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성 애착장애 [Reactive Attachment Disorder]

국내의 경우 외국에 비해 유별나게 반응성 애착장애라는 진단이 많이 붙여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앞의 반응성이란 단어를 빼고 애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자폐증 아동의 부모 숫자는 훨씬 더 많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필자의 개인 견해로는 일반인의 자폐증에 대한 오해와 "자폐"라는 단어에 대한 철저한 거부감, 그리고 그에 따른 전문가의 애매한 태도가 그 원인이라고 본다.

애착 장애란 정확한 진단명이 될 수 없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사랑의 끈이라고 할 수 있는 애착에 문제가 생겼다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애착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첫째는 아이 자신이 애착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기능에 어떤 결함이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폐증이다. 둘째는 이 글의 주제인 반응성 애착장애이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환경에 어떤 문제나 결함이 있어서 생기는 병적 상태다. 그러므로, 반응성 애착장애는 병적인 환경이 적절하게 개선되면 아이의 애착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서론이 너무 길었으므로, 각설하고 이제 이 반응성 애착장애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1. 반응성 애착장애의 진단 기준

애착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분리되어 있고(detached), 반응이 없는 것으로 나이에 따른 적절한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하지 못한다. 낯선 사람에 대한 무분별한 수용은 대개 만 8개월 까지는 비정상으로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애착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어른들과 어떤 형태로든 부적절한 강도로 관계를 맺는다. 성장과 체중 증가에 문제가 있으면 failure to thrive, psychosocial dwarfism 이라고도 부른다.

유아기 또는 소아 초기의 반응성 애착장애의 진단 기준 (DSM-IV)

A.대부분의 상황에서, 심하게 손상되고, 발달적으로 부적절한 사회적 관계 형성이 5세 이전에 시작되고, 다음 (1)이나 (2)와 같이 표현된다.

(1)지속적으로 대부분의 사회적 관계를 시작하지 못하고, 발달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지나치게 억제적이고, 경계적이며, 심하게 양가적이고 상반된 반응을 나타낸다(예: 소아는 양육자에 대해 접근, 회피가 혼합된 태도로 반응하고, 안락감에 저항하고, 냉정하게 경계한다).

(2)확산적인 애착이 무분별한 사교성, 적절한 선택적인 애착 능력의 결여로 드러난다(예: 낯선 사람에 대한 지나친 친근감, 애착대상을 선택하지 못함).

B.진단 기준 A항에 속하는 장해가 단지 발달 지연(정신지체에서와 같이)으로만 설명되지는 않으며, 광범위성 발달장애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

C.병적인 보살핌이 다음 항목 가운데 적어도 1개 항목에서 드러난다.

(1)안락함, 자극, 애정 등 소아의 기본적인 감정적 욕구를 지속적으로 방치

(2)소아의 기본적 신체적 욕구를 지속적으로 방치

(3)돌보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바뀜으로써 안정된 애착 형성을 저해(예: 양육자의 빈번한 교체)

D.진단 기준 C항의 병적 보살핌이 진단 기준 A항의 손상된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된다(예: 진단 기준 A항의 장해는 진단 기준 C항의 병적 보살핌 이후에 시작되었다).

2가지 유형

* 억제형: 임상 양상에서 A1의 기준이 우세할 때 * 탈 억제형: 임상 양상에서 A2의 기준이 우세할 때

2. 반응성 애착장애에 대해 알려진 사실들

한마디로 그 핵심은 부적절하게 대인 관계를 맺는 것(inappropriate social relatedness)이다. 이 사회적 관계의 문제의 원인은 병적인 양육 때문이다. 대개 만 5세 이전에 나타난다.

반응성 애착장애는 심리사회적으로 결핍된 환경에서 자란 경우, 부모 중 한명에 의해서만 양육되는 경우, 가족의 붕괴 또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 등의 상황에서 많이 발생한다. 형제 중에 한 아이에서만 반응성 애착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개는 상당한 정도로 영양결핍이 동반되므로, 배가 불룩 튀어 나온 외모를 가질 수 있다. 체중이 키에 비해서 적게 나가는데, 좋은 환경으로 바뀌면 급속하게 신체상태가 호전되며 체중도 정상을 회복하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키도 나이에 비해 적게 되는데 해로운 환경에서 벗어나면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키로 회복될 수 있다.

