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on disabled: source

감동글

가방속에 담긴 사랑

스물세 번째 결혼 기념일날, 나는 미리 점찍어 둔 가방을 아내에게 선물했다. "당신이 웬일이세요?" 아내는 놀라는 표정으로 선물 포장을 뜯더니 무척 기뻐했다. 그러곤 저녁준비도뒤로 미룬 채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는 거울을 쳐다보았다. "정말 예뻐요. 난 이런 가방을가지고 싶었어요. 고마워요. 여보, 내일부터는 이 가방을 들고 다닐게요." 아내는 낡은 가방에 들어 있던 물건을 테이블 위에 꺼내 놓기 시작했다. 아내의 가방에는 참으로 많은 물건이 빽빽하게 들어 있었다. 끊임없이 나오는 물건들을 보고 감탄하는 사이, 가방 깊속한곳에서 한 묶음이나 되는 편지다발이 나왔다. 그 편지들을 하나씩 살펴보니 바로 내가 아내에게 쓴 편지였다. 2년 전부터 아내와 나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달에 한 번씩 편지를 써왔다. 그런데 아내는 그 동안 내게서 받은 편지들을 모두 가방에 넣고 다녔던것이다. 아내는 그 편지들을 다시 새 가방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예전에 가지고 다니던 가방에는 모두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젠 됐어요. 이 가방이라면 당분간은 충분해요." "뭐하러무겁게 그 편지들은 매일가지고 다니는 거요?" 내 물음에 아내는 생긋 웃었다. "당신의 편지들로 가득 차 가방이 무거워지면 내 행복도 그만큼 커진답니다. 자, 이제 저녁을 준비해야겠지요?" 소매를 걷어붙이고 돌아서는 아내의 뒷모습이 행복으로 가득 차 보였다. 그와함께 내 마음에도 사랑의 밀물이 밀려들었다.

고슴도치 사랑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사랑했네. 추위에 떠는 상대를 보다 못해 지신의 온기를 전해 주려던 그들은 가까이 다가서면 갈수록 서로에게 상처만 준다는 것을 알았네. 안고 싶어도 안지 못했던 그들은, 자신들의 몸에 난 가시에 다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거리에 함께 서 있었네. 비록 자신의 온기를 다 줄수 없어도 그들은 서로 행복했네. 사랑은 그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이다.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이다. 가지려고, 소유하려고 하는 데서 우리는 상처를 입는다. 그들은 서로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지 않은가. 함께 서 있으나 너무 가깝게 서 있지 않는것,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것, 그렇게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랑이 오래 간다.

그대의 감정

그대의 감정을 가장 자유롭게, 가장 솔직하게 고백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사랑입니다. 상대가 그 감정을 받아 주지 않더라도 당신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기 때문에 전혀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당당하게 상대방에게 이렇게 말하십시오. "나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사랑의 감정을 소중하게 생각하여 그대에게 고백 하겠습니다. 그대가 내 감정을 받아 줄 수 없다면, 그 감정은 그대가 알아서 하십시오. 나의 최선은 여기까지니까요." 일생에 단 한번 사랑을 고백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랑하는 이여, 나는 삶이라는 한 가지 믿음과 사랑이라는 한 가지 소망과 그대라는 한 존재에 대한 희망만이 내 생애의 전부라고 말할 것입니다.

