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출산율 저하

국가위기 인식하고 새 복지국가 모델 찾아야”

“현재와 같은 인구 감소 추세라면 한국은 경제적인 재앙을 피할 수 없다. 13세기 유럽의 흑사병으로 경제가 위축된 것에 견줄 정도다.”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해온 폴 휴잇 미국 세대간평등연구소장(54)은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출산율 하락과 함께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국가적인 위기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시작된 베이비붐 영향으로 출생한 그는 이 때문에 인구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인터뷰내용= ―한국의 출산율 문제를 어떻게 보나.

“교육비용이 많이 들고 아이를 맡길 보육시설도 충분치 않아서 한국 젊은이들에게 아이를 갖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멀어졌다.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다만 한국에서는 충격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08년 세계인구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출산율은 가구당 1.2(가구당 1.2명)로 세계 꼴찌다. 이런 수치가 그 같은 위험을 시사하는 것인가.

“내가 알기로는 한국의 출산율은 이젠 1.1에 가깝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을 뜻하는 ‘인구대체수준(population replacement level)’은 2.1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기준의 47%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도 베이비붐이 있었지만 1983년 이래 출산율이 급락하면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인구 감소 추세로 어떤 상황을 예측할 수 있나.

“근대사회에서 한국만큼 빠르게 인구 규모가 붕괴되는 나라가 없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 한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아마도 평생을 살면서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경제의 붕괴를 뜻한다. 인구 감소는 이를 막으려는 어떤 조치나 고령화정책 자체를 무력화한다.”

―한국 젊은층이 3D 산업에 취업하는 것을 꺼리면서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 다인종사회로 진입했는데….

“한국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는 3D 업종보다는 2B 업종, 즉 노인을 돌보거나(Bedpen·노인용 변기) 아이(Baby)를 돌보는 업종에 외국인이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국가에선 여성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여성의 근로 시간이 증가해 출산율이 저하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인구 피라미드도 많이 바뀌었다.

“한국의 인구 형태를 보면 1960년대에는 노인 1명을 부양할 아동 수가 18명에 이르는 피라미드 구조였다. 아직까지는 노동력이 많은 항아리 형태지만 2050년에는 역전돼 노인 3명당 아동 1명으로 변하는 역피라미드 구조로 변할 수도 있다.”

―베이비붐과 경제위기의 관계는….

“출산율을 높이지 못하면 한국이 지도상에서 사라지는 근본적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층이 나서고 국가위기위원회를 꾸려 상황을 바꿔야 한다. 위기(危機) 라는 한자어는 위험(danger)과 기회(opportunity)가 결합된 단어다. 한국이 현재의 위험을 기회로 살려 새로운 21세기형 복지국가로 올라서면 세계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다. 기존 서구 복지국가는 노동 과잉과 인구 과잉을 기반으로 했지만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을 기반으로 한 모델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김영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