 약도 바르지 않는 것이 피부의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얼굴의 습진으로 두어달을 고생했다는 여성 한 분이 피부과를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는데, 얼굴에 습진이 생긴 후 나름대로 피부를 개선한다고 여러 가지 (마사지, 수렴화장품, 진정 작용한다는 화장품 등등…)를 시도하였으나 좋아지지 않아서 병원을 찾아온 것입니다. 일체의 화장품류를 (기초화장품도 물론)를 바르지 말고 마사지도 하지말도록 다짐을 받았습니다. 반신반의하면서 실행을 한 그 환자는 1주일 정도 병원치료를 받고나니 완쾌되었습니다.
만일 이 세상에서 화장품을 완전히 없애 버릴 수 있다면 얼굴에 습진이 생기는 환자가 아마도 반 이상은 줄어들 것입니다.
* 출처: 얼굴화장과 피부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