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금강반야바라밀경 金剛般若波羅蜜經

베트남어: Kim cương bát-nhã-ba-la-mật-đa kinh 산스크리트어: वज्रच्छेदिकाप्रज्ञापारमितासूत्र(vajracchedikā prajñāpāramitā sūtra) 티베트어: ’phags pa shes rab kyi pha rol tu phyin pa rdo rje gcod pa zhes bya ba theg pa chen po’i mdo 길다 영어: The Diamond Sutra / The Diamond Cutter Sutra

불교의 경전. 반야심경과 더불어 가장 잘 알려진 대승 불교 경전들 가운데 하나로, 반야부의 기본 사상을 함축하고 있다.

제목의 뜻

대승 경전이다 보니, 제목부터가 대승 불교의 근본적인 개념인 '반야바라밀'을 포함하고 있다. 반야바라밀은 산스크리트어 쁘라갸빠라미따(Prajñāpāramitā)1)를 음역한 것으로, 깨달음으로 이끄는 지혜를 가리킨다.

앞에 붙은 한자 '금강'은 산스크리트어 와즈라체디까(Vajracchedikā)를 뜻으로 풀어 해석한 것인데, 뜻은 '와즈라(Vajra :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등장하는 인드라의 뇌전 바즈라 같은 것)와 같이 강한 힘으로 절단하는 것' 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금강반야바라밀경' 이란 제목의 뜻은 마음 속의 분별, 집착, 번뇌 등을 부숴버려 깨달음으로 이끄는 강력한 지혜의 경라는 뜻이 된다.

앞선 버전에서는 와즈라의 뜻이 다이아몬드인지, 번개인지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고 적혀 있는데, 의견이 분분한 것은 와즈라가 뜻이 아니라, 그것을 번역한 한자어 금강(金剛)의 뜻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와즈라 자체는 인드라의 벼락(번개)라고 해석하는게 옳다. 그래서 실제로 한자 번역은 금강경이 아니라, 벽력경(霹靂經)이 옳은 번역이 된다. 본디 옛 사람들은 가장 단단한 물체를 금중최강(金中最剛). 즉 줄여서 금강(金剛)이라고 불렀는데, 어떤 물체가 강한 힘에 의해서 파괴하는 상태를 보고 능단금강(能斷金剛 : 능히 금강도 부술수 있을 것)이라고 불렀다. 와즈라체디까(Vajracchedikā)의 올바른 한자 번역이 벽력능단금강(霹靂能斷金剛)인데, 이걸 단순히 축약하여 금강(金剛)으로 번역해 버린것. 이 경의 핵심은 금강과도 같이 단단한 집착, 번뇌도 끊어버리는 벼락같은 파워를 가진 지혜를 뜻하는 것이므로, 이 지혜가 가리키는 주요 포인트는 실제로 금강이 아닌 벼락이 맞는 셈.

금강의 오역은 산스크리트어의 벼락이 금강을 끊는 다는 뜻에서 한자로 번역할때 번개를 없애고 금강(金剛)만이라고 축약하여 번역했고(실제로 오역인셈), 그것을 후세사람들이 가장 단단한 물체인 다이아몬드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원래있던 금강(金剛)이란 단어를 빌어서 한자로 번역해서 금강이란 단어가 중복된 뜻을 지니게 되어버렸던것.

(산스크리트어) Vajra → 번역(실제로는 오역) → 금강(金剛) 금강(金剛) → 번역(오역) → Diamond(영어)

처음 번역도 오역이 있는데다가, 금강의 영어 번역 자체도, 다이아몬드는 금강으로 번역될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그것도 금강석(金剛石)일때만 다이아몬드.) 금강의 뜻은 다이아몬드로 직접적으로 치환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금강을 직접적으로 다이아몬드로 번역하면 많은 오역이 생김.