일부 부모들은 자신들이 아이에게 적절한 양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고통에 대해 신체적으로 아픈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대개의 부모는 아이와 눈 마주침이 적고, 아이가 요구에 대해 반응을 하지 않거나 일관성 없게 반응한다.

3. 원인은?

병명에서 말해주듯이 학대나 유기 혹은 방치와 같은 부적절한 양육에 대한 반응으로서 발병한다.

* 양육자에 의한 병적인 보살핌 : 엄마의 산후 우울증, 출산 후 산모의 장기 입원, 부모가 정신지체인 경우, 부모로서의 양육기술이 부족한 경우, 너무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된 경우 * 아이 자신의 문제 : 미숙아, 저체중아, 타고난기질(temperament), 유대관계 형성의 결함, 발달 장애 또는 시청각 장애, 양육자와 아이 사이에 특별한 정도로 궁합이 맞지 않음 * 주 양육자의 잦은 교체 : 수용 기관, 반복적인 장기 입원, 위탁 혹은 대리 부모의 지나친 변동

4. 감별해야 할 질환들

* 전반적인 발달장애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자폐증이 대표적) : 영양 상태는 대체적으로 좋고 나이에 적합한 신장과 체중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활동적이며 기민하다. 일반인들에 의한 구별은 매우 어려우므로 반드시 전문가에 의한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 정신지체 (mental retardation) : 모든 사회적 영역의 기술발달이 늦다. 영양상태는 좋으며 정신연령에 따라 적절한 대인관계를 맺는다. 발달단계는 정상 순서대로 밟아 나간다. (정신지체) * 심각한 신경학적 이상 (severe neurological abnormalities) * 대사 장애 (metabolic disorder)

5. 경과 및 예후

얼마나 심각한 정도로,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병적인 양육환경에 노출되었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대개 저체중이나 저신장과 같은 신체적인 후유증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예후가 좋지 않다. 전체적인 성장 지연, 잦은 신체질환, 감염 등이 동반되는 경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적절한 환경과 치료에 의해 신체적인 회복은 빠를 수 있지만, 정서적인 후유증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6. 치료

즉각적인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적절한 영양공급, 신체적 후유증에 대한 치료, 적절한 자극과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것이 치료의 주된 목적이다.

대부분은 환경이 개선되면 증상이 개선되므로, 환경의 개선이 주된 치료의 핵심이다. 의료인으로서 가장 먼저 결정할 사항은 아이의 안전을 위해 입원을 시킬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경한 정도의 사례에서는 외래 치료도 가능하지만,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상태가 심하거나 늦게 발견된 경우는 입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럴 경우 아이의 엄마가 고립감과 우울감을 느낄 수도 있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수도 있으므로, 가능한 치료과정에 엄마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다음과 같은 치료적 도움이 필요하다. * 정신사회적 지지 서비스 : 양육이나 가사 보조자 고용, 가정의 물리적 환경 개선, 경제적 상태의 호전을 위한 노력, 가족의 고립을 줄이기 * 정신치료적 중재 : 개인정신치료, 약물치료, 부모치료, 가족치료, 부부치료 * 교육 상담 서비스 : 집단 교육, 부모 교육, 양육기술 교육 * 아이의 정서적, 신체적 안녕의 개선에 대한 집중적인 관찰 * 부모로부터의 격리: 입원, 다른 친지에 의한 양육, 위탁 가정,입양, 수용 기관 등 어떤 곳에서 아이를 성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

시기적절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통해, 아이가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밟게 되고, 나중에 청소년이나 성인이 된 후에 만족스러운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이제 여러분은 필자가 왜 얼굴을 붉혔는지를 알게 되었다. 미국 의사의 질문에 함축된 뜻은 "그렇게 한국 부모들은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사랑을 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지, 반응성 애착장애란 진단이 과잉으로 붙여지고 있을 뿐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이 글의 일부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도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참고문헌

* American Academy of Child & Adolescent Psychiatry (1998) Your Child * Kaplan HI, Sadock BJ (1998) Synopsis of Psychiatry. 8th edition

* 소아청소년정신건강클리닉에서 개인적인 학습목적으로 인용하였습니다.

역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