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 장애의 언어 (Language in Autistic Disorder)

Kanner(1943)가 처음 초기 유아자폐증(early infantile autism)이란 용어를 사용한 이후 50여 년이 흘렀다. 그 이후의 많은 연구 결과 자폐증의 주된 임상양상이 알려졌는바, 특히 언어를 포함한 의사소통의 장해는 자폐증의 주요한 증상이다. 이 글에서는 자폐증의 언어적 특성, 그리고 언어발달과 연관된 문제들의 개요를 알아보고자 한다.

I. 자폐성 장애 (진단기준)

II. 자폐성 장애 환자의 언어 특징

자폐증 환자에서는 언어발달의 정도가 가장 중요한 예후 인자라고 할만큼 학습, 원만한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언어발달이 필수적이다. Tager-Flusberg(1993)는 학령 전기 다운증후군 아동과 자폐 아동의 언어를 비교하였는데, 주된 차이는 획득된 언어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는가 여부였다. 자폐증 아동은 단어를 발음하는 능력이나 언어구조(문법)를 배우는 능력에서는 장해가 없었지만, 어휘력 발달과 단어의 뜻을 이해하는 것과 같은 언어의 의미적 측면(semantic aspect)과 언어를 사회 상황에서 적절히 사용하는 언어의 사회적 혹은 실용적 측면(social or pragmatic aspect)에 문제가 있다.

1. 언어발달의 지연 (delayed language development)

자폐증 아동에서 보이는 비교적 일관된 임상양상의 하나는 언어발달의 지연이다. 적어도 35-40%는 일생동안 기능적이고 의사소통적인 언어의 발달이 되지 않는다.

2. 언어의 의미적 측면(semantic aspects of language)에서의 어려움

1) 대화에 사용하는 단어의 제한

자폐증 환자는 실제 대화 상황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휘를 충분하게 사용하지 못한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수백 단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실제 대화에서는 아주 적은 단어만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언어의 이해에 있어서도 너무 많은 단어가 제시되면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다.

2) 인칭 대명사를 바꾸어 사용하기(pronoun reversal)

자신을 지칭하면서 "너"라고 하거나, 남을 "나"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이 되어서도 이러한 인칭대명사를 사용하지 않고 실제의 이름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외에도 의미가 반대되는 말을 혼동하거나, 한 말에 두 가지 뜻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는 한 단어 안의 낱말의 순서를 바꾸어서 말하기도 한다.

3) 반향언어 (echolalia)

반향언어는 이전에 들은 단어나 문장을 반복하는 것으로 언어가 어느 정도 발달한 자폐증 아동의 85%에서 나타난다. 과거에는 부적절한 자기자극 행동(self-stimulatory behavior)으로 생각되었으나, 현재는 자폐증 아동이 타인과 의사 소통하려는 하나의 시도로, 그리고 보다 발전된 언어가 생겨나기 이전의 중요한 예비 단계(precursor)로 이해되고 있다.

(1) 즉각적 반향언어 (immediate echolalia)

(2) 지연된 반향언어 (delayed echolalia)

4) 구체적이고 융통성이 없는 언어 (concrete and literal language)

대화를 하는데 있어 그 뜻이나 의미를 효과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보다 기능이 좋은 자폐증의 경우 풍부한 어휘력으로 인해 타인들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대화 도중 부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 말을 안 듣거나 고집이 센 것으로 오해받을 가능성이 높다.

5) 추상적 개념 형성의 어려움

크기, 시간, 색깔, 감정과 같은 추상적 개념을 나타내는 낱말을 이해하거나 표현하기 어렵다. 그리고 위와 아래, 안과 밖, 전과 후 같은 말의 개념을 이해하고 사용하는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3. 언어의 사회적, 실용적 측면(social or pragmatic aspects of language)에서의 문제점

