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1. 천지의 완성

그리스 신화에는 천지창조에 관한 이야기가 몇 가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헤시오도스가 <신통기>에서 서술한 카오스가 만물의 시초라는 이야기다. 카오스는 본래 '입을 크게 벌리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것으로, 그리스 신화에서는 '거대한 무한 공간' 또는 '공허'를 의미한다. 이 카오스로부터 신들을 포함한 모든 것이 생겨나게 된다. 즉, 고대 그리스 인들에 의하면 신과 같은 절대자가 세계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만물은 자연히 생성되어 자리를 잡고 그 이후에 신들도 생겨난 것이다.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카오스로부터 어둠의 신 에레보스와 밤의 여신 닉스가 생겨났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에레보스와 닉스 사이에서 맑은 대기(창공)의 신 아이테르와 낮의 신 헤메라가 태어났다. 만물의 근원인 카오스로부터 모든 존재가 생성하고 변화할 터전인 어둠과 밤, 낮이 생겨난 것이다.

또 모든 신들의 어머니 격인 '가슴이 넓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생겼고, 땅 속 깊은 곳, 즉 명계의 신 타르타로스가 태어났다. 그리고 모든 신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무기력하고 혼란스럽게 하는 사랑의 신 에로스가 생겼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혼자서 별로 뒤덮인 하늘, 우라노스와 산맥의신 오레, 대지를 두를 수 있는 바다 폰토스를 낳았다. 이렇게 해서 하늘과 땅과 바다가 갖추어 졌다.

지금까지는 아직 인격화된 신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모두 명확한 성별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카오스만 중성)

2. 티탄 신족의 탄생

가이아는 우라노스와 관계하여 이번에는 단순히 자연이 아니라 신들을 낳았다. 먼저 남신 6명과 여신 6명을 낳았는데, 이들이 바로 티탄 신족 12남매다. 남신족은 장남 오케아노스, 코이오스, 히페리온, 크레이오스, 이아페토스, 막내 크로노스 등이고, 여신족은 테티스, 포이베, 테이아, 레아, 테미스, 므네모시네 등이다.

티탄 신족의 뒤를 이어 가이아는 키클롭스와 헤카톤케이르를 낳는데, 키클롭스는 이마 한가운데 눈이 있는 외눈박이 거인족이었고, 헤카톤케이르는 50개의 머리와 100개의 팔이 달린 괴물이었다.

이들 티탄신족과 키클롭스, 헤카톤케이르는 올림포스 신족의 선조격으로, 혼돈 상태에 있던 원시 대자연의 힘을 상징하는 신들이었다.

그러나 우라노스는 가이아가 낳은 키클롭스와 헤카톤케이르 형제들을 미워했다.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모습뿐 아니라, 싸움과 행패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라노스는 이들을 빛이 닿지 않는 땅속 깊은 곳, 즉 가이아의 몸속 깊은 곳인 타르타로스에 가두었다. 때문에 가이아는 덩치 큰 자식들이 요동을 치면 견딜 수 없이 괴로워 했다. 이에 가이아는 우라노스에게 반격을 가하려 했고, 가장 나이 어린 막내 크로노스가 어머니의 계략에 가담하고 나섰다.

크로노스는 밤이 되자 언제나처럼 가이아를 찾아와 덮치려 한 우라노스를 기다렸다가, 그의 생식기를 낫으로 잘라 멀리 던져 버렸다.

이 일로 인해 우라노스는 왕좌에서 내쫓기게 되었으며, 하늘과 땅이 영원히 갈라져 더 이상 섞이지 않게 되었다.

우라노스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는 가이아의 몸인 대지에 떨어졌고, 생식기는 바다에 떨어졌다. 대지에 떨어진 피에서는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 자매와 거인족 기간테스 형제, 그리고 멜리아스라는 물푸레나무의 님프(요정)들이 태어났다.그리고 파도 치는 바다에 떨어진 생식기에서는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탄생했다.

이렇게 해서 크로노스는 이전까지 우라노스가 쥐고 있는 세상의 지배권을 배앗게 되었다.

