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사성어

천고마비(天高馬肥)

天:하늘 천. 高:높을 고. 馬:말 마. 肥:살찔 비.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 곧 ① 하늘이 맑고 오곡 백과(五穀百果)가 무르익는 가을을 형용하는 말. ② 활동하기 좋은 계절을 이르는 말.

은(殷)나라 초기에 중국 북방에서 일어난 흉노는 주(周) 진(秦) 한(漢)의 삼왕조(三王朝)를 거쳐 육조(六朝)에 이르는 근 2000년 동안 북방 변경의 농경 지대를 끊임없이 침범 약탈해 온 표한(剽悍)한 유목 민족이었다.

그들은 바람처럼 쳐들어와 노략질을 하고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흉노의 근거지는 중국 북쪽의 광대한 초원이었고 방목(放牧)과 수렵이 주요한 생업이었다. 대초원의 교통기관은 말이었다. 그들은 당연히 말타기, 활쏘기, 창던지기에 능할 수밖에 없었다. 말은 봄부터 여름에 걸쳐 풀을 배불리 먹기 때문에 가을에는 살이 잔뜩 찐다. 그러나 곧 겨울이 닥쳐 흉노는 혹한을 견디면서 몇 개월을 버텨야 한다. 말도 얼마간 마련해둔 풀로 버티지만 봄이 될 무렵에는 살이 다 빠진다.

힘든 겨우살이에 대비해서 흉노는 가을에 양식을 구하러 남쪽으로 쳐들어 간다.

그래서 고대 중국의 군주들은 흉노의 침입을 막기 위해 늘 고심했는데 전국시대에는 연(燕) 조(趙) 진(秦)나라의 북방 변경에 성벽을 쌓았고,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은 기존의 성벽을 수축(修築)하는 한편, 증축 연결(增築連結)하여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완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흉노의 침입은 끊이지 않았다. 북방의 초원에서 방목과 수렵으로 살아가는 흉노에게 우선 초원이 얼어붙는 긴 겨울을 살아야 할 양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방 변경의 중국인들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지는[天高馬肥]' 가을만 되면 언제 흉노가 쳐들어올지 몰라 전전긍긍(戰戰兢兢)했다고 한다.

두보(杜甫)의 할아버지 두심언(杜審言)은 북쪽 변방으로 출정하는 친구에게 시 한편을 써주었다. 거기에 이런 대목이 보인다.

"구름 깨끗이 개니 불길한 별 떨어지고

가을 하늘 높으니 요새의 말이 살찌네(秋高塞馬肥·추고색마비)"

이 시에서 秋高馬肥가 天高馬肥로 변해서 오늘날 쓰여지고 있고 그 의미도 바뀌었다.

[원말]추고마비(秋高馬肥)[출전]《漢書》《匈奴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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