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의 죽음에 대한 개념과 임종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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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상담실에 올라오는 부모의 상담 내용 중에는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 물어올 때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되는지에대한 상담이 종종 있다. 대개는 이런 종류의 질문일 것이다. * 죽는다는게 뭐에요? * 죽으면 어떻게 돼요? * 엄마(아빠, 나)도 죽어요? * 그럼 누가 날 키워주나요? * 사람은 왜 죽어요? * 죽은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 죽은 사람은 왜 다시 돌아오지 않죠?

또는 주변 사람이 사망을 앞두고 있거나 사망했을 때, 어떻게 아이들을 도와주어야 되는지에 대한 상담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애완동물의 죽음은 아이들에게 상당한 정도의 스트레스가 된다. 전체의 5% 정도는 만 15세 이전에 부모의 사망을 경험하며, 중고등학생의 약 40%정도는 또래가 사망하는 것을 경험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는 미래에 닥쳐올 주변사람의 사망에 대한 걱정 때문에 불안해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고 죽음과 관련해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개념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알아보아야 한다.

소아의 죽음에 대한 개념

가까운 친지의 죽음에 접하거나 아이 자신이 심각한 질병이나 사고로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아이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는 아이가 죽음에 대해 어떤 개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대개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죽음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가지게 되므로, 죽음에 대한 이해도 발달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죽음에 대한 불충분한 개념을 가진 경우 죽음에 대해 감정적으로 원만하게 처리하지 못하므로 예측하지 못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1. 죽음의 4가지 주요 개념과 아이들의 오해들

* 되돌이킬 수 없다. (irreversibility) : 죽음이란 되돌릴 수 없는 영구적인 현상이다. 어린 아이의 경우 마치 여행에서 돌아오듯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미숙함이 사망한 사람에 대한 원만한 감정적인 처리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 생명의 최종 도착점이다. (finality, nonfunctionality) : 쉽게 말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죽음이며 죽으면 모든 기능이 멎는다. 아이들은 땅에 묻힌 죽은 사람이 춥지 않을까, 아프지 않을까 걱정하고 음식을 같이 묻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죽은 자의 신체적인 고통에 집착하게 되면 아이의 적응에 문제가 초래되기도 한다. * 피할 수 없다. (inevitablitity, universality) : 모든 생명체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아이들은 자신이나 부모가 결코 죽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주위 사람의 사망에 대해 자신이 뭔가 잘못했고, 그 잘못에 대한 벌로 죽음이 일어난다고 생각해서 지나친 죄악감이나 수치심을 가지기도 한다. * 원인이 있다. (causality) : 모든 죽음에는 원인이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나쁜 생각이나 행동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의 원인이다는 식의 마술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결국 죄악감에 빠지게 되어 죽은 사람에 대한 감정 처리를 방해하게 된다.

어른들과 유사한 죽음의 개념은 만 5세부터 7세 사이에 시작된다고 본다. 하지만, 개인에 따라 발달에 차이가 있게 마련이므로 비슷한 또래에서도 서로 다른 죽음에 대한 개념을 가질 수도 있다. 이 개념의 형성은 아이의 사회문화적인 경험이나 지능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2. 나이에 따른 개념의 변화

* 5세 이전 : 죽음이란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 또는 헤어지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별이기 때문에 다시 만날 수 있고, 죽은 사람이 다른 곳에 있다고 믿는다. 즉, 죽음을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때에 따라서는 부모의 죽음을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니라 자기를 괴롭히는 어떤 계획된 행동으로 오해하고 슬픔과 분노를 보이기도 한다. * 5-10세 : 죽음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만, 아직은 오해를 가지고 있다. 죽음을 의인화하기도 한다. 죽음을 무서운 사람으로, 또는 사람을 납치해가는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 10세 이후 : 대개 성인과 유사한 개념이 생겨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마지막 길로 생각하게 된다.

주위 사람의 죽음에 대한 소아의 반응

급성 반응

* 쇼크를 받는다. 사실을 믿지 못하한다. 죽음을 부정한다. * 죽은 사람을 보고 듣고 꿈을 꾼다. 죽은 사람에 대한 생각에 몰두한다. 그리워한다. * 집중하기 힘들다.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다. * 화를 내거나 남을 탓한다. * 죄악감이나 수치심을 느낀다. * 우울하고 사회생활이 위축된다. 자살을 생각한다. *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이제 누가 나를 돌보아줄까?"를 걱정한다. * 다양한 신체증상을 호소한다. * 어린 시절의 행동을 나타낸다.

만성 반응

* 가까운 사람을 잃은데 대한 상실감을 느낀다. * 사망자의 증세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일종의 전환장애이다. * 적절한 대인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 아이의 감정 표현이 수개월 또는 수년동안 표현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애도 반응이 특정한 날짜(예, 부모의 기일)에 반복될 수도 있다.

