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 친구가 성희롱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에서 걱정된다 싶은 아이가 눈에 띈다.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서 아이를 지도하고 싶은 심정이 들어 어떻게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고민될 때가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엄마는 “평상시 딸아이를 좋아한다며 따라다니던 애가 있었는데 어느 날은 딸아이 미니홈피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음란물에서나 봄직한 표현(너랑 XX하고 싶다 등)을 써놔서 딸아이 보기 전에 지워 버렸어요. 다행히 딸아이는 보지 않았지만 이 사실을 모른 체 하고 지나치면 안될거 같아요”라고 한다. 또 다른 아빠는 “딸아이의 같은 반 남자애가 여자애들한테 성적으로 심한 욕설을 한다고 해요. 물론 딸도 그 상황을 당해서 기분이 나빠서 아빠에게 말했는데 저는 그냥 ‘그 아이가 나쁜 애야’라고 말만 했는데 왠지 이 정도로만은 안될 것 같아요”라며 상대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는지를 상의해 오셨다.

무분별하게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음란물이 유포되다 보니 점점 어린 나이의 남자아이들이 성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으로 과도하게 성희롱과 성추행적 행동을 서슴지 않는 일이 늘어난다. 이런 사건을 겪게 되면 우선 부모는 내 자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혹시 상처는 되지 않았는지 걱정을 하게 된다. ‘아이들이 나만 싫어한다’고 자존심 상해하며 영향을 받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이 문제는 나의 태도와 행동과는 관계 없이 상대가 잘못한 것일뿐이라며 훌훌 털어 버리는 아이들이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평상시 성희롱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히는 교육을 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다면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할까? 같이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라면 상대 부모가 이런 사실을 알리고 자녀교육을 부탁하는 걸 고마워하며 받아 들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상대방의 자녀교육에 대한 조언을 받아들이는 데 폐쇄적인 부모들이 있다. 더군다나 피해-가해의 관계에서 만나다 보면 더더욱 그렇다. 이럴 땐 학교 담임교사나 지역사회 청소년상담지원센터 등 권위있는 중재자의 개입을 요청하는 것도 가해자 아이를 도와주는 한가지 방법이다. 아프리카에는 ‘아이들을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좋은 환경이어야 한다는 의미와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라 마을의 의무라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학교나 지역사회 자원을 잘 활용하는 것도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의 자녀들을 키우는 지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