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정신보건사업의 배경과 필요성

소아와 청소년은 건강한 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기간으로서 이 시기의 학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인격성숙과 정신건강 유지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아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염려가 증가하고 있다.

초중고 과정에서 다양한 정서적 문제, 학습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어려움, 청소년 비행과 같은 품행 문제에 대한 우려가 많다. 국내의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학생의 3.74%, 고등학교 학생의 31% 정도가 전문가의 상담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의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의 20%에서 중등도 이상의 행동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조기에 정신건강을 증진시킴으로써 학생의 적응능력을 높여 문제를 예방하거나,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보다 심각한 문제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학교는 다수의 소아청소년에게 비교적 장기간 접근이 가능하고, 교육 전문인력인 교사들이 주축이 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학생들을 위한 종합적인 정신건강관리방안을 추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정신건강의 증진과 정신적 문제의 예방, 조기발견, 그리고 조기치료를 위해 학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1. 학교에서 흔히 발견되는 정신건강 문제들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 우울증 (소아,청소년) * 자살 * 약물 오남용 * 비행, 폭력 * 성 문제 - 성행위, 십대임신, 성병 * 등교 거부,가출

2. 정신과 의사로서 느끼는 학교정신보건 사업의 필요성

첫째, 개인의원이나 병원에서의 정신건강 서비스만으로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다수의 소아청소년에게 도움을 줄 수가 없다. 병원에 찾아오는 사례는 대부분 증상이 심각해진 이후일 가능성이 많아서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게된다. 학교 정신보건사업을 통해, 학교 안에서의 자문을 조기에 시행한다면 보다 많은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빠른 시기에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일반교사, 상담교사, 양호교사를 포함한 교육계의 전문가에게 학생들의 정신적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실제로 학생을 지도하는 현장에서 조기발견하고 상담을 교사가 직접 시행함으로서 문제의 심각성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학교라는 시스템에서 직접 정신건강 전문가가 활동함으로써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학생, 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정신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학교 안에서 실시함으로써,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예방이 가능하다.

넷째, 우리 나라의 경우 정신적인 문제나 질병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많아서 이 문제를 감추거나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현장에서의 자문과 적절한 대처를 실시하는 것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 학교 교사와 정신건강 분야 종사자와의 관계에 대한 경험

학교정신보건 사업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면서도, 조직적인 체계가 준비되지 않은 현 상태에서는 의료인과 교육자와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이 있다.

전통적으로 교육계에서는 대개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학생의 지도를 하는 반면에, 정신건강분야 종사자들은 정신역동적 관점을 강조해왔다는 이론적인 배경의 차이도 협력관계에 지장을 초래한다. 그 결과, 서로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양가감정을 가지는 불확실한 관계가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 입장에서는 정신건강분야 종사자는 "이방인"이다. 60-70년대 미국에서도 "초대받지 않은 낯선 사람"으로 대접받았다고 한다.

의사 입장에서 바라본 교사들의 애로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정신적인 질병상태를 단순히 환경적인 또는 성격적인 문제로 보거나, 훈육만으로 고칠 수 있다며 그 심각성을 간과하기도 한다.

둘째, 문제해결을 위한 실전적 기술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효율적인 대화기법, 상담기법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

셋째, 정신건강 문제를 바라보는 객관성이 부족하다. 학생의 모든 문제를 교사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거나, 문제를 보지 않으려는 심리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교사 스스로 학생의 정신건강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족하다. 도와주고는 싶은데, 어떻게 도울지를 몰라 허둥지둥하는 경우도 경험한다.

학교라는 조직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도 정신건강분야 종사자와 학교의 협력관계에 어려움을 초래한다. 학교라는 일정하고 구조화된 틀 안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관계로, 조직 자체가 수직적인 경우가 많아서 수평적이고 상호보완적인 정신보건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학교정신보건 사업이라는 일정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앞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난관을 비교적 손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4. 외국에서의 학교정신보건 사업의 역사

미국의 경우, 2차 세계대전 후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성인을 병원에서 격리치료하기 보다는 그 사람이 살고 있는 가정과 사회 안에서 치료해야 한다는, 소위 "지역사회 정신보건사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1960년대 케네디 대통령 재임시기에 관련 법령이 제정되어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가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출발하였다. [Public Law(PL) 88-164, the Community Mental Health Center Act of 1963]

이후 지역사회 안에서 환자를 조기발견하고 치료한다는 "지역사회 정신보건사업"의 개념이 학교 안에서 정신건강의 위험성이 있는 학생들을 조기발견하고 조기 치료한다는 "학교 정신보건사업"으로 확장되었다. 점차 발전하여 현재는 소아 청소년기의 정서, 행동 문제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정신건강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시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다음과 같은 "학교정신보건사업 모델"이 학교에 도입되어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5. 학교정신보건 사업의 모델

1) 정신건강 자문 (mental health consultation) 모델

자문인(정신건강전문가)과 자문의뢰인(교사)은 수평적인 협조관계를 가지며, 자문의뢰인(교사)이 피자문인(학생)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진다. 다시 말해, 학교 안에서 생기는 정신건강문제의 전반에 대해 교사가 의뢰하면 자문 정신과 의사나 자문 심리학자가 전반적인 도움을 주는 방식의 모형이다. 다음 4가지 유형이 있다.

