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사성어

口尙乳臭(구상유취)

口:입 구. 尙:오히려 상. 乳:젖 유. 臭:냄새 취

입에서 아직 젖내가 난다. 유치함을 얕잡아 이르는 말

한(漢)의 유방(劉邦)이 초(楚)의 항우(項羽)와 천하를 걸고 싸우던 때의 일이다. 한때 한나라에 복종했던 위(魏)나라 왕표(王豹)가 부모의 병 간호를 핑계로 평양(平陽:산시성)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보다 앞서 표는 유방을 따라 항우의 군사를 팽성(彭城)에서 공격했는데 유방의 군사가 패배하여 형양(滎陽)까지 후퇴했었다. 이에 표는 한나라의 패색이 짙다고 보고 일신의 안전을 위해 항우편에 붙으려고 생각했다.

귀국한 표는 과연 하진(河津)을 차단하고 항우 편에 붙었다. 유방은 신하인 역이기를 시켜 만류했으나 표는 유방의 욕을 퍼부을 뿐 뜻을 바꿀 기색은 없었다. 그래서 역이기는 보람 없이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유방은 표를 치기 위해 한신(韓信)을 보냈다. 떠날 때 한신이 역이기에게 물었다.

"표 군사의 대장은 대체 누구요?"

"백직(栢直)이라는 자입니다."

"뭐, 백직이라고?"

유방은 코웃음을 쳤다.

"그런 녀석, 구상유취(口尙乳臭)야. 백전백승의 우리 한신에게 당할 수 없다."

유방이 큰소리쳤듯이 표는 도저히 한신의 적수가 못 되었다. 한신은 순식간에 위나라 군사를 무찌르고 표를 사로잡아 유방에게 압송했다.

"한때의 실수였습니다. 앞으로는 결코 배반하지 않겠습니다."

끌려온 표가 머리 조아려 이렇게 간청하자, 유방은 노여움을 거두고 표에게 형양의 수비를 맡겼다.

[출전]《史記》

어느 여름날 김삿갓이 한 마을을 지나는데 시골 선비들이 개를 잡아놓고 詩會(시회)를 열고 있었다. 한쪽 뒤퉁이에 앉아 술 한 잔을 얻어 마시던 김삿갓에게는 시랍시고 지어 놓은 시가 같잖게 여겨졌다. 그냥 보고 지나친다면 김삿갓이 아니다.

"구상유취로군"하고 내뱉었겄다.

구상유취라면 口尙乳臭, 입에서 아직 젖내가 난다는 뜻. 유치함을 얕잡아 이르는 말 아닌가. 좌중의 시선이 소리를 낸 꾀죄죄한 행색의 김삿갓에게 꽂혔다.

"방금 뭐라고 했소?" 험악한 표정을 한 한 참석자가 금방 쥐어 박을 듯이 말했다. 김삿갓이 능청스럽게 받았다.

"개 초상에 선비들이 모여있다(狗喪儒聚·구상유취)고 한 내 말이 뭐가 잘못됐단 말이오." 재치있게 받아넘긴 김삿갓에게 돌아온 건 몽둥이가 아니라 새로 잘 차린 술상이었다던가.

누가 지어낸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뜻글자인 漢字(한자)가 동원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우스갯소리다. 한자를 모르고서는 이같은 말장난에 아예 웃을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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