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홍차

  • 출처: 엔하위키- 방사능 홍차(CC BY-NC-SA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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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러시아 비밀경찰이었던 알렉산드르 발테로비치 리트비넨코가 영국으로 망명한 이후 푸틴 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했다가 2006년 11월 런던에서 원인 모를 물질에 급성중독으로 입원되었는데 입원 후 2주 후 결국 어떻게 손 쓸 틈도 없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리트비넨코를 죽인 그 중독 물질의 정체였는데 리트비넨코가 죽기 직전 의문의 방사성 물질이 소변에서 발견되었고 사건을 수사하던 런던 경찰청이 리트비넨코의 집에서 리트비넨코의 소변에서 검출된 것과 동일한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는 찻잔을 발견하였다. 이를 토대로 리트비넨코는 방사성 물질을 이용해 암살당한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발견된 방사능 물질은 폴로늄 210인데 문제는 이게 자연적으로는 굉장히 희귀한 원소라는 점에 있다. 자연적으로는 '모은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드물며 인공적으로 양성자 가속기에서 비스무트 209를 중성자와 충돌시켜 만들 수도 있으나 그렇게 해도 연간 생산량이 100g 밖에 되지 않는 매우 희귀한 물질이다.

즉, 이 물질은 민간인은 절대로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어딘가의 높으신 분들이 사용한 것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리트비넨코를 크고 아름다운 가격의 폴로늄을 써가면서까지 죽일 정도로 원한 관계가 있을 만한 높으신 분이라면 러시아 정부 밖에 없기 때문에 누가봐도 이 사건은 자연스럽게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 이렇게 범인이 뻔히 보이는 짓을 왜 일부러 했느냐에 대한 문제는 의견이 나뉘는데, 푸틴이 반체제 인사들에게 보내는 경고성 메세지라는 평이 많으나, 푸틴이 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또다른 힘있는 사람의 음모 라는 의견도 있다.

일단 런던 경찰청은 사건을 수사하여 폴로늄 210을 반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력한 용의자 몇몇을 추려내긴 하였으나 전부 다 러시아에 체류중인 러시아인들이었다. 이에 런던 경찰청은 러시아측에 해당 용의자들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였으나 러시아 측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신병 인도 요청을 거절하였다. 결국 사건은 범인을 찾지 못해 수사가 중단되었으나 재료의 특수성이나 리트비넨코와 러시아 정부 간의 불편한 관계 등을 보면 심적으로는 누가 어떻게 아무리 봐도 러시아 정부가 벌인 일로 보이기 마련이었다. 따라서 진실이 어찌되었건 이 사건 이후 '방사능 홍차'는 러시아와 푸틴의 야만적인 인권 탄압과 독재를 비꼬는 단어가 되었다.

위험성

폴로늄의 방사성을 제외하고도 그 자체의 독성은 매우 흉악하여1) 탈륨처럼 희생자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이지만 독성은 탈륨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인간의 몸은 납이나 수은같은 중금속들에는 조금이나마 내성을 가지고 있지만, 플루토늄이나 우라늄 같은 방사능 원소에 대해서는 어떠한 내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방사능 원소가 1000만 분의 1그램만 체내에 들어와도 폐암에 걸리며 100분의 1그램만 체내에 들어와도 1~2주 내에 죽는다.2)

게다가 체내에 들어갔을 경우 폴로늄 210이 뿜어내는 알파선도 문제이다. 알파선은 기본적으로 양성자 2개,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헬륨 원자핵의 방출이며 전자 방출인 베타선이나 전자기파인 감마선과 달리 입자가 크기 때문에 투과력이 약해 인체에 해를 끼치기가 힘들다. 감마선이 수십 cm 단위의 납을 뚫는데 비해 알파선은 종이 한 장에도 막히는 수준이라 피부를 뚫을 수 없다. 대신 입자가 큰만큼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다른 둘보다 크기 때문에 일단 어떻게 인체 내에만 들어가면 인체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커서 일단 투과만 되면 암세포로 변질되는 수준을 넘어서 그냥 주위 세포가 파괴된다.

효율

일단 인간은 청산가리로도 쉽게 죽는다.

개인 차원에서 폴로늄을 암살에 이용하기는 효율이 개판이다. 일단 이래 죽이나 저래 죽이나 그 결과는 똑같은데 재래식 독극물과 비교해 보았을 때 폴로늄은 지나치게 비싸고, 그리고 본 사건처럼 너무 비싸고 희귀한 나머지 그 폴로늄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재력이 있으며, 이러한 희귀물질을 입수하는 게 가능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용의자라는 것은 경찰서 근처에도 안 가본 사람도 추리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뻔해서 범죄 사실 은닉이 쉽지 않다. 이렇듯 사람을 죽인다는 효율면에서는 너무나도 안 좋다.

쉽게 말해서 폴로늄을 독으로 사용해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암살이 아니라 그냥 공개처형이나 다름 없다. 즉, 정적 등에게 경고 메세지를 던지기 위해 사용하는 용도이다. 그마저도 세계적인 강대국인 러시아를 꽉 쥐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도의 영향력과 입지가 아니라면 시도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상술했듯 폴로늄을 이용한 암살은 돈이 많이 들고 누가 봐도 러시아 정부가 벌인 것으로 보이기에 단순 효율은 비효율적이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없어서 처벌받지도 않고 또 이런 수단을 대놓고 쓸 정도로 배짱이 있다는 것을 공표하는 효과도 있으니 힘의 과시 내지는 경고의 측면용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암살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 출처: 엔하위키- 방사능 홍차(CC BY-NC-SA 2.0)
1)
독성은 청산가리의 25만배에서 1조배로 추정된다.
2)
By Felix Pirani, P.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