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변해 버린 아이랑 자주 싸우는데, 어떻게 지내야할까?

부모 말에 잘 따르던 딸아이가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정해 버리고, 슬슬 상관하지 말라는 식의 말대꾸를 해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 부모니까 그래도 아이 기분 맞춰 줘야 하는 건지, 건방져진 아이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다. 성적이 떨어져 학원 다니라고 해도 생각 없다고 하고, 용돈 더 달라는 소리만 해 저도 참다못해 제 할 소리만 마구 퍼부어 댔다. 공부보다 딴 짓거리에만 신경 쓰고, 방안은 온통 너저분한 것들로 널려져 있어 소리 한번 버럭 질러 버리면 완전 전쟁 난 것 마냥 난리가 난다. 이럴 때마다 아이를 잘못 키워 왔나 싶어 씁쓸한 마음 금할 길 없다만, 자주 부딪히는 아이와 어떻게 지내야 하나요?

원인

어느 날 갑자기 온순하던 아이가 부모 말에 '싫어!', '잔소리 그만 좀 해!'하면서 반항하거나 아무리 야단쳐도 끄떡도 하지 않는 아이 태도를 보면, 부모는 '왜 이렇게 아이가 반항하지? 이렇게 키우지 않았는데…'하면서 걱정하며 아이가 변했다면서 야단을 치게 된다. 하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아이의 반항이나 부모에 대한 비판은 아이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의 변화인 '자립'이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가 그만큼 강해진 것일 수 있다. 아이는 커가면서 부모와 세상 사이의 괴리를 발견하고 조금씩 부모에게 의존해오던 관계에서 벗어나 독립하려 하며, 아이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배워 나가고자 한다. 가끔 아이의 반항이 심할 때는, 대개 충분히 마음껏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착한 아이로 지내왔기 때문에, 혹은 그 감정을 억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춘기가 되면서 한꺼번에 폭발한 경우일 수 있다. 이때 부모는 변한 아이 모습에 불안해 할 수 있다만, 아이도 부모 못지 않은 불안을 가지고 있어 부모가 자신의 불안에 못 이겨 간섭을 더 하게 되면 아이는 오히려 더 반항적이 된다.

첫째, 부모 자신이 어렸을 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늘 절대적으로 복종을 강요받거나, 부모에게 응석을 부리거나 제멋대로 굴지 못하고 자라왔기에 아이의 반항이나 말대꾸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지 못할 수 있다. 은연중에 아이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부모는 부모를 잘 따르지 않는 아이를 힘으로 누르려 할 수 있다.

둘째, 아이가 부모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부모는 아이를 '나쁜 방향'으로 자라는 것처럼 보거나, '나와 다르면 틀린 것'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갖고 있다. 그래서 '아이보다 부모의 선택이 옳다'는 식의 생각으로 부모가 옳고 그름을 미리 판정하거나, '척척 알아서 좀 행동해 줬으면…', '어른처럼 판단해서 엄마를 좀 귀찮게 하지 않았으면…'하는 부모의 기대수준에 적용해 자신의 사고방식처럼 행동하길 아이에게 강요한다. 그래서 아이가 자신이 기대하는 모습과 일치할 때만, 아이 기분을 이해해준다.

셋째, 아이의 내적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아이에 대한 불만으로 아이를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아이는 자립을 위한 일보를 서서히 내딛고 있는데 부모는 부모대로 변함 없이 온순한 아이로 남아주기를 원해 아이가 변하려는 것이 부모에게 달갑지 않아 '반항', '문제행동'으로 간주해 버립니다. 이런 아이에 대한 불만으로 아이가 무엇을 말하려는지도 모르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오히려 불만을 더 갖고 아이를 다그치게 된다.

넷째, 아이 변화에 대한 부모의 접근 방법 혹은 대처자세에 따라 아이의 반발이나 부모 자식간의 충돌이 더 격렬해질 수 있다. 예전처럼 부모 말을 듣지도 않고 뭐라 물어도 대답조차 안 하는 아이 태도에 대한 불만에, 그만 부아가 치밀어 아이 행동을 비난해 버리면 아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더 논쟁하고 자신의 입장을 더욱 더 강하게 내세우게 된다.

