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신앙

영웅신앙은 영웅의 영혼을 신으로 신앙하는 것으로, 영웅신은 대개 마을신과 무속신앙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신(人神) 가운데 조상신이 있지만, 이는 각 가정에 국한된 신이다. 영웅신은 이런 일반적인 조상의 인신(人神)과는 다르다. 영웅신에는 왕신, 장군신, 대감신 등이 있는데, 이들은 보통의 인간과 다른, 뛰어난 인간의 영혼들이다. 그러나 왕이나 장군이라 해서 모두 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조왕이라든가 불우하게 지낸 왕, 억울하게 숨진 왕이 신으로 좌정(坐定)한다. 왕으로는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 나라를 잃은 불운한 신라 말의 김부대왕(경순왕)과 고려 말의 공민왕의 영혼이 신으로 받들어진다. 장군으로는 역시 억울하게 숨진 최영 장군, 임경업 장군, 남이 장군 등의 영혼이 신으로 받들어진다. 이 밖에도 뒤주에서 숨진 조선 영조 때의 장헌 세자(사도 세자)를 비롯하여 단종과 단종 비, 금성 대군, 그리고 조선 말 일본 낭인에게 참혹하게 살해된 명성 황후가 무속신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최영 장군, 임경업 장군과 같은 장군신과 왕신(王神) 및 각 마을의 수호신인 동신(洞神)으로 모셔지는 인물들이 좋은 예이다. 이러한 영웅신은 조상신이 개별적인 가정의 신으로 모셔지는 것과는 달리 무속의 신이나 한 마을, 또는 지역의 신으로 모셔지는 것이 보통이다.

민간신앙에서는 실존했던 인물이 신격화되어 숭배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대표적인 예가 조상신과 영웅신이다. 개별적인 가정에 국한되어 있고 생존했을 때의 삶의 모습과 특별한 관련이 없는 것이 조상신인 반면 영웅신은 가정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한 마을이나 지역단위로 모셔지며, 신으로 모셔지기 위해서는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생애가 요청된다. 평범한 삶을 보낸 사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민중들에게 공감될 수 있는 생애를 보낸 인물만이 영웅신으로 모셔지는 것이며, 이러한 역사적 존재들에 대한 신앙이 바로 영웅숭배이다.

이러한 영웅숭배의 모습은 무속의 제의에서 여러 장군신 및 대감신·왕신·군웅신(群雄神) 들을 모시는 절차와 역사적 인물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는 동제(洞祭)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속의 장군신에는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최영 장군, 임경업 장군이 대표적이며 흔히 백마신장(白馬神將)과 동일시되는 홍경래 장군과 김유신 장군, 중국의 장군인 관우(關羽)도 장군신으로 모셔진다.

대감신은 일반인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높은 벼슬자리에 있었던 인물 등이 신격화된 것이고, 군웅신은 신격화된 전쟁영웅을 가리키며, 왕신은 나라를 처음 세운 왕건·이성계 또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불우하게 생을 마감했거나 억울하게 죽은 공민왕·뒤주대왕(사도세자) 등이 있다.

동제의 대상이 되는 영웅신은 한 마을이나 지역의 역사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서 다양하게 나타나며, 지역에 따라서는 무속의 신과 겹치기도 한다. 경순왕(敬順王), 공민왕, 이성계, 남이(南怡) 장군, 임경업 장군, 김유신 장군, 장보고 등이 동제에서 대표적으로 모셔지는 영웅신이다. 이러한 영웅신들은 인간 삶을 파괴할 수 있는 여러가지 재액(災厄)을 막아주고 재복(財福)을 가져다줄 수 있는 힘과 권능을 가지고 인간 삶을 보호해주는 존재로서 숭배되었다.

출처 한국의 샤머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