내가 있음을 기억해

내가 있음을 기억해. 네가 내가 아니듯이 나 또한 네가 될 수 없기에 네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전부를 알지 못한다고 노여워 하지 않기를… 단지 침묵 속에서 어색하지 않고 마주 잡은 손짓만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하기를… 기쁨을 함께 나누어도 아깝지 않고, 슬픔을 함께 하여도 미안하지 않으며, 멀리 있다 해도, 한동안 보지 못한다 해도 네가 나를 잊을까 걱정되지 않으며, 나 또한 세월이 흐를수록 너는 더욱더 또렷해져 내 마음 속에 항상 머물기를… 세상이 너무 험하고 우린 너무 어리기에 수많은 고통과상처 속에 몇 날밤을 지세울지 모르겠으나 너로 인해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너로 인해 내가 존재하고 나를 통해 너를 확인할 수 있도록… 먼 훗날 우리가 죽음 앞에서라도 너와의 만남을 가장 행복해 하며 너를 위해 기도할 수 있기를… 모든 사람이 너의 아픔을 외면하는 그때에도 어디에 선가 널 위해 기도하는 내가 있음을 기억해. 눈물이 나고 외로운 날에아무도 너를 몰라주어도 내 마음이 항상 너와 함께 하고 있음을 기억해. 찾아주는 사람도,찾아갈 곳도 없는 어느날에 너를 위해 난 언제나 마음을 비워둔 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꺼야. 내가 필요한 그런 날에 내 이름을 불러주면 널 위하여 달려 갈 그런 내가 있음을 기억해.

밥 한 그릇의 사랑

취직도 안 되고 거기다 빚까지 지게된 나는 달랑 가방 하나만 메고 서울로 왔다. 달리 갈곳이 없었던 나는 무작정 중학교 친구가 자취하는 곳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 친구 역시 대학 친구 다섯 명과 단칸방에서 북적거리며 살고 있던터라 나의 등장은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며칠 뒤부터 나는 낮에는 식당에서 일하고 밤에는 광고를 돌렸다.빚진 돈을 갚기에턱없이 모자랐지만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추운 겨울, 감기에 걸려 가면서까지고생스럽게 뛰었던 아르바이트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눈 앞이 캄캄했다. '왜 살려고 발버둥치는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갑자기 맥이 풀리면서 나는 3일동안 심하게 앓았고 내내 잠만 잤다. 친구는 이런 내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며 안타까워 했다.사흘 만에 기운을 차린 나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동안 아파서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배가 몹시 고팠다. 간신히 일어나 부엌으로 갔는데, 국수와 밥이나란히 놓인 상이 차려져 있고 쪽지가 하나 놓여져 있었다. "많이 힘들지? 아파도 힘들어도열심히 살려는 네 모습 참 보기 좋았어. 이번 일은 나도 마음이 아파. 그러나 이 정도로 쓰러진다면 천하의 네가 아니잖아? 힘내라.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야지. 맛있는 거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친구는 나를 위해 집에 남아 있던 마지막 쌀과 반찬으로 상을 차린 것이었다. 그날 나는 눈물을 흘리며 친구의 사랑으로 꽉 찬 밥을 배부르게 먹었다.

사랑

넌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니?" 먼 산을 응시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하얀 애벌레의 질문이었다. 이것만큼은 자신에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이미사랑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어떤 목적을 위해 시작된 사랑은 그 목적을 이룰 때 가지만지속되는 법이니까. 사랑을 얻기 위해서만 노력할 게 아니라 노력 그 자체에서 사랑을 발견해야 하는 것 아니겠니?" "그런데 만약,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줄 땐 어쩌지?" "필요하기때문에 좋아하는 건 사랑이 아냐. 좋아하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 생각해. 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방법이니까. 만약 그가 어떤 것을 기뻐한다는 이유만으로 내가그것을 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 큰 보상을 받게 되는 거야. 그를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기쁨 말아."

사랑과 집착

사랑은 걸리기 쉬운 병 중에 하나, 그것은 편집증 이랍니다. 사랑과 집착을 혼동하는 욕심보에서 나온 병이죠. 당신이 진실로 사랑을 원한다면 사랑하는 이가 가장 그 사람다울수 있게 그 사람을 자유롭게 하셔요. 사랑을 병들게 하지 않는 비결이지요. 욕심보병은 당신의 사랑을 썩게 한답니다. 그에게는 그가 하지 않으면 안된는 일과 만남이 있습니다. 그 일과만남은 간섭하지 마셔요. 그를 믿고 당신이 도와주어야 합니다. 오직 '자유'로

