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사성어

陶朱之富(도주지부)

陶:질그릇 도. 朱:붉을 주. 之:어조사 지, 富:부자 부

도주공(陶朱公)의 부(富). 막대한 재산. 큰 부자

춘추시대 越王(월왕) 勾踐(구천)은 참모 범려가 간하는 것을 듣지 않고 吳(오)나라에 선제 공격을 했다가 대패하여 회계산으로 도망갔다. 구천은 범려의 간언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그에게 조언을 구했다. 구천은 범려의 권고대로 오나라에 항복하고 뒷날을 기약하며 쓰디쓴 쓸개를 맛보면서 부국강병에 힘써 마침내 오나라를 멸망시킴으로써 '회계의 치욕'을 씻었다.

상장군이 된 범려는 구천의 인품이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있지만 즐거움은 함께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가족을 이끌고 齊(제)나라로 탈출했다. 제나라에서는 이름을 '치이자피'로 바꾸고 장사를 하여 엄청난 돈을 손에 쥐게 되었다.

제나라는 범려의 비상한 재주를 높이 평가하여 재상이 되어달라고 했지만 "천금의 부를 누리고 재상까지 된다는 것은 영화의 극치다. 게다가 명성까지 누리는 건 좋지 않다"면서 제나라의 제의를 사양하고 수만금의 재산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陶(도)땅으로 이사했다. 이름을 다시 朱(주)로 바꾸고 여기서도 장사를 시작해서 또 한번 엄청난 재산을 모았는데 사람들은 그를 陶朱公이라고 불렀다.

그가 사람들의 우러름을 받은 것은 철저한 商術(상술)로 이익을 도모했지만 사람들을 쥐어짜는 일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이번에도 번 돈을 빈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뒷날 도주공의 자식들도 父傳子傳(부전자전)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소금과 목축사업으로 巨富(거부)를 이룬 魯(노)나라의 倚頓(의돈)이란 사람도 諸候(제후)들 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했기 때문에 막대한 재산 또는 거부를 陶朱倚頓之富라고도 한다.

千金之子 不死於市(천금지자 불사어시)천금을 가진 부잣집 자식은 저잣거리에서 죽지 않는다월왕 구천을 도와 큰 공을 세운 범려는 미련없이 벼슬을 버리고 제나라로 옮겨 장사를 해 큰돈을 벌었다. 그런데 그의 둘째 아들이 어쩌다가 초나라에서 사람을 죽여 그곳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깜짝 놀란 도주공은"사람을 죽였으면 처형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내가 듣기에는 '천금을 가진 부잣집 자식은 저잣거리에서 죽지 않는다(千金之子 不死於市)'고 했다"면서 셋째이자 막내아들을 시켜 돈으로 구명 운동을 하려 했다. 그러자 맏아들이 자기를 얼마나 못났다고 생각했으면 막내를 보내겠느냐며 이럴 바엔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 아우성쳤다. 도주공은 어쩔 수 없이 맏아들을 보냈다.초나라에 들어간 맏아들은 아버지의 분부대로 유력자인 莊(장)선생을 찾아가 돈을 전달했다. 장선생은 "잘 알았으니 곧장 집으로 돌아가게"하고 당부했다. 그러나 맏아들은 돌아가지 않고 나름대로 동생을 구해낼 방도를 찾아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대사령(大赦令)이 내려진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것이 장선생의 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인 줄도 모르고 맏아들은 장선생에게 갖다 준 돈이 아깝게 여겨졌다. 그래서 다시 장선생을 찾아갔다. 인사차 찾아왔다고는 했지만 맏아들의 심중을 꿰뚫어본 장선생이 "옆방에 자네가 가져온 돈이 그대로 있으니 도로 찾아가게"라고 하자 맏아들은 냉큼 돈을 들고 나갔다. 괘씸하게 생각한 장선생은 또 힘을 써 도주공의 아들을 처형 시킨 다음날 대사령을 내리게 했다. 별수없이 맏아들은 아우의 시체를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되자 도주공이 말했다."이럴 줄 알았다. 큰놈은 이 아비와 함께 돈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험해왔기 때문에 차마 천금을 두고 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막내놈을 보내려 했던 건 놈은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자라났기 때문이다."사마천은 사람에게 경제적 풍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도덕이란 생활의 여유가 있을 때 꽃피는 것이다.

고기는 깊은 물에 살며 짐승은 깊은 산 속에 사는 것처럼 사람은 부유해야만 비로소 인자함과 의리를 마음에 품게 된다.

사람은 부유할수록 덕망도 높아지지만 부를 잃게 되면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실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천금을 가진 집안의 자식은 거리에서 처형되지 않는다'는 속담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익이 보일 때는 모두 웃으며 모이지만 이익이 사라지면 제각기 흩어져버린다."[출전]《史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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