한자 문화권의 많은 스님들은 이 반야바라밀이 '최고의 바라밀'이라는 점 및 금강경 내에 언급된 '무주상보시'2)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절 등으로 인해 반야바라밀을 6바라밀3) 중 첫 번째로 등장하는 '보시바라밀'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반야바라밀'이라는 말 자체가 뜻으로 풀어 해석하면 오히려 6바라밀 중 맨 끝에 위치하는 '지혜바라밀'과 동의어이고, 금강경 내용 자체도 보시보다는 올바른 지혜를 확립하는 것에 더욱 중점을 두고 내용을 전개하기 때문에 보시로만 뜻을 국한시키기는 어렵다.

역사

금강경의 성립시기는 명확하지 않으나 대략 서기 1세기경4)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대승불교의 공(空) 사상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공'이라는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보살행에 대해 서술하고 있으면서도 '보리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점 등으로 미뤄, 대승불교 경전 중에서도 상당히 초기에 정립된 경전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특히 대승 경전 특유의 여러 불보살들이 잔뜩 나타나지도 않고, 석가모니와 그의 제자 1250명만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초기불교 경전들과 유사하기까지 하다.

대개 서역승 꾸마라지와(Kumarajiva)5)가 한문으로 옮긴 버전이 가장 오래된 번역본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산스크리트어로 된 원본에 비해 생략된 구절이 많다.6)7) 이후 보디루치(한자 이름은 '보리류지'), 파라마르타(한자 이름은 '진제'), 현장법사, 의정 등의 번역은 대체로 원전 번역을 충실히 따르는 편이다. 하지만 한문 특유의 운율을 살린 유려한 번역 덕에 한자 문화권 국가에서는 꾸마라지와가 한 번역본이 널리 퍼졌다.

티베트어 역본도 있는데, 8세기말~9세기 초엽에 성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정립된 산스크리트어 원본은 이 티베트어 역본과 아프가니스탄 바미얀 석굴에서 발견된 간다라어 역본 등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내용

길이 및 목차

금강경은 약 6천 단어 정도의 길이로, 불교경전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짧은 축에 속한다. 직접 소리내어 끝까지 읽어 보면 30분 정도가 걸리며, 스님들처럼 리듬을 타면서 염불을 하면 40분 가량이 걸린다. 구마라집본에는 총 5149자의 한자가 쓰였다.

금강경에는 원래 목차 구분이 없었는데, 양무제의 아들 소명태자가 구마라집의 역본 내용을 32개 분(分)으로 나누고 각 분에 소제목을 달면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독송을 할 때는 소제목은 빼고 읽는다.

서사구조

금강경의 전체적인 서사구조는 식사를 끝내고 앉은 석가모니에게 수보리(수부티)존자가 '보살승에 나아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머무르고, 수행하고, 마음을 조복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고 석가모니가 그에 대해 대답하는 구조로 전개된다.

금강경의 대부분은 대화체로 이뤄져 있는데, 이 장면 이후로는 대부분 부처님이 묻는다 → 수보리가 대답한다 → 부처님이 설명한다 → … 식의 루프를 타는데, 간혹 수보리가 다시 질문을 던진다 → 부처님이 대답한 뒤 다시 묻는다 → 수보리가 대답한다 → 부처님이 설명한 뒤 다시 묻는다 → 수보리가 대답한다 → …(생략) 식으로 복잡하게 전개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답구조가 계속 반복된다.

마지막에는 석가모니가 다음과 같은 사구게8)로 설법을 마치고, 일체 중생들은 이를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한다는 설명으로 경이 끝난다.

