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엔 산부인과가 부족한가?

일본에서 산부인과 병원들이 의사를 구하지 못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애 낳을 곳을 찾아 헤매는 '출산난민'이 늘고 있다.

출산 과정에서 홍역을 치른 뒤 "겁이 나서 다시는 애를 못 났겠다"는 주부들도 적지 않아 출산율을 더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2004년 10월 현재 산부인과 간판을 내걸고 있던 일본 전역의 병원 166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3%에 해당하는 138곳이 지난달 말까지 분만 의료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만실 폐쇄가 줄을 잇는 이유는 의대생들과 젊은 의사들이 야근이 잦고 의료소송을 당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산부인과 지원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

분만 시설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은 중소도시에서 특히 심각하다.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시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산모 400여명이 다른 도시에 가서 '원정출산'을 해야 했다.

한 산모는 같은 현 요코하마(橫浜)시의 병원에서도 입원을 거절당하자 "받아줄 때까지 집에 안 가겠다"며 즉석 농성을 하기도 했다.

일본 산부인과 의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1984년엔 6000개 가까웠던 분만 시설이 2008년도엔 2700개까지 25년 사이에 절반 이하로까지 줄었다. 2006년도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출산적령기 여성(20-39세) 만명당 출산 가능 병원은 1.69개소이며, 도쿄의 경우 여성 만명당 0.98개소, 출산할 가능성이 있는 여자는 만명이나 되는데 병원은 1개도 되지 않는다.  왜 일본 종합병원들이 산부인과를 폐지하고 산부인과 의사가 점점 줄어드는 걸까? 최근 방영중인 후지와라 노리카 주연의 드라마 ‘기네 산부인과의 여자들’ 을 잠깐만 봐도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그야말로 잠을 못자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아이가 언제 태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란 당연지사와 더불어, 산부인과 의사가 줄면서 근무시간이 점차 길어져 장장 38시간의 연속근무를 요구당하고 있다. 

근무환경도 문제지만 일본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되기를 꺼리는 또 한가지 이유는 다른 과에 비해 소송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 최고 재판소가 조사한 의료사건 민사소송 건수(2004년)는 의사 1000명당 산부인과 12.4건, 외과 10.9건, 성형외과 7.4건, 비뇨기과 4.6건, 내과 3.8건으로, 외과계 소송이 많으며, 특히나 산부인과 소송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의 경우 내과에 비해 소송율이 3배나 된다.  이렇다보니 산부인과 의사를 꺼리는 의사들이 증가중이고, 산부인과를 폐지하는 병원도 매년 증가중이며, 산부인과가 있어도 원래 자기 병원 환자가 아니거나 산모와 태아의 위험이 클 경우 치료를 해주지 않는 병원까지 생기고 있다. 2008년 도쿄에선 뇌출혈을 일으킨 산모(36세)를 침대가 부족하단 이유로 구급병원이 받아주지 않아 산모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당시, 구급차가 무려 7개의 구급병원에 연락을 했지만 어느 한 곳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출산율이 낮다며(2008년 현재 일본의 출산율(합계특수출생율)은 1.37),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임신을 하면 목숨을 걸어야할 실정까지 와 있다. 출산율 저하로 산부인과의 필요성이 저하되고 결국 산부인과를 폐지하는 병원이 늘고, 그렇다보니 남겨진 산부인과 의사들의 근무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 산부인과 근무를 꺼려하는 의사는 더욱 늘고, 의사가 부족하니 병원으로선 환자를 받아줄 수가 없는 악순환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예약 없인 아이도 못 낳아 집 근처 산부인과 또는 여성 클리닉이란 간판이 붙은 개인병원을 찾아가봐도, 실제론 진찰만 해줄뿐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곳들이 더 많다. 산부인과도 산부인과 의사도 부족하니, 일본에선 아이를 임신하면, 바로 주치의를 찾고 출산 예약을 해야한다. 개인병원의 경우는 임신 8주전에 출산예약을 해둬야만 되는 곳도 있다.  어디서  출산을 할까? 한국 예비맘들이라면 한국, 일본 우선 나라부터 정하는 게 우선이겠다. 일본에서 아이를 낳는다면 조산원, 개인병원, 종합병원, 대학병원. 물론 집에서 출산을 할 수도 있다. 최근엔 유명한 조산사를 불러, 집에서 마음 편하게 출산을 하는 것도 일본 부유층엔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집에서 출산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방음장치 하나는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하기에, 일반 여성들이 택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조산원의  경우는 단련된 조산사가 최대한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아이를 받아준다. 산모의 요구를 100% 수용해 주는 곳이 많은 것도  장점이다. 온가족이 다 같이 출산 광경을 볼 수도 있고, 수중분만(이라고 해봤자 욕조안에서 아이를 낳지만), 남편을 등 뒤에서 꼭 껴안고 출산을 하는 등 그야말로 나만의 스타일의 고집&유지할 수 있다. 단, 산모와 태아에 아무 이상이 없을 경우에만 조산원을 이용할 수 있으며, 조산원자체의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 점이 단점이다. 

개인병원의  경우엔 무통분만을 도입한 곳이 많고, 유명 제약사와 계약을 맺어 산모들이 다양한 샘플을 받을 수 있다. 침대보다 이불을 깐 개인실이 많은 것도 개인병원의 특징이다. 단, 산모를 많이 받기 위함인지 아니면 병실이 적어서인지 출산예약을 임신초기에 해두어야만 하고, 도쿄의 경우엔 대학병원보다 진찰료가 비싼 경향이 있다. 산모는 조산원의 중간쯤 되는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대학병원의  경우엔 일부 자연분만만을 고집하며, 출산 자세도 반드시 출산대위에 누워서만 가능하고, 병실은 침대위주다. 단 진찰료가 양심적이며, 위급한 상황의 경우 대학병원 응급실, 신생아 응급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명 제약사의 샘플을 받을 기회는 거의 없다.