혹자는 자폐증 환자는 상대방과 대화(talk with)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말한다(talk at)라고 비유한다. 상대방이 사용하는 몸 동작, 억양, 얼굴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 대화과정에서 사용되는 농담이나 비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대화 과정에서 상대방의 관점이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관점에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대화, 혹은 지리멸렬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다음과 같은 종류의 언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 엉뚱한 것을 자세하게 말하기 (irrelevant detail)
  • 특정 주제를 반복하기 (perseveration on specific topics)
  • 부적절하게 새로운 주제로 옮겨가기 (inappropriate shifts to new topics)
  • 상대방의 주제를 무시하기 (ignoring the initiations introduced by others)
  • 대화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고치지 못함 (lack of strategies for the repair)
  • 다른 환경에서 대화하기 어려움 (difficulties communicating in different environment)
  • 기타 : 단조로운 음색, 부적절한 억양, 노래하듯 말하기, 기계적인 발음하기, 괴성 지르기

Tager-Flusberg(1993)는 자폐증 환자는 사회적 대화에 내재하는 규칙(implicit rule)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가정했다. 여기에 더해서 자신과는 다른 남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으므로 언어의 사회적 이용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III. 언어와 연관된 자폐증의 다른 문제들

자폐성 장애는 일차적으로 신경-생물학적인 이상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본다. 그에 따른 뇌의 기능장해로 인해 자폐증의 다양한 증세, 즉, 인지 문제, 사회 정서적 문제, 언어 문제 들이 생기는데, 언어의 발달은 인간 정신기능의 다른 영역의 발달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자폐증의 언어 장애와 연관된 영역들은 다음과 같다.

1. 감정의 지각과 표현 (emotional perception and expression)

Hobson(1992)은 남의 감정을 지각하고 이해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이 자폐증의 핵심 결함(core deficit)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연구에서 자폐증 아동은 감정이 담긴 소리와 사진에서 제시된 얼굴 표정을 짝짓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실제로 자폐아들은 특이한 감정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할 때 웃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우는 경우도 있다. 정신지체 아동에 비해 부정적 정서와 특이한 혼합된 감정표현을 많이 나타낸다. 눈 마주침이나 남의 미소에 반응해서 웃는 경우도 비교적 적다. 인간감정의 복잡성이 자폐증 환자들에게는 자신이나 남의 감정상태를 해석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2. 기억 (memory)

1) 강점

(1) 기계적 기억(rote memory): 자폐증의 경우 남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의미가 없는 일 (예를 들어 기차시간표, 프로야구 기록 등)에 뛰어난 기억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2) 시각 기억(visual memory):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환경의 사소한 변화를 알아챌 만큼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3) 단기 기억(short-term memory): 자폐증의 경우 제시된 리스트 중에서 보다 나중에 제시된 것들에 대한 뛰어난 기억을 보인다. 최근 효과(recency effect)라고 불리는 것으로, 대개 정상인들의 경우 나열된 것의 처음부터 기억하는데 반해, 자폐증의 경우 마지막부터 거꾸로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2) 약점

(1) 청각 기억 (auditory memory)

자폐증 환자의 경우 질문했던 것이나 이미 답을 들은 것에 대해서 반복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말로 지시 받은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어려움이 있다. 즉, 기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자폐증의 경우 과거에 보거나 들은 것을 인식하는 인식 기억(recognition memory), 그리고 특별한 신호(cue) 없이도 기억해내는 자유 회상 기억(free recall memory)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자폐증에서의 기억장애는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개선되는데, 이런 관점에서 자폐증의 기억장애를 일종의 발달상의 지연(developmental lag)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2) 복잡한 정보의 조직화 (organization of complex information)

자폐증에서 기억 자체의 결함보다는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즉, 정보를 암호화(encoding)하고 체계적으로 조직화(organization)하는데 문제가 있다.

(3) 범주화 (categorization) 혹은 일반화 (generalization)

컵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학습하는데 있어서 정상인은 자신이 보았던 모든 컵을 기억하지 않고 각각의 예를 추상화하여 일종의 원형(prototype)을 만들어 낸다. 자폐증의 경우 정보를 암호화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추상화하지 못하여 이러한 원형을 만들어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서 자폐증 환자가 특히 복잡한 사회적 정보(social information)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게된다.

