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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정신의학

최근 자살사이트를 매개로 한 청부자살이 발생한 데 이어 평소 자살사이트에 자주 접속했던 초등학생 자살까지 발생, '자살'이 우리의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자살은 인류의 10대 사망원인 중 하나다. 지구상에서는 매일 1,000명씩 자살을 선택하며 연간 50만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90년에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9.8명에서 99년에는 16.1명으로 64%나 증가했다. 하지만 의학계에 따르면 자살한 경우 대개 자살로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한다.

서울중앙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자살충동'은 인간에게 보편적인 충동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쯤은 '죽고싶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며 " 단지 이러한 생각이 일시적인 것이냐 지속적인 것이냐에 따라 그리고 얼마나 절실하고 구체적이냐에 따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병원 정신과 박종익 교수도 "실제로 자살한 사람의 약 80%는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고있던 환자들이었고 10% 정도는 심한 정신질환자, 나머지 10% 정도만이 사업실패, 실연 등의 갑작스런 환경변화를 지나치게 비관한 사람들이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에 따르면 자살자나 자살기도자의 성향은 대체적으로 내향적이고 폐쇄적이다. 게다가 이 같은 성향은 인터넷에 심하게 빠지기 쉬운 성격과 일치한다.

특히 자살사이트를 찾는 사람들의 성향은 매우 비슷해 대화를 통해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게 되고 서로의 자살심리를 상승시키며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찾게 된다는 것. 또한 이들은 모두 1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까지 '컴퓨터 게임'에 친숙한 세대이다.

홍 교수는 "컴퓨터 게임에 친숙한 10대~20대 환자들을 진료해보면 이들은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자신이 죽는 것을 매우 쉽게 생각한다"며 "이러한 현상을 'Reset'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컴퓨터 게임에서 사람이 모두 죽어 게임이 끝날 경우 'reset'버튼만 누르면 다시 살아나기 때문에 이러한 게임에 익숙하면 죽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이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약 1주에서 1개월이 걸리며 이 기간에 특징적인 징후를 보인다고 한다.

특징적인 징후

  •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자살하겠다는 말을 한다
  • 갑자기 성직자나 의사를 찾는다
  • 태도가 위축되며 식사량이 줄고 말도 없어진다
  • 수면에 변화가 생긴다 즉 불면증이던 사람은 갑자기 숙면을 취하게 되는 반면 숙면을 취하던 사람에게 불면증이 나타난다
  • 유언서를 작성한다
  •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 내복을 갈아 입는다 등이다.

홍 교수는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무조건 자살사이트를 폐쇄하는 등 자살을 '터부'시 하기 보다는 오히려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ㆍ고등 학교에 전문 카운셀러를 배치하는 등의 사회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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