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으면 좋아진다는데?

환자들을 보면 가끔, "왜 여태까지 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너무너무 긁어 놓아서 온몸이 상처 투성이가 될 때까지 그냥 방치하고 있다가 긁은 상처가 진물이 나고, 덧나고 붓고 아프고 해야 병원을 찾아 오는 경우입니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어린이들이 온몸에 상처 투성이가 되어서 오면 불쌍한 생각이 들 정도인데, 고아라서 그런것도 아니고, 버젓이 부모가 다 계신데도 그런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호자에게 물어봅니다. "왜 그동안 치료를 안 하고 지냈습니까?" 그러면 돌아오는 대답은 "치료가 안 된다고 해서 …" 또는 "나이 먹으면 좋아진다니까…"입니다.

흔히 태열이라고 불리우는 아토피 피부염에 대해서 특히 이런 경향이 흔합니다. 아기 엄마가 병원에 갔다와서 "태열이라고 합니다" 라고 보고하면 집안 어른 (주로 할머니)들이 "태열은 나이 먹으면 좋아지는 것이니 놔둬라…" 그러면 그 말을 거역 못해서라도 내버려 둡니다. 온몸을 긁을 때까지 방치하는 경우마저 있습니다.

"옛 어른 말씀에 틀린 말씀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천만에요… 틀린 말씀들이 많습니다. 특히 의학적인 상식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몽매할 정도로 틀린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어른을 공경하는 것은 좋지만, 건강이나 의학적인 문제에 대해서 말씀하실 때는 따라 하기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의를 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할머니가 어린 시절에는 태열이 있다고 해서 치료받았던 경우도 거의 없었을 것이고, 너도 나도 방치했을 것입니다. 그만한 피부병이야 대수롭게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보다 더 심한 병도 그냥 참고 놔둬야 하는 경우가 많았겠지요.

비근한 예로,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여드름 때문에 병원을 다닌다는 것은 아주 사치스러운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여드름 치료를 안 받는 것을 더 이상하게 생각하게 되었지요. 이와 같이 병에 대한 인식도 시대조류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좋아지는 나이도 개인에 따라 차이가 많아서 서너살 때 이미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만 10살은 지나야 좋아지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20대 이상 성인이 되어서까지 가려워서 긁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이 먹으면 좋아진다고 해도 그때까지의 가려움증으로 인한 고통을 누가 보상해 줄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아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가려운 것은 참기 힘듭니다. 깨어 있을 때에는 의식적으로 참는다 하더라도 자는 동안에 자기도 모르게 긁게 되고, 긁어서 피부가 상하게 되면 그것때문에 더 가렵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됩니다.

많이 가려운 아이들은 정신집중이 안 되고 공부도 제대로 안 됩니다. 심한 경우는 성격장애까지 올 수도 있습니다. 학교 다니느라 바빠서 치료를 못한다고 하는 경우도 많이 보는데, 가려운 병을 안고서 학교 공부나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런데도 나이 먹으면 좋아진다고 그냥 방치하는 것은 아이의 인생에 커다란 짐을 주는 것입니다. 방법이 없다면 할 수 없지만, 지금은 해결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아주 심한 경우는 매일같이 치료를 하더라도 가려움증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를 나을 수 있는 것이고, 대부분의 가려운 병은 치료만 잘 하면 훨씬 덜 가렵거나 안 가렵게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나이 먹으면 좋아진다고 방치하지 말고 가려움증을 바로 바로 치료받게 하십시오. 그것이 아이의 미래를 밝게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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