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

인공 암벽은 프랑스의 유명 산악 가이드인 가스통데 뷰파가 1940년대 각목과 널빤지를 교육 훈련용으로 사용한 게 유래가 됐다.

국내에는 1988년에 처음 도입됐으며 그 해 5월 살레와 스포츠센터가 서울 서초동에 세운 폭 5m, 높이 4m의 수직벽이 최초의 인공 암벽으로 기록된다. 현재는 전국에 약 200여개의 인공 암벽장이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엄연한 운동(!)인 만큼 경기 방식도 3가지나 된다. 난이도 경기인 리드(Lead)는15~18m 사이의 높이에서 다양한 난이도의 경사각으로 이뤄진 암벽을 로프를 걸어가며 등반한 거리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볼더링(Bouldering)은 3m 높이 내외의 정상을 목표로 최대한 높은 난이도의 경로로 올라가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 스피드(Speed) 경기는 이름처럼 정해진 루트를 얼마나 빨리 오르는지로 승부를 판가름 짓는 경기다.

일단 벽과 조우를 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스트레칭. 암벽등반은 전신을 움직이는 스포츠인 만큼 충분히 관절과 근육을 풀어줘야만 벽에 오르기 쉽고 부상 위험을 막을 수 있다.

중점을 둘 부분은 등반의 핵심이 되는 팔과 다리를 비롯해 허리와 목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풀어주도록 한다. 이때 체온도 가볍게 올려주는 워밍업과 병행하는 것이 좋다.

모든 등반이 마찬가지겠지만 암벽등반의 기본 원리는 같다. 평지가 아닌 벽을 오르는 일인 만큼 모든 체중을 손과 발에 실어 균형을 잡는 것이 관건. 꾸준히 암벽등반을 할 경우 신체 유연성이 좋아지고 균형감각 역시 높아진다. 내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고 맑은 정신으로 계속 다음 루트를 생각해야 하니 집중력이 높아져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효과로만 따져 보자면 요가와 비슷하다.

암벽등반과 요가의 차이점을 꼽자면 심폐능력과 함께 근력과 지구력이 향상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전신 운동인 만큼 체중 감소와 섹시하게 잔 근육이 갈라진 팔, 다리는 덤이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실내 운동으로 할 수 있는 인공 암벽이 제격이다.

준비 운동으로 충분히 워밍업이 끝났다면 이제 시련과 마주칠 차례만 남았다. 초보가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첫 번째 시련은 바로 ‘수직벽’이다. 매달려 있기도 힘들 것 같은 다른 벽에 비해는 만만해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일단 매달려 보면(!) 땅에 떨어지지 않고 가만히 벽에 붙어 있는 것 자체가 곤혹이다.(학창시절 국기 게양대에 매달려 ‘맴맴~’ 외쳐본 사람은 알 거다)

물론 ‘처음엔 다 그런 거다’라며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어 보지만 올라가기는커녕 옴짝달싹 못하고 벽에 붙어만 있는 내 자신이 순간 처량하기 그지 없어지는 순간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요령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어릴 적 갖고 놀던 고무찰흙처럼 알록달록한 색상의 홀드(손으로 잡거나 발로 디딜 때 쓰는 인공 돌출물)를 쥐는 방법도 모르고 있으니 매달리기 급급할 수 밖에. 홀드 끝에 손가락을 걸어 단단히 잡고 스탠드 자세를 위해 엄지발가락을 꽂아 버티는 안쪽 딛기와 새끼 발가락 쪽으로 디디는 바깥 딛기가 기본 자세다.

이제 두 번째 시련과 인사할 차례다.

까짓거 홀드와 스탠딩까지 배웠으니 이젠 일사천리로 꼭대기 찍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만만한 홀드를 잡고 수직벽 양쪽을 왔다 갔다 하란다. 그것도 벽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말이다.

유격훈련 온 것도 아니고 순간 서러웠지만 기본 교육이라고 하니 군말 없이 시작. 알고 보니 암벽등반의 기본 자세인 ‘삼지법’을 익히기 위한 기본 훈련과정이었다.

벽에 매달린 클라이머를 봤을 때 한 손에 쥔 홀드가 양발로 디딘 발 가운데 있어야 하는 게 기본원칙이다. 이래야 중심이 잡혀 안정적이고 다음 루트로 이동하기 수월하다. 이때 한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최대한 벽과 가깝게 몸을 붙일 것. 이렇게 움직여야만 체력 소모가 덜하고 팔, 다리의 힘을 아낄 수 있다. 힘을 아껴야만 정상까지 가는데 문제가 안 생기고 넉넉한 체력으로 인해 안정적인 등반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벽을 애인처럼 생각하라’시던 암벽 교관의 말은 패스. 이건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깐.(벽에다가 소녀시대 사진이라도 붙여주고 이런 말을 하던가)

인공 암벽등반에서 중요한 부분은 손을 움켜 쥐는 힘, 즉 악력이다. 그런데 악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전완근 단련이 필수. 전완근이란 손목과 팔꿈치 사이에 자리하는 팔 안쪽에 있는 근육이다. 다음 루트로 가기 위해 남은 한 손을 뻗어 몸을 위쪽으로 끌어 당기기 위함이다.