* 사례중심 자문 (client-centered consultation) : 개인이나 집단 학생을 대상으로 자문인이 직접 상담과 조언을 시행한다. * 프로그램 중심 자문 (program-centered consultation) : 자문인이 교사 그룹을 대상으로 학생의 정신건강을 위한 전체적인 제도나 조직체계의 문제를 평가, 시정하거나, 새 프로그램이나 정책을 짜는데 조언을 준다. * 의뢰인 중심 사례자문 (consultee-centered case consultation) : 문제가 되는 사례 학생을 중심으로 문제해결의 주체인 교사를 대상으로 하여 어떻게 구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조언을 하게된다. * 의뢰인 중심 행정자문 (consultee-centered administrative consultation) : 정신건강 증진과 문제 해결을 위한 학교의 시스템 전체에 대한 행정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2) 행동 자문 (behavioral consultation) 모델

자문인(의료인)과 피자문인(교사)이 공동으로 학생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고 특정 목표 행동을 성취하기 위해서 고안된 문제해결과정을 실시한다. 학생의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초점을 두는 자문 방식이다. 대개의 교사나 심리학자들이 선호하는 모델이다. 이 경우 문제해결의 주체는 피자문인(교사)이며, 학생들의 문제해결 기술을 증진시키는데 초점이 주어진다. 매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문제가 다루어진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 문제 식별(problem identification) :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행동을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관찰을 통해 바람직한 행동,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규명한다. * 문제 분석 (problem analysis) : 어떤 요인들이 이런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계획이 필요한지를 분석한다. * 계획 시행 (plan implementation) : 이런 계획을 구체적으로 학생지도에서 실천한다. * 문제 평가 (problem evaluation) : 실시된 프로그램을 통하여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새로 발생한 문제는 무엇인지, 이 프로그램이 계속되어야 할 것인지, 중단되어도 될 것인지를 평가한다.

3) 조직 자문 (organizational consultation) 모델

이 모델에서는 학교를 하나의 체계(system)로 간주한다. 행동과학(behavioral science)의 개념을 학교에 적용하여 학교의 정신건강 기능을 증진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 모델이 가지고 있는 기본 개념은 정신건강이나 학습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은 "교육 제도"나 "체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교의 문화(school culture)가 많은 영향을 주므로, 끊임없는 학교 체계나 제도의 개선을 통해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학생들의 정신건강 증진에 중요하다고 본다.

6. 학교 정신보건 사업의 효과

현대 산업사회의 발전에 따라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사회의 행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정신건강 관련 연구들은 어린 시절의 경험과 교육이 일반적 건강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핵심적으로 중요하다는 결과를 나타내주고 있다.

학교보건사업의 목적, 과정, 형태 가 매우 다양하므로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란 매우 힘들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학교보건사업이 학생들의 정신건강 증진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에서 열거한 모델에 따른 효과의 우열을 없다고 알려져 있으나, 대체로 교사는 행동자문 모델을 효과적이라고 느끼며, 정신건강전문가는 정신건강자문모델을 선호한다.

7. 맺는 말

학교 정신보건사업을 통해서 정신건강을 주제로 한 개인상담, 집단상담, 학생교육, 교사교육, 학부모교육, 고위험 소아청소년에 대한 예방적 개입,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의 교과과정 보완, 교사 보수교육 활성화, 정신건강 전문교사의 육성, 환자 이송체계의 수립 등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 사업을 통한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 증진의 결과로 학생 교육의 효과를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참고문헌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 교실, 보건복지부 : 학교정신보건사업 - 시행 2차 년도 보고서-. 1995. * 청소년대화의 광장 : 학교상담체제 발전 연구. 청소년 대화의 광장. 1996. * 한국학교보건학회 : 청소년 정신건강과 학교의 역할. 한국학교보건학회 춘계학술대회 자료집. 1998. 5 .29. * Mattison RE, Spirito A : Current consultation needs of school systems. In Fritz GK, Mattison RE, Nurcombe B, Spirito A (ed.): Child and Adolescent Mental Health Consultation in Hospitals, Schools, and Courts. American Psychiatric Press, Washington,DC. pp 161-183, 1993. * Reynolds CR, Gutkin TB : The Handbook of School Psychology. John Wiley & Sons. New York. 1999. * Schwab-Stone ME, Henrich C : School consultation. In Lewis M (ed.):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 A comprehensive textbook (2nd eds). Williams & Wilkins, Baltimore. pp. 1085-1092, 1996.

* 소아청소년정신건강클리닉에서 개인적인 학습목적으로 인용하였습니다.

역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