3. 제우스의 탄생

왕좌에 오른 크로노스는 자신의 누이 레아와 결혼했다. 그러나 크로노스는 아버지 우라노스 못지 않게 폭정을 휘둘렀다. 더욱이 우라노스에게 "너도 네 자식에게 세상의 지배권을 빼앗길 것이다."라는 예언을 받았기 때문에, 자식들을 낳는 즉시 삼켜 버렸다. 이에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5남매는 차례차례 크로노스의 입 속으로 삼켜졌다.

그래서 여섯번째 아이를 가졌을 때 레아는 이번에 낳은 아이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기로 마음을 먹었고, 크로노스에게는 아이 대신 배내옷을 입힌 커다란 돌을 자식이라고 속여 건네주었다. 크로노스는 아무 의심 없이 그 돌을 자식이라 여기고 삼켜 버렸고, 태어난 아이는 크레타 섬에서 무럭무럭 자라게 되었다. 이 아이가 바로 제우스다.

훗날, 성인이 된 제우스는 크로노스에게 구토제를 먹였다. 이에 크로노스는 삼켰을 때와는 정반대 순서인 포세이돈, 하데스, 헤라, 헤스티아 순으로 모두 토해 냈고, 제우스는 크로노스를 땅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타르타로스에 가두었다.

크로노스로부터 왕좌를 빼앗은 제우스는 형제들과 함께 테살리아 북부의 올림포스 산에 거처를 정하고 세력을 키워났다. 이 산의 이름을 따서 그들은 올림포스 신족이라고 불리게 된다.

크로노스가 삼킨 자식들은 제우스의 형과 누이들이였지만, 크로노스가 다시 토해 낼 때 제우스는 성인이었고 형과 누나들은 갓난 아기였기 때문에 제우스가 천상의 제일 윗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4. 올림포스 12신

올림포스의 신들에게는 분명한 서열이 있었다. 최고의 자리는 제우스의 형제자매와 자식들로 구성되었다.

제우스: 올림포스의 최고신으로 모든 기상을 주고나하는 천공의 지배자. 상징은 천둥과 번개, 왕홀(王笏) 등이고 성조(聖鳥)는 독수리

포세이돈: 제우스의 형. 바다의 지배자로 모든 생과 지진의 신. 상징은 삼지창, 성스러운 짐승은 말, 성수(聖樹)는 소나무

헤라: 제우스의 누이이자 아내. 결혼의 여신. 상징은 백합, 석류. 성스러운 짐승은 암소, 성스러운 새는 공작새

데메테르: 제우스의 누이. 곡물, 풍양, 농업의 여신. 상징은 보리 이삭, 양귀비. 성스러운 짐승은 돼지

헤스티아: 제우스의 누이. 불과 화로의 여신으로 가정생활을 수호하는 신

아테나: 제우스가 가장 사랑하는 딸. 지혜와 전쟁의 여신. 상징은 방패, 창, 투구. 성스러운 새는 올빼미, 성스러운 나무는 올리브

헤파이토스: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 불과 대장간의 신. 아내는 아프로디테. 상징은 모루와 원추형의 모자

아레스: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 아테나와 마찬가지로 전쟁의 신이지만 의로운 전쟁과는 거리가 멀다. 상징은 창과 투구

아폴론: 제우스와 레토의 아들. 예언, 음악, 의술의 신으로, 태양신이라고도 불렸다. 상징은 활, 리라. 성수는 월계수

아르테미스: 제우스와 레토의 딸. 수렵과 궁술의 여신. 아폴론이 태양신인데 반하여 그녀는 달의 여신이기도 했다. 성수는 삼나무, 성스러운 짐승은 사슴

아프로디테: 사랑과 미의 여신. 아버지는 우라노스라는 설도 있고 제우스라는 설도 있다. 성조는 백조, 비둘기. 성스러운 식물은 장미, 양귀비, 모과나무

헤르메스: 제우스와 님프 마이아의 아들. 상업, 여행, 도둑질을 주관하는 신으로, 신들의 전령. 상징의 전령은 지팡이와 페타소스

  • 디오니소스: 제우스와 인간 세멜레 사이의 아들. 포도주와 연극의 신. 성수는 포도나무, 성스러운 짐승은 산양, 돌고래, 뱀

헤스티아 대신 디오니소스가 12신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출처] 그리스로마 신화 족보 정리: 카오스 ~ 올림포스 12신|작성자 ekdmss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