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사성어

一敗塗地(일패도지)

한 일, 패할 패, 바를 도, 땅 지

단 한번 싸움에 패하여 전사자의 으깨진 간과 뇌가 흙과 범벅이 되어 땅을 도배하다. 여지없이 패하여 재기불능이 된 상태.

秦(진)나라 시황제가 죽자 견고한 것 같던 진나라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2세 황제 원년에 벌써 陳勝(진승)이 진나라에 반항하는 군사를 일으켰고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沛縣(패현)의 현령은 세력이 막강해진 진승편에 붙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측근에게 의견을 물었다. 측근이 명망 높은 劉邦(유방)을 끌어들이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을 내놓자 현령은 이를 받아들여 유방을 성으로 불렀다. 부하들을 거느리고 성밖에 다다른 유방을 보고 현령은 갑자기 유방에게 당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성문을 열지 않고 유방일행을 되돌려 보냈다. 이렇게 되자 유방은 성 안의 有志(유지)들에게 봉기할 것을 호소하는 편지를 써서 화살에 매달아 쏘아보냈다. 그러자 유지들은 이에 호응해서 현령을 죽이고 유방을 맞이하고는 그에게 새 현령이 되어 줄 것을 간청했다. 그러나 유방은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천하는 혼란에 빠져 있고 제후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소. 이때 훌륭한 인물을 가려 장수로 삼지 않는다면 一敗塗地라고 말 것이오. 나는 내 몸의 안전만을 생각해서 이러는 게 아니오. 내 능력이 부족하여 여러분의 생명을 보호해 낼 수 있을지 두려워 하기 때문이오. 이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더 신중히 생각해서 적임자를 뽑도록 하시오."

그래도 유지들이 유방을 극구 추대해서 마침내 현령이 되었는데 이것이 뒷날 난세를 평정하고 漢나라의 高祖가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역정의 시작이었다.

일패도지라는 말은 보통 싸움에 패하였을 때에 쓰는데, 원래는 장차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유방은 조심성이 많은 인물이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출전]《史記》《高祖本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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