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혼(Inbreeding)

근친상간을 금지하는 과학적 근거는 열성유전의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인데 미리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소수의 근친상간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것과 비교하여 위험성은 의미없는 수준이나 이게 반복될 경우 위험성을 걱정해야 할 만큼 커진다는 것이다.

개인이 근친상간을 한다고 해서 그 자식이 유전병에 걸릴 것을(근친상간이 아닌 경우에 비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으나 집단적으로 근친상간이 만연하고 오래 이어질 경우, 그 집단에 있어서는 열성유전이 문제된다는 것이다. 즉 유전병을 일으키는 열성 유전자가 근친교배를 계속할경우 타개체의 유전자에 의해 희석되지않고 근친집단내 농도가 높아져 유전병의 발현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근친상간을 허용하면 유전학상 열성(劣性)유전의 위험성이 커서 유전병을 가진 아이의 출산율이 높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실험동물에서 근친교배를 반복할 경우 각종 유전질환이 높은 확률로 나타난다.

근친혼의 위험성을 유전학적으로 따져보자면,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심각한 유전병인 경우 열성발현(RR, Rr, rr중 rr에서 발현한다)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심각한 증상을 나타내는 유전병인 경우 보유개체의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이 때문에 종 집단내의 유전자 보유빈도가 낮아지게 된다.

유럽의 왕가

역사적으로도 근친혼이 많았던 유럽 왕가의 계보를 보면 유독 병치례를 한 기록들이 많거나 정신이상자가 속출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이 방면에서 가장 유명한 합스부르크가의 주걱턱이 있으며, 러시아 왕가의 경우 영국 왕가의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물려받은 혈우병이 있었으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 라스푸틴을 중용했다고 한다. 독일의 군주들은 정신병의 유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유럽에서 근친혼이 많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귀천상혼1)이라는 제도때문이다.

아프리카의 타조족

짐바브웨의 바도마 족은 마을 구성원 전체가 발가락이 두 개밖에 없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마치 타조와 같이 보인다고 해서 타조족 (ostrich people)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발가락이 두 개인 사람의 유전자가 계속 퍼져나가서 이렇게 되었다고 추정된다.

염색체 7번의 우성 유전이다.

아쉬케나지 유태인

근친혼의 폐해로 고생하는 대표적 사람들이 유럽의 유태인이다.

유태인의 근친혼 문제는 극히 최근까지도 각 지역의 유태인들이 사실상 고립되어 이교도들과 피를 섞을 일이 없었기 때문에 심화되었는데, 어느 정도로 심각하냐 하면 Ashkenazi(아쉬케나지:독일,폴란드계 유태인)계 유태인의 경우 결혼시 무조건 유전자 검사를 받고 유전상담을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을 정도이다.

참고로 테이-삭스(Tay-Sachs)병, 고셔(Gaucher)병, 심상성천포창(Pemphigus vulgaris) 등의 질환은 대표적으로 연구가 많이 된 유전병인데, 돈 많은 유태인의 주로 걸리는 유전병이라서 많이 연구되었다는 속설이 있다.

참고로 Ashkenazi계 유태인에 속하는 사람 중에는 알버트 아인슈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 아이작 아시모프2), 음악가인 거쉰, 이스라엘 전 수상인 골다 마이어,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 등이 있다.

일본의 장수 마을

매우 드물지만 근친혼이 장점으로 자리잡은 마을이 하나있는데 바로 일본의 유명한 장수마을이다. 아마도 근친혼으로 장수 유전자가 계속 계승되어 장수마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그 유전자를 찾기 위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근친혼이 인류의 장수에 도움을 준 셈이다.

트릉족

중국 남서부, 미얀마 북부의 히말라야 산기슭에 존재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트릉족[T'rung](영문명 타론族 Taron)' 들은 평균 신장이 140cm에 불과한다(피그미 150cm)

1800년대 후반, 주변 부족과의 충돌과 노예로 잡혀가는 것을 피하고자 협곡으로 숨어들어온 이들은 고립된 환경속에서 부족내 결혼이 문화로 자리잡았고 결국 심각한 유전적결과로 나타났다

이 부족은 크레틴병(cretinism), 정신지체, 갑상선종, 저신장증 외 다수의 신체적, 정신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3) 이들이 작아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그들 특유의 소식 문화, 음식을 구하기 어려운 환경, 그리고 협곡을 건너다니기 위해서는 작은 체구의 몸집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세기 초, 프랭크 워드 박사에 의해 처음으로 보고된 이들은 1990년대에는 앨런 라비노비츠 박사가,4) 2000년대에는 크리스천 클리거5), 리처드 피셔등이 차례로 방문하여 트릉족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이들은 중국의 두룽지앙(Dulongjiang)계곡에 사는 두룽족(独龙族)에서 갈라져 나온것으로 추정된다. 6) 부족의 이름인 「트릉」 도 「두룽」 에서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멸종이 우려될 정도로 심각하게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이 멸종이 '그들 스스로 선택한 길' 이라는 점이다 언젠가부터 트릉족의 아기들은 기존 부족민들보다 더욱 심각한 선천적기형을 지니고 태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부족의 원로들은 더이상의 불행한 생명의 탄생을 막아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부족민들로 하여금 아이를 가지는 것을 금지할 것과 심지어 결혼까지 금지시켰다

다위 역시 어렸을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너는 결혼해서도 안되며 자식도 가져서는 안된다" 라는 당부를 들었다고 한다

1)
서양에서, 높은 신분 사람과 낮은 신분의 배우자와 결혼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결혼으로 태어난 자식은 부모 중 높은 신분의 작위를 계승할 수 없고, 낮은 쪽의 신분을 이어받게 된다. 유럽에서 귀족의 수를 줄이기 위해 생겨난 제도이다.
3)
1960년대, 미얀마의 연구팀들이 순수 트릉족들을 조사한 결과
4)
1997년, 앨런 라비노비츠 박사팀이 트릉족을 방문했을때는 부족민의 수가 가장 젊은 39세의 『다위(Dawi)』 를 포함해 여덟명으로 줄어있었다 (최초 발견시 150여명)
5)
2003년, 크리스천 클리거 박사팀이 트롱족 마을을 방문하여 45세가 된 다위(Dawi)를 만났을 때는 그를 포함해 불과 다섯명의 순수 트릉족만이 남아있었다.
6)
2009년, 리처드 피셔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