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사성어

목후이관(沐후而冠)

목욕할 목. 원숭이 후. 어조사 이. 갓 관

목욕한 원숭이가 갓을 씀. 사람 행세를 못함. 표면은 근사하게 꾸몄지만 속은 난폭하고 사려가 모자람

홍문연(鴻門宴)을 통해 유방(劉邦)으로부터 진(秦)의 도읍 咸陽(일명 關中)을 손에 넣은 항우(項羽)는 살인, 약탈, 방화를 자행해 민심으로 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이 점은 劉邦이 예견한 터였다. 項羽는 스스로 황폐하게 한 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 팽성(彭城)으로의 천도(遷都)를 결심했다.

함양이라면 천혜의 요새로 패업(覇業)의 땅이었다. 간의대부(諫議大夫) 한생(韓生)이 수 차례 간했지만 項羽는 화를 내면서 그를 멀리했다. 한생은 탄식하고 물러 나면서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원숭이를 목욕시켜 관을 씌운 꼴이군(沐후而冠)." 그런데 이말을 項羽가 듣고 말았다. 무식했던 그는 무슨 뜻인줄 몰라 진평(陳平)에게 물었다.

"폐하를 흉보는 말인데 세가지 뜻이 있지요. 원숭이는 관을 써도 사람이 못된다는 것, 원숭이는 꾸준하지 못해 관을 쓰고 조바심을 낸다는 것, 그리고 원숭이는 사람이 아니므로 만지작거리다 의관을 찢어버리고 만다는 뜻입니다." 격분한 項羽는 그를 끓는 기름가마에 던져 삶아 죽이고 말았다.

죽을 때 韓生이 말했다. "두고 보아라. 劉邦이 너를 멸하리라. 역시 초(楚)나라 사람들은 원숭이와 같아 관을 씌워도 소용이 없지." 결국 項羽는 咸陽 뿐만 아니라 天下를 몽땅 劉邦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이목구비(耳目口鼻)를 갖추었다고 다 사람 행세를 하는 것은 아니다. 沐후而冠과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주]《史記》에 호이관(虎而冠)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몸은 사람의 의관을 하고 있으나 마음을 호랑이 같다는 뜻이다.

[출전]《史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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