대책

첫째, 자기주장이나 반항을 단순히 버릇없다고 단정짓기보다는 아이와의 말다툼이나 싸움도 하나의 의사소통 방법으로 보고, '이해해달라'는 아이의 본심을 이해하도록 한다. '넌 왜 그러니?', '엄마 말 안 듣더니 꼴 좋다'는 식으로 열을 올리기보다는 객관성을 갖고, 아이 입장과 심정에 대해 이해하는 표현을 하도록 한다. '아이도 나름대로 마음 고생했구나', '지금 상황이 아이에게 참으로 힘들겠구나'라는 공감하는 마음으로, 아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이나, 아이가 말하는 것에 대해 부모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말로 표현해 줌으로써 아이가 자기 나름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믿어준다. 반항이나 말대꾸 등 아이 언행을 무조건 기분 나쁘게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아이 스스로 조금씩 성장하려는 준비의 모습으로, 자신의 의지대로 하고 싶어하는 아이의 뜻을 존중해 주어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도록 한다. 사람은 한 순간 변하지 않는다. 아이가 부모의 기대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때는 무수히 많은 갈등의 시간이 있었으므로 부모의 눈에 착하기만 한 아이가 갑자기 돌변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동안 진정으로 아이와 삶을 공유하려는 태도가 부족했었을 수 있으므로 아이가 자신이 생각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더라도, 부모만은 앞으로도 아이 편에 서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아이를 편안하게 해 준다.

둘째, 아이가 겪는 발달단계에 따라 부모 역시 변화해야 한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부모에게 반발하기도 하고, 부모의 사랑을 확인 반복하면서 아이는 자립을 향해 발달의 커다란 단계를 하나씩 뛰어 올라가려고 한다. 부모는 그때까지 유지해 오던 상태가 붕괴되는 것에 대해 혼란을 일으킨다고 여길 수 있다만, 부모가 아이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아이의 발달을 저해하게 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셋째,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생각하고 있는 것을 서로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필요한다. 때론 의견충돌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전할 수 있고, 뭐든 마음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마련된다면, 설령 아이의 세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기가 훨씬 수월해지고, 부모 자식간에 서로 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들도 아주 자연스럽게 풀어나갈 수 있다. 부모라는 권위보다는 따뜻한 미소로 아이를 최대한으로 존중해주고 포용해주려는 마음을 보여준다면, 아이의 닫힌 마음을 환하게 열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도 부모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내가 보기에 ….같은데" "나도 동의하지만,…." "네가 ~한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에는…."

넷째, 부모의 가치관이나 기준으로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 아이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타인이 나와 다름을 가르치도록 한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를 뿐임을 알려주고, 아이에게 남과 다름을 수용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의 자세 등을 아이에게 가르쳐 준다. 마치 부모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으로 치부해버리거나 부모 선택만이 옳다고 내세워버린다면, 존중되어야 할 아이의 고유성이 사라져 버리게 된다.

다섯째, 언제든지 아이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아이가 관심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 물으면서, 아이를 아이만의 세상이 있고 아이 나름대로의 세계를 지닌 예비 성인으로서 바라봐 준다. 그러면 아이의 사고방식을 잘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모의 생각을 아이에게 가르치면서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해 갈 수 있다.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과 타협하여 조정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익히게 되고, 부모도 부모의 뜻을 충분히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숙고하게 되어 아이가 납득할 수 있게 된다.

여섯째, 아이와 격해지는 순간 어느 부모든 아이 가슴에 비수가 되는 말을 하게 되는데 죄책감으로 자신을 비난하거나 잘못했음을 부인하기보다는 아이에게 지금의 느낌을 솔직하게 말한다. 특히 아이와 싸운 후 아이의 잘못에서 비롯됐을지라도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 부모의 행동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한다. '미안해'라는 뜻의 말하는 방법으로, "너한테 너무 실망해서 소릴 질렀던 것이다" "널 기분 나쁘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 "꼴도 보기 싫다고 해서 미안해. 진짜 네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알지? 엄마도 화가 나니까 그랬어" 라는 식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먼저 하면 아이 기분을 좀더 세심히 살피게 되면서 아이 감정을 존중해주고, 아이와 더 돈독해지게 된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면 자기 감정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용기 내어 먼저 사과하는, 기분을 털어놓는 부모의 모습을 통해 긍정적인 태도를 배울 수 있으며, 이로써 모든 사람들이 가끔은 잘못 할 수도 있고, 그것을 인정하면 괜찮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가르쳐 줄 수 있다. 어른이 되는 지혜를 가르쳐주는 부모로서의 존재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어른'으로 인정하면서 '너를 믿는다'는 마음을 전해주는 것이 중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