3. 주의집중 (attention)

1) 부주의 (inattentiveness) 혹은 과다 집중 (hyperattentiveness)

자폐증 아동의 부모나 교사는 아이가 "집중을 하지 않는다",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청각에 문제가 있지 않나 의심을 받기도 한다. 반대로 시각 자극에 대한 지나친 집중과 몰두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2) 자극 과잉선택 (stimulus overselectivity)

Lovaas 등(1979)에 따르면 자폐증 환자들은 다른 자극은 무시하고 환경에서 하나의 자극만을 선택해서 주의를 집중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현상을 구멍 시야(tunnel vis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관점과 비슷하게 자폐 아동은 지나치게 각성(overarousal)이 되어있고, 그 지나친 각성을 조절하기 위해 환경에서 한가지 자극만을 선택하고 다른 자극들은 차폐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 자극 과잉선택은 자폐증에서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3) 선택적 주의 (selective attention)

자폐증 환자는 남과 상관없이 자신의 눈에 띄는 한가지 자극에만 집중을 한다. 그리고, 전체(gestalt)보다는 부분(details)에 집중한다고 본다. 그래서 일반인에 비해서 보다 좁고 지엽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4) 주의를 옮기기 어려움 (impairment in shifting attention)

자폐증의 경우 주의를 유지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단지 한가지 자극에서 다른 자극으로 주의를 돌리는 것이 어렵고 느리다는 것이다.

4. 남의 마음 읽기 (theory of mind)

다른 사람의 생각, 욕구, 의도가 자신의 것과 다르다는 개념을 정상아동의 경우 만 3-4세가 되면 가지게 된다. 자폐아동의 경우 이러한 개념 형성에 장해가 있으며, 그 결과 사회적 상황의 이해와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Baron-Cohen등 1985). 생의 첫 해 동안 양육자와 경험을 공유하는 능력의 결핍이나 남의 행동을 흉내내기(imitation)와 같은 기술이 발달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남의 마음 읽기가 되지 않는 것과 관련된다고 본다.

5. 실행 기능 (executive function)

계획을 짜고, 충동을 조절하며, 생각이나 행동에 융통성을 주는 것, 그리고 체계적으로 환경을 탐색하는 것이 뇌의 전두엽(frontal lobe)의 기능의 하나인 실행 기능이다. 자폐증 환자들에서 나타나는 융통성 없는 모습,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한 모습 등이 이러한 실행 기능의 장해와 관련된다고 본다. 자폐증 환자들은 실수나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고, 사소한 부분보다는 전체를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IV. 맺는 말

자폐성 장애의 언어문제, 그리고 관련된 인지과정에 대해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자폐증 환자는 언어나 인지의 어떤 영역에서는 심각한 장해를 보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정상적인 혹은 오히려 일반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경우가 있다. 이러한 능력의 불규칙한 패턴이 부모, 교사나 임상가가 자폐증을 이해하는데 있어 혼란을 초래한다.

앞으로 자폐증의 정보처리과정, 그리고 그들이 환경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자폐증 환자를 어떻게 치료하고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지침이 주어질 것을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및 관련도서

  • 김승국 (1990). 자폐 아동 교육. 양서원
  • 로나윙(저) 신현순(역) (1984). 자폐아동 부모를 위한 지침서.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 Klin A. & Volkmar F. R. (1997). Autism and the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s. In Nospitz J. D. (Eds.), Handbook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vol 1. (pp 536-560). New York: John Wiley & Sons
  • Baron-Cohen, S., Leslie, A. M., & Frith, U. (1985). Does the autistic child have a "theory of mind"? Cognition, 21, 37-46 Hobson, P. (1992). Social perception in autism. In E. Schopler & G. B. Mesibov (Eds.), High-functioning individuals with autism (pp. 157-184). New York: Plenum
  • Lovaas, O. I., Koegel, R. L., & Schreibman, L. (1979). Stimulus overselectivity in autism : A review of research. Psychological Bulletin, 86, 1236-1254
  • Schopler, E. (1995). Parent survival manual - A guide to crisis resolution in autism and related developmental disorders- New York: Plenum
  • Tager-Flusberg, H. (1993). What language reveals about the understanding of minds in children with autism. In S. Baron-Cohen, H. Tager-Flusberg, & D. J. Cohen (Eds), Understanding other minds: Perspectives from autism (pp. 138-157). Oxford, England: Ox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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