전완근 단련법으로는 가장 저렴하고 쉬운 방법이 턱걸이 되시겠다. 게다가 등반에 필요한 광배근(등근육)과 흔히 ‘알통’이라 부르는 ‘상완이두근’ 역시 턱걸이 운동으로 동시에 단련 가능하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힘은 복근. 연예인이 찍는 광고나 화보에 등장하는 식스팩 초콜릿 복근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경사각 90도가 넘는 오버행(overhang, 바위가 차양 모양으로 튀어나온 곳)에 매달리기 위해서는 복근의 힘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복근 단련법은 턱걸이만큼 간단하다. 윗몸일으키기를 비롯해 실로 다양하고도 악랄한 방법이 산재해 있다. 솔직히 방법을 몰라서 식스팩을 못 만드는 게 아닌 만큼 스스로 노력하는 것 밖에 왕도가 없다.

장비

암벽 등반 필수품 '암벽화, 초크, 초크백' 일단 인공 암벽을 비롯해 모든 암벽 등반에서 반드시 필요한 장비는 3가지다.

암벽화

암벽화를 고를 때 양말을 벗은 맨발 상태로 발에 꼭 맞는다기보다 한 치수 작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이즈를 고르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불편할 수 있어도 사용하면서 차츰 발 모양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자리를 잡아간다. 발과 암벽화 사이에 빈 틈이 있을 경우 힘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고 발 감각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넉넉한 사이즈의 암벽화는 자칫 발톱이 빠지는 부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 매드락(MADROCK) 플래시 - 매드락창(Mad rubber)을 채택해 접지력이 높은 암벽화다. 두개의 벨크로를 통해 발등을 고정하는 방식으로 가볍고 내구성이 높다. # 이볼브(EVOLV) 폰타스 - 트랙스(TRAX) XT-5 고마찰 고무를 채택해 탁월한 접지력을 자랑한다. 볼더링이나 인공 암벽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벨크로와 나일론 스트랩을 달아 신고 벗기가 편하다. # 파이브텐(FIVETEN) - 암벽화에서 파이브텐의 스텔스창을 빼 놓고는 말이 안 된다. 미국 요세미티의 화강암벽에서 개발된 신발인 만큼 한국 지형에도 강하다.

초크

맨손으로 등반하는 만큼 손의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한다. 주로 탄산마그네슘을 원료로 만들며 가루로 된 것과 비누 모양의 볼 초크를 주로 사용한다. 액체 형태로 된 물초크(액상초크)도 있다.

- 블랙다이아몬드 - 마그네슘 카보네이트로 손에서 발생하는 땀을 흡수하고 홀드와 손 사이의 마찰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 마무트 - 초크볼 형태는 야구에서 투수가 사용하는 송진가루백과 비슷한 형태로 가루형 초크가 천 안에 들어 있는 형태다.

초크백

초크백은 초크 가루를 담아 등반을 할 때 손에 묻혀 사용하는 주머니다. 대부분의 등산 브랜드에서 출시를 하는 아이템으로 디자인이나 용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초보자의 경우 큰 용량의 초크백은 무겁고 거추장스러울 수 있으니 가급적 작은 용량의 초크백을 사용한다. 작아도 실내 인공 암벽등반을 하는데는 충분하다.

# 페츨(PETZL) - 헤드 랜턴으로 유명한 페츨에서 만든 초크백. 코드락 장치를 통해 한 손으로 입구를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고안했다. 내부 용량에 따라 크기가 다르다. # 아크테릭스 - 인비스타 수퍼팩 나일론, 쉘러 다이내믹 같은 고급 원단을 사용해 내구성이 높다. 안감을 폴리스 재질로 만들어 초크 가루를 손에 묻히기 쉽다. 입구 가장자리에 심지가 삽입되어 있어 모양이 일정하게 유지되어 손을 넣고 빼기 쉽다.

의류

암벽 등반을 위한 별도의 의류는 없다. 다만 손과 다리가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상의는 반팔이나 민소매, 하의는 반바지나 7부 타이즈를 착용하면 좋다. 무릎 위로 올라가는 바지는 초보자에게 좋지 못하다. 루트로 이동 중에 홀드에 부딪혀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암벽의 성지, 북한산 인수봉

사계절 외부 날씨와 상관없이 인공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실내 암장은 전국에 30여 곳 남짓. 그 밖에 실외 암장과 자연 암장이 셀 수 없이 산재해 있다.

암벽등반 중에서 3m 내외의 바위를 맨손으로 올라가는 볼더링은 유독 빌딩 숲 사이를 뛰어 다니며 즐기는 ’야마카시’와 흡사하다. 물론 오버행이라는 초보자에게는 도무지 범접하기 힘든 고난이도의 지형지물이 있지만 말이다.

북한산에 자리잡은 인수봉은 국내 암벽 등반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소다. 암벽의 성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매년 전국의 크라이머들이 이곳을 정복하기 위해 찾느라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암벽등반에서 파이브텐, 즉 5.10의 난이도는 상급자로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고지다. 암벽 등반 기술이 없는 초보자의 경우 보통 5.4, 기본적인 기술이 필요한 코스는 5.7 이하다. 상급자로 넘어가 일정 수준 이상의 훈련과 기술, 힘이 요구되는 상급 코스는 5.9 이하라고 부른다.

즉 5.10 이상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영역이다. 물론 요즘은 이 한계를 극복하고 5.11의 경지에 오른 클라이머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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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미디어잇 김재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