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컴의 면도날

혹은 오캄.

Occam's Razor 또는 Ockham's Razor.

14세기 영국의 논리학자이자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수사였던 오컴의 윌리엄(William of Occam)의 이름을 따서 나온 선택의 방법.

윌리엄의 저서에 나온 말을 옮기자면 "필요없이 복잡성을 부여하지 말 것(Pluralitas non est ponenda sine neccesitate)". 윌리엄이 이 원리를 만든 건 아니지만 윌리엄이 빈번히 사용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이 붙었다.

간단히 말하면 어떠한 현상을 설명할 때 복잡한 가정을 하지 않고, 가장 간단한 설명을 고르는 것이 맞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선택하라'는 뜻. 절약 원리, 단순성의 원리라고도 한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데 간단한 것이야 말로 진리라는 주장이 아니라, 두 주장이 가설을 입증하는 정도가 똑같을 때 가장 간단한 것(주장이 알기 쉽다는 뜻이라기 보단 설명을 가장 간결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 진실일 확률이 높다는, 일종의 선택의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오컴 본인도 꼭 필요하지 않다면 이라는 제한을 두었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건 논리적인 법칙도, 과학적인 법칙이라고 볼 수도 없는 애매한 위치의 직관적인 경험법칙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무슨 소리냐고 무시해버리면 할 말이 없다. 또한 위의 예와 같이 상대방이 오히려 궤변을 들고 나오면 골치 아파진다. 일일히 설명을 해주면 호흡을 짧게가져 가야 하는 토론에서 말이 길어지는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관전하는 쪽에서는 누구 편을 들어주겠는가? 애초에 저 위의 분들이 토론할 때나 서로 간지나게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지 1) 함부로 토론에서 이걸 써먹을려다가는 된통 당하는 수가 있다.

회의주의자들이 종종 사용하는 기법으로, "유태인이 세계를 좌지우지하기 위해 모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서 홀로코스트가 일어났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라는 홀로코스트 부정론이나, "모든 문명의 기원은 아프리카인데, 전세계가 짜고 그 모든 진실을 묻어버렸다"라고 주장하는 아프리카 문명 기원설 같은 사이비 역사에 대한 반론이나, 각종 심령술, (거짓) 초능력에 대한 반론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에서는 환빠에 대한 반박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천동설태양계에서의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하려면 매우 복잡하지만(금성의 움직임 등) 지동설로 설명하면 훨씬 간단하다. 물론 이게 100% 맞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론적으로는 가장 인과 관계에 맞는 답이 나온다.2) 실제로 코페르니쿠스지동설을 주장하게 된 계기는 천동설이 쓸데없이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오컴의 면도날을 잘못 쓴 예를 들어보자면 이하와 같다.

  1. 진화론을 설명하는데는 수천건의 논문과 서적이 필요하다.
  2. 창조설을 설명하는데는 "이 그렇게 창조했다."한마디면 된다.
  3. 그러므로 창조설이 진화론보다 자연을 더 단순하게 설명하므로 창조설이 진리다.

상기한 논증이 틀린 이유는 윗 문단을 다시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가설을 입증하는 정도가 진화론 » 창조설이기 때문에 둘을 동등하게 비교하는게 불가능하다. 어떤 이론이 현상을 더 잘 설명한다면 비록 더 복잡해도 그게 답일 수 있다. 3) 애초에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것이 여러 가설 중 하나를 채택하기 위한 태도 중 하나일 뿐, 진위를 가르는 잣대까지는 될 수 없다.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와 비슷한 말로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되 그 이상 더 단순하게 만들지 말라'라는 충고를 남겼다. 오컴의 면도날이 오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규칙이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 출처: 엔하위키- 오컴의 면도날

1)
주) 논문에서 그 분야에서 짬밥먹은 교수들이 리뷰 쓸 때 가끔 언급하기도 한다
2)
주) 우주의 중심이 태양은 아니지만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고 하는게 말이된다. 예를 들면 연주시차라던지.
3)
주) 간결성에 있어서도 창조설이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창조설은 가설의 전제에 이미 신이라는 인간의 이성과 과학의 법칙 너머의 존재를 전제하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