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사성어

남풍불경(南風不競)

南:남녘 남. 風:바람 풍. 不:아닐 불. 競:굳셀 경

남방의 풍악은 굳세지 않다는 말로, 어떤 나라에서 불려지는 노래나 풍속을 보면 대체로 기세나 힘이 있고 없음을 알 수 있다는 것임

춘추시대 말 주영왕 17년, 노양공 18년 때의 일이다. 정나라의 자공이라는 야심가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출세에 방해가 되는 대부드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차지 하려고 혈안이 되었다. 그 당시 제후들은 진나라를 맹주로 하여 포학한 제나라를 멸망시키기 위해 포위망을 좁혀 가고 있었다. 그런데 자공은 이 틈을 타서 남쪽 지방의 초나라 군대를 선동하여 자기의 출세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대부들을 제거하려고 계획 했다. 그는 초나라에서 영윤의 벼슬을 하고 있는 자경에게 사자를 파견하여 자신의 뜻을 전했지만, 응낙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 일을 알게 된 강왕이 자경에게 사람을 보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사직을 받든지 5년이 되었으나 군대를 낸 일이 없소. 백성들은 내가 안일만을 탐내어 선군의 사업을 잊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소. 당신은 이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이말을 들은 자경은 깊이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국왕의 사자에게 점잖게 이렇게 말했다.

"임금께서는 제가 안일만을 생각한다고 보십니까? 저는 나라의 이로움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후들의 마음은 진나라로 향하고 있습니다만,한번 나서 보십시오. 잘되면 하시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군대를 거두십시오. 그러면 임금께서는 손해보는 일도 없을 것이고, 부끄러울 것도 없습니다."

자경은 군대를 이끌고 정나라를 공격했다. 그 당시 정나라에서 내노라하는 인물들은 모두 제나라 토벌에 참가하고, 자공, 자전, 자서만이 남아서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일찍이 자공의 야심을 눈치채고 있던 자전과 자서는 성을 더욱 굳게 지켰다. 그래서 자경이 이끄는 군대는 단시 이틀간의 싸움을 끝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들이 퇴각하던 때가 추운 겨울인데다가 마침 어치산을 지날 때 큰 비까지 내려 군대는 거의 전멸 상태에 이르렀다. 초나라 군대가 출동했다는 소문은 진나라에도 퍼졌다.

그러나 진나라의 악관으로 있던 사광이 말했다.

"대단치 않습니다. 저는 때때로 남방의 노래와 북방의 노래를 부르곤 합니다. 그런데 남방의 노랫가락은 미약하여 생기라고는 조금도 없습니다. 남풍은 강하지 않고 죽는 소리가 많습니다. 초나라 군대는 반드시 패할 것입 니다."

역술가 동숙도 이렇게 말했다. "한해의 운세와 달의 운세가 대체적으로 서북쪽에 있습니다. 남쪽 군대는 때를 만나지 못했으므로 반드시 실패할 것입니다."

정치가 숙향 역시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일은 임금의 덕에 달려 있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남쪽 군대가 실패할 것임을 예언했고 그 예언은 적중했다.

[출전]《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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