  • tārakā timiraṁ dīpo māyā-avaśyāya budbudaṁ / - supinaṁ vidyud abhraṁ ca evaṁ draṣṭavyaṁ saṁskṛtam. -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 "형성된 것은 참으로 이와 같이 보아야 하나니 - ‘별, 눈의 가물거림, 등불과도 같고 - 환영, 이슬, 물거품과도 같으며 - 꿈, 번개, 구름과 같다.’라고."9)

마지막 사구게는 비유적 표현을 써 이해하기가 쉽고, 노래처럼 외우기 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진언처럼 외우는 사람들이 많다. 소설 등 대중매체에서도 간간이 인용되곤 하는데, 대표적으로 고전소설 구운몽의 예를 들 수 있다. 심지어 에로게의 제목으로 쓰이기도 한다!

반야심경처럼 금강경에도 경 끝에 산스크리트어 주문이 존재한다. 경을 다 읽은 뒤 읽는 이 주문은 팔만대장경에도 나와 있지만,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밑은 조계종 표준 진언(한국어 독음-한자)과 산스크리트어 원문, 한국어 해석10).

  • 나모바가발제 발라양 바라미다예 - 那謨婆伽跋帝 鉢喇壤 波羅弭多曳 - namo bhagavatīprajñāpāramitāyai - 세존 반야바라밀에 귀의합니다. - 옴 이리지 이실리 수로다 비사야 비사야 사바하 - 唵 伊利底 伊室利 輸盧駄 毗舍耶 毗舍耶 莎婆訶 - oṃ īriti īṣiri śruta viṣaya viṣaya svāhā - 옴, 지움, 불태움, 지나감, 물질, 물질, 스와하11)

티베트어본에서는 다음과 같은 좀더 긴 버전으로 전해지는데, 한 번 이 주문을 읽으면 금강경을 1만 9천 번 읽는 공덕과 같다고 한다. 밑은 영어 독음.

  • NAMOBHAGAVATE/ PRANJAPARMITAYE/ OMNATADTITA/ - ILISHI/ ILISHI/ MILISHI/ MILISHI/ BHINAYANBHINAYAN / - NAMOBHAGAVATE / PRADATYAMPRATI/ - IRITI/ IRITI/ MIRITI/ MIRITI/ SHURITI/ SHURITI/ - USHIRI/ USHIRI/ BHUYUYE/ BHUYUYE/ SOHA

금강경의 주제

금강경을 읽다 보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12) 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산스크리트어 아누타라사먁삼보디(anuttara-samyak-sambodhi)를 음차한 말로 '위없이 올바른 깨달음으로 향하는 마음'을 뜻한다. 석가모니는 금강경에서 이러한 마음을 내기 위해서는 겉모습이나 현상 및 관념의 덧없음을 알아, 이들에 현혹되지 않은 채로 올바르게 관찰해서 깨달음을 향하는 순수한 마음을 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사실상 이 부분을 금강경의 핵심 주제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금강경 내에서 석가모니는 앞서 수보리의 질문('보살승에 나아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머무르고, 수행하고, 마음을 조복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 육도윤회에 빠진 중생을 남김없이 제도하겠다는 마음을 내는 것
  • 보시했다는 마음 없이 보시하는 것
  • 온갖 모욕과 번뇌를 감내하고 원한을 일으키지 않는 것

등을 그 대답으로 제시한다. 모두 대승불교에서의 보살행과 관련된 내용이다.

그러면서 석가모니는 '~는 사실 ~가 아니기에 여래는 이를 ~라 설했다'라는 설명 구조를 반복하며, 관념에 현혹되어 위와 같은 보살행을 한다면 그건 이미 제대로 된 보살행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보살행을 해도 관념에 현혹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야 한다는 이야기.

같은 맥락에서 금강경은 당시 인도에서 유행하던 4가지 철학적 관념을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라는 이름13)으로 칭하며 비판하고 있다. 각각에 대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14)

  • 몸이 죽어도 영원히 유지되는 자아가 존재한다는 관념(아상)15)
  • 집단과는 구별되는 독립적인 개인으로서의 인간이 존재한다는 관념(인상)
  • 생명의 본체가 존재한다는 관념(중생상)
  • 환생 혹은 윤회하는 영혼이 존재한다는 관념(수자상)16)

금강경에서는 아라한에 대해 '아라한의 경지를 얻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미 삿된 생각에 빠져 있기 때문에 애초에 아라한이 아니다'라는 서술이 있다. 이 부분은 상좌부 불교에서 아라한의 권위를 절대화하는 것을 비판하는 구절로 해석된다.