사랑을 위하여

영국의 조지5세와 메리 여왕 사이에 태어난 왕자 에드워는 매우 세련되 매너와 대범한 인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에드워드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세계 각국을 방문하다가미국에서 만난 한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는 윌리스심프슨 부인으로 밝은 성격을 지닌데다 정치에서부터 예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뛰어난 매우 총명한 여성이었다.에드워드와 그녀의 사랑이 점점 깊어갈 무렵 에드워드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1936년 영국의제40대 국왕이 되었다. 국왕이 된 에드워드는 심프슨과의 결혼을 서둘렀다. 그녀와의 결혼으로 국왕으로서의 국무에 더 적극적으로 전념할 수 있을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그의 어머니 메리는 물론 의회에서 그들의 결혼을 반대했다. 이미 두 번이나 결혼한 적이있는 윌리스 심프슨 부인을 왕가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에드워드는 고민했다. 하지만 그는 국왕 자리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사랑을 버릴수 없다고 생각했다. 1936년 12월11일 밤 에드워드 8세는 마침네 BBC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자신의 태도를 발표했다. "사랑하는 여성의 도움이 없는 한 영국 국왕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결국에드워드는 사랑을 위해 왕으로서의 명예로운 자리를 버림으로써 국외로 추방되었다. 그러나 에드워드와 심프슨은 사랑을 이룬 것에 만족하며 모든 시련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프랑스에서 소박한 결혼식을 올린 다음 윈저 공작 부처로서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다.

사랑의 실현

위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목격한 일이다. 마침 고대 이집트의 석상들이 진열된 방에서 였다. 육십은 휠씬 넘긴 듯한 서양인 노부부가 한 청년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 청년은 앞을 보지 못하고 얼굴이 무섭도록 얽은 동양인 청년이었다. 그때만 해도 나이가 어렸고, 소견이 앝았던 나는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아니, 앞도 못 보는주제에…이렇게 두 눈 멀쩡히 뜨고서도 이것을 보고 이해하기 힘든데…' 놀랍고 궁금한 마음에 나는 다음 방으로 옮기는 것도 잊고 한쪽 구석에서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 노부부는 장님 청년 손을 끌고 석상 앞에 다가가더니 그의 손으로 석상 하나하나를 찬찬히 더듬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석상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다. 실로 지치지도 않고 다음 석상으로 또 그 다음 석상으로. 그렇게 다음 방으로 옮겨 다니면서 노부부는 앞을 못 보는 청년에게 하나 하나 고대 이집트 문화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때 그것을 설명해 주고 있는 노부부의 얼굴이나 그 설명을 들으면서 석상을 더듬고 있는 청년의 얼굴은다같이 뭔가 설명할수 없는 희열과 행복, 승리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을 보라보고 있는 내 얼굴 또한 깊은 감동과 충격으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날 앞을 보지 못하는 청년의 손을 잡고 서 있던 노부부의 얼굴에는, 절대 손해 보지 않으려고 언제나 긴장한 채로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은 감히 근접할수 없는 성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사랑이란

사랑이란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지 않고 무심히 지나칠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 생에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자신의 눈과 코와 입을 그윽하게 들여다보는 나. 한없이 들여다보는 나.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생긴 사람을 사랑해 주는 그가 고맙다고, 사랑하지 않고 스쳐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 준 그 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커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하고 싶다면

언제나 사랑하고 싶다면,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사람이 사랑을 느낄수 있을때 까지…. 그때가 언제가 되든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늘 그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면… 오랜시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바라보고 있을 수 있는것도 사랑입니다. 사랑한다고 하여서 가지려고만 한다면 그 사람,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는 것이거든요. 그가 나를 사랑지 않는다고 가슴아파하지 마세요. 이미 나는 사랑을 배웠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으니까요.그와 마추치는 눈빛에, 그가 웃어주시는 미소에 행복해야 합니다. 그와 같은 하늘아래서,같은 공기 마시며, 같은 시간 속에서 머물수 있음에 감사해야 합니다. 세상엔 이렇게라도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사랑에 댓가나 어떤 보상을 바랬다면, 진정으로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은 것입니다. 때로는 한걸음 물러나서,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사랑은 소유가 아닌 존재 이므로…

