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을 공부방으로?

아이가 집안의 일정한 곳에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꼭 공부방에서만 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부모가 관심을 쏟지만 자신의 공부방에서 혼자 학습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게 혼자 크는 아이 중 독립심이 부족하거나 부모가 맞벌이를 해 부모와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이 큰 아이한테 나타난다고 말한다. 경희대 주거환경과 주서령 교수는 “낮은 학년의 초등 아이들은 부모가 도와주고 대화를 나누면서 해야할 일이 많다”며 “혼자 있는 걸 싫어하는 아이에게 무리하게 개별 공부방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충고한다.

그렇다면 거실은 어떨까. 거실을 아이 학습공간으로 활용하려면 우선 학습방해 요인을 찾아 제거하고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장식적인 것보다 차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좋다. 광장동에 사는 장수혜(44)씨의 집은 거실이 아이들 공부방이다. 텔레비전을 안방으로 들여 놓고 그 자리에 컴퓨터를 놓았다. 또 2명의 초등 아이가 숙제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탁자도 마련했다. 자연히 거실은 공부방으로, 아이 방은 생활·휴식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거실을 공부방으로 활용하면 생활공간이 줄어드는 불편도 있다. 하지만 공부방만 뿐만 아니라 가족실의 구실을 해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 크다. 텔레비전 보는 시간보다 가족들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많아져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커가면 자신 만의 방을 갖길 원하는 때가 있다. 그 때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