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사성어

좌 단(左袒)

左:왼 좌. 袒:옷 벗어 멜 단.

웃옷의 왼쪽 어깨를 벗는다는 뜻으로, 남에게 편들어 동의함을 이르는 말.

한(漢)나라 고조(高祖) 유방(劉邦)의 황후인 여태후(呂太后)가 죽자(B.C. 180) 이제까지 그녀의 위세에 눌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살았던 유씨(劉氏) 일족과 진평(陳平) 주발(周勃) 등 고조의 유신(遺臣)들은 상장군(上將軍)이 되어 북군(北軍)을 장악한 조왕(趙王) 여록(呂祿), 남군(南軍)을 장악한 여왕(呂王) 여산(呂産)을 비롯한 외척 여씨(呂氏) 타도에 나섰다.

그간 주색에 빠진 양 가장했던 우승상(右丞相) 진평은 태위(太尉) 주발과 상의하여 우선 여록으로부터 상장군의 인수(印綬)를 회수하기로 했다. 마침 어린 황제를 보필하는 역기( 寄)가 여록과 친한 사이임을 안 진평은 그를 여록에게 보냈다. 역기는 여록을 찾아가 황제의 뜻이라 속이고 상장군의 인수를 회수해 왔다. 그러자 주발은 즉시 북군의 병사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원래 한실(漢室)의 주인은 유씨이다. 그런데 무엄하게도 여씨가 유씨를 누르고 실권을 장악하고 있으니 이는 한실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나 상장군 주발은 천하를 바로잡으려고 한다. 여기서 여씨에게 충성하려는 자는 우단(右袒)하고, 나와 함께 유씨에게 충성하려는 자는 좌단(左袒)하라."

그러자 전군(全軍)은 모두 좌단하고 유씨에게 충성할 것을 맹세했다. 병사들은 이때부터 일어나 여씨 일족을 척살해 나갔다. 이 와중에서 번쾌의 아내였던 여수도 매를 맞아 죽었고, 그의 아들 번항까기 죽은 불상사가 벌어졌다. 이렇듯 여씨 일족에 대한 주변이 정리되자, 주발은 고조의 아들 유항(劉恒)을 맞아 보위게 올렸다. 이가 문제(文帝)이다. 여기에 흥미로운 기록이 보인다. 유방은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었다.

"유씨를 편안케 할 자는 주발이다."

그 예언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리하여 천하는 다시 유씨에게로 돌아갔다.

[출전] :《史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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