사랑한적이 없다면

방랑중인 어떤 고행승이 한 작은 마을에 머무리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그 고행승을 찾아와자신이 신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라고 고행승이 그에게 물었다. "없습니다. 나는 그런 세속적 일로 죄를 범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그런식으로 타락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진실로 나는 신을 깨닫고 싶습니다." 하고 그사람이 대답했다. 고행승이 다시 물었다. "아직 한 번도 사랑의 고통을 느껴 본 적이 없다는 말입니까? 그 구도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지금 진실을 말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고행승이 세번째로 물었다. "잘 생각해 보십시요.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사랑한 적이 없었나요? 정말 한 사람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단 말입니까?" 대망을 품은 그 남자는 약간 짜증스런표정과 음성으로 대답했다. "실례지만 왜 똑같은 질물을 자꾸 물어보십니까? 나는 사랑이란글자를 건드린적 조차 없습니다. 나는 자각을 이루고 싶습니다. 신의 경지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고행승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다른 사람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내 경험에 의하면 만약 당신 누군가를 아무라도 좋으니 사랑한 경험이 있다면, 사랑의 꼬리라도 접아 본 적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기초로 하여 당신이 귀의하도록 도와 줄 수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도와 줄수가 없습니다. 친구여! 당신이 사랑한 적이 없다면 당신은신을 향한 어떤 길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싸리나무와 사랑

엣날 왕자를 무척 따르던 로스페테라라는 예쁜 처녀가 있었는데, 그 당시는 평민이 왕자를사랑하지 못하므로 그녀는 몰래 가슴만 태우면서 왕자를 기다리며 지냈다. 한 번은 이웃나 라와 큰 싸움이 벌어졌는데, 가장 믿던 장군의 배반으로 왕자는 홀로 도망쳐 왕의 사냥터에숨었다. 이때 로스페테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이 산에 가서 왕자에게 바치고 싶었던 금반지며 금팔지를 묻은 싸리나무 밑에서 신께 기도를 드리려다가 의복이 찢긴채로 한 청년이지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동정심이 많은 로스페데는 그 청년을 조용히 깨워 포도주와빵을 먹이고 상처를 씻어 주었는데, 그때 왕자의 무늬가 박힌 보석반지를 낀 손을 보았다.로스페데는 그제야 그가 행방불명의 왕자인줄을 알았으나 모르는 체하고는 찢어진 옷을 꿰메고, 싸리나무 밑을 팠다. 그러나 숨겨 두었던 보물은 모두 노란 황금물로 녹아 있었다.할 수 없이 로스페데는 거기서 돋아난 싸리가지를 꺽어드리며, "왕자님 여기 지휘봉이 있으니 정신 차리고 나가 싸우세요." 라고 말했다. 이에 왕자는 용기를 얻어 싸리가지 지휘봉으로 처녀가 가지고 온 말을 타고 나가 싸워 크게 승리했다. 말을 타고 나간 왕은 크게 승리했고, 물론 로스페데는 왕후가 되었다. 아직도 싸리나무 속이 노란것은 황금물로 자란 까닭이며, 좋은 향내는 지성의 처녀 로스페데의 몸의 향수 냄새라고 한다.

