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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vil)

앤빌의 항구에 발을 디딘 지 며칠이 지났다. 이곳의 공기는 정말 다르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함께 뭐랄까, 오래된 도시 특유의 향이 섞여 코끝을 간지럽힌다. 하얀 회벽과 붉은 기와지붕을 인 집들은 따스한 햇볕 아래 정겹게 늘어서 있고, 창가마다 놓인 꽃들이 소박한 아름다움을 더한다.

특히 디벨라 예배당은 압도적이다. 그 웅장함과 섬세한 장식은 신앙심 없는 내 마음에도 경건함을 불러일으킨다.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며 만들어내는 빛의 향연은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게 만든다.

항구 쪽으로 가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끼룩거리는 갈매기 소리와 뱃사람들의 힘찬 외침, 밧줄 냄새와 생선 냄새가 뒤섞여 활기가 넘친다. 저 멀리 보이는 등대는 밤이 되면 길 잃은 배들의 희망이 되어주겠지. '플로윙 보울' 여관에서는 거친 뱃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술잔을 기울이고, '카운츠 암즈'에서는 좀 더 점잖은 손님들이 담소를 나눈다.

밤이 되면 도시는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변한다. 가로등 불빛 아래 빛나는 성벽과 잔잔한 파도 소리는 낮과는 다른 평온함을 선사한다. 다만, 도시 한구석에 자리한 베니러스 저택에 대한 흉흉한 소문은 이곳의 평화로운 밤에 약간의 긴장감을 더하는 것 같다. 그 낡고 음산한 저택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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