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 속앓이 - 방치된 노년의 성 씁쓸 (박카스 아줌마)

(19금) 아래는 성적건강에 관련된 의학적 지식을 담고 있다. 이 문서는 사회통념으로 볼 때 19세미만에게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므로 성인만 보길 권한다. 문서를 보는 건 당신의 선택이지만, 당신에게 당황, 걱정, 죄책감 등의 정서적 충격을 줄 수 있다.

2009110259173200.jpg

(19금)서울 시내에서 노인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곳 가운데 하나인 종묘공원. 오전 7시가 되자 어느새 노숙자와 노인들이 뒤섞여 붐비기 시작했다. 노인들의 건전한 놀이공간이라는 공원 한 편에서 과연 어떠한 이상한 일이 벌어질까. 일명 박카스 아줌마라고 불리는 할머니들이 박카스를 건네며 데이트 신청을 하고 매춘까지 이뤄진다는 데 사실일까.

실제로 매춘이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많은 노인 사이의 한 할머니를 유심히 지켜봤다. 작은 가방을 들고 여러 할머니와 눈치 작전이라도 하듯이 지나다니며 할아버지들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네며 데이트를 제안하는 듯했다. 일반적으로 ‘설마 노인들이 성매매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공원에서 꽤 먼 거리에 셋방을 잡아 놓고 영업을 하는 할머니들이 공공연히 존재한단다. 화대는 5000원에서 1만원 수준으로 보통 성매매 대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보다 충격적인 것은 할머니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따라가는 노인들의 열 명에 한 명 정도는 성병에 걸렸거나 걸린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여관 주변의 약국에는 항생제를 사는 노인이 많았고. 병원에 가고 싶어도 창피하고 자식들에게 말하기 민망해 병을 키워 사망에 이르는 노인도 종종 있다는 점을 취재 과정에서 듣고 확인하면서 씁쓸함과 함께 안쓰러움을 느꼈다.

역 주변 집창촌 근처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자신이 직접 노인부터 모든 손님을 상대한다고 말했다. 취재진이라고 밝히자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이 일을 한지는 20년. 하루에 1만원에서 2만원 정도 벌고 거의 못 버는 날도 많다고 했다. 대낮에 공원에서 외로움에 지쳐 결국 성병 (STD; Sexually transmitted disease)으로 고통받는 노인들의 모습은 언제까지 쉬쉬할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 7일 열린 ‘2010년 한국노년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박카스 아줌마에 대한 실증적 연구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 피해 여성-박카스 아줌마 실태조사 및 노인 상담적 접근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을 단 명지대 이호선 박사의 발표다. 53~71살 박카스 아줌마 10명을 직접 면담 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조사 대상자 5명이 더 있었으나, 이들은 나중에 조사 철회를 요구해 논문에선 빠졌다고 한다.

발표에 따르면, 박카스 아줌마의 다른 이름은 커피 아줌마, 소주 아줌마, 다람쥐 아줌마, 돗자리 아줌마, 관악산 모포부대, 낙타부대 등 다양하다. 노인전용콜라텍, 노관(노인전용여관), 노빠(노인전용바), 단란주점, 전철역, 공원 등을 근거지로 활동한다. 박카스 아줌마의 이미지는 노인의 성을 어둡고 숨겨져 있으며 천박한 것으로 그려내는 데도 알맞다. 노인의 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소재가 바로 박카스 아줌마라는 얘기다.

이 박사는 박카스 아줌마를 ‘성을 도구화해 남성 노인을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금전적 거래를 시도하거나 거래를 하는 여성’으로 정의한다. 이전에 성매매 관련 업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고, 전업주부로 살다가 갑자기 성매매를 위해 거리로 나선 사람도 있다. 성매매 횟수는 평균 1주일에 3차례, 대가는 연령과 외모에 따라 2천원~5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길거리로 나선 까닭은? 절대 다수가 ‘생계형’이다. 먹고 살자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육성을 들어보자. 먼저 장노년기에 새로 성매매로 내몰린 '새내기'에게선 수치심이 강하게 작용한다. 

최아무개; 나는 평생 이럴 줄은 몰랐지.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을 맨날 해. 그러다가도 먹고 살 게 막막하니까. 누가 먹고 살 게 있는데 이 짓 하나. 더구나 이 나이 먹고.

이아무개; 나는 전에는 참 건강했어. 주부로만 살았지. 이게 좋은 일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아주 아프고 힘이 들어. 

젊은 시절 성매매 관련 업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겐 체념이 짙게 깔려 있다.

권아무개; 서방이 젊어서 달아났다가 죽어서 왔어. 누가 나를 거둬. 다 늙어가는데 누가 빚이라도 주겠어? 내가 벌어야지. 그런데 이 나이 먹고는 (식당에서) 설거지도 안 시켜줘. 나도 나이 먹어서는 이 짓을 안 할 줄 알았지. 팔자가 이렇게 자기 길 찾아 가는 거야.

김아무개; 젊어서는 배운 거 없고 가진 거 없으니까. 창피한 거 감수하면서도 ‘나이 먹으면 인생이 달라질 거야’ 이렇게 생각했지. 나도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 알았나. 이제는 운명이구나. 이 운명도 뭐 얼마 안 남았지. 

고아무개; 늙어서까지 이러는 게 내 인생이 불쌍하지. 남편이 있으면 뭐해. 평생 등이나 쳐먹다가 늙어서 성한 구석도 없는 것을. 

여아무개; 나도 싫지. 그런데 우리 아저씨가 일이 없으니까 내가 나가는 거지. 안 나가면 난리가 나. 그래도 요새는 때리지는 않으니까 그 인간도 늙나봐.

  금전적인 어려움이 없는데도 성매매를 소일거리로 여기고 하는 여성도 있다. 그는 성매매에 대해 비교적 당당한 편이다.     이아무개;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역죄를 지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누가 늙어서 이러는 게 좋을까마는, 나는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아. 숨통 막고 있는 할아버지들 얼마나 많아. 늙어서 이만한 수입이 어디 있나? 설설 놀면서 같이 지내는 거 뭐가 나쁘겠나. 돈도 되고 나도 즐기고 안 그러나. 우리가 사회복지 아는 거 아니겠나. 나도 성적 욕구가 있어.    박카스 아줌마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혐오에 가깝다. 성매매 여성 이미지에 '아줌마'라는 반갑지 않은 호칭이 붙었다. 거기에 '나이 든 죄'가 추가되고, 어수룩한 노인들 등친다는 혐의가 따라다닌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매도하기에는 뭔가 찝찝하다. "이 일이 뭐가 좋아서 이 나이에 하겠나"라고 반문하는 데는 대답할 말이 마땅찮다. 현실적으로 성적 욕구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 안절부절 못하는 노인 남성들과 몸을 섞는 게 무슨 대단한 죄라도 되느냐고 따지면 역시 응수하기가 힘들다. 실정법이나 윤리적 잣대가 무력해진다.  

이날 발표된 논문은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배려의 차원에서 박카스 아줌마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들이 건강한 자아를 형성해 건강하고 성공적으로 나이들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http://blog.hani.co.kr/parkje09/28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