어느 훈련병의 일기

올 2월, 나는 해군에 자원 입대했다. 그때는 늦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라 전투복에야전상의를 걸치고도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날 만큼 추웠다. 게다가 점호 시간만 되면 당직소대장은 청소 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우리들을 바닷바람이 쌩쌩 부는 연병장에 집합시켜 팬티 차림으로 체력단련을 시키곤 했다. 그때 고된 훈련으로 내 손은 온통 상처 투성이에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턱턱 갈라져 꼭 원시인의 손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밤이었다. 그날도 야간 체력단련을 마치고 막사로 돌아와 흙 묻은 손을 씻는데 상처 때문에 몹시 쓰렸다. 고왔던 손은 온데간데 없고 벌겋게 얼어 퉁퉁 부어오른 손을 보자 나는 괜히 서글퍼졌다.그때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어머니의 손이었다. 입대하기전, 어머니는 포장마차를 하셨다. 옆에 연탁 화덕을 두고 두꺼운 옷을 입으셨지만 항상 "날이 너무 춥구나!"하며 손을 입에 대고 호호 불곤 하셨다. 그러다 우연히 찬물에 그릇을 닦는 어머니의 손을보았는데 지금의 내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칠었다. 그런데도 철이 없던 나는 "엄마,약 좀 사서 발라. 물도 데워 쓰고…" 하고 퉁명스럽게 말해 버렸다. 그때 어머니는 무관심한 내 말에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생각하니 갑자기 목이 메어 왔다. 우리 가족을 위해 그 추위에 상처 난 손으로 밤새워 일하던 어머니는 손이 얼마나 쓰리고 아프셨을까.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모포를 뒤집어 쓰고 한참동안 흐느꼈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말이 자꾸만 입가를 맴돌았다. "어머니, 사랑해요."

어머니의 한쪽 눈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청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청년은 외출에서 돌아오다가 뜻하지않게 교통사고를 당했다. 소식을 듣고 몹시 놀란 어머니가 가슴 졸이며 병원에 달려갔지만,불행히도 청년은 이미 두 눈을 실명하고 말았다. 멀쩡하던 두 눈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청년은 깊은 절망에 빠져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 누구와도 말 한마디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철저하게 닫은 채 우울하게 지냈다. 바로 곁에서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어머니의 가슴은 말할수 없이 아팠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청년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그에게 한쪽 눈을 기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던 그는 그 사실조차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한쪽 눈 이식 수술을 마친 청년은 한동안 붕대로 눈을 가리고 있어야 했다. 그때도 청년은 자신을 간호하는 어머니에게 앞으로 어떻게 애꾸눈으로 살아가냐며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청년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꽤 시간이 지나 드디어 청년은 붕대를 풀게 되었다. 그런데 붕대를 모두 풀고 앞을 본 순간 청년의 눈에는 굵은 눈물 방울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의 앞에는 한쪽 눈만을 가진 어머니가 애틋한 표정으로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두 눈을 다 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네게 나의 장님 몸뚱이가 짐이 될 것 같아서…" 어머니는 끝내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이별하던 날

지난 겨울 나는 그 사람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만나자는 그의 전화도 매정하게끊어 버렸고 약속 장소에도 나가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바람이 심하게 불고 기온까지 뚝 떨어져 몹시 추웠다. 나는 전화벨 소리가 울리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의 전화를 기다렸지만 그에게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더 추워진 날씨에 옷을 잔뜩 껴 입고 목도리까지 두르고 집을 나서다가, 대문 앞편지함에 하얀색 봉투의 편지 한 통이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아직 우편물이 도착하기에는이른 시간이었기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연말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편지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그 편지에는 우표도 붙어 있지 않고 보내는 사람의 주소와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다. 단지 받는 사람난에 내 이름만 적혀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편지 봉투 뒷면에는 이런글이 적혀 있었다. "당신에게 누구보다 빨리 이 편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우표를 붙일 시간이 아까워서 모두가 잠든 새벽길에 달려왔지요. 아침에 깨어나 제일 먼저 이 편지를 받아볼 당신을 생각하며 우편함에 편지를 꽂아 놓고 가는 지금, 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이렇게라도 마지막으로 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편지 봉투겉면에 급히 쓴 이 몇 줄의 글을 읽고 또 읽으며 나는 그 편지를 차마 뜯어 보지 못했다.다만 그의 사랑과 그를 향한 내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가슴 아픈 눈물만 흘렸다. 그뒤 우리는 가늘게 이어가던 인연의 끈을 튼실하게 엮지 못한 채 결국 서로에게서 멀어져야했지만 그가 보여 준 사랑에 나는 늘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죄수와 아들

