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수면)

부모의 상담 내용 중에는 아이들의 잠과 관련된 내용이 생각보다 많다. 아이들의 신체적 기능을 위해서 뿐 아이라 심리적 건강을 위해서도 적절한 잠은 대단히 중요하다. 경한 정도의 수면 장해는 만 2세 전의 아이에서 매우 흔하며 3-5세 사이의 아동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아이 자신에게도 문제가 되지만, 부모에게도 골치거리다. 잠드는 것 자체가 부모-자식 간의 투쟁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많다.

간략하게 아이들의 잠과 관련된 몇 가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 유아의 수면 : 태어난 직후에는 밤낮 구분없이 15-16시간을 잠을 잔다. 야간 수면이 다소 길어지는 것은 3개월부터이며 6개월이 되어야 비교적 밤에 깨지 않고 야간 수면이 안정화된다. 평균적으로 6개월 무렵에는 14.5시간, 12개월에는 13.5시간을 잔다.
  • 소아의 수면 : 소아의 수면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심리적 사건이 된다. 성장과정에서 중요한 심리적 과제 중의 하나는 부모와의 정신적 심리적 분리 혹은 이별(separation)과 개체화(individuation)이다. 아이 입장에서 잠이 든다는 것은 부모와의 이별이다. 아이들이 이러한 이별을 매일 실행하고 연습하는 것이 수면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아동의 수면은 단순한 수면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의 정서 및 인격적 성숙에 아주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면장애

  • 불면증 : 입면 장애 (잠이 들기가 어려운 것), 수면유지 장애 (자주 깨고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것)
  • 과다 수면증 : 수면부족, 수면 무호흡증, 야간 근연축, 기면병,우울증
  • 수면관련장애 :야뇨증, 수면 보행증,야경증(혹은 야경장애), 꿈불안발작(악몽증 혹은 악몽장애), 이갈이, 수면마비, 잠꼬대

수면부족 (Sleep Deprivation)

원인

  • 환경적 요인 : 시끄럽고 무질서한 수면환경이 문제가 된다. 부모가 늦게 들어와 큰소리를 낸다든지 TV를 본다든지, 밤늦게 전화를 주고받는 등의 환경이나, 밤늦게 까지 불을 켜놓거나 하는 경우 아이들은 잠들기가 어려워지고 수면을 유지하기 어렵다.
  • 신체적 요인 : 통증, 열 그리고 불편함을 주는 신체질환이 있을 때, 비만이나 편도선의 비대등으로 호흡곤란이 있을 때도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 항생제, 스테로이드 제재, 진정제, 정신자극제, 기관지 확장제 등의 약물도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 뇌 손상, 뇌 기형, 신진대사 장애 등에 의한 신경질환 등으로도 불면증이 야기될 수 있다.
  • 정신적 요인 : 가정불화, 가정파탄, 부모의 우울증, 부모의 야단, 학교가 시작하거나 동생의 출생 등의 스트레스가 있을 때 불면증이 쉽게 올 수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증과 같은 정신질환적인 요인이 많은 경우에는 소아정신과적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유아

  • 입면 조건화 : 아이가 밤에 깨면 부모는 무척 괴롭고 다시 재우는 것에 조급해지기 때문에 아주 강하게 개입하게 된다. 아이를 확실한 자극을 통해 재우려 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등을 쓰다듬어주고, 안아주고, 업어주고, 젖을 물리거나, 우유병, 가짜 젖꼭지 등을 물려주게 되는데 이러한 자극들은 다시 잠드는데 강한 조건적 자극(쉽게 말해 습관화)이 되어버린다. 결국 나중에는 이러한 자극이 없을 때는 아이가 잠을 들지 못하게 되어 최종적으로 아이의 수면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늦게 자더라고 강하지 않은 자극을 주어 아이가 가능한 적은 자극으로도 스스로 잘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련 글)
  • 야간의 수유 : 밤중에 먹은 아이는 기저귀가 젖어 자주 깨게 되는데, 깬 아이를 다시 우유병으로 재워야 되기 때문에 우유가 다시 소변을 보게 하여 악순환이 생긴다. 그러므로 생후 2-3개월까지는 밤에도 우유나 모유를 먹여야 하지만 약 6개월 정도가 되면 낮에 먹이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이때에는 무조건 젖꼭지나 우유병을 입에 대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 6개월 정도가 되면 먹지 않고도 8-10시간을 잘 수 있다는 사실을 부모가 알아야 한다.
  • 복통 : 대개 오후나 초저녁에 생기는 통증으로 인해 울면서 흥분상태에 빠지고 부모는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처치를 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수면의 리듬이 뒤로 밀리게 된다. 그래서 아이는 밤에 자지 못하고 칭얼거리게 된다. 이 경우에는 소아과적인 복통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우선되는데 대개 이 복통은 생후 3-4개월이 되면 없어진다.
  • 우유 알레르기
  • 중이염
  • 위식도 역류

