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상담

(19금) 아래는 성적건강에 관련된 의학적 지식을 담고 있다. 이 문서는 사회통념으로 볼 때 19세미만에게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므로 성인만 보길 권한다. 문서를 보는 건 당신의 선택이지만, 당신에게 당황, 걱정, 죄책감 등의 정서적 충격을 줄 수 있다.

I. 서 론

강간은 실제로 그 발생에 비해 경찰에 신고 되는 경우는 적다. 보고 된 사례의 3-10배 정도로 강간은 발생한다. 미국(1992)의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12.9%가 일생동안 한번 정도 강간을 당한다고 추정된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미국 통계(1987)에서는 15.4%라고 보고되기까지 하였다.

강간과 관련된 초기 연구는 주로 심리적인 악영향에 대해 이루어졌는데, 불안, 우울, 성기능 장해에 대한 보고가 주류를 이룬다. 1980년대 이후 불안장애의 한 형태인 충격후 스트레스성 장애(혹은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강간후 증후군(postrape syndrome)은 충격후 스트레스성 장애의 한 형태로 개념화되기 시작했다.

II. 강간후의 정신병리

  1. 강간 관련 상황에 대한 강한 공포와 불안 : 가장 지속적인 강간 후의 반응으로서 사건이 있은 후 16년까지도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2. 우울증 : 역시 많이 보고 되지만 불안보다는 덜 지속된다.
  3. 사건에 대한 반복적인 기억, 생각과 영상 : 피해자는 나름대로 이런 생각들을 막아보려고 시도한다.
  4. 악몽과 수면장해
  5. 집중력 장해
  6. 이외에도 자책감, 죽음에 대한 공포감, 자존심의 손상, 해리, 강박적 사고 등을 경험할 수 있다.

III. 충격후 스트레스성 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진단기준

IV. 강간과 충격후 스트레스성 장해에 대한 연구들

  1. 사건 후 평균 17년이 지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 피해자의 31%- 57%가 사건 후 일정 시점에서 PTSD의 진단기준에 부합되며, 11%-16%가 평가 당시에 PTSD라고 진단 내릴 수 있었다.
  2. 경찰에 신고된 피해자의 70%, 의료기관에 보고된 61%에서 PTSD가 보고되었다.
  3. 강간 피해자에 대한 추적 연구 결과, 사건 2주 후에 94%, 5주 째에 65%, 3개월 째에 47%가 PTSD에 해당되었다.
  4. 피해자는 PTSD의 증상 중 공포가 가장 많았고 죄악감이 가장 적었다. 다른 불안장애에 비해 마비증상(numbing symptom)의 출현이 특징적이었다.

V. 충격후 스트레스성 장애의 원인 : 정보처리의 관점

만성적인 충격후 스트레스성 장애는 피해자가 충격적 사건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한 결과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이 처리 과정에 영향을 주는 세 가지 인자가 있다.

1. 소인과 충격후 스트레스성 장애

1) 인구학적 특성

  1. 나이: 나이가 어린 경우에 피해자의 어려움이 덜하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나이와는 관계가 없다는 연구들도 있다.
  2. 결혼 상태: 기혼자가 더 어려움을 겪는다, 혹은 결혼 상태와는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3. 사회경제적인 상태 : 낮은 계층에서 더 문제가 많다, 혹은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결론적으로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는 것 같다. 단, 이런 인자들이 사건 전의 schema에 영향을 주어서 감정적인 처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본다.

2) 피해전의 적응

- 사건 이전의 심리적인 문제 - 정신과적 과거력 - 물질 남용력

3) 생활 스트레스

  1. 일시적인 급성 스트레스보다는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한 경우에 보다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2. 중등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했던 집단이 심한 스트레스나 낮은 스트레스를 경험한 집단에 비해 적응이 좋았다.

4) 과거의 피해

  1. 사건 후 4-6년이 지난 후 조사한 결과, 과거에 피해를 받을 적이 없는 집단의 87%가 회복되었지만, 과거에 유사한 피해를 경험한 군은 47%만이 회복되었다.
  2. 과거의 피해 경험이 있는 집단에서 보다 심한 강간후 반응을 보였다.
  3. 소아기에 피해를 당한 과거력이 있는 경우 보다 심한 PTSD증상을 보였다.

