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중독증 (Cyberspace Addiction)

23세의 남자 대학생 B군은 PC 게임방의 단골손님이다. 친구간에는 스타크래프트의 황제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게임방에서 날을 새기도 한다. 레포트와 강의는 뒷전이다. 여자친구와의 만남도 소원해지고, 동아리에 나가본지도 오래되었다. 식사를 컵라면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 속 쓰린 증상도 생겼다. 잠도 부족해서 눈이 충혈되고 항상 피곤하다. 조금이라도 싼 게임방을 일부러 찾아가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취업에 대한 고민과 부모님에게 거짓으로 용돈은 타내는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져서, 앞으로는 절대로 끊어야겠다고 맹세해보지만, B군의 발걸음은 게임방으로 어느덧 향해 있다. 게임에 이겼을 때 승리의 쾌감과, 이러면 안 된다는 불안과 죄악감 사이를 왔다갔다하고 있다.

C는 40세의 주부이다. 몇 달 전부터 채팅에 몰두하고 있다. 여러 명의 젊은 남자와 나이를 속이고 비공개 대화방에서 만나거나 메일을 주고받는다. 번개를 하자는 요구도 받고 망설였지만 만나지는 않았다. 야한 대화에서 짜릿함을 느끼고 한층 젊어진 감정을 느끼지만, 남편과 아이가 알까 두렵다. 종교인으로서 이중적인 자신의 모습에 죄의식을 느낀다. 집안에 혼자 남게 되는 아침이면 언제나 그렇듯이 모니터를 마주 해야 하는 자신이 한심하다. 통신에 접속하지 않고 있으면, 안절부절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계모임에 나갔다가도 일찍 집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전화비와 잦은 전화불통 문제로 최근 남편과 불화가 생겼다.

컴퓨터 중독증, 비디오게임 증후군, 인터넷 증후군이라는 다양한 용어가 앞의 사례를 설명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가상의 공간에 몰두하고 그 행위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사이버 중독증이라는 용어를 필자는 선호한다.

사이버 공간은 여러 가지 특징이 있다.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것, 그래서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게 된다. 현실 생활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환상을 가상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상대방과 현실에서와 같은 예의, 체면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상대방과의 평등이 구현되는 합법적 공간이다.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자신이 사는 좁은 지역을 뛰어넘어, 가고 싶은 모든 곳을 날아가게 해준다. 원한다면 무한대의 대인관계도 가능하게 해준다. 성, 인종, 종교, 학력 그 모든 장벽을 뛰어넘어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을 뒤 탈(?)없이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시간도 뛰어 넘는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것과 같다. 이 모든 것은 잠잘 때 꾸는 꿈과 비유할 수 있다. 이성이나 논리는 무시되고, 복잡한 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소원의 성취가 가능한 것이 우리가 꾸는 꿈이다.

사이버 중독증은 공통적인 증상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해당될 수 있다. 체크해보시라.

  •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생활 습관의 변화가 생긴다.
  • 운동과 같은 신체활동이 줄어든다.
  • 지나친 컴퓨터 사용의 결과로 생기는 건강 문제에는 무시한다.
  • 컴퓨터 사용 때문에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처리하기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심야에 장시간 사용으로 잠을 못 자거나 밤낮의 주기가 바뀐다.
  • 사회생활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서 친구와 멀어지고,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배려나 관심이 없어진다.
  • 시간이 많이 걸려서 컴퓨터나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지장이 있는 일은 피한다.
  • 컴퓨터를 켜놓고 있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 처음에 마음 먹은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컴퓨터와 함께 한다.
  • 학업, 직업이나 자신의 의무를 게을리 한다.
  • 컴퓨터 사용에 죄악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행동을 남에게는 감춘다.

약물, 알코올, 도박 등 다른 중독증의 경우에는 완전히 끊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컴퓨터를 완전히 끊는 것은 결코 바람직 한 것은 아니므로, 당신이 만약 사이버 중독증에 걸려있다면, 다음과 같이 행동하기를 권한다.

  • 하루 중 컴퓨터를 켜고 끄는 시간을 일정하게 정하고 꼭 지키도록 노력하라. 심심하면 통신에 접속하거나 연락 올 것도 없는데 공연히 전자메일을 열어보는 행동은 금물이다. 뚜렷한 목적이 없는 웹서핑을 하지 않아야 한다.
  • 자신에게 주어진 다른 일을 다 끝마친 후에 컴퓨터를 켠다. 한시간만 채팅하고 레포트를 쓰고 시험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은 이 역시 중독증상의 하나일 뿐이다.
  • 혼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을 피해라. 공부방에 있는 컴퓨터를 거실로 옮기는 것도 좋다. 남에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은밀성이 사이버 중독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꼭 가야하는 용건이 있을 때만 전산실에 들리는 규칙도 필요하다.
  • 오락과 휴식의 도구로서의 컴퓨터 사용을 줄여라. 과감하게 불필요한 게임 CD는 정리하고 게임 파일을 삭제하는 것이 좋다. 컴퓨터 사용은 신체적, 정신적 긴장을 유발하므로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
  • 신체적 활동을 하는 시간을 늘려라. 땀을 흘리는 적절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50분 정도 컴퓨터를 사용하고 나서는 10분 정도 바깥 바람을 쐬거나 맨손 체조를 한다.
  • 모니터 앞에서 식사를 절대 해결하지 않는다. 바쁘더라도 컴퓨터를 끈 채로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 사이버 공간이 아닌 현실 공간에서의 대인관계를 늘려라. PC 게임방을 가더라고 동료, 연인과 같이 가고 혼자서는 절대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만드는 것도 좋다.
  • 이 모든 것이 잘 되지 않는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라. "자신의 갈등과 불안이나 현실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도피하는 수단으로 컴퓨터에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이다.
  • 이런 노력을 통해서 중독증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의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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