죽음에 관해 대화하기

* 대부분의 성인들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에 불편함을 느낀다. 아이들과 대화하기 전에 어른 자신이 느끼는 슬픔이나 상실감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죽음의 이유에 대해 설명해준다. * 아이가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아이 자신이 가진 두려움이나 공상에 대해 알아본다. * 친지가 사망한 경우 아이가 불편해하지만 않는다면 사망한 사람의 사체를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사망 후의 장례식에 아이를 참여 시켜준다. * 사망한 사람에 대한 아이의 감정이나 기억들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충분히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아이가 이 시점에서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를 인식하고 반응해주는 것이 성인의 할 일이다. * 죽음에 대한 질문에 "너는 몰라도 돼", "나중에 크면 알 게 돼"라는 식의 반응은 해롭다.

임종을 경험하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법

1. 만 3세 이전

* 이 시기에는 부모와의 이별이 주된 문제가 되므로 주위 어른이 가능한 낯익은 환경에서 일관성있고 지속적으로 양육을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 평소에 낯익은 장난감, 적절한 대체물(transitional object)을 잘 이용한다. 양육자가 자주 바뀌지 않는 것이 좋다.

2. 만 3세 -6세의 학령전기 또는 초기 아동기 어린이

* 어린 아동의 경우에는 "죽음은 네 잘못이 아니란다."는 식으로 너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안심 시켜주는 것이 좋다. * "아빠는 언제 집에 와?" "할머니가 땅속에 있으면 춥지 않을까?" "흙으로 덮으면 숨을 못쉬면 어떻게 해?" 등의 질문에는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좋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어. 다시는 만날 수 없지. 그래서 우리 모두 슬퍼하는 거란다." 또는 "네 질문에 대답을 하고 싶은데… 먼저 네 생각이 어떤지 듣고 싶구나.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라고 말해주는 것이 좋다. * 이전에 애완동물이나 관상용 식물의 죽음을 경험했던 아이라면 그런 경험과 현재의 경험을 연결지어 설명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죽음이나 이별과 관련된 동화나 그림책을 읽어준다. *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을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참석하는 경우 아이를 배려할 수 있는 어른이 곁에 있어준다. 장례식에서의 경험은 아이의 불필요한 두려움이나 공상을 줄여줄 수 있다. 아이가 장례식 참석을 두려워 한다면 행사가 끝난 다음 묘지에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3. 만 6-12세의 학령기 어린이

* 이 시기의 아동은 몸의 기능에 대한 개념이 있으므로 사망의 원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심장이 멎었단다" "숨을 쉬지 않아" "암 때문에 돌아가셨단다" * 자살이나 타살의 경우라 할지라도 솔직하게 죽음의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이 아이의 장기적인 적응에 도움이 된다. * 아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준다. * 이 나이에는 반드시 장례식의 전 과정에 참석시키는 것이 좋다.

4. 청소년

* 이 시기에는 대부분 성인과 유사한 감정반응을 나타낸다. * 친구가 중요한 시기이므로 가족 대신에 친구와 함께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 *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하기"위해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부모나 형제가 사망했을 때 정신적 후유증의 가능성이 높은 때

* 5세 미만이나 초기 청소년기에 상실을 경험한 경우 * 11세 이전의 여아에게 어머니의 사망, 청소년기 남아의 아버지 사망 * 이전부터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었거나, 죽음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던 경우 * 죽은 사람과의 관계가 갈등이 많았거나, 생존한 부모가 재혼한 후 새 부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 * 생존한 부모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거나, 환경의 변화가 심하고 일관되지 못했을 때 * 가족과 사회의 지지가 좋지 않은 경우 * 사망이 예측되지 않았던 것일 때, 특히 자살이나 타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의해야 되는 경우

* 사망한 사람에 대한 애도반응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 슬픔의 정도가 지나치게 심한 경우 * 가정생활, 학교생활, 친구관계의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진 경우 * 주위 어른들이 아이의 감정표현이나 질문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기 어려울 때

참고문헌

* 조두영 : 임상행동과학. 일조각. 264-293쪽. 1985 * American Academy of Child & Adolescent Psychiatry: Your Child - What every parent needs to know. Harper Collins Publishers. 1998 * Lews M, Schonfeld DJ: Role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ic consultation and liaison in assessing children and their families in dealing with death.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ic Clinics of North America. vol 3: 613-627, 1994 * Parker S & Zuckerman B: Behavioral and Developmental Pediatrics. Little Brown 1995

* 소아청소년정신건강클리닉에서 개인적인 학습목적으로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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