2. 강간의 기억 기록과 충격후 스트레스성 장애

1)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가해자가 낯선 사람이냐,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이냐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가에 대한 연구가 많지만 결과는 서로 다르다. 하지만, 대개의 연구결과가 관계의 양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고, 또 낯선 사람에 의한 폭력이 잔인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단순한 관계의 측면을 고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2) 가해의 심각성

잔인하고 심한 정도의 폭력을 경험한 집단에서 보다 많은 병리가 발생한다. 실제적인 상해와 폭력의 기간은 정적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흉기유무, 상해의 장소, 가해자의 숫자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직접 관련성이 없었다. 잔인성의 영향은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는 인지적인 요소가 관여해서 그 결과 심리적인 후유증이 발생한다고 본다.

3) 생명의 위협에 대한 지각

객관적인 잔인성보다는 사건 당시에 피해자가 지각한 생명에 대한 위협의 정도가 강간후의 정신병리와 연관성이 있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경우에서 2.5배 더 PTSD가 발생한다. 이런 위협에 대한 인지가 심한 불안을 초래해서 정신병리의 발생과 정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 지각도 다시 회상해서 평가할 수밖에 없으므로, 충격후의 정보처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3. 충격후 정보 처리와 충격후 스트레스성 장애

1) 강간후의 즉각적인 반응

증상이 있다는 것 자체가 피해자 자신 스스로가 무능력한 사람, 혹은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inability to cope)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충격 직후 강렬한 정서적 반응이 만성적인 PTSD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사건 후 2-4주 째의 증상의 심각도가 수개월 후의 증상의 정도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

2) 피해자의 사건 도식(trauma schema)

충격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앓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정보처리 과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PTSD의 경우 충격과 관련된 단어에 반응이 느리거나, 또는 충격과 관련된 단어 회상을 잘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이것은 충격과 관련된 정보에 대한 주의력의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3) 회피(avoidance)의 효과

회피는 충격과 관련된 생각을 억압하려는 적극적인 시도이며, 해리나 정서적 무감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 회피가 정서적인 고통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자만, 지나친 회피는 정서적인 정보처리를 방해한다. 그 결과 재경험과 각성 증상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사건에 대한 영상적 회상이나 직면이 만성 PTSD를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4) 통제가능 정도와 세상의 위험

세상이 위험하다고 받아들이는 피해자가 보다 더 만성적인 경과를 밟을 수 있다. 자신의 삶에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조절(control)할 수 없다고 느끼는 정도와 PTSD의 증상은 정적 상관을 보인다.

5) 죄악감과 자학

자신이 가해자를 유혹했거나 가해자의 행동을 막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자기 도식(negative self-schema)이 있는 경우 죄악감과 자학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도식이 사건의 잔인성과 정신병리의 심각성과의 상관관계를 매개한다. 상대방 탓을 하는 피해자에 비해 자기 탓을 하는 피해자가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6) 사회적 지지

(1) 피해자로 하여금 사건에 대한 언어화를 격려하는 긍정적인 환경에서는 스스로가 처리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2)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세상에 대한 보다 융통성 있는 도식(flexible schema)이 생겨난다.

(3 사회적 지지를 통해서 피해자의 충격 후 증상이 부적절한 극복이라는 지각을 바꾸어줄 수 있다.

V. 충격후 스트레스성 장애의 경과 및 예후

1. 제 1단계: 충격에 대한 반응과 관련된다.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충격후 즉시 증상을 경험하지만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소질을 가진 사람은 기저에 높은 수준의 불안을 가지고 있고, 충격에 대해 과대하게 반응하면 충격이 연이을 것이라는 것에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만약 증상이 4-6주간 지속되면 2단계에 들어간다.

2. 제 2단계: 절망감과 조절 불능, 자율신경계의 각성 증가, 충격적 사건의 회상, 신체증상 등이 일어난다. 환자의 인생은 충격적 사건의 한가운데 놓이게 되며, 생활방식과 인격, 사회기능에 뒤따른 변화가 일어난다. 공포적 회피, 경악반응, 분노폭발 등이 일어난다.

3. 제 3단계: 무기력, 타락, 의기소침을 동반한 만성적인 장애가 발생한다. 실제적 사건에 대한 집착에서부터 그 사건에서 기인한 육체적 심리적 무능에 대한 집착으로 변화된다. 이 시기에는 약물남용, 가족관계의 장애, 실업은 물론 신체증상, 만성적인 불안, 우울증이 흔한 합병증이다.

VI. 피해자에 대한 일반적인 정신과 의사의 접근

강간의 피해자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으며 병원의 치료진이나 상담자와의 사소한 일로도 쉽게 심한 감정상태를 유발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접근한다.