그 외에 '깨달았다 할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깨달았다는 것이다'라는 부분도 수차례 나오는데, 이러한 부분은 대승불교의 (空) 개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되곤 한다.

금강경을 읽다 보면 '만약 이 중에 사구게라도 지녀 읽고 전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공덕은 크고도 클 것이다'라든지, '갠지스 강의 모래 알갱이의 수만큼 보시를 하더라도, 이 경의 사구게를 지녀 읽고 전파하는 사람의 공덕이 그보다 훨씬 더 크다'라는 구절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금강경 중에서도 사구게만을 따로 독송하는 사람이 예나 지금이나 많은 데는 이 구절들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취급

선종의 6대 조사 혜능이 금강경 중 '응무소주 이생기심(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야 한다)' 이라는 구절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도 유명하며, 혜능은 제자들에게 금강경을 독송하는 것을 수행법으로 권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통 때문에 금강경은 한국 불교 조계종의 소의경전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금강경만 독송하면서 수행하는 수행 공동체들도 있다. 심지어는 금강경의 메시지와 비즈니스를 연결시킨 자기계발 서적도 있다.

정도전이 성리학적 입장에서 불교를 비판하기 위해 저술한 책 '불씨잡변'도 금강경을 많이 인용하며 비판하고 있다. -

1)
'반야'는 지혜를 의마햐며, '바라밀'은 깨달음을 위해 실천해야 하는 수행을 뜻한다.
2)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것.
3)
보시바라밀, 인욕바라밀, 지계바라밀, 정진바라밀, 인욕바라밀, 지혜바라밀 등 6가지 바라밀을 말한다.
4)
학자에 따라서는 사용된 어휘 등을 바탕으로 추측해 성립 연대를 기원전 1세기까지 높여 잡기도 한다.
5)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한자식 음역으로 구마라집, 혹은 구마라습이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鳩摩羅什이라고 쓰는데, 마지막 글자 , 什을 '습'이라고도, '집'이라고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6)
사실 산스크리트 원본도 바미안 석굴에서 발견된 금강경 판본 등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7)
일본의 불교학자 나카무라 하지메(中村元)에 따르면 꾸마라지바가 번역 저본으로 사용한 텍스트가 이후에 재정립된 산스크리트 텍스트보다 더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8)
산스크리트어로는 슐로까(sloka)라고 하며, 1구 8음절씩 4구로 구성된 인도의 운문 형식이다. 꾸마라지와판 번역에서는 5언절구로 번안돼 있다.
9)
꾸마라지와 번역에서는 꿈, 환영,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 6가지의 비유만이 나타나고 있다.
10)
비전공자가 어미변화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산스크리트어 사전을 보고 임의로 해석했기 때문에 다소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산스크리트어 전문가의 적극적인 수정바람.
11)
스와하는 인도 전통에서 그리스도교의 "아멘" 처럼 사용되는 말이다.
12)
참고로 이 말을 한자로 음차할 때 쓰이는 한자 자와 자는 컴퓨터를 통해 입력하려면 각각 누(耨) 와 막(藐)으로 들어가야 한다. 한자 항목 참조.
13)
구마라집 번역본 기준.
14)
밑은 산스크리트어 원전 번역 및 주해를 참조한 것이다. 6조 혜능 조사는 많이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했는데, 링크|참조. 금강경 중 가장 해석이 분분한 부분이 바로 이 4가지 상에 대한 내용이며, 특히 한자 문화권에서 심하다.
15)
힌두교의 아트만 사상이 대표적인 예.
16)
자이나교의 교리와 관련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