엣날 비엔나에는 죄수를 일정기간 시에서 청소부로 일하게 했다. 어느날 그 나라의 수상이한가로이 창밖을 내려다보다 기이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훌륭한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젊은 학생이 눈을 쓸고 있는 죄수 한 사람에게 다가가서 그의 떄묻은 까만손에 정성껏입마춤을 하는 것이었다. 잠시 조용히 담소를 나누던 그들이 헤어지자, 수상은 그 죄수가아마도 위험한 정치적 지도자이며, 그 청년은 그의 추종자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즉시 젊은학생을 잡아오게 했다. 누구든지 죄인에게 키스하는 일은 보통 일로 생각할수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방관할 수 없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수상은 젊은 학생에게 조금 전에 만난 죄수와는 어떤 관계이며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 따져 물었다. "각하, 그 사람은 저의 아버지 입니다" 그 학생은 자랑스럽게 대답하였다. 뜻밖의 사실을 알고 할 말을 잃은 수상은젊은 학생의 아버지에 대한 공경심에 감동하여 그 사실을 자신의 국왕께 상주하였다. 그 일을 전해들은 국왕도 자식을 그렇게 훌륭하게 교육시키고 또 그러한 애정을 자식의 마음속에심어준 사람이면 그 죄수는 나쁜 사람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즉시 석방케 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자식의 마음이 아버지의 허물을 덮을만큼 강했으며, 그 사랑이 결국 아버지를 어려움으로부터 구하는 길이 된 것이다.

죽음도 추월한 사랑

이노우에 가오루는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명치유신의 주역이다. 그가 젊었을때 이야기다.이노우에 가우루가 어느날 모종의 중대회의를 마치고 밤낮게 귀가하던 중에 난데없이 나타난 괴한들의 습격을 당한적이 있다. 얼마나 심하게 맞고 또 칼에 찔렀던지 전신에 성한 곳이란 한군데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집으로 업혀 온 그는 형에게 애원을 했다. "형, 난 이제 살 가망이 없어. 이왕 죽을 것이면 이 엄청난 고통이나마 빨리 면하게 해줘." 절박한 호소였다. 안락사를 시켜달라는 주문이었다. 형의 생각으로도 동생이 이 상황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됐다. 하지만 형이 동생을 어찌 죽일수 있을까? 머뭇거리고 있는 형을 향해 동생이 거듭 사정을 했다. 마침내 형은 결단을 했다. 칼집에서 칼을 뽑아 치켜 올렸다. 그리고 동생의 목을 향해 칼날을 내리치는 순간이었다. 아니, 그런데 이게웬일인가? 내려쳐야 할 동생의 목은 보이지 않고 어머니의 몸뚱아리가 있지 않은가? 그들의어머니는 이미 짓겨어진 아들의 몸위로 순간적으로 자신의 몸을 내던진 것이었다. 결국 어머니의 두려움 없는 애절한 사랑 때문에 동생의 소원은 들어 줄수 없게 되었다. 그후 이노우에는 어머니의 초인적인 간병과 정성어린 의사의 치료로 되살아나게 되어 후에 일본의 역사적 인물로 한 몫을 담담하게 되었다.

죽음도 초월한 사랑

한 소년과 소녀는 서로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벙어리였고 소녀는 장님이었습니다.보이지 않는 벽 들이 수없이 많은 탓에 소년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글을 써주면 소녀는 그것을 읽지 못했고, 소녀가 사랑한다고 고백하면 소년은 알아 듣지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소년과 소녀는 두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제야 자신들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얼마나 깊은것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소년과 소녀는 맞잡은 두 손을 언제까지나 놓지 않았습니다. '사랑한다' 말하지 못한다고 해서 또 그것을 듣지 못한다고 해서 결코 작은 사랑은 아닌 것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 표현하지 못하는 사랑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