소아

  • 부모와의 분리 혹은 이별불안 : 아이가 성장하게 되면 부모와 떨어져 자기를 요구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는 이별불안으로 인해 정해준 곳에 가면 잠을 자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거실에서 자기도 하고 잠을 자기 위해서는 부모를 불러서 우유를 달라, 소변을 보고 싶다, 긁어 달라, 동화를 읽어 달라, 같이 누워있어 달라, 불을 끄지 말아 달라는 등 어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온갖 애를 다 쓴다.
  • 공포와 악몽 : 아이들은 낮에 잘 놀다가도 잠을 자려고 하면 어두움, 귀신, 벌레, 강도, 죽음 등에 대한 공포가 생겨 잠을 혼자 잘 수 없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은 일시적으로는 흔히 있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이러한 공포를 호소하는 경우에는 무조건 괜찮다고 일방적으로 잘 것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잘 살펴보고 해결해 주어야 한다. 부모가 안심시켜 주고 반복적으로 확신시켜 주면 대개 편안하게 잘 수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소아정신과의 진단이 필요하다.

청소년

사춘기의 학업, 친구,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갈등과 고민, 스트레스 등이 많은 요인이 된다. 정신분열증, 조증, 우울증 등의 초기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거의 성인과 같은 원인을 가지고 있다.

언제부터 따로 재울 것인가

문화적, 가족적인 습관이나 전통에 따라 부모와 한 방을 쓰느냐, 혹은 따로 재우는 것이 결정되는 것 같다. 미국의 경우 백인은 10%이하, 흑인은 50%정도가 부모와 같은 방에서 자며, 한국의 경우에는 약 3-7세의 67%, 8-14세의 21.7%가 부모와 같이 잔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전적으로 부모의 가치관이나 처한 환경에 따른다는 의미로 대부분의 아이에서는 따로 재우거나, 같이 재우는 것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만 3-4세 정도가 가장 적절한 시기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너무 일찍 분리하는 것과 너무 늦게 분리하는 것 둘 다 바람직하지 못하다. 둘 다 분리불안이나 이별불안이 강화되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악성 불면증이나 정서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건강한 수면

자녀의 건강한 수면 습관을 위한 부모의 역할

  • 유아기부터 몸에 닿는 자극이 아닌 어떤 습관과 절차를 통해 잠을 유도하는 것이 좋겠다. 대부분의 아동은 손발을 씻거나 세수하기, 이 닦기, 잠옷 갈아입기, 인사하기, 책읽기, 기도하기 등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항상 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것을 부모가 파악해서 적절하게 훈련시키면 도움이 된다.
  • 잠들기 전 저녁시간을 조용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한다. 초저녁 이후에는 운동을 하지 않도록 지도한다. 저녁시간에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지쳐서 잠에 드는 경우가 반복되면 이러한 습관이 성인기까지 지속되어 만성적 불면증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저녁 늦은 시간에는 텔레비젼 대신에 조용한 음악, 라디오, 책읽기 등으로 바꾸어준다.
  • 잠들기 전에 과식하는 것은 잠을 방해한다. 일정한 시간에 먹이며 가능하다면 젖이나 우유를 먹여서 재우는 것은 피한다. 잠들기 전에 먹는 습관이 안 생기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 잠은 규칙성이 중요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
  • 지나친 낮잠을 피한다. 물론 유아기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밤에 잠을 못잤으므로 낮잠을 푹 재워야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지나친 낮잠은 야간의 건강한 수면을 해친다.
  • 잠자리에 들기 전 무렵에 체온을 올릴 수 있도록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는 습관도 좋다.
  • 잠을 자야 할 시간이다는 신호를 미리 알려준다. 갑작스럽게 "자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5-10분 정도 전에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 잠드는 것이 즐거운 과정이 되어야 한다. 동화 들려주기, 책 읽어주기, 자장가 불러주기, 기도하기 등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해주면 좋다. 이런 행동이 잠이라는 두려움에서 아이를 보호해주는 일종의 마술과도 같은 효과가 있다.

참고문헌

  • 광주 MBC TV "건강하게 삽시다" (1997. 3. 3. - 3. 8.) 출연 원고 중에서 일부 발췌
  • 신경정신의학: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일조각 1997
  • Behavioral and Developmental Pediatrics: Parker S & Zuckerman B, Little Brown 1995
  • How to help children with common problems: Schaefer CE & Millman HL, Litton Education Publishing, Inc 1994
  • Your Child - What every parent needs to know : American Academy of Child & Adolescent Psychiatry. Harper Collins Publishers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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