1. 강간 피해자가 자율성을 상실하는 심각한 경험을 하였으므로 어떠한 치료적 접근을 할 때도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여 자율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2. 피해자를 평가하고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있어 강간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최대한 인내심 있고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

3. 강간사실에 대해 문진할 때에는 당시 폭력이나 살해의 위협 혹은 행동이 있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정보를 수집하여야 한다.

4. 피해자에게 강간이라는 충격적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인 영향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음과 이를 회복하는데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음을 알려주어야 함과 동시에 현재 피해자가 겪고 있는 여러 정신적인 문제가 이상한 것이 아님을 알려 안심을 시켜야 한다.

5. 피해자가 필요할 경우 정신치료를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하여야 한다.

6. 치료진은 정신과적 문제 즉 현재 주요 정신과적 질환의 존재여부, 정신과적 질환의 과거력, 자살의 과거력 및 현재 위험도에 대해 평가하고 지속적인 정신과적 치료를 권고하여야 한다.

7. 심한 불안 혹은 공황 상태에 있는 환자에게는 항불안제를 투여할 수 있다.

8. 피해자가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인지 여부를 가족, 친구 등과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도와준다.

9. 순결을 잃은 것이 아니라 다른 폭력과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은 것이라는 것을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10. 외과적, 산부인과적인 검사와 성병예방, 임신예방을 시행한다.

VII. 강간과 관련된 충격후 스트레스성 장애의 치료

가장 중요한 것은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환자를 지지해주고 그 사건을 말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이완요법 등을 포함한 여러 적응기전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다.

1. 교육

강간에 대한 후유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2. 약물치료

진정제나 수면제의 사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대개 항우울제가 많이 사용되는데 대개는 8주 이상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약물치료에 반응을 잘하는 환자는 적어도 일년 정도 사용 후 약물중단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약물치료는 회피, 부정, 정서 마비 증상보다는 우울, 불안, 과민반응 등의 증상에 더 효과가 있다.

3. 정신치료

제반응(abreaction), 감정정화(catharsis)와 충격적 사건의 재구성이 치료적이다. 가능한 단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은데, 그 이유는 의존 및 만성화의 위험을 줄이기 때문이다. 대개는 위기개입 모델을 따르는데, 지지, 교육, 적응기전의 개발 및 사건 자체의 수용 등이 그것이다. 충격적인 사건 후의 짧은 위기 개입은 뒤따르는 고통을 줄여주고 만성적이거나 지연성 반응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정신치료의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초기 공감적인 관계형성

2) 환경의 제한과 지지적인 직면

3) 정서적인 형태

4) 스트레스의 분산과 최근 생활 사건의 초점

5) 전이-역전이에 대한 민감성

6) 이차적 이득의 이해

7) 치료자의 긍정적 치료태도의 유지

4. 행동치료

1) 노출: 공포스러운 기억과 상황에 반복적으로 직면함으로써 불안을 줄여준다.

(1) 영상기법 (imaginal technique)

(2) 실제노출법(in vivo exposure)

(3)홍수 요법 (implosive therapy, flooding)

(4) 체계적 탈감작 (systematic desensitization)

2) 이완 요법과 같은 불안을 다스리는 기법

근육이완, 호흡조절, 역할극, 생각중지기법, 자기 암시, 혼잣말 기법 등

5. 인지치료

사건의 의미에 대한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왜곡된 인지를 교정한다. 특히 충격적 기억을 재구성하는 것, 세상이란 위험한 것이고 자신은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왜곡된 지각을 교정하는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6. 가족치료 : 주위 환경의 지지가 필수적이므로 적절하게 자신 및 가족 스스로가 충격적 경험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7. 집단치료 : 충격적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실제로 구미에서는 많이 사용된다.

8. 입원치료 : 자살 또는 폭력의 위험성, 증상이 특히 심한 경우에는 고려해보아야 한다.

VIII. 결론

성폭력 중 가장 심각한 상태인 강간을 중심으로 강간 피해자에서 발생하는 정신과적 후유증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히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충격후 스트레스성 장애의 발생이 가장 많고 오랜 동안 지속되므로, 피해자의 증상과 관련된 개인적 소인들과, 사건 자체에 대한 기억, 그리고 충격 후의 정보처리 과정을 이해함으로서 효과적인 중재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참고 문헌]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1997) 신경정신의학. 하나의학사
  •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1994)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4th edition.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 Foa EB, Riggs DS (1993)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and rape. in Review of Psychiatry. eds by Oldham JM, Riba MB, Tasman A. American Psychiatric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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